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앗부터 흙에 심어 지금까지 6년째 기르고 있는 바오밥 나무가 한 그루 있다. 무더운 아프리카에서 사는 식물답게 씨앗조차 평범하게는 발아가 되지 않아 심기 전에 김이 펄펄 나도록 뜨거운 물을 부어 껍질을 불려야만 했다.
그렇게 자라난 바오밥은 여름에는 수많은 잎을 틔우며 무럭무럭 자라다가도 날씨가 추워지면 어김없이 모든 잎을 떨구고 볼품없는 모습이 되기를 매년 반복했다. 어떤 여름에는 잎이 달랑 하나 남은 채로 한 해를 살기도 했고, 작년 가을부터는 맨 가지만 덩그러니 남아 죽었나 싶기도 했다.
그런데 유난히 더웠던 올 여름 동안 바오밥이 엄청나게 자랐다. 여기가 고향이라고 착각이라도 하는 모양인지 하루가 다르게 자란 바오밥은 한 번도 본 적 없던 모습으로 커버렸다.
하지만 이런 모습을 지켜보는 게 마냥 흐뭇하지만은 않은건 유례없는 폭염에 신나게 자라는 바오밥이 무언가 착각하는 건 아닐까 싶기 때문이다. 또 겨울이 오면 다시 앙상해질 바오밥을 떠올리게 되기 때문이다.
멍하니 화분 앞에 쪼그려 앉아 이런저런 걱정을 하다가 문득 식물의 '마음'에 대해 생각하는 건 처음이라는 걸 느꼈다. 나는 특별히 해준 것도 없는데 순전히 자기가 알아서 이렇게나 크는 거라서, 그치만 곧 모든 잎을 떨굴 거라서, 그래서 괜스레 미안한 마음이 드는 거였다.
하지만 아무리 바오밥의 마음에 대해 생각해봐도 올여름의 더위가 결국 바오밥에게 좋았던 것인지, 혹은 나쁠 것인지에 대한 결론은 내릴 수가 없었다. 나로서는 적어도 바오밥이 죽지 않도록 조금 더 신경 쓰고 보살피는 게 언제나의 최선인 것이다.
식물을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식물을 위해 음악까지 만든 이들의 마음이 조금은 이해되려는 듯 뭉클하게 다가온 하루. 서늘한 바람과 함께 바오밥 계절이 지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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