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근 시간은 9시인데 출근 기록은 9시 4분, 9시 6분입니다. 한가한 시간이면 휴대폰을 봅니다. 환자가 들어와도 인사가 작고 표정이 어둡습니다. 하나하나는 작은 일입니다. 그래서 말하기가 애매합니다. 말하면 "그 정도로 뭘" 싶은 사람이 될 것 같고, 말하지 않으면 원장님 속에 쌓입니다.
그러다 어느 날 터집니다. 대개는 그날 다른 일로 이미 지쳐 있던 날입니다. 그리고 직원은 이렇게 받아들입니다. "어제도 늦었는데 아무 말 안 하더니, 오늘은 왜?"
원장님이 거슬리는 게 잘못은 아닙니다. 지각과 근무 중 휴대폰은 실제로 병원 운영에 영향을 줍니다. 문제는 기준 없이 말하면, 지적이 원장님의 기분으로 읽힌다는 것입니다. 같은 지각을 어떤 날은 넘어가고 어떤 날은 혼내면, 직원은 기준이 아니라 원장님의 표정을 읽기 시작합니다.
이번 편은 말하기 전에 기준을 만드는 방법, 그리고 그 기준으로 지적에서 경고까지 가는 단계입니다.
왜 수칙이 먼저인가
문서로 된 근무 수칙이 있으면 세 가지가 달라집니다.
- 지적이 개인적인 일이 아니게 됩니다. "원장님이 저를 싫어해서"가 아니라 "병원 기준이 이래서"가 됩니다. 원장님도 감정을 빼고 말할 수 있습니다.
- 성실한 직원이 보호받습니다. 매일 정시에 출근하는 직원은 늦는 동료를 보면서 "나만 손해"라고 느낍니다. 기준이 없으면 가장 먼저 지치는 사람은 잘 지키는 직원입니다.
- 나중에 판단할 근거가 생깁니다. 반복되어 경고나 징계까지 가게 되면, 미리 알린 기준이 있어야 합니다. 말로만 전한 기준은 "들은 적 없다"로 끝납니다.
상시 근로자가 10명 이상인 병원은 취업규칙을 만들어 신고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보다 작은 병원은 의무는 아니지만, 한 장짜리 근무 수칙만으로도 같은 역할을 상당 부분 할 수 있습니다.
실행 1. 근무 수칙을 한 장으로 만드세요
길면 아무도 읽지 않습니다. 원장님이 실제로 거슬렸던 일, 앞으로 말해야 할 일만 담아 한 장으로 만드세요.
근무 수칙 예시 (병원에 맞게 고치세요)
| 항목 | 기준 |
|---|---|
| 출근 | 정해진 시각까지 출근 기록. 늦을 것 같으면 출근 시각 전에 원장님 또는 실장에게 전화로 알린다. |
| 휴대폰 | 데스크와 진료 공간에서는 개인 휴대폰을 쓰지 않는다. 개인 용무는 휴게시간에 휴게 공간에서. 가족 일처럼 급한 연락은 미리 말하고 받는다. |
| 자리 비움 | 데스크를 비울 때는 대신 볼 사람에게 알리고 간다. |
| 환자 맞이 | 환자가 들어오면 하던 일을 멈추고 고개를 들어 인사한다. 접수할 때는 환자 이름을 부른다. |
| 복장 | 유니폼과 명찰 착용. |
| 연차·조퇴 | 연차는 ○일 전, 조퇴는 당일 오전까지 신청. 신청 방법은 ○○로 통일. |
| 환자 정보 | 환자 화면이나 서류를 개인 휴대폰으로 찍거나 외부에 보내지 않는다. |
업무에 병원 메신저를 쓰는데 그게 직원 개인 휴대폰에 깔려 있다면, 휴대폰 규칙은 지키기 어렵습니다. 이 기회에 업무용 기기를 따로 두는 것을 검토하세요. 규칙을 지킬 수 있는 환경을 먼저 만들어야 규칙이 힘을 가집니다.
표정은 수칙이 아니라 행동으로 쓰세요
"밝게 응대한다", "표정 관리"는 수칙에 쓰지 마세요. 기준이 모호해서 지키는 사람도 지적하는 사람도 판단할 수 없습니다. 표정 자체를 요구하는 것은 직원에게 감정을 관리하라는 요구로 받아들여지기도 합니다.
대신 보이는 행동으로 쓰세요. 위 예시의 '환자 맞이'처럼, 하던 일 멈추기, 고개 들기, 인사하기, 이름 부르기는 누가 봐도 했는지 안 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친절을 행동으로 정의하는 방법은 '불친절 리뷰'를 다루는 편에서 더 자세히 다룹니다.
행동은 지키는데 표정이 계속 어둡다면, 그건 수칙 위반이 아니라 따로 이야기해 볼 신호입니다. 일이 버거운지, 동료와 문제가 있는지, 그만둘 생각을 하고 있는지. 이때는 지적이 아니라 질문으로 시작하세요. "요즘 좀 힘들어 보여서요. 괜찮아요?"
실행 2. 지적에서 경고까지, 단계를 정해 두세요
수칙을 어겼을 때 원장님이 어떻게 할지도 미리 정해 두세요. 단계가 있으면 원장님은 그날 기분과 상관없이 같은 반응을 할 수 있고, 직원은 다음에 무슨 일이 생길지 압니다.
| 단계 | 언제 | 어떻게 | 원장님이 할 말 |
|---|---|---|---|
| 0. 공지 | 수칙을 정했을 때 | 전 직원에게 설명하고 확인 서명을 받습니다 | (아래 '직원에게 발표하는 법' 참고) |
| 1. 짧은 지적 | 처음 어겼을 때 | 그 자리가 아니라 따로, 짧게. 사실과 기준만 말합니다 | "오늘 9시 7분에 출근했어요. 늦을 땐 미리 전화 주기로 했죠. 다음엔 꼭 연락 주세요." |
| 2. 면담 | 반복될 때 (예: 한 달에 3번) | 시간을 따로 잡고, 날짜를 기록합니다 | "이번 달에 세 번 늦었어요. 무슨 사정이 있는지 먼저 듣고 싶어요." |
| 3. 서면 경고 | 면담 뒤에도 반복될 때 | 날짜, 어긴 내용, 기준, 다음 조치를 문서로 전달합니다 | "말로 두 번 이야기했는데 계속돼서, 이번엔 문서로 드려요." |
| 4. 징계 | 서면 경고 뒤에도 계속될 때 | 취업규칙이나 근로계약에 정한 절차를 따릅니다 | 노무 전문가와 먼저 상의하세요 |
2단계 면담에서 "사정을 먼저 듣는" 이유가 있습니다. 반복되는 지각 뒤에는 가족 돌봄, 통근 거리, 건강 문제가 있는 경우가 꽤 있습니다. 사정이 있다면 출근 시간을 30분 조정하는 것만으로 해결될 수도 있습니다. 사정이 없다면, 그때는 기준을 지켜 달라고 분명히 말하면 됩니다. 면담 진행 방법은 '같은 실수가 세 번째 나왔을 때' 편과 같습니다.
하면 안 되는 벌칙
원장님들이 흔히 생각하는 방법 중에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는 것들이 있습니다.
- "지각 3번이면 하루치 월급 공제": 늦은 시간만큼 임금을 주지 않는 것은 가능하지만, 그 이상을 벌금처럼 깎는 것은 감급 제재에 해당합니다. 취업규칙에 근거가 있어야 하고, 법이 정한 한도도 있습니다.
- "지각하면 연차에서 깎기": 직원 동의 없이 연차를 차감하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 "다른 직원들 앞에서 공개 지적": 법 이전에, 지적의 목적을 망칩니다. 당사자는 반성보다 창피함을 기억하고, 다른 직원들은 불안해집니다.
실행 3. CCTV로 확인하고 싶어질 때
원장님이 진료실에 있는 동안 데스크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궁금해지면, CCTV를 돌려 보고 싶어집니다. 이해되는 마음입니다. 하지만 CCTV는 근태 관리 도구로 쓰지 마세요.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법적으로 걸리는 부분이 있습니다
- 녹음 기능은 쓰면 안 됩니다. 대기실이나 데스크처럼 환자가 드나드는 곳에 설치한 CCTV는 녹음 기능을 쓸 수 없도록 되어 있습니다. 음성까지 녹음되는 제품이라면 설정을 확인하세요.
- 설치 목적 밖으로 쓰면 문제가 됩니다. 병원 CCTV는 보통 시설 안전, 도난 방지, 환자 안전을 목적으로 설치합니다. 그 영상을 직원 근태 감시에 쓰는 것은 목적 외 이용으로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 직원을 비추는 CCTV라면 직원에게 알려야 합니다. 어떤 목적으로, 어디를 찍는지 미리 알리고 확인을 받아 두세요.
신뢰가 무너집니다
직원들은 CCTV가 어떻게 쓰이는지 생각보다 잘 압니다. "어제 3시 10분에 휴대폰 봤죠?"라는 말을 한 번 들은 직원은 그날부터 카메라를 의식하며 일합니다. 일하는 척은 늘고, 원장님에 대한 신뢰는 줄어듭니다. 그 이야기는 다른 직원들에게도 금방 퍼집니다.
그럼 어떻게 할까요
- 근태는 출퇴근 기록기로 봅니다. 지각은 기록으로 충분히 확인됩니다.
- 근무 중 행동은 수칙과 단계로 다룹니다. 원장님이 직접 본 것, 기록으로 남은 것으로 이야기합니다.
- CCTV는 사건이 있을 때만 봅니다. 도난, 환자와의 분쟁, 폭언처럼 확인이 필요한 일이 생겼을 때, 목적에 맞게 열람하고 언제 누가 봤는지 기록해 두세요.
직원에게는 이렇게 말해 주세요
가장 피해야 할 것은 특정 직원 때문에 만든 수칙처럼 보이는 것입니다. 한 사람의 지각이 계기였더라도, 수칙은 전 직원에게 같은 자리에서 발표하세요. 그 직원을 바라보며 설명하는 것도 피하세요.
"그동안 병원 기준이 말로만 있어서, 사람마다 다르게 알고 있었던 것 같아요. 한 장으로 정리했어요. 앞으로는 저도 이 기준대로만 이야기할게요. 일주일 동안 읽어 보고 고칠 부분이 있으면 말해 주세요."
일주일 동안 의견을 받는 이유는, 직원이 지킬 수 없는 기준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입니다. 예를 들어 오픈 준비 때문에 출근 기록을 미리 해야 한다면, 그건 출근 시각 자체를 다시 봐야 할 문제입니다. 의견을 반영한 최종본에 확인 서명을 받으면 더 좋습니다.
원장님이 지킬 것
수칙은 직원만의 것이 아닙니다. 원장님이 지키지 않으면 일주일 만에 무너집니다.
- 예외를 두지 마세요. 오래 일한 직원, 손이 빠른 직원, 원장님과 가까운 직원도 같은 기준입니다. 예외가 하나 생기면 수칙은 "원장님 마음에 드는 사람은 괜찮은 것"이 됩니다.
- 기분 따라 넘어가지 마세요. 바쁜 날 넘어간 지각은 다음 지적의 근거를 약하게 만듭니다. 그날 바로 못 하면, 다음 날이라도 짧게 짚으세요.
- 잘 지키는 직원을 알아봐 주세요. "한 번도 안 늦어 줘서 고마워요" 한마디가 수칙을 벌칙이 아니라 기준으로 만듭니다.
한 달 뒤에 확인할 것
- 전 직원의 확인 서명을 받았는가
- 수칙을 어긴 일에 매번 같은 단계로 대응했는가
- 예외를 둔 직원이 있었는가
- 직원이 지킬 수 없다고 말한 항목이 있었다면, 고쳤는가
다음 편 예고
데스크 앞에서 환자가 고함을 지릅니다. 진료실에서는 하지 못한 말을 데스크 직원에게 쏟아냅니다. 원장님은 진료 중이고, 직원은 혼자 그 자리를 버팁니다. 다음 편은 폭언 환자, 원장은 언제 나서야 하나를 다룹니다. 직원 혼자 감당하지 않게 하는 대응 절차와, 원장님이 개입할 기준을 정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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