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카드의 기쁨과 슬픔(7) | '반포자이 포카'를 아시나요

‘덕질’은 경험이고 '덕후'는 그 경험에 뛰어드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이 분야는 실제로 경험한 사람들의 얘기가 중요합니다. '포토카드의 기쁨과 슬픔'은 한결같이 nn년째 'SM 덕질'을 고집해 온 핑크블러드의 포카 체험기입니다. 

지난번 글에서는 포토카드 가격이 왜 높아지는지 이야기했다. 데뷔 초부터 ‘됐다!’ 할 만큼 포카를 잘 찍거나, 덕후의 심금을 울리는 포인트를 잘 잡는 경우, 혹은 점점 실력이 좋아지는 성장형일 경우에 팬들의 사적 거래에서 쓰이는 이른바 ‘시가’가 높다고 썼다. 다만 이 사례들은 경험에 따른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생각이니 어느 정도 걸러 들어도 좋을 것 같다.

포카판에서 아주 높은 가격을 호가하는 포카를 ‘반포자이’에 비유한다. 네이버 부동산에 ‘반포자이’를 검색하니 매매가 24~82억 사이고 최근 실거래가가 72억이라고 한다. 당연히 포카가 그렇게까지 비싸진 않지만, 갖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아서 자연스럽게 가격이 올라가, 보통 포카 시세보다 월등히 높은 포카를 의미한다. 

구글에 ‘반포자이 포카’를 치면 알 만한 아이돌의 얼굴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이외에도 최고급 주택 매매가에 비견할 만큼 비싼 포카라는 의미로 ‘트리마제’, ‘한남더힐’이라는 수식어가 붙기도 한다. 유사어로 ‘갈망 포카’, ‘레전드 포카’라는 표현도 있다.

‘롯팸 정국’, ‘핫팩 예린’, ‘볼콕 아이린’, ‘토끼 백현’, ‘젤리 휴닝’, ‘하키 제노’, ‘눈물 윈터’ 등 해당 포카의 특징이나 매력 포인트에서 착안한 별칭도 있다.

‘반포자이’에 비유되는 포카의 가치는 당연히 ‘희귀함’에서 온다. 평소 포카장인이라고 불리는 실력자들도 ‘반포자이’급 포카는 소수다. 너무 예쁘고 멋져서 수요가 높은 와중에 앨범 판매까지 (일시)중단됐다면 가격은 더 높아지거나, 높은 가격대가 오랫동안 유지된다.  

하지만 포카 가격은 전반적으로 떨어지고 있는 것 같다. 내가 덕질하는 가수의 경우는 그렇다. 왜 그럴까? 앨범 포카로만 한정하면 일단 매물이 많기 때문이다. 요즘은 음반을 좀 잘 판다 싶으면 100만장씩 판다. 200~300만장을 파는 가수들도 있다. 

그러니 시중에 앨범이 많고 그 앨범에 딸린 포카도 많다. 공급이 늘어나니 가격이 떨어지는 원리다. 예전에는 웬만한 인기 포카는 4~5만원을 가볍게 넘었다면, 요즘은 1~2만원대도 많고 1만원대 이하 포카도 적지 않다.

또한 시간이 지나면서 가격이 조금씩 떨어지기도 한다. 포카 가격은 앨범 발매 직후가 가장 높다. 대부분의 팬들은 컴백 전후로 앨범을 매우 열정적으로 사는데, 그 ‘초반’에 포카 수요도 급등한다. 개인 간 거래에서 포카를 비교적 저렴하게 사고 싶으면 조금 기다리는 것을 추천한다. 요즘처럼 앨범 포카가 풍년인 상황에서는 1/2로 가격이 떨어지는 것쯤이야 흔한 일이다.

물량 문제가 아니라 포카의 주인공 때문에 가격이 떨어지는 경우도 왕왕 있다. 사회면에 날 정도로 물의를 빚었다거나, 그 정도는 아닐지라도 언행 문제로 구설수에 오르면 가격은 곤두박질친다. 

그래서 탈덕한 덕후들은 헐값에 포카를 처분하려고도 한다. 포카의 주인공들의 이미지와 평판이 나빠진 이상, 그런 포카를 원하는 사람도 줄어들기 마련이라 제아무리 저렴한 가격으로 나와도 아예 안 팔리는 경우가 벌어지기도 한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당근마켓 등 중고 장터에서 무료 나눔을 하거나, 다른 포카를 팔 때 덤으로 얹어주기도 한다. 한때 돈으로도 환산되던 것이 평판 때문에 아무런 가치도 지니지 못하게 되는 셈이다. | 핑크블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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