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LETTER
안녕하세요. 음악과 무용 공연으로 인사드리는 6월 셋째 주 위클리 허시어터입니다. 이번 호에서는 모두 아홉 편의 공연을 준비했습니다.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에서는 누오바오페라단의 <나비부인>이 올려지고, 소프라노 홍혜경 씨는 예술의전당 ‘보컬 마스터 시리즈’에서 10년 만의 단독 공연으로 한국 관객들과 만납니다. 지휘자 김은선 씨는 서울시향과의 협연으로 라흐마니노프를 들려줄 예정입니다. 피아니스트 손열음 씨는 베토벤 전곡 시리즈에 도전하는 고잉홈프로젝트와 협연 무대를 갖습니다.
국립창극단은 2023-2024 레퍼토리시즌 마지막 무대로 신작 <만신: 페이퍼 샤먼>을 선보이고, 판소리아지트 놀애박스의 박인혜 씨는 <종이꽃밭: 두할망본풀이>로 의정부 관객들과 만납니다. 국립무용단은 차진엽 안무가의 <몽유도원무>를 다시 올립니다. 박지혜 안무가는 <그날이 오기를 간절히 기다렸어요>로 국립정동극장 창작ing 무대에 오릅니다. 안은미 안무가의 <여자야 여자야>도 재공연을 갖습니다.
무더위에 지치는 여름, 공연장 가는 길에 생수 한 병 지참하셔서 탈수 예방하시고 건강한 관극 되시기 바랍니다. 저는 다음 달 더욱 흥미로운 공연 소식으로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편집장 윤단우 드림
예술의전당에서는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이 한창인데요, 누오바오페라단은 푸치니의 <나비부인>으로 페스티벌에 참여합니다. 올해가 푸치니 서거 100주년이기도 해서 축제 조직위는 푸치니의 곡으로만 꾸민 오페라 갈라 콘서트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오페라 <이상의 날개>, <오 헨리의 겨울>, 음악극 <정조와 햄릿> 등 창작물에서 발군의 연출력을 보여온 임선경 연출의 손에서 동적인 구성으로 새로운 <나비부인>이 탄생할 예정이며, 소프라노 임세경, 이다미 씨가 주인공 초초상 역에 더블캐스팅되어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소프라노 홍혜경 씨가 예술의전당 ‘보컬 마스터 시리즈’의 첫 번째 주인공으로 오랜만에 한국 관객들과 만납니다. 홍혜경 씨가 국내에서 단독 공연을 갖는 것은 이번이 10년 만인데요, 이번 무대에서는 벨리니의 <노르마>, 도니제티의 <안나 볼레나>와 <로베르토 데브뢰> 베르디의 <일 트로바토레>, <운명의 힘>, 구노의 <로미오와 줄리엣>, 레하르의 <유쾌한 미망인>, <주디타>, 푸치니의 <마농 레스코>, <투란도트>, <토스카> 등에서 주요 아리아를 들려줄 예정입니다.
지휘자 김은선 씨가 라흐마니노프로 서울시향과 협연 무대를 꾸밉니다. 1부에서는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을 영국 출신 피아니스트 스티븐 허프와 함께 들려주고, 2부에서는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3번을 연주합니다. 김은선 씨는 현재 샌프란시스코 오페라 음악감독으로 재직 중이며, 지난 4월에는 아시아 여성 지휘자 최초로 베를린 필 포디엄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3번은 당시 베를린 필과 협연했던 곡입니다. 2년 만에 서울시향과 다시 만나는 김은선 씨의 지휘봉이 관객들을 어디로 데려가줄지, 예매를 서두르셔야 할 듯합니다.
‘고잉홈프로젝트’는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한국 출신 음악가들과, 한국을 제2의 고향으로 여기며 활동하고 있는 해외 음악가들이 모여 결성한 오케스트라로, 2022년 창단 연주회에서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을 지휘 없이 연주해 화제가 되었습니다. 지난연말부터 베토벤 전곡 시리즈를 시작해 5회차의 공연을 기획하고 있는데요, 그 두 번째 공연인 이번 무대에서는 피아니스트 손열음 씨가 스베틀린 루세브, 김두민 씨와 함께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를 위한 삼중 협주곡 다장조 op.56’을 연주합니다.
국립창극단이 신작 <만신: 페이퍼 샤먼>으로 2023-2024 레퍼토리시즌 마지막 무대의 대미를 장식합니다. 그동안 원작이 있는 작품을 각색해 새로운 창극으로 재탄생한 무대를 꾸준히 선보여 온 국립창극단이 처음 올리는 오리지널 창작극이기도 합니다. 제목의 ‘만신(萬神)’은 경기도 양주 지역에서 무당을 높여 부르는 명칭으로, 작품은 한국의 무속문화를 중심으로 전 세계에 존재해 온 샤머니즘을 창극 무대로 옮겨놓고 있습니다. 2막으로 구성된 작품에서 1막은 남들과는 다른 운명을 타고난 소녀가 내림굿을 받아 강신무가 되는 과정을, 2막은 만신이 된 주인공이 오대륙 사면과 함께하는 여정에서 각 대륙의 비극과 고통을 다양한 형태의 굿으로 치유하는 과정을 다룹니다.
공연은 박칼린 연출의 국립창극단과의 첫 협업작이며, 박 연출과 뮤지컬 <에어포트 베이비> 등에서 호흡을 맞춘 바 있는 전수양 작가가 극본을, 안숙선 명창이 작창을 담당했습니다. 무가는 이해경 만신이 제공한 원전을 바탕으로 무대화했습니다. 주인공 실 역은 김우정 씨와 박경민 씨가 더블캐스팅되었고, 북유럽 샤먼 이렌 역에는 창극단 악장 김금미 명창이, 또 다른 샤먼 아이야나 역에는 수석 민은경 씨가, 신어머니 역에는 허애선 씨가 캐스팅되었습니다.
판소리아지트 놀애박스가 <종이꽃밭: 두할망본풀이>로 수원 관객들에 이어 의정부 관객들과 만납니다. <종이꽃밭: 두할망본풀이>는 지난해 여우락페스티벌에서 처음 선보인 신작으로, 올해 예술경영센터 공연예술 유통사업 선정작으로 8개 도시 투어가 예정되어 있는데요, 수원과 의정부에 이어 포항, 대전, 보성, 강릉, 진주, 완주에서 공연됩니다. 제주 무속신화 <생불할망본풀이>를 원작으로, 아기를 점지하고 돌보는 여신인 삼신할미의 탄생 과정을 그린 작품입니다.
줄거리는 아기의 점지와 출산 및 양육을 담당하는 두 생불신인 동이와 명이가 신의 자리를 두고 경쟁하는 이야기인데요, 동해용왕과 서해용왕의 딸인 동이는 자신을 구해준 임박사에게 아기를 점지해주지만 해산의 방법을 알지 못해 산모가 위기에 처합니다. 다행스럽게도 또 다른 생불신 명이가 나타나 아기를 무사히 해산시키지만 두 생불신 동이와 명이는 옥황상제를 찾아가 누가 진짜 생불신인지 판결을 요청합니다. 이에 옥황상제는 은대야에 은꽃씨를 주며 꽃 피우기 내기를 제안합니다. 신의 자리를 두고 경쟁하는 두 아기씨의 이야기를 통해 생명과 사랑, 연대에 대해 질문하는 작품으로, 놀애박스 대표인 박인혜 씨가 연출과 극본, 작창을 맡은 것은 물론 소리꾼으로 극을 이끌어갑니다. 코러스로는 이예린, 이해원 씨가 함께합니다.
국립무용단의 2022년 신작 <몽유도원무>가 2년 만에 돌아옵니다. 당시 <신선>과 더블 빌로 올려지며 현대무용가와의 협업으로 화제가 되었던 작품으로, 이번에는 두 작품이 각각 60분의 장편 무대로 확대되어 단독 공연으로 올려집니다.
작품은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조선시대 화가 안견의 <몽유도원도>에서 모티브를 얻었는데, 차진엽 안무가는 그림에서 표현된 굽이진 산세처럼 산지가 많은 한국의 지형을 묘사할 때 흔히 사용하는 부사인 ‘굽이굽이’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설명합니다. 그런 ‘굽이굽이’의 형상이 자연으로 바라볼 때는 아름답지만 인간의 삶이라는 관점으로 보면 굉장히 굴곡지고 힘든 여정이라는 것입니다.
2차원 그림 속에 현실 세계와 이상향의 세계가 동시에 존재하는 그림과 달리 <몽유도원무>에서는 무용수들이 현실의 고된 여정을 거쳐 도원에 이르렀다가 다시 현실로 돌아오는 시간적 흐름을 따르고 있습니다. 수묵화와 채색화를 오가는 환상적인 무대는 이혜진 씨와 미디어 아티스트 문규철, 황선정 씨가 함께하고, 움직이는 그림을 보는 듯한 아름다운 의상은 디자이너 최인숙 씨가 맡았습니다.
국립정동극장 창작ing 다섯 번째 작품은 박지혜 안무가의 <그날이 오기를 간절히 기다렸어요>입니다. 2015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의 책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으로, 여성의 시선으로 바라본 전쟁을 움직임과 이야기로 표현합니다. 가야금, 바이올린, 장고의 조합으로 동서양 악기의 어울림을 꾀하고, 헨델의 <울게 하소서>와 같은 바로크 음악과 열정적인 탱고 음악을 오가며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통해 전쟁 속 격렬한 감정의 파동을 그려냅니다. 현대무용가 김동규 씨의 연출과 디자이너 최인숙 씨의 감각적인 의상도 기대되는 부분입니다.
지난해 안은미 안무가와 국립현대무용단의 만남으로 화제가 되었던 <여자야 여자야>가 다시 돌아옵니다. 그동안 할머니, 아저씨, 청소년, 장애인 등의 몸을 경유하며 ‘몸의 인류학’을 써 온 안은미 안무가는 <여자야 여자야>에서 신여성을 재조명합니다. 신여성이라는 이름으로 우리 앞에 나섰으나 시대의 벽에 부딪혀 좌절하고 또다시 일어나 자신의 삶을 살았던 여성들을 통해 한국 근현대사를 다시 읽어내고 있습니다. 서울 공연이 끝나면 광주 공연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 소프라노 홍혜경 리사이틀 세종예술의전당 (07.06)
- 여자야 여자야 국립현대무용단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예술극장 극장1 (07.05 ~ 07.06)
- 잠자는 숲속의 미녀 유니버설발레단 부산시민회관 대극장 (07.12 ~ 07.13)
- 잠자는 숲속의 미녀 유니버설발레단 경주예술의전당 화랑홀 (07.19 ~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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