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중러와 '경쟁' 대신 '손잡기' 택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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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훑어보는 국제정세] 5월 첫째주 화요일 리포트

The Rise and Fall of Great-Power Competition :

Trump’s New Spheres of Influence

Foreign Affairs (2025 May/Jun), The Rise and Fall of Great-Power Competition

Illustration by Ed Johnson

🌁 어떤 배경이 있나요?

🇪🇺 1815년 유럽, 강대국들이 손을 맞잡다

시계를 200여년 전으로 돌려보겠습니다. 때는 1810년대입니다! 나폴레옹 전쟁이 유럽 전역을 휩쓴 뒤, 대륙은 평화를 되찾기 위한 새로운 질서를 고민하게 됩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바로 1815년의 ‘유럽협조체제(Concert of Europe)’였죠. 오스트리아, 영국, 러시아, 프로이센, 그리고 이후 프랑스까지—이른바 유럽의 주요 강대국들은 정기적인 회의와 상호 합의를 통해 분쟁을 조율하고, 세력 균형을 유지하는 데 합의합니다.

중요한 건, 이 체제가 단순한 군사동맹이 아니라 ‘서로 간섭하지 않고 각자의 이익권을 인정해주는’ 일종의 신사협정이었다는 점이에요. 비엔나 회의에서 시작된 이 체제는 약 100년간 대규모 전쟁 없이 유럽 질서를 안정시켰고, 오늘날 국제기구나 다자외교의 원형으로도 자주 언급됩니다.

⚖️ 세력 균형과 ‘엘리트 외교’의 시대 

유럽협조체제의 중심에는 ‘공식적 조약’보다는 ‘비공식적 이해’와 ‘기득권 공유’가 있었습니다. 오스트리아 외무장관이자 보수적 유럽 질서의 상징이었던 클레멘스 폰 메테르니히(Klemens von Metternich), 그리고 영국 외무장관으로 세력 균형 유지에 집중했던 로버트 스튜어트 캐슬레이(Lord Castlereagh) 같은 외교 거물들이 주도했죠. 이들은 각국이 서로를 “상호 간섭하지 않는 질서의 관리자”로 인정해야 안정이 유지된다고 믿었습니다.

그래서 한 나라가 너무 나서거나, 다른 국가 내 문제에 간섭하려 하면 나머지 국가들이 ‘불균형 시정자’로 개입하는 방식이 정착되었어요. 예컨대 러시아가 오스만 제국을 압박하려 하자, 영국과 오스트리아가 나서서 이를 억제한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물론 이 체제도 완벽하진 않았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식민지 분쟁, 민족주의 운동, 산업화에 따른 이해 충돌이 격화되며 결국 붕괴하게 되죠. 하지만 ‘강대국끼리는 조율하며 질서를 만든다’는 발상은 이후 국제정치사의 중요한 기준점이 되었습니다.

🇺🇸 미국, 강대국 경쟁인가, 협력인가?

이제 시계를 현대 미국으로 돌려볼까요? 트럼프 1기 행정부는 2017년 ‘국가안보전략(NSS)’을 통해 명확하게 선언합니다—“이제는 협력의 시대가 끝났고, 강대국 간 경쟁이 시작됐다.” 중국과 러시아를 ‘미국의 힘과 영향력을 훼손하려는 수정주의 세력’으로 규정한 이 전략은, 냉전 이후 미국 외교정책의 큰 전환점을 의미했어요. 오랜 기간 ‘테러와의 전쟁’에 집중하던 미국 안보 전략이 다시 러시아·중국과의 본격적인 ‘경쟁 구도’로 전환된 것이죠. 이른바 ‘21세기의 신냉전’이 공식화된 순간입니다.

하지만 트럼프 2기 들어 이 구도는 묘하게 비틀리기 시작합니다. 러시아와의 정전 협상, 중국과의 정상회담 제안, 캐나다·그린란드에 대한 압박 등—트럼프 대통령은 더 이상 전통적인 ‘적대국-동맹국’ 구분에 얽매이지 않는 듯 보입니다. 무엇보다 주목할 점은, 그는 국제질서를 ‘가치’가 아니라 ‘거래’로 보는 경향이 강하다는 점이에요. 푸틴, 시진핑과는 “강한 지도자들끼리 잘 통한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협상을 시도하고, 전통적 동맹국엔 오히려 압박을 가하죠. 이는 1815년 협조 체제의 ‘강대국끼리 조율하며 질서를 관리한다’는 발상과 묘하게 닮아 있습니다. 물론 그 기반은 훨씬 더 개인적이고 즉흥적인 성격을 띠고 있지만요.

📌 미국 외교, 가치에서 이익으로?

이런 변화는 단순히 트럼프 개인의 스타일에만 기인한 건 아닙니다. 국제질서가 다극화되고 미국의 상대적 우위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트럼프식 외교는 ‘이념’보다 ‘힘’을 중심에 둔 전략으로도 해석될 수 있죠. 다시 말해, 동맹은 더 이상 ‘공유된 가치’의 결과가 아니라,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가격표가 붙을 수 있는 ‘거래 대상’이 되어가고 있는 겁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이번 기사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보여주는 새로운 외교 행보—즉 ‘강대국 협조 체제’의 부활 가능성—을 본격적으로 파헤칩니다. 자, 그렇다면 지금부터 미국 외교의 수상한 전환, 그 이면을 함께 들여다볼까요? 👀

👨‍🏫 저자는 어떤 사람인가요?

스테이시 E. 고다드 (Stacie E. Goddard)

스테이시 고다드는 국제질서와 강대국 경쟁을 연구하는 미국의 저명한 정치학자예요. 현재 웰슬리 대학(Wellesley College)에서 Betty Freyhof Johnson 정치학 교수이자 부학장(Associate Provost)으로 재직 중입니다. 그녀는 정당성(legitimacy)이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신흥 강대국(rising powers)의 부상과 기존 질서의 재편, 영토 분쟁, 핵전략, 외교 정책 등의 주제를 깊이 있게 탐구하고 있어요.

고다드 교수는 When Right Makes Might, Indivisible Territory and the Politics of Legitimacy 등의 저서를 통해 국제안보의 이론과 현실을 연결하는 정교한 분석을 제시했으며, Foreign Affairs, New York Times 등 대중 매체에도 활발히 기고하고 있어요.

고다드 교수의 강점은 국제정치학 이론을 실제 외교 전략과 연결짓는 실용적 시각이며, 학생들에게도 “이론이 어떻게 세상을 설명하고 바꿀 수 있는지”를 강조하는 교육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 그래서 3줄 요약은?

1️⃣ 트럼프는 2017년 자기가 주도했던 ‘위대한 권력 간 경쟁’ 기조를 뒤집고, 재집권 이후에는 오히려 중국과 러시아 등 권위주의 국가들과의 ‘협조’를 통해 세계 질서를 관리하려는 구상을 밀어붙이고 있다.

2️⃣ 이는 민주주의 대 권위주의라는 이념적 대결 구도에서 벗어나, 강대국들이 서로의 영향권을 인정하고 약소국의 목소리는 배제하는 ‘신(新) 협조 체제’—즉, 19세기 유럽식 세력균형 모델로의 회귀를 뜻한다.

3️⃣ 그러나 이 같은 ‘강대국 담합’ 구상은 복잡한 글로벌 상호의존성과 이념 충돌, 중견국들의 반발로 인해 오래 지속되기 어려우며, 역사적으로도 이런 체제는 협력이 아닌 경쟁과 전쟁으로 귀결돼 왔다고 저자는 경고한다.

🤔 뭘 말하고 싶은 건데?

🧭 이제는 협조다, 트럼프의 놀라운 외교 전환!

트럼프는 2017년 국가안보전략을 통해 “위대한 강대국 경쟁의 귀환”을 선언하며, 미국 외교의 핵심을 중국과 러시아와의 힘겨루기로 설정했습니다. 이후 바이든 행정부 역시 이 기조를 이어받아, 민주주의 진영과 권위주의 진영 간의 체제 경쟁이라는 서사를 강화했죠. ‘위험한 세계 속의 미국’이라는 서사를 중심으로, 트럼프와 바이든 모두 각각의 방식으로 미국 중심의 질서 수호를 주장해왔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트럼프는 두 번째 임기에서 이 자신이 만든 경쟁의 서사를 정면으로 뒤엎고 있습니다. 경쟁이 아니라 협조, 봉쇄가 아니라 거래. 이제 그는 중국·러시아와 협상 테이블에 앉고 싶어 하며, ‘강대국 협조체제(concert of powers)’라는 새로운 이야기로 외교 정책을 재편하고 있습니다.

그의 이러한 전환은 단순한 전략 변화가 아니라, 외교 질서 자체에 대한 상이한 세계관을 반영합니다. 트럼프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점령을 사실상 묵인하며 전쟁 종식을 추진하고 있고, 시진핑과는 무역·마약·핵문제 등 광범위한 사안을 ‘남자 대 남자’로 해결하겠다며 회담을 제안하고 있죠. 경제적 제재는 동맹국을 향하고 있고, 캐나다를 51번째 주로 만들겠다는 식의 발언이나, 파나마운하·그린란드 영유권 주장까지 등장하면서, 기존의 우방은 위협받고, 기존의 적대국과는 공존이 논의되는 이상한 세계가 펼쳐지고 있습니다.

🕴️ 강대국 연합이냐, 강대국 담합이냐

일부 분석가들은 트럼프의 이런 접근을 ‘역(逆) 키신저 전략’으로 해석하며, 러시아와 가까워져 중국과의 연대를 깨려는 고차원적인 계산이라고 봅니다. 또 어떤 이들은 트럼프가 단지 더 민족주의적이고 거래 중심적인 방식의 강대국 경쟁을 선택한 것이라고 주장하죠. 그러나 이 글에서 저자 스테이시 고다드는 단호하게 말합니다. 트럼프가 추구하는 것은 더 이상 ‘경쟁의 이야기’가 아니라 ‘협조의 이야기’이며, 이것은 강대국들이 세상을 함께 지배하겠다는 19세기형 협조체제(concert system)의 부활이라는 겁니다.

이러한 발상은 낯설지만 전례가 없지는 않습니다. 1815년, 나폴레옹 전쟁 이후 유럽 주요국들은 빈 회의를 통해 ‘유럽 협조체제(Concert of Europe)’를 수립했습니다. 각국은 각자의 세력권을 인정받는 대신, 서로의 안정을 해치지 않기로 약속하며, 혁명이나 국지적 충돌을 외교로 통제하려 했죠. 트럼프가 구상하는 세계 질서는 그 모델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것입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중국은 대만을, 미국은 북미와 중남미를 담당하며 서로 간섭하지 않는 일종의 ‘대국의 거래’. 문제는, 이 거래의 대상에는 작은 나라들, 특히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목소리는 철저히 배제된다는 점이죠.

🌏 ‘세력권 질서’가 되살아날 수 있을까?

트럼프는 이러한 세력권 기반의 협조 체제가 훨씬 더 질서 있고, 예측 가능한 세계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각국의 권위주의 지도자들끼리 ‘거래’를 통해 서로의 이익을 존중하면, 혼란보다는 안정이 더 커질 거라는 믿음이죠. 실제로 트럼프 측 인사들은 미국과 러시아가 함께 천연가스를 유럽에 수출하고, 중국과는 무역·기술·안보를 포괄적으로 협상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이는 마치 부동산 개발자들이 구역을 나눠서 사업을 하는 것과 유사한 사고방식입니다. 질서를 위해서는 협상이 필요하고, 협상을 위해선 대등한 강자가 있어야 한다는 논리죠.

하지만 현실은 그리 단순하지 않습니다. 역사 속 협조체제 역시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빈 체제는 약 40년 동안 유럽에 평화를 가져왔지만, 결국엔 각국의 세력 확대 야심과 민족주의, 제국주의 경쟁으로 인해 와해되었습니다. 냉전 직후에도 미·소·영 3국이 함께 새로운 질서를 구축하려 했지만, 결과는 베를린·한반도·베트남에서의 충돌로 이어졌죠. 오늘날처럼 경제·기술·환경·안보가 얽히고 설킨 세계에서, 선을 그어 각자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을 설정한다는 것 자체가 비현실적이라는 것이 이 글의 중요한 지적입니다.

📉 강대국 협조? 실은 충돌의 전조일 뿐!

더 큰 문제는, 이러한 협조 서사가 실질적으로는 ‘담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트럼프가 시진핑이나 푸틴과 협상을 통해 세계를 관리하겠다는 발상은, 그 과정에서 민주주의, 인권, 국제법 같은 규범적 원칙들이 뒷전으로 밀려나는 구조를 만듭니다. 이미 그는 우크라이나 문제에서 유럽의 입장을 배제하고, 미국·러시아 간의 ‘자산 분할’로 접근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19세기 유럽 열강이 스페인 식민지의 운명을 논할 때 스페인을 초대하지 않은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작은 국가들은 협상의 대상이 아니라, 협상의 결과를 ‘받아들이는 존재’가 되는 것이죠.

이런 방식이 일시적 안정을 가져올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그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억압과 침묵의 강요가 필요하며, 그 과정에서 민족주의·민주주의·자결권 같은 ‘통제할 수 없는 변수들’이 반발하게 됩니다. 유럽의 협조체제가 결국 민족주의 혁명과 독일 통일 전쟁으로 해체됐듯이, 현대의 협조체제도 민중의 반발, 중견국들의 자율성 추구, 규범의 부활을 통해 흔들릴 가능성이 큽니다. 지금은 조용할 수 있지만, 그 침묵은 불안정한 평화의 전조일 수 있습니다.

❓질서의 재편인가, 이루어질 수 없는 환상인가

트럼프가 말하는 ‘강대국 간의 협조’는 듣기에 그럴듯한 질서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저자는 말합니다. 이것은 질서가 아니라 ‘질서처럼 보이게 하는 이야기’에 불과할 수 있다고. 트럼프는 역사적 협조체제의 본질을 이해하기보다는, 권력자들끼리 거래하고 분할하는 방식의 통치를 선호합니다. 그는 그 안에서 미국이 ‘가장 크고 힘센 조정자’로 군림하길 원하지만, 실제로는 오히려 더 노련하고 냉정한 강대국들에 의해 이용당할 위험이 크다는 것이죠. 

결국 이 글은 다음 질문을 던집니다. 우리는 지금 어떤 세계를 꿈꾸고 있는 걸까요? 질서를 빙자한 강대국 담합의 세계? 아니면, 불완전하지만 모두가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협력의 세계? 트럼프의 외교는 단순히 정책 변화가 아닙니다. 그는 우리가 어떤 세계를 살 것인가를 묻고 있는 것입니다. 그 질문 앞에서, 우리 스스로 답을 피하지 말아야 합니다! 👀🌍

📖 읽은 티는 내보자!

아예 안 읽기는 애매하다고요? 기사의 중요 부분을 발췌해 드릴게요! 😆

🚨 2기 트럼프, 자기가 만든 규칙을 자기가 깨다?

트럼프 2기 첫 두 달 만에, 그는 자신이 만들어냈던 ‘강대국 경쟁’이라는 합의를 놀라운 속도로 깨버렸다. 중국과 러시아와 경쟁하기보다는, 이제는 그들과 협력해 거래를 맺으려 하고 있다. 1기 때라면 미국의 이익에 반한다고 여겨졌을 제안들이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신속한 종식을 지지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우크라이나를 공개적으로 망신 주고 러시아를 포용하며 광대한 우크라이나 영토를 러시아가 차지하게 두는 일조차 마다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중국과는 여전히 관세 문제로 긴장이 남아 있지만, 트럼프는 시진핑과의 무역, 투자, 핵무기 문제를 포함한 광범위한 합의를 원하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익명의 측근들은 뉴욕타임스에 트럼프가 시 주석과 “남자 대 남자”로 앉아 이 문제들을 해결하고 싶어한다고 전했다. 그 사이 트럼프는 유럽 동맹국들과 캐나다에 경제적 압박을 높이고 있으며, 캐나다를 “51번째 주”로 만들겠다는 협박은 물론, 그린란드와 파나마 운하를 강제로 차지하겠다는 위협까지 하고 있다. 순식간에 미국은 공격적인 적들과의 경쟁에서 벗어나, 온순한 동맹국들을 괴롭히는 방향으로 돌변했다.

🤝 싸움보단 ‘거래’를 택한 트럼프 2기?

두 번째 임기에 복귀한 트럼프는 노선을 바꾸었다. 그의 접근법은 여전히 거칠고 대립적이며,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경제적 처벌을 포함한 위협을 주저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제 그는 중국과 러시아를 이기려 하기보다는, 그들과 협력해 국제 질서를 함께 관리하자는 입장이다. 지금 그가 말하는 것은 경쟁이 아니라 공모의 서사이며, 함께 움직이는 이야기다. 1월 중순 시진핑과의 통화 후 트럼프는 트루스소셜에 “우리는 많은 문제를 함께 해결할 것이고, 즉시 시작할 것이다. 무역, 펜타닐, 틱톡 등 다양한 주제를 논의했으며, 시 주석과 나는 세계를 더 평화롭고 안전하게 만들기 위해 가능한 모든 일을 할 것”이라고 썼다. 같은 달 다보스에서 열린 기업인 모임에서는 “중국이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멈추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으며, 그 상황에 대해 큰 영향력을 갖고 있다. 우리는 그들과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 미국은 더 이상 ‘자유의 수호자’가 아니다?

트럼프가 이야기하는 ‘콘서트 체제’ 속에서 미국은 더 이상 국제 체제의 영웅도, 희생자도 아니다. 세계에 자유주의 원칙을 수호할 의무가 있는 존재로 스스로를 보지 않는다. 그의 두 번째 취임 연설에서 트럼프는, 미국이 다시 세계를 이끄는 방식은 이상이 아니라 야망을 통해서라고 선언했다. 위대함을 향한 추진력은 물질적 권력과 “분노하고 폭력적이며 완전히 예측 불가능한 세계에 새로운 통합의 정신을 불어넣는 능력”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리고 그 연설 이후 몇 주 동안 분명해진 사실은, 트럼프가 말한 통합은 주로 중국과 러시아와의 통합이라는 점이다.

🎭 협조가 끝날 때, 세계는 불탄다

트럼프가 그런 종류의 협력 구조를 만들어낼 수 있을 거라고 상상하기는 어렵다. 그는 진정한 협력이 아닌, 거래 중심의 딜을 통해 ‘콘서트 체제’를 만들 수 있다고 믿는 듯하다. 그는 위협과 뇌물을 이용해 상대를 공모로 끌어들이려 하며, 규범과 규칙을 일상적으로 무시해온 사람답게 강대국 간의 갈등을 완화하기 위한 틀도 지키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푸틴과 시진핑이 더 큰 선을 위해 자기 희생을 감수하며 이견을 조정할 ‘계몽된 파트너’가 될 거라고 상상하는 것도 쉽지 않다.

유럽 협조 체제가 어떻게 끝났는지 기억할 필요가 있다. 처음에는 유럽 대륙 내에서 제한된 전쟁들이 이어졌고, 그 다음에는 제국주의적 충돌이 해외에서 발생했으며, 마침내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했다. 이 체제는 경쟁이 격화되었을 때 충돌을 막을 능력이 부족했다. 신중한 협력이 단순한 공모로 전락하자, 협조 체제라는 서사는 하나의 환상 속 동화가 되어버렸다. 그 체제는 날것의 권력 정치가 폭발하는 가운데 무너져내렸고, 세계는 불길에 휩싸였다.

🤨 이대로 믿어도 될까?

1️⃣ 강대국끼리의 담합, 정말 가능한가?

트럼프는 마치 19세기 유럽처럼, 미국·중국·러시아 같은 강대국이 서로 영역을 나누고 세계 질서를 함께 관리하자고 말합니다. 하지만 이런 협조 체제가 지금처럼 상호 연결된 세계에서 정말 작동할 수 있을까요? 결국 또 다른 갈등을 낳는 건 아닐까요?

2️⃣ 미국에게 동맹은 파트너인가, 걸림돌인가?

트럼프는 유럽과 캐나다, 심지어 한국 같은 동맹국들에 경제·군사적 압박을 강화하는 반면, 푸틴·시진핑과는 대화와 협력을 이야기합니다. 이런 전도된 우선순위, 과연 미국에게 전략적으로 유리한 선택일까요?

6️⃣ 관세 전쟁 중인 미중, 협력 가능성은 허상 아닐까?

미국과 중국은 여전히 고율 관세를 주고받으며 무역 갈등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과의 전략적 협력을 언급하고 있는데요. 이는 실제 해빙의 신호일까요, 아니면 전술적 제스처에 불과한 걸까요?

😊 함께 읽으면 좋겠다!

When Even Talking About US-China Talks Is Progress (Bloomberg, May 2, 2025)

미중 간 무역협상이 “시작됐는지조차 불분명한 상황”에서, 중국이 마침내 대화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중국 상무부는 “진정성을 보여주는 파트너”와의 협상 가능성을 평가 중이라며, 공식적인 무역 논의 개시를 시사했습니다. 이는 수개월간 긴장 상태였던 양국 관계에서 드물게 나타난 해빙 신호로 해석되며, 전문가들은 실제 협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협상의 길은 여전히 험난합니다. 미국은 중국산 수입품에 145%의 관세를, 중국은 보복 관세로 125%를 부과 중이며, 양측 모두 이를 철회 조건으로 내걸고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미국 제조업이 팬데믹 이후 최악의 침체를 겪고 실업률이 급등하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성급한 타협 대신 “승리를 위한 협상”에 집중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두 강대국은 지정학적 협상 외에도 경제적 협상에서도 결실을 이룰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

‘A cocktail for a misinformed world’: why China and Russia are cheering Trump’s attacks on media (The Guardian, May 3, 2025)

트럼프 대통령이 3월 행정명령으로 미국의 국제 방송사 VOA(미국의 소리)를 폐쇄하자, 러시아와 중국은 박수로 화답했습니다. 러시아 국영방송 RT는 이를 “환상적인 결정”이라 했고, 중국 글로벌 타임스는 “선전 독소(propaganda poison)”를 제거한 조치라고 평했습니다. 트럼프는 VOA를 비롯해 자유유럽방송(RFE/RL), 알후라 등 해외 독립 언론을 지원하던 미 연방기구 예산을 전면 삭감했고, 이로 인해 49개 언어로 4억 명 이상에게 제공되던 방송이 중단됐습니다.

이러한 미국의 철수는 전 세계 언론 자유에 심각한 여파를 주고 있습니다. 트럼프는 국내에서도 언론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고, 백악관 출입을 제한하며, NPR과 PBS의 예산을 끊는 등 전방위적 공격을 펼치고 있습니다. 언론인 마티 배런은 “미국은 더 이상 표현의 자유를 지키는 모범이 아니다”라며, 권위주의 국가들이 미국의 침묵을 틈타 언론 탄압을 강화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BBC와 VOA 등 서방의 독립 언론이 축소된 자리는 이제 중국과 러시아의 선전이 빠르게 메우고 있습니다. 📡📰

지금까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강대국 담합 구상을 다룬 Foreign Affairs 2025 May/Jun 호의  The Rise and Fall of Great-Power Competition 를 살펴보았습니다.

다음화 예고

🪖 ‘빠르고 짧은 전쟁’은 끝났다… 끝이 안 보이는 전쟁의 시대가 온다

🌍 “영원한 전쟁의 시대”, 군사 전략이 더 이상 승리를 보장하지 않는다 ⚔️

이제는 “단기전”의 망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

5월 첫째주 목요일 리포트로 돌아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