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안예지 원장입니다.
진료실에서 자주 듣는 질문 중 하나가 간식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이 질문이 유독 몰리는 때가 있어요. 바로 지금 같은 연휴가 끝난 직후인데요.
추석이 지나고 오신 엄마들이 이렇게 말씀하시는 거죠.
"원장님, 연휴 동안 할머니 댁에서 과자를 너무 많이 먹었어요."
"집에 오니까 밥은 안 먹고 계속 간식만 찾아요."
"이러다 입맛이 아예 단맛으로 바뀌는 건 아닐까요?"
며칠 사이에 그동안 잡아둔 식습관이 다 무너진 것 같아 마음이 급해지시죠. 하지만 너무 걱정하지는 않으셔도 돼요. 며칠 흔들렸다고 아이 식습관이 망가진 것은 아니니까요.
명절은 원래 그런 날이에요. 반가운 어른들이 계속 뭔가를 건네주시고, 오래 차를 타려면 과자 한 봉지가 필요하고, 식사 시간도 들쭉날쭉해지죠.
중요한 건 명절 동안 무엇을 먹었느냐 보다 집에 돌아와 평소 리듬으로 돌아오는 과정입니다. 다음 주에 개천절, 한글날 연휴가 또 이어지니 이번 주에 조금씩 자리를 잡아두면 좋겠어요. 그리고 진료 중에 보면, 사실 밥을 밀어내는 건 대부분 '많이'가 아니라 '자주' 거든요. 이 얘기도 같이 들려드릴게요.
밥 안 먹으면 간식도 없애야 할까요?
마음이 급하면 "이제 과자 금지!"부터 선언하고 싶어져요. 그런데 갑자기 막으면 간식이 더 특별한 것, 더 갖고 싶은 것이 되기 쉽습니다.

없애기보다 시간을 정해 주세요. 오전 간식, 오후 간식처럼 정해진 때에만 간식이 나온다는 걸 아이가 알게 되면 떼쓰는 횟수도 줄어듭니다. "지금은 안 돼" 대신 "간식 시간에 먹자"로 말을 바꿔 주시는 거예요.
아이 식사에서 자주 인용되는 원칙이 있어요. 언제, 어디서, 무엇을 먹을지는 부모가 정하고, 얼마나 먹을지는 아이가 정한다는 것. 간식도 이 틀 안에 넣으면 됩니다.
한 번에 많이 먹어서가 아니라, 조금씩 자주 먹어서예요
간식 상담을 해 보면 의외인 점이 있어요. 과자 한 봉지를 한 번에 다 먹어 버리는 아이는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대부분은 조금씩, 자주 먹어요.

거실 바구니에 있는 과자를 지나가다 하나, 놀다가 하나. 식탁 위 귤 하나, 차 타면서 젤리 몇 개. 하나하나는 정말 적은 양이라 엄마도 아이도 "별로 안 먹었는데?" 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렇게 정해진 시간 없이 야금야금 먹다 보면 배가 한 번도 제대로 비지 않아요. 그러다 정작 밥 때가 되면 "배 안 고파"가 나오는 거죠.
그래서 명절 뒤 제가 가장 먼저 여쭤보는 것도 "얼마나 먹었어요?"보다 "언제 먹었어요?"예요. 양을 줄이는 것보다 먹는 때를 정해 주는 게 먼저입니다.
간식은 정해진 시간에, 접시에 덜어서, 식탁에 앉아 먹는 걸로 바꿔 주세요. 집 안 곳곳 손 닿는 곳에 있던 간식은 잠시 보이지 않는 곳으로 옮겨 두시고요. (사실 집에 이런 주전부리용 간식이 아예 없는 것이 제일 좋습니다. ^^)
식사 1~2시간 전에는 과일, 우유, 주스도 쉬고 물 위주로 주시면 배고픔의 간격이 다시 생깁니다. 식사량은 한 끼로 판단하지 마시고 사나흘 흐름으로 관찰해주세요.
과일은 괜찮죠? 주스는요?
과일은 좋은 간식이에요. 다만 식탁 위에 늘 놓여 있어 오가며 집어먹게 되면 밥자리를 밀어냅니다. 접시에 먹을 만큼 덜어서 간식 시간에 주세요.
음료는 물과 흰 우유 중심으로 돌아오면 좋아요. 미국소아과학회도 어린아이에게 주스보다 통과일을 권하고, 질병관리청도 단 음료 대신 물을 마시도록 안내하고 있습니다. 명절에 주스를 자주 마셨다면 이번 주에는 물컵을 먼저 주세요.
밥을 안 먹을 때 한 숟가락만 더 먹이면 안 될까요?
그 한 숟가락이 쌓이면 밥상이 실랑이 자리가 됩니다. 그러면 아이는 배고픔보다 분위기를 먼저 느끼고, 식탁에 앉는 것 자체를 피하려 해요.

아이가 잘 먹는 익숙한 반찬 하나는 꼭 올려 주시고, 양은 조금 내려놓으셔도 괜찮아요. 대신 지켜 주셨으면 하는 건 따로 있습니다. 식탁에 앉는 시간, 간식 시간, 잠드는 시간. 이 세 가지가 일정해지면 먹는 양은 차츰 따라오는 경우가 많아요.
한의학에서는 이렇게 봐요
한의학에서 말하는 '비위'는 아이 몸 안의 소화 리듬이라고 생각하시면 쉬워요.
배가 고파지고, 먹고, 소화하고, 다시 비워지는 흐름이죠. 명절 음식은 평소보다 달고 기름지고 양도 많아서 이 흐름이 잠깐 느려질 수 있습니다.
지금 밥을 밀어내는 건 큰 문제가 생겼다기보다 "아직 덜 비웠어요"라고 말하는 시기에 가까워요. 억지로 더 넣기보다 따뜻한 밥상과 일정한 간격으로 기다려 주시면, 며칠 지나면서 제 속도를 찾아가는 아이들이 많습니다.
이럴 땐 진료를 받아보세요.
간식 때문이 아니라 다른 이유로 입맛이 떨어졌을 수도 있어요.
• 열, 심한 기침, 처짐이 함께 있을 때
• 구토·설사가 반복되고 소변이 줄어 탈수가 의심될 때
• 배를 심하게 아파하거나 혈변이 보일 때
• 삼킬 때 아파하거나 자꾸 사레가 들릴 때
• 1~2주 이상 식사량이 뚝 떨어지고 체중이 줄 때
• 좋아하던 음식까지 거부하고 활동성도 떨어질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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