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번_ 가을의 잔상(殘像)

— 마음을 쓸어내는 시간

2026.11.01 | 조회 62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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海印(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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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바람이 불어오니 마당 위로 낙엽이 우수수 떨어진다.

 

석가모니 부처님의 제자 중 기억력과 지혜가 부족하여 십육나한 가운데 열여섯 번째 존자가 된 주리반특(周利槃特)의 이야기가 문득 가슴을 두드린다.

돌아서면 잊어버릴 만큼 건망이 심했던 그 어른은, 한쪽 발엔 신을 신고 한쪽 손엔 신을 든 채 그 신을 찾아, 온 동네를 헤매고 다녔다고 한다.

 

출가를 권유했던 형인 마하반특(십육나한 중 열세 번째 존자)마저 그를 포기하고 환속을 권할 만큼 어리석다고 평가받던 이였다.

 

어느 날 낙담하여 울고 있던 주리반특을 발견한 부처님께서는 복잡한 교리를 가르치는 대신, 그의 눈높이에 맞춘 일상 속 단순한 수행법을 일러주셨다. 빗자루와 하얀 걸레를 내려주시며 도량을 쓸고 닦게 하셨고, 빨래나 청소를 할 때 오직 두 마디 문구만을 읊조리게 하셨다.

 

"소구 제거(掃垢 除垢)"

(더러움을 쓸고, 더러움을 털어낸다.)

 

오직 그 문구만을 품고 오랜 시간 청소와 빨래에 전념하던 주리반특은 어느 날, 청소를 하다 문득 마음의 눈을 뜨게 된다.

 

"겉으로 보이는 먼지나 때만이 아니라. 진짜 털어내야 할 것은 내 마음속에 붙어 있는 탐욕·성냄·어리석음(無明)이라는 마음의 청소할 것들."

 

어려운 교리를 외우는 것만이 공부가 아니라, 순간순간의 행위에 마음을 온전히 모으는 단순함의 행공(行功)'이 진정한 수행임을 깨달은 것이다. 외부의 먼지를 닦아내듯 마음의 번뇌와 아집을 털어내는 관조(觀照)를 통해, 그는 마침내 아라한(깨달은 성자)의 경지에 올랐으며 '마음의 번뇌를 잘 다스리는 이'로 칭송받게 되었다.

 

나의 현주소를 묻는 가을

 

낙엽이 떨어지는 계절, 가만히 뒤돌아보면 요즘 우리의 삶이 바로 그 모습이 아닌가 싶다. 손에 신을 들고서도 신을 찾아 헤매듯, 온갖 생각에 가득 차 정작 내 마음에 무엇이 남아있는지조차 잊고 사는 나와 우리의 현주소를 돌아보게 된다.

 

소지(掃地)라는 두 글자를 마주하니 어린 시절 할머님께서 "원정아, 소지(掃除)해라" 하시던 정겨운 목소리가 귓가를 스친다. 후대의 눈 밝은 스승들은 우리 같은 중생들이 번뇌의 굴레에서 벗어나 스스로를 돌아보도록 이 소지게(掃地偈)를 남겨놓으셨으리라.

 

소지게(掃地偈)

 

掃地掃地掃心地 (소지소지소심지)

땅을 쓸고 쓸어 마음의 땅을 쓸어라.

 

心地不掃空掃地 (심지불소공소지)

마음의 땅을 쓸지 않으면 헛되이 땅만 쓸 뿐이로다.

 

人人若把心地掃 (인인약파심지소)

사람마다 자기 마음의 땅을 털어내어 쓸어낸다면,

 

無明煩惱皆遠離 (무명번뇌개원리)

어리석음(無明)과 모든 번뇌가 맑게 멀어지리라.

 

가을날 때를 알고 시절 인연에 따라 조용히 나뭇잎을 내려놓는 나무를 보며, 손에 쥔 것을 더 꼭 쥐고만 있는 나를 가만히 뒤돌아보는 순간이 되길 기원해 본다.

 

낙엽이 차곡차곡 쌓이는 이 가을날, 마당을 쓸어내는 빗자루 소리에 맞춰 마음의 거품과 집착을 가볍게 내던져 본다.

 

오늘, 당신에게 건네는 조용한 화두 하나.

 

지금 당신은 무엇을 쓸고 있는가?

마당의 흙먼지만 쓸고 있는가, 아니면 내 마음속 손에 쥐고 있는 복잡함들을 쓸어내고 있는가.

 

#가을 #마음청소 #주리반특 #소지게 #사진명상 #海印

 

 

 

<海印의 사진 명상 편지>

 

빛은 마음을 밝히고,

숨은 몸을 깨우며,

쉼은 나를 본래의 자리로 이끈다.

 

이 편지에 답장하시면

작가가 직접 읽고 함께하겠습니다.

 

『오늘도 당신의 마음에

고요한 빛 한 줄기 머물기를.』

 

海印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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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빛.숨.쉼

    0
    약 24시간 전

    어제 낙엽을 쓸어낸 마당. 새벽에 바라보니 아직도 깨끗하기만 하다. 날이 밝아 다시 바라보니 작은 티끌들이 하나둘 눈에 들어온다. 마음도 그러하지 않을까. 밝아질수록 보이지 않던 마음의 티끌도 드러난다. 오늘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지금 이 순간을 알아차리고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하루. 오늘도 밝고 맑은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마음공부 #알아차림 #마음의마당 #명상 #사진명상 #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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