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론에 앞서 전제를 세 가지 전제하겠습니다.
1. 문제의 중심은 '경험 없는 사람'보다 '정의되지 않은 직책'입니다.
상담실장이 총괄을 맡아 실패하는 경우, 원장도 총괄의 범위와 권한을 정하지 않고 직함만 넘긴 경우가 많습니다. 범위가 없으면 경험 많은 실장도 구멍을 냅니다. 그래서 레터의 절반을 원장이 해야 할 일에 할애했습니다.
2. '감추는 실장', '부정적 리더십'은 성향 문제이기도 하지만 구조의 산물이기도 합니다.
모른다고 말하면 무능해 보이고, 들키면 혼나는 구조에서는 감추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입니다. 그래서 개인을 고르는 것보다 말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데 무게를 뒀습니다.
3. 겸직에는 구조적 충돌이 있습니다.
상담실장 급여가 상담 매출에 연동돼 있으면, 관리 업무에 쓰는 시간은 본인에게 손해입니다. 이걸 손대지 않으면 관리는 늘 뒤로 밀립니다. 대부분의 글이 이 부분을 놓칩니다.
반론도 하나 넣었습니다. 10인 미만이라면 '총괄'이라는 자리 자체가 필요 없을 수도 있습니다. 원장이 운영 결정을 쥐고 원무·상담을 담당별로 나누는 방식이 더 나을 때가 있습니다. 이 부분은 레터 말미에 짧게 언급하겠습니다.
"실장님"이라는 직함만 넘기지 마세요
작은 병원에서 총괄실장을 따로 뽑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상담하는 직원에게 "이제 실장님이 전체 좀 봐주세요"라고 맡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몇 달 뒤 이런 일이 생깁니다. 직원들은 "실장이 실무를 하나도 모른다"고 불만이고, 원장은 마감이나 재고, 스케줄에서 계속 구멍이 나 답답합니다. 운이 나쁘면 실장이 모르는 걸 감추거나 직원들을 누르는 방식으로 버티고, 직원들이 하나둘 그만둡니다.
이건 사람을 잘못 골라서만 생기는 일이 아닙니다. 상담과 총괄은 완전히 다른 일이기 때문입니다. 상담은 본인이 잘하면 되는 일이고, 총괄은 다른 사람이 일을 잘하게 만드는 일입니다. 여기에 원무, 청구, 노무, 구매처럼 상담실에서는 볼 일이 없던 지식까지 필요합니다. 직함은 하루 만에 바뀌어도, 이 차이는 하루 만에 메워지지 않습니다.
'총괄'을 정의하세요
"전체 좀 봐주세요"는 업무 지시가 아닙니다. 병원 운영 업무를 쭉 적은 뒤 세 칸으로 나눠 보세요.
- 지금 넘길 일: 예를 들어 직원 스케줄 조정, 비품 발주
- 3개월 뒤 넘길 일: 예를 들어 신입 교육, 근태 관리, 채용 면접 참여
- 원장이 계속 가질 일: 예를 들어 급여 결정, 징계, 최종 채용
결정 권한도 구체적으로 적어 보세요.
"비품은 ○○만 원까지 실장 재량", "스케줄 변경은 실장이 정하고 원장에게 공유"처럼요.
이 작업을 하다 보면 원장님 본인도 운영 업무를 다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다면 실장과 함께 파악하는 것부터 시작하시면 됩니다. 정의하지 않은 일은 넘길 수도 없습니다.
한 번에 다 넘기지 마세요
첫 달은 '운영 파악' 기간으로 잡으세요. 하루 마감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청구는 누가 어떻게 하는지, 재고는 어디서 새는지를 실장이 직접 보고 정리하게 하세요.
이때 정리한 내용을 운영 매뉴얼로 남기게 하면 일석이조입니다. 실장은 병원 전체를 배우고, 병원에는 문서가 남습니다.
권한은 2~3개월에 걸쳐 단계적으로 넘기세요. 한꺼번에 넘기면 구멍이 동시에 여러 곳에서 터집니다.
"모른다"고 말할 수 있는 시간을 고정하세요
일주일에 30분, 원장님과 실장 둘만의 시간을 정해 두세요. 진료가 바빠도 이 시간은 빼지 마세요. 안건은 두 가지면 충분합니다. "이번 주에 막힌 것"과 "다음 주에 결정할 것."
그리고 첫 시간에 원장님이 먼저 말해 주세요. "처음 맡은 일이니 모르는 게 당연하다. 모르는 걸 숨기는 게 문제다."
실장이 구멍을 감추는 건 대개 성격 때문이 아니라 "들키면 혼난다"는 계산 때문입니다. 계산이 바뀌면 행동도 바뀝니다.
상담과 관리가 서로 시간을 뺏지 않게 하세요
상담실장 급여가 상담 실적에 묶여 있다면, 관리 업무에 쓰는 시간은 실장 개인에게 손해입니다. 그러면 관리는 자연히 뒤로 밀립니다.
방법은 몇 가지입니다.
- 관리 수당을 따로 책정하기
- 평가 항목에 관리 지표(직원 이탈, 마감 오류 등)를 넣기
- 초기 몇 달은 상담 목표를 조금 낮춰 주기
무엇이든 "관리도 일이다"라는 것이 급여 구조에서 보여야 합니다.
권한은 직원들 앞에서 넘기세요
전체 회의에서 "앞으로 스케줄과 발주는 실장님이 결정합니다"라고 원장님이 직접 말해 주세요.
그 다음이 더 중요합니다. 실장의 결정을 직원들 앞에서 뒤집지 마세요. 이견이 있으면 따로 이야기하시면 됩니다. 직원이 실장을 건너뛰고 원장님께 바로 오면 "그건 실장님과 먼저 이야기해 보세요"라고 돌려보내 주세요. 원장님이 이 우회로를 열어 두면, 실장의 권한은 한 달 안에 무너집니다.
실장이 혼자 다 알 필요는 없습니다
노무, 세무, 청구처럼 전문 지식이 필요한 부분은 거래하는 노무사·세무사에게 실장이 직접 물어볼 수 있도록 연결해 주세요. 청구나 원무 교육, 다른 병원 실장들과 정보를 나눌 수 있는 자리도 큰 도움이 됩니다.
총괄실장에게 필요한 것은 모든 답을 아는 능력이 아니라 답을 어디서 구할지 아는 능력입니다.
위험 신호는 일찍 보세요
이런 신호가 보이면 점검할 때입니다.
- 실장의 보고가 눈에 띄게 줄어든다
- 직원들이 실장을 피해 원장님께 직접 온다
- 그만두는 직원들이 비슷한 이유를 말한다
- 특정 직원과만 일이 돌아간다
분기에 한 번 정도는 원장님이 직원들과 짧게 개별 면담을 하세요. 질문은 실장 평가가 아니라 병원 운영에 대한 것으로 하시고, 이런 면담을 한다는 사실을 실장에게도 미리 알려 두세요. 몰래 하는 확인은 신뢰를 깹니다.
처음부터 '돌아갈 길'을 열어 두세요
"6개월 동안 해 보고, 맞지 않으면 상담실장으로 돌아가도 괜찮다"고 시작할 때 합의해 두세요.
실패해도 체면이 깎이지 않는다는 걸 알면, 실장이 무리해서 버티거나 감출 이유가 줄어듭니다. 원장님 입장에서도 잘못된 인사를 되돌릴 수 있는 출구가 생깁니다.
경력으로 보이게 해 주세요
실장이 만든 매뉴얼, 개선한 업무 흐름, 직접 교육한 신입을 기록으로 남기게 하세요. 6개월과 1년 시점에는 함께 돌아보는 자리를 가지세요. 그 기록이 직함과 급여에 반영되면, 실장에게 이 자리는 '떠맡은 일'이 아니라 '경력'이 됩니다. 그리고 그 기록은 그대로 병원의 운영 자산으로 남습니다.
덧붙여, 누구에게 맡길지에 대해
상담 매출 1등이 반드시 적임자는 아닙니다. 다음과 같은 사람을 눈여겨보세요.
- 동료들이 모르는 걸 물으러 가는 사람
- 기록하는 습관이 있는 사람
- 숫자를 보는 걸 피하지 않는 사람
- 갈등이 생겼을 때 편을 가르지 않는 사람
외부에서 뽑는 경우라면 면접에서 이렇게 물어보세요.
"다른 직원에게 일을 가르쳐 본 경험이 있나요?" "실수를 윗사람에게 먼저 보고해 본 적이 있나요?" 상담 실력보다 이 답이 총괄 역량을 더 잘 보여줍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생각해 보실 만한 질문이 있습니다. 직원 다섯 명 남짓한 병원이라면, 굳이 '총괄'이라는 자리를 만드는 것보다 원장님이 운영 결정을 쥐고 원무와 상담을 담당별로 나누는 편이 더 단순할 수도 있습니다. 총괄실장은 원장님이 넘길 일이 분명할 때 비로소 필요한 자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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