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10.20 vol.41 | view more | SUBSCRIBE
CRSH : 이야기
안녕하세요, 정재경입니다. 일기예보에서 이번 주 목요일 전국의 기온이 0도까지 떨어진다고 합니다. 겨울옷을 꺼내야 할 것 같아요. 신기하게도 이번 주 금요일은 절기상 상강입니다.
상강은 이름 그대로 서리가 내리기 시작하는 때를 말합니다. 아침 공기가 달라지고, 베란다 화분을 안으로 들일지 고민하게 되는 날들이지요. 이맘때 농부들이 마음 급하게 서두르는 작물이 있습니다. 생강입니다.
서리 앞에서 가장 약한 식물, 생강
생강은 따뜻한 곳을 좋아하는 식물입니다. 기온이 10℃ 아래로 내려가면 뿌리가 상하기 시작해서, 서리가 오기 전에 캐야 합니다. 중부 지방에서는 10월 중순에서 하순 사이가 적기입니다. 잎이 누렇게 변하고 줄기가 마르며 쓰러질 듯할 때가 "다 익었다"는 신호입니다.
생각해 보면 묘한 일입니다. 서리 앞에서 가장 약한 식물이 겨울 우리 몸을 데워 주는 뿌리가 되니까요. 추위에 약한 존재가 추위를 건너는 법을 알려 주는 셈입니다. 땅속에 묻혀 있을 때는 눈에 띄지 않지만, 캐내는 순간 알싸한 향이 손에 남습니다. 가을이 깊어질수록 그 향이 더 진해지는 것 같습니다.

천 년을 건너온 매운 위로
한반도에서 생강에 관한 가장 오래된 기록은 1018년 고려 현종 때입니다. 북쪽 변방에서 전사한 장수와 병졸의 가족에게 생강 등을 내렸다고 전해집니다. 한 뿌리가 슬픔을 위로하는 선물이었다는 이야기가 오래 마음에 남습니다.
조선시대에는 지금의 완주 봉동이 생강의 고장이었습니다. 『세종실록지리지』에는 생강이 우리나라에서 오직 전주부에서 생산되었다고 적혀 있습니다. 봉동 사람들은 한옥 아래에 온돌식 생강굴을 만들어 아궁이의 열로 생강을 겨우내 지켰습니다.
1450년 『산가요록』에도 나오는 방식이며, 지금은 국가중요농업유산입니다. 추위에 약한 뿌리를 위해 땅속에 작은 온돌을 놓았다니, 조상들의 지혜가 대단합니다.
몸이 먼저 아는 따뜻함
『동의보감』은 생강을 성질이 약간 따뜻하고 맛이 매우며 독이 없다고 적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껍질입니다. 생강의 성질은 따뜻하지만 껍질만은 차다고 보아서, 차나 청을 만들 때는 껍질을 벗기라고 했습니다. 한 뿌리 안에 차가움과 따뜻함이 함께 있는 셈이지요.
『논어』 향당편에는 “不撤生薑,不多食”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공자는 생강 먹는 것을 끊지 않았지만 많이 먹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생강청 담그기
처음 담글 때의 일이 떠오릅니다. 처음으로 마트에서 생강을 한 박스 사 와서 껍질을 열심히 벗겼습니다. 휴롬에 갈아 즙을 내고, 설탕과 1:1 비율로 끓였습니다. 그런데 생강청의 모습이 제가 알던 모습과 달랐습니다.
제가 알던 생강청은 잼보다 조금 더 점도가 낮아 흐르는, 액체와 잼의 중간 정도의 점성이었는데 제 생강청은 젤리가 되어 있었습니다. 그것도 숟가락이 들어가지 않을 만큼 딱딱한 생강젤리였습니다. 당황해 찾아보니, 녹말을 빼지 않은 것이 원인이었습니다. 녹말이 들어가면 텁텁해지고 농도가 너무 진해져 청을 만들기 어렵습니다.
생강즙을 그대로 두면 몇 시간 뒤 바닥에 하얀 앙금이 가라앉습니다. 윗물만 따라 쓰고 그 앙금은 버려야 하는데, 처음 담그는 저는 그 사실을 몰랐습니다. 결국 그 젤리는 다 버렸습니다. 허탈했지만 어쩔 수 없었지요.
그 실패 덕분에 생강이 품은 녹말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녹말은 따로 말려 생선구이할 때 밀가루와 섞어 튀김옷을 만드는 등 활용이 가능합니다. 만들어 둔 생강청은 고기 요리에도 종종 쓸 수 있고요.
기온이 떨어지고 몸이 차가워지기 시작하는 상강 무렵, 따뜻한 차 한 잔을 위한 생강청을 챙기는 일은 겨울이 오기 전에 나를 돌보는 하나의 의식이 되었습니다. 특히 생강차는 뜨거운 물에 한두 스푼 풀면 알싸한 향이 코끝까지 번지는데, 그 향이 몸뿐 아니라 마음까지 데워 주는 느낌입니다.
햇생강으로 청 담그기
녹말을 빼고 담그는 생강청
- 생강을 씻어 껍질을 벗기고, 물기를 말린 뒤 믹서나 착즙기로 갈아 즙을 냅니다.
- 즙을 그릇에 두고 2~4시간 기다리면 바닥에 하얀 녹말이 가라앉습니다.
- 맑은 윗물만 조심스럽게 냄비에 붓고 가라앉은 녹말은 버립니다.
- 생강즙과 설탕을 1:1 무게 비율로 넣고 중불~약불에서 저어 가며 끓입니다. 너무 졸이지 말고 약간 묽을 때 불을 끕니다.
- 소독하고 말린 유리병에 한 김 식힌 뒤 담아 냉장 보관합니다.
- 달기 때문에 하루 한두 스푼 정도 차로 마시는 것이 적당합니다.
서리 오기 전에
이번 일요일, 엄마와 생강을 사러 경동시장에 가기로 했습니다. 엄마는 생강에도 봄동 생강, 서산 생강, 중국산 생강 등이 있다면서 한참동안 생강 고르는 지식을 나누어 주시곤 합니다. 엄마는 생강의 모습만 보고도 토종 생강을 잘 골라내시곤 합니다. (상강 전에 가는 게 좋다고 하셨는데, 도저히 시간을 맞출 수가 없네요.)
생강은 서리가 오기 전에 거두는 뿌리입니다. 때를 놓치면 겨울 내내 얻을 것이 사라집니다. 하지만 때를 맞춰 거둔 뒤에 서툴러도 괜찮습니다. 저처럼 한 병을 통째로 버려도, 그것이 또 한 계절의 이야기가 되니까요.
여러분은 올가을, 서리가 오기 전에 무엇을 거두고 싶으신가요? 답장으로 들려주세요.
다음 편지에서 또 만나요. 🌿
초록의 마음을 담아, 정재경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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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SH : 소식
📌 정재경 작가, 2026 부산 가든쇼서 강연… 18일 부산낙동강정원 컨퍼런스 성료
정재경 작가가 10월 18일 부산낙동강정원에서 열린 2026 부산 가든쇼 컨퍼런스에 강연자로 참여했다. 이번 강연에서는 식물과 함께 살아가는 삶의 방식, 정원과 일상 속에서 마음을 돌보는 이야기를 나누며 원예·가드닝 분야 관계자와 시민들에게 뜻깊은 시간을 선사했다.
부산 가든쇼는 정원 문화와 도시 녹지, 웰니스 라이프스타일을 함께 조명하는 행사로, 정재경 작가는 식물인문학적 시선으로 식물과 인간의 관계를 이야기하며 공감을 얻었다. 이번 컨퍼런스는 식물과 정원이 삶의 회복과 일상의 풍요로움에 기여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며 성료했다.

📌 장성도서관, 정재경 작가 초청 인문학 강연 ‘식물 보듯 나를 돌보는, 초록생활’ 성료
전남광주통합특별시교육청장성도서관은 ‘2026년 하반기 인문학으로 만나다’ 프로그램의 하나로 지난 10월 17일(토) 정재경 작가를 초청해 강연 ‘식물 보듯 나를 돌보는, 초록생활’을 개최했다.
이번 강연에서는 식물이 자라고 쉬고 다시 시작하는 방식에서 지친 마음을 돌보는 힘을 찾는 시간을 함께 나눴다. 정재경 작가는 번아웃에서 회복하는 마음의 기술, 기다림과 휴식의 의미,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식물적 삶의 태도를 이야기하며 참여자들과 따뜻한 공감의 시간을 가졌다.

📌 배방 월천 도서관, 정재경 작가와 함께하는 ‘길위의 인문학’ 프로그램 진행
배방 월천 도서관은 정재경 작가와 함께 ‘마음 돌보는 인문학’을 주제로 길위의 인문학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참여자들은 식물과 함께 살아가는 이유부터 실내 식물 가드닝, 식물과 나의 삶을 마주하는 이야기까지 이어지는 5회차 프로그램을 통해 일상 속 초록생활을 경험했다.
📌 부천별빛마루, 정재경 작가 ‘마음 돌보는 인문학’ 프로그램 진행
부천별빛마루에서는 정재경 작가와 함께 ‘마음 돌보는 인문학’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이번 프로그램은 식물과 함께 살아야 하는 이유, 실내에서 키우기 좋은 식물과 초록생활의 시작, 실내 식물 가드닝, 식물과 나의 삶 마주하기 등 4회 강의와 후속 모임으로 구성됐다.
🌱 정재경 작가 & 초록생활연구소와 협업하기
정재경 작가와 함께 식물의 에너지를 활용하는 치유와 회복, 협업을 함께하고 싶으시다면 아래 링크를 눌러 주세요. 강연, 콘텐츠 협업, 브랜드 컬래버 등 다양하고 새로운 시도를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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