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레터#57 | 다른 선택이 가능할까요? / 장재열

저는 뭘 고르는데 매우 오래 걸립니다. 날이 더우니 슬리퍼를 하나 살까 싶어 네이버 쇼핑이라도 들어가면 한 세시간은 머무는 것 같아요. 쇼핑만 그런 게 아니에요. 어떤 결정을 하려고 하면 이런 경우, 저런 경우, 또 다른 경우를 생각하느라 시간을 다 보내버립니다.

그런데 의외로 매우 중요한 일을 결정하는 건 매우 빨리 결정해버리는 것 같아요. 처음 회사를 그만뒀을 때가 삼십대 초반이었는데요, 그땐 뭐 어떻게든, 그러니까 이직을 하든 프리랜서로 일하든 뭐라도 되겠거니 싶었어요. 하지만 대략 6개월은 고생했습니다. 한 달에 버는 돈에 맞춰서 라이프스타일을 바꾸는데 그 정도 걸렸던 기억이 나네요.

가끔 다른 일을 하고 싶다, 다른 길을 가고 싶다는 사람들을 만나요. 그때 저는 딱히 뭐라 해줄 얘기가 없어서 조금은 난처한데요. 제 경우는 그저 2006년에나 가능했던 사례라고 보기 때문이에요. 2021년에는 그에 맞는 방법이 있을 겁니다. 그에 대해 장재열 작가가 약간의 힌트를 주는 글을 보내줬습니다. 구독자님, 함께 읽어요.

오늘 첫 곡은 나탈리 머천트의 "Wonder"입니다. 1996년의 곡인데 빌보드 싱글차트 20위까지 찍었던 히트곡이에요. 이 노래는 나탈리 머천트가 청년 시절에 장애인들과 함께 자란 경험에서 나온 곡인데요, '장애=부족'이라는 시선을 '원더', 즉 '특별함'이라는 인식으로 바꾸는데 기여한 곡이기도 해요.

2017년 줄리아 로버츠가 제작하고 출연한 영화 <원더>와 직접적인 연결고리가 있는 음악이기도 해요. (영화의 원작 소설이 이 노래에서 모티프를 받아 쓰여졌거든요)

완전히 다른 분야로 옮겨가기 / 장재열

여러분도 그런 생각을 하시나요? 에일리의 노래처럼 보여줄게 완전히 달라진 나. 뭐 그런 생각 말입니다. 이게 무슨 아내의 유혹 눈 밑에 점찍는 소리냐고요? 전신성형 뭐 그런 이야기는 아니구요, 직업 정체성을 한번 확 바꾸고 싶다! 이런 생각 하실 때 있지 않냐는 질문이었습니다.

제 주변에서는 꽤 자주 듣는 이야기거든요. 제가 올해로 서른 일곱이니, 친구들도 대부분 사회생활 10~15년 차가 주를 이룹니다. 인생 선배들 말로는 한 번은 매너리즘이 올 때 라고들 하더라고요. 한 길만 파기를 10년이면, 그럴만도 하지요?

사람들마다 이유는 제각각입니다. 상담을 하다보면 대략 다섯 부류 정도로 나눠지는데요.

정도입니다.

저도 생각을 해요. 다른 일을 하고 싶다고. 저는 위 다섯 이유 중에 네 번째 케이스가 메인, 두 번째 케이스가 서브에 해당되는데요. 디자인학도로 12년을 살아왔지만, 우연히 우울증을 겪다가 자의반 타의반으로 상담이라는 길에 들어섰는데, 생각보다 너무 잘(?)되서 되돌아가지 못한 게 벌써 9년차입니다. 물론 보람도 있고, 적성에도 맞는 듯 하지만 ‘다른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은 늘 한켠에 있었지요.

그렇지만 시도를 빠르게 하지는 않습니다. 왜냐고요? 동종업계 이직을 제외한, 이종업계 이직이나 창직, 창업은 ‘상상은 자유롭게, 계획은 치밀하게’라는 철칙을 갖게 되었거든요. 상담을 하면서 많은 분들이 ‘쿨하게 떠나 갔다가 오히려 몸값만 더 낮춰 업계로 되돌아온’ 자신을 한탄하는 경우들을 보다보니 생긴 결론입니다.

2018년에 저는 퇴사자 11,000여 명의 심리정서적 상태와 그 이후의 삶을 추적하고 분류하는 연구 논문 작업을 진행했는데요. 그 때, 한 가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탈주(?)에 성공한 사람들은 얼마나 걸렸을까?’ 그래서 100명만 추려서 물어보았지요. '완전히 다른 분야로 가서, 예전만큼 버는데 얼마의 시간이 걸리셨나요?'라고요.

평균 값은 얼마였을까요? 30개월이었습니다. 꽤 길지요? 창업이냐, 창직이냐, 이직이냐에 따라 디테일은 다르기도 했습니다만, 휴식과 재충전, 새로운 분야에 대한 학습과 시뮬레이션 경험 등등을 합산하고 보니, 크게 과도한 기간도 아니더라고요.

저 역시도 탈주의 충동이 들 때 마다 생각합니다. ‘나에게 최소 30개월 먹고 살 돈이 있는지?’라고요. 그리고 노트북을 켭니다. 30개월 커리어 플래너를 작성하기 위해서이지요. 지금의 일을 그만 둔 후, 30개월 동안 매 달 무엇을 하면서 최종 목표 방향에 도달할 수 있을지 시뮬레이션을 해 보는 겁니다. 엑셀을 채 5칸도 못 채우는 것을 보면서, ‘두루뭉술한 환상뿐이니, 아직은 때가 아니구나.’라는 생각으로 탭을 닫습니다.

지금, 눈 밑에 점을 찍고픈 분들이 계시다면 한번 생각해보죠. 무엇을 하고 싶은지? 아뇨. 그런 막연한 생각 말고 경제적으로 그만큼의 시간을 버틸 수 있을지, 또는 다른 영역으로 넘어가는데 도움이 될 브릿지 직업이 있는지... 무엇보다 디테일한 계획을 세울만한 구체적인 그림이 있는지 말입니다. 

다음 레터에서는 이 30개월의 계획을 세운 사람들, 그리고 그들이 어떻게 방향을 설계해서 어떤 모습으로 삶의 형태를 바꾸었는지, 상담사례와 함께 자세한 이야기를 해보도록 할게요! | 장재열 (청춘상담소 좀놀아본언니들 대표)

장재열 작가의 글을 읽으면서 '준비'란 뭘까, 생각해봤습니다. 다음 단계로 넘어가거나, 다른 장으로 넘어가기 위해 반드시 치밀한 준비가 필요한 건 아닐 겁니다. 다만 여러모로 재어볼 필요는 있겠죠? 다음 글이 정말 궁금해집니다. 😁

오늘 끝 곡은 연주곡이에요. 1974년에 데뷔해서 1977년까지 활동한 더 브라더스의 대표곡 "Are You Ready For This"입니다. 당시 뿐 아니라 2000년 초반까지도 잘 선곡되던 디스코-소울 넘버인데요, 요즘처럼 무더운 밤엔 차라리 이런 음악을 들으면서 운동을 하든 춤을 추든 몸을 움직이는 게 좋을 것 같기도 해요.

그러면 구독자님, 준비됐나요~? 

오늘 밤도 자신에게 주파수를 맞추시길 바랍니다.  

📻밤레터의 미드나잇 선곡표

※TMI.FM 유튜브 구독자가 드디어 1천명이 넘었습니다!! 그래서 '커뮤니티' 탭이 생겼는데요, 종종 여기다가 나누고 싶은 소식들도 남겨볼게요.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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