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칠리아에도 가을이 오고 있는 중이다.
이제 여름이 지나가고 있다. 쉬는 날에도 바다에 가기에는 조금 쌀쌀한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간 카타니아에서는 군밤을 파는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이제 반팔 반바지보다 긴팔 긴바지를 입고 있는 사람들이 더 많이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는 여전히 뜨거워서 밤낮의 일교차가 엄청 커지고 있다.
가을을 타나. 괜히 헛헛한 마음이 든다. 호텔을 찾는 사람들도 점점 줄고 있다. 그전에는 저녁을 먹으러 호텔 레스토랑을 찾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이제는 호텔에서 점심을 먹는 사람들이 늘고 저녁에 오는 사람들은 줄어들고 있다. 글을 쓰는 일도 괜히 시큰둥해지고, 그래도 이번 주 글쓰기를 건너뛰지 말아야지 하는 마음으로 겨우 컴퓨터 앞에 앉았다.

힘든 일이 있었다. 올 한 해 이런저런 정말 예상 못 한 일들이 벌어졌다. 어떤 일이었는지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몸과 마음이 그 일로 잠시 쉬어가는 시간을 갖고 있다. 가끔은 이렇게 몸과 마음이 쉬어가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일들도 생기고, 여지없이 인간의 마음이라는 것이 잠시의 고통에 얼마나 많이 흔들리는지 몸소 느끼고 있다. 또 요가 수련으로 마음이 단단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또 곧잘 흔들리는 걸 보면 잠시나마 오만했던 내 마음을 접고 다시 겸손한 마음으로 매일 아침 수련의 자리로 간다. 여기에서 이 시간을 함께 해주는 친구들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이번 주는 조금 짧게 이만 마치려고 한다.
한국의 구름 한 점 없이 푸르기만 한 가을 하늘이, 그리고 저물어가는 낙엽들이 그리운 날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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