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LETTER
안녕하세요. 6월 둘째 주 뮤지컬 공연 소식을 전해드리러 온 에디터 한보은입니다. 6월에는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 개막으로 공연 소식이 더욱 풍성합니다. 서울에서는 뮤지컬 <시카고>가 새로운 시즌을 시작하고, 신작 <카르밀라>가 여성 뱀파이어로 관객들을 매혹하고 있습니다. <메노포즈>는 아홉 번째 시즌으로 돌아왔고, 극단 죽도록달린다는 <악녀>라는 제목으로 에우리피데스의 <메디아>를 뮤지컬로 재탄생시켰습니다.
DIMF에서는 개막작으로 마돈나의 히트곡을 엮어 만든 주크박스 뮤지컬 <홀리데이>를 준비하고 있고요, 창작 지원작 가운데 네버엔딩플레이의 <반야귀담>과 공연집단 바람길의 <페이지나>를 소개해드립니다. 아직 상연 중인 작품도 놓치지 마시고요. 본격 무더위가 시작되는 주간인데 건강하고 시원한 관극 생활 되시고 저는 다음 달 더욱 시원한 공연 소식으로 인사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에디터 한보은 드림
뮤지컬 <시카고>가 지난해 25주년 기념 오리지널 내한 공연에 이어 올해도 새로운 시즌을 이어갑니다. 국내 초연 무대부터 벨마 역을 맡아 거의 모든 시즌에 함께해온 배우 최정원 씨가 이번에도 벨마로 무대를 지키고, 2021년부터 합류한 윤공주 씨, 그리고 이번 시즌 새로운 벨마로 <시카고>에 처음 합류하는 정선아 씨가 각자의 매력을 보여줄 예정입니다. 록시 역에는 아이비, 티파니 영, 민경아 씨가 캐스팅되어 21년 캐스팅을 그대로 이어갑니다.
작품은 범죄와 환락이 지배하던 1920년대 시카고를 배경으로 금전과 언론이 결탁한다면 살인도 훌륭한 쇼비즈니스가 될 수 있었던 시대 분위기를 풍자하고 있습니다. 두 주인공 벨마 켈리와 록시 하트가 살인을 저지르고도 무죄를 선고 받고 교도소에서 스타가 되는 이 이야기는 놀랍게도 실화에 기반하고 있는데요, 극에서 직접적으로 비판하고 있는 것은 황금만능주의와 옐로저널리즘이지만 현재에도 여전히 미모가 여성에게 무기가 될 수 있다고 주입시키는 외모지상주의에 대해서도 토론을 야기시키는 작품입니다.
여성 뱀파이어 이야기 뮤지컬 <카르밀라>가 정식 초연됩니다. 2017년 한국예술종합학교 주최로 열린 아르코 뮤지컬 창작 아카데미 쇼케이스에 선정되어 리딩 쇼케이스로 처음 올려졌고, 2018년는 충무아트센터 뮤지컬하우스 블랙앤블루 지원작으로 선정되어 2019년 3월에 리딩 쇼케이스로 다시 올려졌습니다. 그리고 이제 5년여의 준비기간을 거쳐 초연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원작은 1872년 출간된 아일랜드 작가 셰리던 르파뉴의 동명 소설로, 에밀리 해리스 감독의 2019년 영화 <카밀라>도 이 작품을 모티브로 하고 있습니다.
줄거리는 뱀파이어 소녀 카르밀라와 인간 소녀 로라의 사랑과 갈등을 다루고 있는데요, 원작과 뮤지컬의 가장 큰 차이는 뮤지컬이 원작의 등장인물을 대폭 축소하면서 원작에는 없는 동료 뱀파이어 닉을 등장시키고 있다는 점입니다. 카르밀라는 마차 사고를 계기로 로라의 집에서 지내게 되는데, 원작에서 카르밀라와 함께 마차에 타고 있던 사람은 어머니지만 뮤지컬로 옮겨지며 동생 닉으로 바뀌었습니다.
지난 두 번의 쇼케이스에서 카르밀라의 남동생이라는 설정으로 남성 배우가 연기했던 닉은 초연에서는 여동생으로 바뀌어 여성 배우가 맡게 되었습니다. 영생과 사랑으로 갈등을 일으키는 주체가 모두 여성이 된 셈입니다. 주인공 카르밀라 역은 유주혜, 전민지, 정예인 씨가, 로라 역은 이서영, 박새힘, 이재림 씨가, 닉 역에는 송영미, 민도희, 김서연 씨가 캐스팅되어 이번 주부터 관객들과 만나기 시작했습니다. 6월 23일까지 프리뷰 공연으로 할인이 진행되니 참고하시고요.
뮤지컬 <메노포즈>가 아홉 번째 시즌으로 돌아옵니다. 2018년 공연에 이어 6년 만의 재공연입니다. 네 명의 중년여성이 완경에 대한 고민을 나누며 서로를 이해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이야기로, 공연은 제목의 ‘Menopause’를 ‘폐경’이 아닌 ‘완경’으로 지칭하며 성평등 언어에 대한 시대적 요구를 따르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2001년 올랜도의 소극장에서 초연된 후 2002년 4월 오프브로드웨이에서 정식 초연되어 4년간 1500회 이상의 공연 기록을 세운 흥행작입니다. 이후 미국 450개 도시와 해외 15개국에서 공연되었고, 국내에서는 2005년 초연 이후 35개 도시에서 관객들과 만났습니다.
비지스와 아바 등 60~80년대 인기를 끌었던 팝송 23곡이 극중에 삽입되어 올드팝 팬이라면 더욱 즐겁게 공연을 감상할 수 있는데요, 지난 시즌들에서 혜은이, 노사연, 이은하, 신효범, 조갑경 씨 등 한 시대를 풍미한 대중가수와 이영자, 조혜련, 김숙 씨 등 유명 희극인이 무대에 올라 화제성을 더했습니다.
이번 시즌에는 호르몬 이상으로 우울증을 겪고 있는 전업주부 역에는 조혜련, 김현숙, 신봉선 씨가, 사회적으로는 성공했지만 건망증과 외로움으로 괴로워하는 전문직 여성 역에는 문희경, 서지오, 주아 씨가, 지나간 전성기를 그리워하는 연예인 역에는 이아현, 류수화 씨가, 60년대를 그리워하며 히피 스타일 삶을 추구하는 웰빙 주부 역에는 유보영, 민채원 씨가 캐스팅되었습니다. 이 레터를 받아보시는 중년 독자들에게는 노래에 담긴 그 시절 추억과 변해가고 있는 현재의 몸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고, 청년 독자들에게는 어머니를 이해하고 좀 더 가까워질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됩니다.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이 올해도 화려한 라인업과 함께 돌아왔습니다. 개막작은 마돈나의 히트곡으로 엮어 만든 <홀리데이>입니다. 마돈나의 곡으로 주크박스 뮤지컬이 제작된 것은 처음인데요, 프랑스 제작진이 지난해 9월 프랑스에서 초연했고, 마돈나의 원곡을 살리기 위해 영어를 사용한 것이 특징입니다. 80~90년대 마돈나의 히트곡 가운데 ‘Like a Virgin’, ‘Material Girl’, ‘Holiday’ 등 19곡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줄거리는 30대에 진입해 힘겨운 일상을 보내고 있는 네 명의 여성들이 15년 전 마돈나에게 빠져 있던 소녀 시절을 추억하며 우정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이야기입니다. 팝음악의 팬이시라면 <메노포즈>와 <홀리데이>를 나란히 이어서 보는 것도 즐거운 관극이 되실 것 같습니다.
네버엔딩플레이의 신작 <반야귀담>이 DIMF 창작 지원작으로 축제 무대에서 초연을 올립니다. 호환으로 어지러운 조선 시대, 호랑이 울음소리가 들리는 깊은 산속에서 한 소녀가 의문의 서책을 발견합니다. 책을 펼치자 이 산을 찾았던 한 여승의 이야기가 들리기 시작하고, 창귀, 즉 호랑이에게 해를 입어 죽은 귀신이 나타납니다. 창귀가 성불하려면 다른 사람을 호랑이에게 제물로 바쳐야 합니다. 이에 여승을 제물로 바치고자 하는 창귀는 여승의 정체가 죄 없는 사람들의 목숨을 빼앗아 악명이 높은 한양 유 대감의 외동딸 경희임을 알게 됩니다. 창귀와 경희, 그리고 이들을 지켜보고 있는 소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요. 이민영 작가가 가사와 대본을 쓰고 김채영 작곡가가 곡을 붙이고, 안무는 이현정 안무가가 맡았습니다. 창귀와 경희, 그리고 반야, 곡두의 두 소녀까지 네 명 출연진 전원이 여성인 전원 여성극으로 진행됩니다.
웹소설의 로맨스 판타지에는 ‘책 빙의’가 하나의 장르로 자리잡아 인기를 끌고 있는데요, 여기서 포인트는 현실의 인물이 책 속 등장인물에 ‘빙의’되는 것입니다. 62호에서 소개해드린 <버지니아 울프>에서도 주인공이 자신이 쓴 책 속으로 들어간다는 설정이지만 ‘빙의’는 아니었죠. 올해 DIMF의 또 다른 창작 지원작인 공연집단 바람길의 <페이지나>에서는 주인공의 ‘책 빙의’가 주요 테마입니다.
소설가 비비안은 우연히 돌아가신 엄마가 미완성으로 남겨놓은 소설을 발견하고 그 소설을 자신이 완성해야겠다고 생각하고 펜을 듭니다. 하지만 잠시 잠이 들었다 깨어나보니 소설 속에 들어와 있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그것도 주인공을 괴롭히는 악녀 올리비아에게 빙의한 채로요. 올리비아가 된 비비안은 이 소설의 결말을 어떻게 끝맺게 될까요. 주인공 비비안과 올리비아 역에는 조혜령, 김보라 씨가 캐스팅되었고, 한주은 연출이 극작과 연출을 맡고 서진영 작곡가가 곡을 붙였습니다.
에우리피데스의 <메디아>가 뮤지컬로 재탄생합니다. 극단 죽도록달린다의 신작 <악녀>인데요, 서재형 연출과 한아름 작가가 연출과 대본을 맡아 기대감을 높입니다. 주인공 메디아 역에 소리꾼 정은혜 씨가 캐스팅된 것이 눈에 띄는데요, 서재형 연출은 작중에 3개 나라의 인물들이 등장하는 데 착안해 인물에게 음악적으로 다른 언어를 부여합니다. 콜키스인인 메디아는 소리로 감정을 토로하고, 이올코스인인 이아손은 국악 선율에 맞춰 욕망을 드러냅니다. 그리고 코린토스인인 코러스장과 코러스 배우들은 뮤지컬 창법으로 이들의 비극을 전합니다. 정은혜 씨는 국립창극단 신입 단원 시절인 2013년 창극 <메디아>의 주역을 맡아 화제가 되기도 했었는데요, 창극이 아닌 뮤지컬에서는 어떤 연기를 보여줄지 기대가 됩니다.
- 데미안 링크아트센터드림 드림4관 ( ~ 06.30)
- 섬 국립정동극장 ( ~ 07.07)
- 버지니아 울프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 ( ~ 07.14)
- 작은 세계 두잇 아카펠라 ( ~ 07.24)
- 인사이드 미 JTN아트홀 2관 ( ~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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