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레터 | "막고 품어라, 낚시질 하지 말고."- 양승우

말많고고독한DJ 클럽

양승우 작가는 1966년 정읍에서 태어나 10~20대를 건달과 일용직 노동자를 오가며 살다가 서른살인 1996년, 불현듯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사진예술전문학교(2000)를 거쳐 도쿄공예대학(2004)과 대학원(2006)에서 미디어아트 박사전기과정을 수료했습니다.

저는 <청춘길일>(2016)로 양승우 작가의 사진을 접했는데요, 나오는 인물들이 모두 작가의 친구들이자 조폭들입니다. 다음 해인 2017년 일본에서 발간된 <신주쿠 미아>는 사진계의 나오키상(直木賞)으로 불리는 도몬켄문화상(土門拳文化賞)을 외국인 최초로 받은 작품집인데, 이 상은 리얼리즘을 추구하는 사진가에게 수여하는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신주쿠 미아>는 1998년부터 2016년까지, 18년 간 가부키초 거리에서 야쿠자, 노숙인, 사람들을 찍은 사진집입니다.

홈리스 생활을 하면서 거리의 일상을 찍은 <너는 저쪽 나는 이쪽>도 유명하지만 한국에 출간되진 않았습니다. 최근작은 2020년, 호스트바에 밀려 62년 된 역사에 종지부를 찍은 도쿄 최후의 카바레를 담은 <마지막 카바레>입니다.

<신주쿠 미아> | 양승우, 2017

<청춘길일> | 양승우, 2016

<마지막 카바레> | 양승우, 2021

사실 양승우 작가의 사진을 '즐기기'란 쉽지 않습니다. 평범한 사람들에겐 보이지 않는 삶의 안쪽을 겨누므로 관음적이고, 그래서 계급적이고 정치적입니다. 찍는 쪽과 찍히는 쪽의 관계 때문이 아니라, 그 둘 사이에 우리(독자)가 끼어들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러한 사진집을 들출 때마다, 인터넷 쇼핑하는 마음이 들까봐, 매우 예민하고 조심스러워집니다.

<나의 다큐사진 분투기> | 양승우, 2020

그런데 최근 그의 에세이를 읽었습니다. 서문에서 작가는 가볍게 읽어달라고 부탁하지만, 역시나 결코 가볍게 읽기 어려운 이야기들도 꽤 나옵니다. 일상적인 폭력에는 늘 피해자들이 있으니까요. 하지만 그럼에도 강한 여운이 남는 에세이였습니다. 왜일까요. 매우 솔직하기 때문입니다. 가치 판단에 앞서 중요한 건 자기 자신을 그대로 바라보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나의 다큐사진 분투기> 서문

책의 서문에서 작가는 "어중간하게 튀어나온 돌은 정에 맞아도, 아주 많이 튀어나와 버리면 절대 정을 맞지 않는다. 오히려 튀어나온 부분을 살리려 할 것이다."라고 말합니다. 저도 종종 비슷한 얘길 들었습니다. 어중간하면 망합니다.

그런데 책의 말미에 이르러서는 "막고 품어라. 낚시질하지 말고..." 라고 합니다. "막고 품으면 허리도 아프고 팔다리도 힘들겠지만 참고 견디고 다 품고 나면 거기에 있는 물고기는 다 자기 것이 된다"고요.

<나의 다큐사진 분투기>

그러니까 문제는 시간입니다. 노력입니다. 말이 쉽지, 여기에는 쾌락과 고통이 공존합니다. 뭔가에 몰입하면 재밌고, 재밌어서 시간을 계속 쓰지만 그 결과를 세상이 쉽게 알아주진 않습니다. 잘 될 것 같은데 잘 안됩니다. 내가 부족하구나... 하찮구나.... 여기까지구나! 그러다가 될대로 되라는 마음도 들고, 그러다 또 세상이 원망스러워집니다. 억울합니다. 분통이 터집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빠른 길을 찾을 순 없습니다. 그딴 게 존재하지도 않고요.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아니요. 고통은 전혀 즐겁지 않습니다. 저는 그냥 견디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도망칠 수 있는 한 도망치는 게 좋습니다. 그저, 피하지 말아야 할 때가 있겠지요.

돌아보면 저도 20대와 30대를 참 고단하게 보냈습니다. 40대 초중반도 만만치 않았고, 이제 막 50대를 코 앞에 둔 지금도 별다르지 않습니다. 물론 상대적입니다. 그러나 저의 괴로움은 오직 저만의 것이니까, 뭐 어쩌겠어요. 다만 저는 요즘 '막고 품는 일'에 대해 더 생각하게 되고, 또 그래야 합니다.

우리는 어쩌면 더 외로워질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우리를 잘 몰라야 합니다. 고독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하는 밤, 저는 지금도 마감을 하고 있습니다. 써야할 글을 쓰고 있습니다. 그런데 잘 안되네요. 어설픕니다. 망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