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풍경이 가르쳐 준 혈관 관리법

환절기 혈관관리하는 법

2026.10.27 | 조회 5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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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닥터S

낙엽이 지는 가을입니다. 오늘은 점심 식사 후에 꼭 찾는 사무실 옆 숲길을 걸었습니다. 탄천이 내려다보이는 인기 있는 벤치들은 평소 서로 앉으려고 눈치를 볼 만큼 붐비는 자리인데, 오늘은 절반이 비어 있었습니다. 세찬 가을바람에 낙엽이 우수수 떨어지고 응달은 한기가 돌아, 불과 며칠 사이에 풍경이 이렇게 달라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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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 인간사에도 별다른 노력 없이 늘 좋은 일만 생기고, 권력과 돈까지 따르는 운 좋은 사람이 있다면, 그는 겸손할 이유도, 어려울 때를 대비할 이유도, 자신을 돌아볼 이유도 느끼지 못할 것입니다. 자연은 계절의 변화로 우리에게 말해주는 것 같습니다. 영원한 것은 없으니 따뜻함을 마냥 즐기지도, 춥다고 마냥 낙심하지도 말라고요. 15분의 산책에서 이 우둔한 사람은 그 오래된 교훈을 새삼 깨닫고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그 깨달음은 몸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계절이 바뀌는 11월, 우리 몸은 생각보다 훨씬 큰 변화를 겪고 있기 때문입니다.

나무도 겨울을 앞두고 같은 일을 겪습니다. 가을이 깊어지면 나무는 잎자루 끝에 떨켜라는 얇은 막을 만들어 잎으로 가는 길을 스스로 닫습니다. 낙엽은 나무가 힘이 없어서 잎을 놓아버리는 것이 아니라, 겨울에 수분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몸을 가볍게 하는 준비입니다. 뿌리에서 가지 끝까지 물을 실어 나르는 물관, 잎에서 만든 양분을 내려보내는 체관이 나무의 혈관이라면, 나무는 그 길이 얼어붙거나 막히지 않도록 겨울 전에 세포 속 수분을 줄이고 당분을 높여 스스로를 단단히 대비시킵니다. 기온이 오르내리며 얼었다 녹기를 반복하는 시기에는 물관 속에 작은 기포가 생겨 물길이 막히기도 합니다. 큰 일교차가 혈관에도 부담이 된다는 이야기와 많이 닮아 있습니다.

 

기온이 1도 떨어질 때마다 수축기 혈압은 평균 1.3mmHg씩 오른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일교차가 10도 벌어지면 13mmHg 가까이 오르는 셈이어서, 이불 속에서 128mmHg였던 혈압이 현관문을 여는 순간 148mmHg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추운 계절에는 혈압만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닙니다. 몸이 체온을 지키기 위해 혈관을 좁히면서 소변으로 수분을 더 많이 내보내고, 동시에 갈증은 덜 느끼게 되어 전체적으로 물을 덜 마시게 됩니다. 그 결과 혈액의 농도가 평소보다 진해집니다. 여기에 더해, 추위와 찬바람을 몸이 일종의 위협 신호로 받아들이면서 상처와 감염에 대비하려는 반응으로 혈액을 응고시키는 단백질 성분의 생성이 늘어납니다. 평소라면 상처가 났을 때 피를 멎게 해주는 고마운 역할을 하는 성분이지만, 혈관이 좁아지고 혈액이 진해진 상태에서 이 성분까지 늘어나면 오히려 혈류를 방해하는 쪽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나무는 겨울이 오기 전에 스스로 몸을 바꿔 대비하는데, 우리는 준비 없이 찬바람을 맞는 경우가 많습니다. 나무가 당분을 높여 얼지 않게 하는 것과 달리, 우리 몸은 물을 덜 마시는 사이 혈액만 진해집니다. 올겨울에는 혈관의 물길이 막히지 않도록 나무처럼 미리 준비하시길 권합니다.

실제로 유독 겨울철에 세상을 떠나는 분들이 많습니다. 한 조사에 따르면 70세 이상 노인의 12월 사망자 수는 연중 월평균보다 13% 더 높았고, 그중에서도 심장질환과 뇌혈관질환, 폐렴으로 인한 사망이 12월에 집중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감기처럼 가볍게 시작된 증상이 폐렴으로 번지거나, 평소 특별한 증상 없이 지내던 혈관이 추위 속에서 갑자기 말썽을 일으키는 경우가 이 계절에 유독 많아지는 것입니다.

여기서 심뇌혈관질환을 특히 더 주의 깊게 봐야 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대부분의 만성질환은 증상이 서서히 나타나고, 악화되더라도 그 과정이 비교적 완만합니다. 하지만 심뇌혈관질환은 다릅니다. 혈관 안에 쌓인 변화는 몇 년에 걸쳐 천천히 진행되지만, 정작 터지는 순간은 예고 없이 찾아옵니다. 평소 멀쩡하던 혈관이 어느 순간 막히면서 심근경색이나 뇌경색으로 이어지고, 그 결과 마비 같은 심각한 후유증을 남기거나 심한 경우 생명을 잃는 경우까지 있습니다.  이것이 심뇌혈관질환을 다른 질병보다 더 각별히 신경 써야 하는 이유입니다.

더 눈여겨볼 부분은 이 문제가 더 이상 중장년층만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 세 가지가 모두 경계 수준에 걸쳐 있는 30대의 경우,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심뇌혈관질환 위험이 눈에 띄게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나이가 젊고 아직 별다른 증상이 없다고 해서 안심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그렇다면 이 계절, 무엇을 챙겨야 할까요.

가장 먼저 추천드리는 것은 등푸른 생선입니다. 고등어, 꽁치, 연어 같은 생선에 풍부한 오메가3 지방산은 혈중 중성지방을 관리하고 혈액이 원활하게 흐르도록 돕는 데 도움이 됩니다. 일주일에 두세 번 정도 생선을 식단에 올리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차이를 만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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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는 항산화 성분이 풍부한 채소와 과일입니다. 혈관은 나이가 들수록 활성산소에 의한 손상에 노출되기 쉬운데, 비타민C가 풍부한 귤, 키위, 파프리카와 비타민E가 풍부한 견과류, 그리고 포도, 블루베리 같은 베리류의 폴리페놀 성분이 이런 손상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줍니다. 특히 겨울철 제철 과일인 귤은 손쉽게 챙길 수 있는 좋은 선택입니다. 과일이 당분이 많아서 부담스럽다면 채소가 70%, 과일이 30% 정도의 비율로 해서 과채 스무디 형태로 꾸준히 만들어 드시면 좋습니다.

세 번째는 혈관 세포가 에너지를 만드는 데 필요한 코엔자임Q10입니다. 이 성분은 체내에서 자연적으로 만들어지지만 40대 이후로는 생성량이 눈에 띄게 줄어듭니다. 등푸른 생선과 견과류, 브로콜리에도 소량 들어 있으니 꾸준히 챙겨 드시는 것이 좋습니다.

음식과 함께 꼭 챙기셔야 할 것이 혈액순환을 돕는 몸 움직임입니다. 혈관 건강은 잘 먹는 것만으로 완성되지 않고, 혈액이 실제로 몸 구석구석을 잘 돌아야 합니다. 특히 하루 종일 앉아서 업무를 보시거나, 반대로 서서 일하는 시간이 긴 분들은 다리 쪽 혈액이 심장으로 돌아가는 흐름이 느려지기 쉽습니다. 다리에서 심장으로 올라가는 혈액은 종아리 근육이 수축하고 이완하면서 짜내듯 밀어 올려주는데, 그래서 종아리를 제2의 심장이라고도 부릅니다. 오래 서 있거나 앉아 있으면 이 펌프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이런 상태가 오래 이어지면 하지정맥류 같은 문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하지정맥류가 있는 경우 다리 깊은 곳의 정맥에 혈전이 생기는 위험이 5배 넘게 높아진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그래서 업무 중간이나 집안일 사이에 틈틈이 할 수 있는 간단한 동작을 권해드립니다. 서서 발뒤꿈치를 들었다 내리는 동작을 열 번 정도 반복하거나, 앉은 자리에서 발목을 위아래로 돌려주는 것만으로도 종아리 펌프가 다시 움직입니다. 점심시간에는 식사 후 10분 정도 주변을 가볍게 걸어보시길 권합니다. 퇴근 후에는 하루 30분 정도 빠르게 걷기를 꾸준히 이어가는 것이 혈관에 가장 부담 없이 도움이 되는 운동입니다.

다만 겨울철에는 운동 시간과 방식에 주의가 필요합니다. 이른 새벽에 찬 공기 속으로 나가 갑자기 격하게 운동하는 것은 오히려 혈압을 급격히 올릴 수 있어 피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운동은 기온이 오른 낮 시간이나 해가 지기 전에 하시고, 나가기 전에 실내에서 몸을 충분히 풀어 체온을 먼저 올려주세요. 고혈압이나 심장 질환이 있으신 분은 무리한 강도보다 숨이 약간 차는 정도의 걷기로 시작하시는 것이 안전합니다.

 

겨울나무는 잎을 떨군 채 앙상해 보여도 속에서는 봄을 위한 준비를 멈추지 않습니다. 우리 혈관도 겨울을 잘 준비하면 봄을 건강하게 맞을 수 있습니다. 물론 추위를 두려워만 할 필요는 없습니다. 인류는 오랜 역사 속에서 추위에 굴복하지 않고, 더 강인한 몸과 마음으로 매서운 겨울을 거뜬히 이겨내 왔습니다. 다만 작은 감기에도 컨디션이 크게 떨어질 수 있고, 특히 어르신이나 몸이 약한 분들은 심한 기온 변화 속에서 면역력이 떨어지거나 심뇌혈관질환이 생길 수 있으니, 미리 조심하자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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