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딤섬입니다!
예전에 프랑스 여행을 할 당시 몽생미셸이라는 근교에 있는 수도원에 가기 위해 스파르타식 투어를 한 적이 있는데요. 당일 아침 파리에서 출발해 두 개의 도시를 들른 다음 저녁에 몽생미셸을 관람하고, 새벽 내내 달려 다시 파리로 돌아오는, 지금 생각하면 정신 나간 k식 투어를 했죠. 다행히도 당시의 저는 젊었고(20살!) 1박치 숙소비도 아낄 수 있기에 당장 신청하고 말았습니다.
두 번째 마을인 노르망디의 옹플뢰르에서 사람들은 단 30분의 관광 시간을 최대한 즐기기 위해 황급히 뛰어다니고 있었어요. 저는 그 지역 특산품인 사과 와인을 깨트리기까지 하는 실수를 저지르기도 했죠. 그렇게 폭풍 같은 도시 관광이 끝나고 다시 몽생미셸로 향하기 위해 버스에 올라탔는데, 한 남자가 보이지 않았어요. 근교의 고속도로는 그날 심하게 막히고 있었고, 이러다가는 목적지에 늦게 도착해 가장 메인 디쉬였던 몽생미셸 투어를 하지 못하게 될 판이었죠.
“출발합니다.”
그래요, 저희는 출발했습니다. 파리에서 기차로 세 시간이 넘게 걸리고 제대로 된 숙소가 있을지 없을지도 모를 그 낯선 도시에 그 남자를 버려두고 저희는 출발하고 말았죠. 저는 아직도 종종 그를 생각합니다. 당시에 저는 그 남자가 프랑스 끝에 있는 항구 도시에 홀로 떨어져 외롭고 힘들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파리 사람이 아닌 이상 영어도 잘 쓰지 않는단 말이죠. 짐도 관광버스에 두고 내렸을 텐데! 옷은 뭘 입고 양치는 또 어떻게 하죠? 지갑은 챙겼을까요….
그런데요, 요즘은 생각이 좀 다릅니다. 그 여행으로부터 정확히 십 년이 지났네요. 저도 그사이 길을 수없이 잃어버리고, 낯선 길에서 예상치 못한 풍경을 몇 번 맞닥뜨려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그 경험들이 나쁘지 않았고, 오히려 원래 가려던 길보다 더 나을 수 있다는 걸 잘 알게 됐어요. 저는 그가 옹플뢰르를 30분 이상 즐길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성공한 투어를 했다고 봅니다. 그는 아직도 술자리에서 겨우 숙소를 잡을 수 있던, 혹은 노숙을 해야만 했던 썰을 풀고 있을 겁니다.
돌아보면, 저도 좀만 더 자주 길을 잃어버릴 걸 하는 후회도 드네요.
우리가 쫓는 예술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아는 길로 가는 것이 뭐가 중요할까요, 우리를 노천 식당 테이블에 두고 온 그다지 중요치 않은 물건 취급해 봅시다. 우리를 가게 웨이터의 손에, 혹은 소매치기의 손에, 혹은 날아가던 새의 부리에 맡겨봅시다.
우리 더 자주 길을 잃어버립시다!
아무리 지도를 봐도 길을 잃어버리는 사람들이 있지 않나요?
그래도 괜찮다고 말해줄 사람이 간혹, 필요한 요즘인 것 같아요. 이번 주제가 저희가 일 월에 준비한 마지막 주제인데요, 그래도 괜찮다고, 말해드리기 위해 마련된 것 같기도 하고요.
'그그그 뭐더라' 하고 길을 잃는 우리들의 검색창, 메일 쓰기 버튼 한켠에 자리를 마련해 주셔서 언제나 감사드립니다.
더 좋은 예술은 아직까지 모르겠지만,
예술이 뭔지도 잘 모르겠지만,
그걸로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 지도 모르겠지만,
길을 잃어도 괜찮다는 걸 알게 된 것 같아요.
그거면 됐죠,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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