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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병 편지

2024년 1월 27일

2025.01.27 | 조회 4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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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세일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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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키퍼 매뉴얼

바다, 항해, 세일링 요트 이야기

출항일!

마리나 경비원과 존, 이렇게 두 명이 계류줄 푸는 걸 도와주기 위해 선착장에 있었습니다. 그에 더해, 웬일인지 로베르토까지 배웅하러 나왔더군요. 여긴 조선소 사장이 나와 배웅하는 문화가 전혀 아닌데, 우리가 특별한 호감을 얻었나 봅니다. 그래서 출항을 도와줄 손이 셋이나 기다리고 있는 상태였습니다. 

좁은 공간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존이 계류줄로 뱃머리를 좀 돌린 후 줄을 던졌습니다. 나는 뱃머리에서 계류줄을 수거하고 선주는 천천히 후진하며 배를 돌렸습니다. 배가 선석을 무사히 벗어나고, 이제 뱃머리가 출구를 향했습니다. 그런데 전진 기어를 넣으면 될 타이밍에 배가 계속 멈추어 있었습니다. '느린 이안과 접안'의 열렬한 추종자 선주가 이번에도 엔진 속도를 충분히 올리지 않는 게 분명했습니다. 정리하던 계류줄을 놓고, 이번에야말로 선주의 잘못된 믿음에 경종을 울리겠노라 벼르며 콕핏으로 갔습니다. 오늘처럼 마리나 안에 바람이 있을 땐 절대로 느린 이안을 하면 안 되거든요.

그런데 콕핏에 가 보니 상황이 그게 아니었습니다. 트랜스미션이 또 먹통이라 선주가 당황하고 있었습니다. 전진 후진 테스트까지 마치고 계류줄을 풀었건만, 트랜스미션 오일 새는 문제를 잡았다고 생각했건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혹시나 하는 노파심에 오늘 아침엔 과하다 싶게 트랜스미션 오일도 넉넉히 부어 놨건만, 무슨 일인 걸까요! 선주는 급히 트랜스미션 오일을 추가하러 실내로 달려 내려가고, 나는 조타대를 이어받아 가속 레버를 한껏 당겨봤지만 기어가 헛도는듯한 소리만 요란했습니다. 

영문을 모르고 선착장에 서 있던 마리나 경비원, 존, 로베르토 세 사람과 나는 그때부터 난리 부르스를 시작했습니다. 주위엔 크고 작은 모터요트 세일요트들이 빼곡히 계류해 있는데 호라이즌스 호는 이제 본격적으로 바람에 밀려 가속하기 시작했거든요. 배가 밀려 내려갈 길목에 튀어나온 선착장 끝으로 달려간 존은 어서 계류줄을 그쪽으로 던지라고 소리쳤습니다. 아흐.. 하필 한달 반 동안 포트 쪽으로 계류하느라 계류줄 안 달려 있는 스타보드 쪽에서요. 파도 심한 날 스타보드 계류줄을 모조리 풀어서 포트 계류줄을 보강했었거든요.

반사적으로 평소 라이프라인에 매어 두는 비상용 줄을 찾았습니다. 급히 손에 잡은 가까운 줄은 하필 썩은 줄. 너무 오래되고 삭아 풀리지 않았습니다. 번개같이 콕핏 건너편 라이프라인에 달린 줄을 향해 뛰어가다 발을 헛디뎌 콕핏 안으로 넘어지고 말았습니다. 우당탕! 발목이 퉁퉁 붓고 오른쪽 가운데 손가락의 손톱에서 피가 났습니다. 부상을 입은 것 같은데 다시 배를 엔세나다로 돌릴까 고민했지만 또다시 엔세나다에 발이 묶이는 건 정말 싫었습니다. 다행히 지금은 붓기가 좀 가라앉는 추세입니다. 바다 위에 있는 며칠간 걸을 일은 없을 테니 그 사이에 회복되겠죠?

엔세나다 만을 나서려니 고래투어 보트가 네 척이나 고래의 물기둥을 둘러싸고 있더군요. 고래를 졸졸 쫒아다니며 구경하는 건 보는 사람조차 눈을 찌푸리게 합니다. 엔세나다는 고래마저 참 피곤한 동네인 것 같습니다.

출항은 소란스러웠지만 이번 목적지 거북이만Baia de Tortugas 까지 300해리 바닷길은 얌전할 예정입니다. 2월 1일부터 악천후 예보가 있지만, 아직 여유가 있으니 막심처럼 엔진 사용을 최소로 항해를 시도해 보려고 합니다. 그런데 이 맞바람은 만 밖에 나와도 계속되는군요. '순살만'.. 이 아니고 '세일만' 항해는 잠시 뒤로 미루고, 육지에서 멀어질 때까지는 어쩔수 없이 엔진 도움을 받아야겠습니다. 또 소식 전할께요. 행운을 빌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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