산문 | 멤버십

○ 돌아온 가을에게

2026.10.27 | 조회 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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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조우

 자다 깼는데 천둥번개가 치고 있다. 지금은 새벽 4시 57분이다. 열두시가 다 된 것을 보고 잠들었으니 다섯 시간 정도 잔 셈이다.

 

 꿈을 자주 꾼다. 그중에서 자주 꾸는 꿈이 있다. 내가 옷이나 속옷을 입은 채로 샤워를 하러 들어가 불안하고 갑갑해하는 꿈이다. 꿈 속의 나는 속옷이 물에 젖는 게 싫어 얼른 벗으려 하지만 마음처럼 잘 되지 않아서 굉장히 숨 막혀 한다. 마음처럼 옷이 훌렁훌렁 벗어지지는 않는데 집 화장실이든 목욕탕이든 옷이 젖어서는 안 되는 상황이어서 나는 주로 그 상황에 꼼짝 없이 압도당하곤 한다.

 

 그러나 오늘 꿈은 조금 달랐다. 배경은 공중 목욕탕이었다. 속옷이 젖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었으나 일단 나는 벗는 데까지는 성공했다. 그러나 올려놓은 곳에 샤워기 물이 튀어서, 그게 또 나를 불안하게 만들어 한쪽 거울 앞에(현실의 목욕탕으로 치자면 드라이기나 무료로 제공하는 스킨 로션 등이 놓여 있을 법한 곳에) 올려두었다. 그때 이미 속옷은 다 젖은 후였다. 어쩐다 하면서 고민하는데 내 것과 같지만 사이즈가 다른 속옷 여러개가 가지런히 놓인 것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엄마가 들어오고 나서야 그게 엄마의 것임을 알았다. 내가 ‘나 속옷이 다 젖었는데 엄마 거 입어도 돼?’하니 엄마는 흔쾌히 허락하며 그중 하나를 골라주었다. 인디 핑크색 배경에 검은 무늬가 있는 속옷이었다. 사이즈가 클 걸 알았지만 마음에 들었다. 그런 채로 다시 샤워를 하러 갔다. 나는 샴푸가 없었다. 옆을 돌아보니 엄마가 집 샴푸를 가져와 머리를 감는 중이었다. 나는 그것을 짜서 같이 머리를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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