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을 없애려고 하면
생각은 오히려 더 거세게 몰아친다.
조용히 앉아 있으려고 하면
평소에는 생각하지 않았던 것까지 떠오른다.
돈 걱정도 떠오르고,
앞날도 막막함도 떠오르고,
지난 일도 떠오른다.
기도를 하고 명상을 해도
마음은 여러 생각을 품고 있다.
그때 촛불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렌즈를 통과한 불빛은 평소와 달랐다.

촛불은 하나인데
빛은 내 마음같이 여러 방향으로 흩어졌다.
붉은빛과 푸른빛이 생기고,
위아래로 흔들리는 잔상이 남았다.
단순한 광산란이나 굴절 현상으로 설명할 수도 있겠지만,
그날의 나는
그 빛을 조금 다르게 바라보았다.
명상 뒤에도
마음은 여전히 일렁이고 있었다.
어쩌면 그 일렁임이
빛의 흔적으로 남은 것은 아닐까.
촛불은 가만히 있는 듯하지만
빛은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잠시 뒤 다시 사진을 찍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번뇌도
마음에서 일어나는 하나의 움직임이다.
생각은 일어나고
마음은 흔들린다.
그리고 다시 흘러간다.
생각을 붙잡는 순간
하나의 생각이 또 다른 생각을 부른다.
그러나 바라보고 있으면
생각은 생각으로 머물지 않고
흐르다가 스스로 사라진다.
빛 하나 일어나고
빛 하나 사라지듯,
생각 하나 일어나고
생각 하나 사라진다.
붉은 마음 하나
푸른 마음 하나.
잡으려 하면 흩어지고
놓아두면 흘러간다.
스스로를 태워 세상을 밝히는
촛불의 자비처럼,
빛을 바라보면서
빛과 어둠을 나누던 마음도
잠시 멈춘다.
생각과 생각 사이
잠깐의 고요가 있다.
그 고요한 쉼 속에는
붙잡을 것도
밀어낼 것도 없다.
그저 일어나고
흘러가고
사라지는 모습이 있을 뿐이다.
번뇌도 빛의 일부라면
나는 그동안 무엇을 붙잡고 있었을까.
오늘은 생각을 따라가지 않고
생각이 일어나는 자리에서
잠시 바라본다.
그리고 다시 흐르게 둔다.
지금 내 마음에는 어떤 빛이 일어나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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