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안예지 원장입니다.
요즘 기차역이나 백화점에 가면 알록달록한 사탕과 젤리 가게가 꼭 하나씩 있더라고요. 아이의 눈길을 사로잡는 그 앞을 그냥 지나가기가 참 어렵습니다. 길에서 어르신들이 "아이고 예쁘다" 하시며 사탕을 하나씩 쥐여 주실 때도 그래요. 좋은 마음인 걸 아니까 거절하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받는 대로 다 먹이기도 애매하고요.
사실 지난 주말에도 그랬어요. 찰떡이는 아직 사탕이나 아이스크림, 가공 음료는 주고 있지 않거든요. (어린이집에서 다 먹고 온다는 거 저도 알아요 ㅠㅠ 그래도 아직 제가 사주지는 않고 있어요. ^^) 그런데 지난 주말에 함께 갔던 식당에서 사장님이 예쁘다며 뽀로로 음료수를 주신 거예요. 이미 그 맛을 아는 찰떡이에게 억지로 뺏을 수는 없는 일이라 처음으로 허용해주게 되었어요. 마음이 참.. 어렵더라고요.
그런데 이 고민이 한꺼번에 몰려오는 때가 있어요. 바로 할로윈입니다. 원에서 구디백을 한가득 받아와 신난 아이 앞에서, 엄마는 그날부터 작은 협상을 시작하게 되지요. 오늘은 구디백을 받아온 날부터 엄마가 미리 정해두면 편한 규칙들을 말씀드려볼게요.
1. 사탕은 '언제, 몇 개' 먹을지 먼저 정해주세요.

"안 돼"만 반복하면 사탕은 아이 머릿속에서 점점 더 커져요. 못 먹게 하는 건 더 먹고 싶은 게 당연하거든요. 그래서 저는 먹을지 말지를 매번 정하지 말고, 먹는 시간과 개수를 처음에 한 번 정해두시라고 말씀드려요. "저녁 먹고 1개", "주말엔 2개 고르기"처럼요. 규칙이 있으면 아이가 조를 때도 엄마가 새로 고민할 필요 없이 "저녁 먹고 먹는 거였지?" 한마디면 됩니다.
먹는 시간은 식사 뒤로 잡아주세요. 밥 먹기 전에 단 걸 먹으면 밥맛이 떨어지는 아이들이 많아요. 단 걸 자주 먹은 날은 저녁밥을 깨작거리거나 배가 더부룩하다고 하는 아이들도 꽤 있고요.
양도 한 번쯤은 알고 계시면 좋아요. 4살 아이가 하루에 먹는 첨가당은 35g을 넘지 않는 게 좋은데, 작은 젤리 한 봉지에만 20g 넘게 들어 있는 경우가 많거든요. 구디백 하나를 하루에 다 먹으면 이 양을 훌쩍 넘기는 거지요.
2. 받아온 사탕은 아이와 같이 정리해서 안 보이는 곳에 두세요.

구디백이 식탁 위나 아이 가방에 그대로 있으면 아이는 하루 종일 사탕 생각을 해요. 아이 의지가 약해서가 아니라, 눈에 보이면 먹고 싶어지는 나이라서 그렇습니다. 어른도 책상 위에 과자가 있으면 자꾸 손이 가잖아요.
집에 오면 아이와 같이 구디백을 쏟아 놓고 한 번 정리해보세요. 정리할 때는 목에 걸리기 쉬운 것부터 따로 빼두시면 됩니다. 4살 전후 아이에게는 동그랗고 딱딱한 사탕, 말랑하고 끈적한 젤리가 목에 걸리기 쉬운 음식이에요. 이런 건 엄마가 따로 보관하고, 먹을 때는 꼭 앉아서 먹게 해주세요. 뛰거나 누워서 먹다가 걸리는 경우가 많거든요. 위험하니 저는 절대 돌아다니면서 먹지 못하게 하고 있어요.
나머지는 투명한 통에 담아 아이 손이 닿지 않는 높은 곳에 올려두세요. 이때 엄마가 가져가는 게 아니라 아이가 직접 넣게 해주시면 좋아요. "오늘 먹을 거 하나 골라볼래? 나머지는 할로윈 통에 넣어두자." 자기 물건이라는 걸 인정받으면 아이도 덜 서운해합니다.
어르신들이 주신 사탕도 마찬가지예요. "감사합니다" 하고 받은 다음, 아이에게 "이건 밥 먹고 먹자" 하고 가방에 넣어두시면 됩니다. 그 자리에서 거절하지도, 다 먹이지도 않아도 돼요.
3. 사탕을 입에 물고 다니지 않게만 해주세요.

"사탕 먹이면 충치 생기면 어떡해요?" 하고 묻는 어머님들이 계세요. 충치는 몇 개를 먹었는지만큼이나, 단 게 얼마나 자주, 얼마나 오래 입안에 있었는지가 중요해요. 입안 세균이 당을 먹고 산을 만들어 치아를 약하게 하는데, 단 걸 한 번 먹을 때마다 이 시간이 다시 시작되거든요. 같은 사탕 세 개라도 한 번에 먹고 정리하는 것과, 오후 내내 하나씩 물고 다니는 것은 치아 입장에서 전혀 다릅니다.
그래서 사탕은 정해진 시간에 한 번에 먹고 끝내는 게 좋아요. 막대사탕을 물고 돌아다니거나 젤리를 하나씩 계속 꺼내 먹지 않게 해주시고, 캐러멜이나 젤리처럼 이에 달라붙는 건 특히 조심해주세요. 먹고 나면 물을 한두 모금 마시게 하고 양치를 해주시면 됩니다. 자기 전 사탕은 피해주세요. 자는 동안엔 침이 줄어서 당이 이에 더 오래 남거든요. 불소치약은 만 3세 전까지는 쌀알만큼, 3~6세는 콩알만큼 짜고, 마무리 양치는 엄마가 해주세요.
4. 속상할 때는 사탕 대신 안아주세요.

아이가 울고불고할 때 사탕 하나로 상황이 정리되는 날이 있지요. 마트에서, 병원 대기실에서, 차 안에서요. 그 마음은 충분히 이해해요.
그런데 "울면 사탕", "주사 맞았으니 사탕"이 반복되면 아이는 사탕을 속상한 마음을 달래는 도구로 배우게 돼요. 그러다 보면 기분이 안 좋을 때마다 단 걸 찾게 되고, 더 크게 울어야 사탕이 나온다는 것도 금방 배우지요.
이럴 땐 마음과 사탕을 나눠서 말해주세요. "속상했구나, 이리 와. 안아줄게. 사탕은 저녁 먹고 먹는 거야." 잘한 일에 대한 칭찬도 사탕 대신 말이나 스티커로 충분합니다. 사탕은 상이나 위로로 쓰지 말고 그냥 정해진 시간에 먹는 간식으로 두는 게, 길게 보면 엄마도 아이도 편해요.
다만 이럴 때는 바로 진료를 받아주세요.
- 사탕이나 젤리를 먹다가 숨을 못 쉬거나 말을 못 하고 얼굴빛이 변할 때 (바로 119)
- 사레들린 뒤로 기침이 계속되거나 숨소리가 쌕쌕거릴 때
- 먹고 나서 두드러기가 올라오거나 입술·눈 주위가 붓거나 계속 토할 때
- 이에 하얗거나 갈색으로 변한 부분이 보이거나, 단 걸 먹을 때 이가 아프다고 할 때 (치과)
할로윈 구디백은 아이에게 1년에 한 번 오는 신나는 선물이에요. 그걸 억지로 다 막을 필요도, 다 먹일 필요도 없습니다. 사탕은 금지보다 규칙이 편해요. 언제 먹을지, 몇 개 먹을지, 어디에 둘지만 정해두면 매번 협상하지 않아도 됩니다. 이번 할로윈, 우리 아이와 엄마 모두 즐겁게 보내시길 응원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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