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이숴의 재즈레터 #12 | 웰컴백! Welcome back!

4월의 약속🌼

2022.04.12 | 조회 36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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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게를이로부숴

어디에서도 볼 수 없던 재미있는 음악레터, 그리고 요즘 여행소설.

오랜만입니다!
오랜만입니다!

구독자 님, 잘 지내셨나요? 

4월이 되었고 제가 돌아왔습니다. 생각한 것 보다 조금 늦어져서 죄송합니다. 첫째로 중요하고도 심각했던 시험기간이 끝나고 후유증이 좀 있었고, 둘째로 4월 초 새집으로 이사하면서 모든 가구 및 가전을 새로 사 정리를 했습니다. 집은 겨우 자는 공간만 정리된 상태로 여전히 현재진행 중입니다. 인터넷 연결을 일찍 신청해 두었는데, 잘못된 기계를 받는 바람에 한 주가 더 늦어졌습니다. 지금도 인터넷은 안되지만 휴대폰을 연결해 쓰고 있거든요.

또 가구를 주문하는데도 애를 꽤 먹었습니다. 아시다시피 유럽 쪽은 전쟁 때문에 나무 수급 상태가 좋지 않아서 가구를 주문하면 3-4개월이 지나서야 받아 볼 수 있는 상황이거든요. 저는 되는대로 기존 가구사에서 이미 완성품으로 보관된 상품 중에서만 골라 주문을 했습니다. 아무튼 이래저래 매우매우 바쁘고 피곤한 몇 주를 보냈답니다. 날씨도 좋아지고 벚꽃은 이제 다 져 가는데 저는 아직 봄의 기슭에도 이르지 못했다는 느낌이 듭니다. 뭐, 이제 점점 정리가 되어 가고 있으니 남들보다 조금 늦더라도 봄을 만끽할 수 있겠죠?

하하. 안부 인사가 너무 길었습니다. 

구독자 분들께서는 부디 좋고 좋은, 행복한 봄날을 보내고 계시기를 바랍니다. 😏🌼

오늘은 봄이 오면 생각나는 앨범에 대해 쓰려고 합니다. (음악이란 지극히 듣는 사람의 주관에 느낌이 좌우 되는 만큼 이해를 부탁드립니다.) 

봄이 시작 되는 것을 느끼는 언제 느끼시나요? 전 항상 언제 변했는지 알 수 없다가 어느날 갑자기 실감합니다. 3월 이라는 숫자로 느끼는 건 지, 솔솔 따뜻한 봄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이 3월 즈음 이었던건지. 푸릇푸릇 변해가는 나뭇가지의 색깔이 눈에 띄기 시작한 것이 3월 말 즈음 이었던 건 지. 개나리가 피기 시작하고 목련이 활짝 핀 것을 발견합니다. 참고로 이번 4월 1일엔 눈이 펑펑 내렸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니 달력이 아니었다면 봄이라는 생각은 결코 못 했을 겁니다. 

기온이 뚝 떨어진 봄날이었어도, 꽃눈은 반드시 올라오고 영글어 벌어지더군요. 저는 아직 두꺼운 수면 잠옷을 입고 잠자리에 드는데 사람들은 반팔을 입고 자전거를 탑니다. 

"나만 아직 추운가? 쳇, 봄이 왔다는 건가."

눈에 보이는 것은 반드시 완연한 봄인데 전 아무래도 그렇게 느껴지질 않더군요. 기대했던 것이 실패 했을 때의 허전함 때문일지도 모르고, 정든 도시를 떠나왔다는 괜한 서운함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인생이란 것이 언제나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복잡한 이유 때문일지도 모르지요. 모두 행복하고 즐거운 봄날을 시작하더라도 나만은 언제 봄이 시작되었는지 시큰둥 합니다. 따뜻한 햇살과 보드라운 꽃잎이 살랑이며 일렁이는 시간이 왔음을 공감할 수 없는 거죠. 

"아아- 그러니까 나는 뭔가 우울한 봄을 맞이했군."

우울한 봄. 따뜻하고도 쓸쓸한 봄. 

"Thelonious Monk 의 시간이다."

앨범을 틀기로 했습니다. 텔로니어스 몽크는 제가 좋아하는 재즈 피아니스트 중 한 사람입니다. 언제부터 그의 음악을 들을 때마다 혼자가 되는 느낌을 받습니다. 그러나 그 혼자의 느낌이란 게... 복잡 미묘합니다. 편안하기도 하고 오히려 위로가 되기도 하고, 안심이 되기도 하거든요. 물론 쓸쓸합니다만 완전히 슬픈 상태는 아니란 겁니다. 그러고 보니 그의 인생의 단편이 담긴 책 'But beautiful' 속 그의 모습을 본 이후부터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것 같습니다.  

우직하게 걸어온 그의 건반. 그를 본 적 없지만 그가 햇살이 들어오는 조용한 거실에서 묵묵히 피아노 건반을 두드리는 모습이 떠오릅니다. 그가 앉아 있는 피아노 방 창문 밖에는 레몬빛 햇살로 찬란합니다. 방안에는 오직 그 뿐이죠. 가족들이 집안에 있다고 하더라도 그 방 만은 오롯이 그 뿐입니다. 그는 아무 말도 없이 그저 건반을 하나하나 두드립니다. 세상은 봄이 왔다고 떠들썩 하더라도 방 속의 그는 셔츠에 두툼한 재킷을 걸치고 있지요. 

아무리 복잡한 일이라도 조금 멀리 떨어져 생각하면 왠지 나의 일이 아닌 것 처럼 느껴지기도 하지 않습니까. 그리고 차분히 생각을 정리하다보면 어느덧 그렇게 복잡한 일로 느껴지지 않아집니다.

상황을 지긋이 눌러 생각해 보고 꾹꾹 되짚어 봅니다. 사건을 하나하나 떼어 내고 골조를 남긴 후 차곡차곡 조립해봅니다. 텔로니어스 몽크의 피아노를 따라가다면서 바깥의 레몬빛 햇살과 떠들썩한 상춘객들의 분위기와 더 멀어지지 않는 겁니다. 물끄러미 바라봐 볼까요.

"햇살이 거기 있구나."

묵묵히 현실을 받아들입니다.

"그래. 나는 지금 꼭 봄날의 중간에 있지는 않아." 

이윽고, 서글픔을 느끼기보다 객관적인 시간감각을 회복합니다. 

"늦으면 어떻습니까. 천천히 여름을 기다리겠습니다. Everything happens to me."

 

Thelonious Monk의 Alone in San Fancisco 앨범 링크를 보내드립니다. 처음부더 쭉 들어보시기를 권합니다만 시간이 없으시다면 Track A4 : Everything happens to me 부터 듣는 것도 좋습니다. 

 

Alone in San Francisco - Thelonious Monk

Tracks:

A1 Blue Monk 00:00
A2 Ruby, My Dear 03:44
A3 Round Lights 07:41
A4 Everything Happens To Me 11:16
A5 You Took The Words Right Out Of My Heart 16:54
B1 Bluehawk 20:57
B2 Pannonica 24:35
B3 Remember 28:26
B4 There's Danger In Your Eyes, Cherie 31:08
B5 Reflections 35:28

 

오랜만에 돌아와 난데없이 요상한 봄타령을 해서 죄송합니다.

확실히 어딘가 지쳤던 모양입니다.

그래도 전 긍정적이니까 다음 주엔 좀 더 활기찬 마음으로 돌아오도록 하겠습니다. 😁

 

 

오늘도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우리 같이 들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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