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에서의 밤산책 (2)

2021.08.30 | 조회 6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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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겹의 음악

일상의 여러 순간에 깊이를 더해줄 음악을 소개합니다.

 안녕하세요. 어느새 열 번의 글을 보내게 되었네요. 오늘의 편지는 매주 월요일마다 제 글을 읽어주시던 분들께는 다소 아쉬운 소식이 될 것 같습니다. 

 본론부터 말하자면, 음악 창작에 조금 더 집중하기 위해 당분간 '한 겹의 음악'은 비정기적으로 운영하려고 합니다. 일상에서 찾은 생각과 느낌을 음악과 함께 갈무리하며 보낸 10주였는데요, 현재 새 앨범을 준비하며 곡을 쓰는 일과 글쓰기를 병행하다 보니 두 가지 언어 사이의 충돌이 점점 더 크게 느껴져서 고민 끝에 이런 결정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이런 마음을 먹고 나서, 첫 번째 편지에 적었던 '여행지에서의 밤산책'을 한 번 더 해보았어요. 동네에 이사를 와서 '처음'으로 걸었던 그 발걸음 그대로요. 사실은 그렇게 글을 보내고 나서 산책을 할 때마다 최대한 모르는 길로만 걸었습니다. 그때 느꼈던 감각을 잊고 싶지 않았고 또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던 풍경이 익숙해지는 게, 익숙해졌다는 말로도 상기하지 않을 투명한 모습이 되어가는 게 싫어서에요.

 다시금 가본 그 골목은 여전했습니다. 그렇지만 이제는 조금 다른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어딘가를 향해 걷는 사람들이 보였고, 다들 저마다의 목적지를 가지고 흘러가는 부산함이 되려 고요하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밤거리의 불빛과 풍경 그 자체는 이미 조금은 닳아있었고, 어느덧 처음과는 달라졌습니다. 

 이제는 멋 부려 내 동네를 '여행지'라 칭하기엔 낯 뜨거울 만큼 지리도 몸에 배었습니다. 엉망으로 취해도 다음날 눈을 뜨면 멀쩡히 집에 와있을 정도로요. 하지만 여전히 이곳을 '안다'고는 할 수가 없네요. 길 위에는 눈에 보이는 형태 이상으로 수많은 이야기들이 스며 있으니까요.

 어떤 것을, 누군가를 알고 있다는 사실보다는 여전히 모른다는 믿음이, 그래서 끝없이 알고 싶다는 마음과 그것을 지속하는 행동이 훨씬 값지다는 것을 늘 배우고 있습니다. 이렇게 누군가에게 띄우는 '편지'로 이 마음을 꺼내놓지 않았다면 지금의 시선은 완전히 달랐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아는 것 사이에서 모르는 것을, 모르는 것 사이에서 아는 것을 찾아가며 이리저리 방황하는 게 제 생활의 대부분인 것 같습니다. 이와 같은 마음으로 음악을 만들며 언젠가 이것들이 드러나기를, 발견되기를 바라고도 있습니다.. 만 당장은 더더욱 모르는 마음을 유지하며 알고 싶은 것을 찾아나가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한 시기인 듯합니다.

 그래서, 앞으로의 글은 언젠가의 월요일 밤 10시에 보내드릴게요. 이제 이 편지를 받는 일도 여러분께 더더욱 낯설고 흥미로운 일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네, 이건 핑계이구요.. 저는 그저 음악을 열심히 만들고 있겠습니다.  

 그새 바람이 차가워지고 가을이 다가옵니다. 주말에는 고대하던 바다를 보러 갑니다. 누가 찍어도 엇비슷한 바다 사진일 뿐인 바다 사진을 굳이, 시선을 들여 수십 장은 찍을 것 같습니다. 이건 그냥 은유일 뿐입니다. 프레임 안에 담기지 않는 것들은 온전히 자신만이 아는 상징이 되어 어떻게든 남게 되니까요. 

 그러니까 여러분도 굳이, 마음을 들여 최대한 좋아하는 것들을 많이 보고 들으며 지내고 계시길 바랍니다. 그럼 이만 줄일게요. 모두 좋은 밤 보내세요!

Glam Gould - 내 것이 아닌 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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