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고향에 내려왔다.
4개월만 이었다.
고향에 오면
마음이 조금 편안해질 줄 알았다.
막상 찾아오니
마음 한쪽에는 여전히 여러 생각이 있었다.
직장을 구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가족들의 걱정도 있고,
현실적인 경제적 어려움도 있다.
퇴직 후에 2년째 직장 없이 지내면서
삶의 가장 정직하고 날카로운 얼굴을 마주하게 되었다.
때로는 차가운 배고픔이 간절함이 되고,
그 간절함이 다시
렌즈 너머 세상을 바라보는 강렬한 힘이 되기도 한다.
바쁘게 살아갈 때에는
스쳐 지나갔던 빛과 그림자,
산의 모습과 하늘의 흐름,
그리고 내 마음의 미세한 움직임까지
천천히, 그러나 깊게 바라보게 되었다.
경제적으로 결코 넉넉하지 못한 비움의 시간이지만,
그 비움의 시간 속에서
작업에는 오히려 새로운 생기와 기운이 피어났다.
어쩌면 삶에서 만나는 모든 고통과 고요가
사진의 깊은 재료가 되었는지도 모른다.
기쁨도 그렇고
어려움도 그렇고
고요함도 그렇다.
큰 명절을 앞두고
조용한 토굴에서 촛불을 켜고
지금의 나를 잠시 돌아본다.
촛불 두 개가
조용히 타오르고 있었다.
나는 두 불빛을 바라보며
가만히 나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한참 바라보다.
사진을 찍었다.

두 개의 촛불은
서로 다른 자리에서 타오르고 있었다.
그런데 사진 속에서는
두 불빛이 겹쳐지며
하나의 커다란 빛처럼 보이기도 했다.
다시 바라보면
둘이었다.
둘인데 하나처럼 보이고,
하나처럼 보이지만
다시 둘이었다.
문득 내 마음도
그런 모습으로 다가왔다.
현실을 바라보는 마음이 있고
사진을 바라보는 마음이 있다.
가족의 마음을 헤아리는 마음이 있고
내가 걸어가고 싶은 길을 바라보는 마음도 있다.
서로 다른 것 같지만
한자리에서 함께 존재하고 있다.
두 개의 빛이
서로를 밀어내지 않고
같은 자리에서 빛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마음을 맑게 한다는 것이
어쩌면 흔들림을 억지로 없애는 일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을 맑게 한다는 것은
어쩌면 흔들림을 억지로 없애는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흔들림도 바라보고,
빛도 바라보고,
지금 내 앞에 있는 것을
그대로 바라보는 것.
그 순간
마음에는 조금씩 맑은 여백이 생긴다.
오늘도 촛불 두 개를 바라본다.
서로 다른 빛이지만
함께 빛나고 있다.
그리고 묻는다.
지금 내 마음에는
어떤 빛과 어떤 빛이
함께 자리하고 있는가.

당신의 마음에는 지금 어떤 빛이 함께하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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