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LETTER
안녕하세요. 에디터 이수아입니다. 어느새 올해 마지막 위클리 허시어터로 인사드리게 되었습니다. 에디터로 참여해 숨차게 달려온 한 해가 벌써 끝이 보이네요. 다사다난이란 식상한 표현이 이렇게 적확하게 들어맞을 수 있나 싶은 연말인데요, 이번 호에서는 공연에 관한 리뷰와 기사들을 모아 전해드립니다.
먼저 국립극단의 <사일런트 스카이>, 뮤지컬 <이프/덴>, 국립현대무용단의 <닥쳐 자궁>, 극단 미인의 <화성골 소녀>, 입과손스튜디오의 <구구선 사람들>, 서울시뮤지컬단의 <맥베스> 리뷰를 준비했습니다. 이 외에 극단 청년단의 <생활의 비용>이 공연과이론을위한모임이 시상하는 올해의 작품상에 선정되었고,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 신작 31개 작품 가운데 6편이 1월 개막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뮤지컬 <광화문 연가>의 12월 22일 공연이 배우 차지연 씨의 건강 문제로 중단되었습니다. 올해 뮤지컬 <라스트 파이브 이어스>를 통해 단독 연출로 데뷔한 이지영 연출의 인터뷰 기사도 준비했습니다. 영화, 드라마, 뮤지컬 등 대중문화 전반에서 여성서사 작품들이 인기를 끌고 있는 ‘시스맨스’ 코드를 확인해보았습니다.
극장의 여성들에게 조명을 비춘다는 허시어터의 방향성에 공감해 큐레이션에 참여하게 되었고 에디터로 공연을 소개하고 관련 기사와 리뷰를 찾아보며 저 역시도 많이 배우고 성장한 한 해였습니다. 한 해 동안 감사했고 내년에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따뜻하고 행복한 연말 되시고 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감사합니다.
- 에디터 이수아 드림
안녕하세요. 저는 에디터 한보은입니다. 올해 마지막 레터여서 이렇게 편집부 식구들이 다함께 인사드리게 됐습니다. 올 한 해 허시어터에 에디터로 참여하며 즐거웠고 혹시 저의 부족함으로 누를 끼치는 건 아닌지 조심스러워지기도 한 시간이었습니다. 내년에는 허시어터에 또 조금의 변화가 있는데요, 현재의 월 4회 발행에서 3회로 주기가 조정됩니다.
처음에는 저와 이수아 에디터가 뮤지컬과 연극을 각각 맡아 큐레이팅하다가 공연 편수의 쏠림 현상으로 공동 큐레이팅을 하게 되었고, 그러다 보니 레터도 따로 발행하는 것보다 한데 모아 발행하는 게 나을 것 같아 주기를 조정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내년부터는 ‘위클리 허시어터’가 아니라 ‘여자들의 극장 허시어터’로 월 3회, 매달 5일, 15일, 25일에 레터가 발행됩니다. 5일에는 연극과 뮤지컬 공연을, 15일에는 음악과 무용 공연을 소개하고, 25일에는 리뷰와 기사를 모아 전해드립니다. 발행일자와 주기가 달라졌어도 내용상으로는 더욱 부지런하고 충실한 큐레이팅이 되도록 노력할 테니 예쁘게 지켜봐주세요. 한 해 동안 감사했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에디터 한보은 드림
안녕하세요. 편집장 윤단우입니다. 이번 호는 에디터들 인사말을 다 싣다 보니 본문보다 에디터스 레터가 더 길어지는 게 아닌지, 본문으로 들어가기도 전에 지루해져서 뒤로가기를 누르시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되네요. 지난 2년간 공연 큐레이팅을 하면서 혼자서 외롭다면 외로운 작업을 하다가 올해는 편집부에 새 식구들이 들어와 참 든든한 한 해였습니다. 이 지면을 빌어 두 에디터에게 감사를 전합니다.
마음이 든든해진 한편으로는 큐레이션 안에서 느끼는 또 다른 외로움이 있었는데요, 무대 위와 아래에 어떤 여자들이 있는지 눈 크게 뜨고 발견해내는 게 즐거우면서도 또 우리가 이렇게 진심을 다해 발견해낸 여자들은 여자들을 얼마나 바라보고 또 여자들에게 얼마나 닿고 있을까하는 아득함이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연극에서는 여성의제가 비교적 활발히 무대로 옮겨지고 있는 편이지만 뮤지컬에서 여성의 자리는 아직 너무 비좁고 음악이나 무용에서는 여성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어요.
해가 바뀌면 레터 발행도 어느덧 4년차가 되는데요, ‘여자들의 극장’을 표방하는 허시어터의 이 불안한 항해가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드는 한편으로는 극장에서 또 어떤 여성들을 만날 수 있을까라는 기대와 설렘이 멈추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 허시어터의 항해는 여전히 불안함 투성이지만 새해에도 멈추지 않는 기대와 설렘을 안고 극장 안의 여자들을 만나러 계속 가보려고 합니다. 독자 여러분들도 허시어터가 전하는 극장 안의 여자들 소식을 반갑게 맞이해주세요. 시국은 어수선하지만 차분하게 한 해 마무리하시고 새해에는 뜻하신 모든 일 다 이루시길 바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편집장 윤단우 드림
1900년대 초, 천문학자 헨리에타 레빗은 꿈에 그리던 하버드 천문대에서 일할 기회를 얻게 된다. 한시라도 빨리 대형굴절망원경을 사용하고 싶은 기대와 달리, 동료 피터 쇼로부터 인간 컴퓨터인 계산원으로 일하며 남자들이 촬영한 별의 좌표 기록만 담당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듣는다. 그러나 헨리에타는 이에 굴하지 않고 세페이드 변광성의 변화를 기록하는 연구를 시작한다.
항성 분류법의 기준을 마련한 애니 캐넌, 뛰어난 광도 측정가인 윌러미나 플레밍과 유대하며 두 사람의 조언과 지지 속에 연구를 이어 나간다. 동생 마거릿의 연주를 통해 별들의 밝기와 음계의 유사성을 알아낸 헨리에타는, 마침내 변광성의 밝기로 멀리 떨어져 있는 은하들까지의 거리를 측정하는 방법을 발견하는 최초의 인물이 된다.
단순히 개인의 과학적 발견만 다룬 극은 아니다. 레빗과 함께 하버드대 천문대에서 함께 일한 여성 동료들과의 유대를 담았다. 19세기 여성들이 겪었던 불평등과 그들이 꿈을 위해 싸웠던 과정을 압축해 보여준다. 시대의 장벽을 뚫고 삶과 우주를 개척하는 여성들의 연대에 초점을 맞춘다. 가정부로 일하다가 여성 컴퓨터가 된 윌러미나는 어떤 상황도 웃는 일류이며, 애니는 여성 참정권 운동가 ‘서프러제트’가 된다.
배우 안은진은 사회적 통념에도 주눅들지 않는 헨리에타 역으로 극의 중심을 잘 잡아줬다. 특히 마지막 허블 망원경을 통해 관객 모두에게 우주를 보여주는 장면에서 표현한 감동과 전율은 객석에서 훌쩍이는 소리가 나게 만들 정도였다. 더불어, 낯선 이론의 나열로 다소 늘어질 수 있는 장면 곳곳에서 윌러미나 역의 박지아와 애니 역의 조승연은 활달한 분위기를 환기하며 재미를 더했다.
엘리자베스는 이혼을 하고 다시 취업 준비생이 되어 뉴욕으로 방금 돌아왔다. 이제 관객은 엘리자베스의 선택에 따라 달라질 결과를 ‘베스’와 ‘리즈’의 이야기로 만나게 된다. 마치 평행이론을 보는 것처럼 베스와 리즈의 이야기는 선택의 순간을 거치며 다른 결말을 향해 가게 된다. 순간순간 교차하는 베스와 리즈의 이야기는 선택의 순간과 만나 극의 긴장감을 더한다. (중략)
베스와 리즈의 이야기는 사랑과 이별, 결혼과 이혼, 출산과 죽음 등 우리 삶을 관통하는 이야기에만 머물지 않는다. 도시를 개발하려는 도시국과 청년들의 열악한 주거환경을 개선하려는 이들의 대립, 베스가 그리는 이상과 현실의 갈등도 그려진다. 2022년 초연에는 부각되었던 이 부분들이 2024년 두 번째 시즌에서는 비중을 줄였지만 깨알처럼 숨어있는 사회적 선택의 문제들을 찾아 곱씹어 보는 것도 추천한다.
작품의 처음과 끝을 장식하는 엘리자베스의 넘버 ‘만약에?(What If)’는 ‘이프 덴’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로도 손색이 없다. 엘리자베스의 ‘기억의 방’을 콘셉트로 한 무대는 이번 시즌이 개인의 삶에 더 집중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사실 인생에 ‘만약’은 없다. 너무 냉정하고 이성적인 이야기일지는 모르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오늘을 열심히 살아가는 것이다. 어떤 선택을 하건 삶은 늘 우리 편이다.
안무가 시모지마는 열여덟 살에 병원에서 신체 내부에 자궁이 없으며, 대신 고환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진단을 받는다. 병원의 최종 진단은 그에게 고환도 없다는 것이었는데, 시모지마는 이를 “제 DNA는 더 이상 이어지는 일 없이 ‘아무것도 없는’ 이 육체가 저의 최종 형태라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인간의 본능이라고 인류의 역사만큼 오래도록 세뇌되어 온 ‘번식’이 불가한 몸이라는 것이다. 안무 작업을 하기 위해 한국에 온 시모지마는 태어나자마자 한 살을 먹는 한국식 나이 셈법(현재는 한국도 만 나이 체제로 바뀌었지만)에 영감을 받아 자신의 이 같은 타고난 신체성을 비출산에 대한 선언으로 바꾼다.
그는 프로그램북에 실린 안무가의 글에서 “세상의 모든 부조리는 인간이 인간인 까닭이며, 이러한 부조리를 멈출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인간을 낳지 않는 것”이라고 쓰고 있는데, 이처럼 자신의 결연한 의지로 자궁을 엄마 뱃속에 두고 나온 것이기에 그의 비출산은 신체성이 아니라 의지에 따른 결과인 것이다.
따라서 관객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드는 무대 위의 이 퍼포먼스, 임부의 배를 때리거나 불알을 저글링 하듯 굴리며 노는 모습은 번식에 대한 유쾌한 저항으로 재의미화된다. 또한 퍼포먼스가 펼쳐지는 곳이 한 세대 전 성감별 낙태를 통한 대규모 페미사이드(Femicide)를 자행해 온 한국이라는 점에서 안무가의 의도와 무관하게 남아 출산으로 남성 과잉 사회에 도달한 한국 사회에 대한 비판으로도 읽을 수 있다.
이 작품은 성매매 집결지 ‘화성골’의 철거 공표 이후 화성골과 활동가들이 갈등하는 상황을 배경으로 한다.
화성골 언니들(성매매 여성)이 쉼터의 수녀나 활동가들과의 교류를 거부하자 원장 수녀는 이들의 재활과 상담을 돕기 위해 이레네 수녀를 상담사로 파견한다. 쉼터에서 이레네는 내담자 소영과 만나 그녀의 사연을 들어주며 점차 친해진다. 그러던 어느 날 소영이 임신 사실을 고백하며 낙태를 원하자 이레네는 종교의 교리와 인간적 가치 판단 사이에서 갈등하다가 소영을 돕는다.
이 문제로 원장 수녀의 추궁을 받게 되자 이레네는 ‘모자보건법상 강간 등 원치 않는 임신의 경우, 임신 중단은 합법’이라며 자신은 수녀가 아닌 상담사로서 소영의 주체적인 선택을 도와준 것이라고 주장한다. (중략)
화성골 유리방이라는 공간에서는 소영의 화려한 의상과 수녀의 성스러운 의상이 그 어떠한 차이성도 갖지 않는 것이다. 이것은 소영과 수녀원의 수녀들을 구분지을 수 있는 절대적인 기준이 존재하지 않음을 암시해주기도 한다.
이러한 편견보다 은밀하게 작동되는 것이 바로 우월감이다.
이 작품은 누군가를 연민하고 도와주고자 하는 태도 이면에 혹시 우월감이 자리잡고 있는 것은 아닌지 충격적인 방식으로 되돌아보게 만든다.
하루하루를 버티며 망망대해를 표류하는 사람들. 정처 없이 떠가는 배 위에서는 누구도 완벽할 수 없고 온전한 안정을 찾기 어렵다. 무대에 등장한 소리꾼은 과연 배 위의 삶만 그렇겠냐고 되묻는다. 이 땅 위에 살고 있는 우리나 구구선 사람들이나 매한가지 아니겠냐며.
구구선은 100에 가닿지 못하고 99에 그치고 마는 모자란 세상을 닮은 배 한 척이다. 역사 속에서 단 한 번도 사라진 적 없는 ‘불쌍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는 레미제라블 같은 고전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 우리의 모습과도 닮아 있다.
자칫 무겁고 슬프기만 한 이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입과손은 친근함을 택했다. 레미제라블 속 장발장은 ‘장씨’, 장발장을 쫓는 자베르는 ‘조병렬’, 미혼모라는 이유로 일을 뺏기고 세상 끝으로 내몰리는 팡틴은 ‘박미영’, 혁명군의 일원이었던 소년 가브로슈는 ‘가열찬’ 등 발음이 비슷한 배역 이름으로 작품과 무대, 판소리의 벽을 조금은 낮추는 데 성공한다. (중략)
2시간이 조금 안되는 긴 시간 동안 판소리만으로 극을 채우는 것은 무리라고 여겼던 걸까. 입과손의 ‘구구선 사람들’은 극이 진행됨에 따라 판소리에서 창극으로, 연극으로 그 구분이 모호해졌고 드럼과 기타가 주도하는 대중음악을 소리꾼들이 노래하기도 했다. 그런 시도는 분명 국악이 낯설고 지루한 청중에겐 도움이 됐겠으나 '진한' 판소리를 기대한 관객에겐 다소 무리수로 여겨졌겠다. 문학 작품을 판소리로 재해석한 것만으로도 ‘창작’의 의미는 충분하다. 그럼에도 대서사시에 가까운 레미제라블을 우리의 소리로 부르길 시도했다는 것 자체는 흥미롭고 반가운 도전이었다.
원작의 레이디 맥베스에게는 이름이 없다. 여성은 결혼과 동시에 아버지의 성에서 남편의 성으로 이동하며 이름 대신 남편의 성으로 불린다. 특정한 개인은 사라지고 아내와 어머니의 역할만이 강요되는 삶이다. 그런 사회에서 남편의 권려욕을 자극해 왕비가 되는 레이디 맥베스는 신인류였을지 모른다. 하지만 원작 속 레이디 맥베스가 갈 수 있는 길은 딱 거기까지다. 김은성 작가는 레이디 맥베스에게 맥버니라는 이름과 칼을 쥐여주며 그의 감정과 주장, 행동을 구체적으로 그려낸다. 특히 맥버니가 아이를 잃은 어머니이며 승리한 맥베스가 충분한 보상을 받지 못했다는 사실을 언급하면서도, 그가 폭력의 가해자라는 점을 절대 잊지 않는다.
그렇다면, 맥버니의 폭력은 어디서 온 것일까. 뮤지컬 <맥베스>는 맥버니의 잘못된 선택을 그의 나르시시스트적 면모를 통해 설명한다. 맥버니는 강요와 조종, 비난과 비교로 맥베스를 지배하며 그보다 더 높은 위치에 선다. 그는 맬컴 왕자의 왕세자 임명에 화가 난 맥베스에게 “남의 것을 빼앗는 일이 아니라 내 것을 되찾는 일”이라는 말로 살인을 부추긴다. 맥버니에게 왕좌는 쟁취해야 할 목표가 아닌, 이미 손에 쥐고 태어난 것에 가깝다. 그는 전장에서 도망간 왕세자, 술만 마시면 돌변하는 던컨왕, 죽음에 대한 공포를 살인의 이유로 든다. 하지만 이는 맥베스 회유를 위한 것일 뿐, 자신의 위로 아무도 올려두지 않는 맥버니에게는 모두 무의미하다.
연극평론가들의 모임인 '공연과이론을위한모임'(공이모)은 '올해의 작품상'으로 극단 청년단의 '생활의 비용'을 선정했다고 26일 밝혔다.
올해 10∼11월 서울 미아리고개예술극장에서 공연된 연극 '생활의 비용'(정지수 번역·연출)은 '올 한해 화려하고 거대한 여러 무대 가운데 꾸밈없고 솔직한 울림이 돋보이는 완성도 높은 번역극' 등의 평가를 받았다.
'제17회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 신작' 31개 작품 가운데 6편이 다음 달 무대에 오른다.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 신작'(이하 창작산실)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공연예술 분야의 우수 신작을 발굴·지원하는 사업이다.
내년에는 연극·창작 뮤지컬·무용·음악·창작 오페라·전통예술 등 6개 장르에서 신작 31편을 창작산실 작품으로 선정했고, 이 가운데 여성국극과 인형극, 창작 뮤지컬, 무용 분야의 6편이 내달 공연된다. (중략)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는 18∼26일 작가 배해률과 연출가 윤혜진의 신작 연극 '목련풍선'도 이어진다.
작가 고연옥과 연출가 구자혜 등 연극 창작진이 참여해 만든 여성국극 '벼개가 된 사나히'는 11∼19일 서울시 종로구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무대에 오른다. 여성국극 원로 1세대 배우인 94세 이소자, 80세 이미자 등이 출연한다.
이 작품의 작창을 맡고 직접 출연도 하는 박수빈 여성국극제작소 대표는 "연극계 창작자들과의 협업을 통해 여성 국극의 다양한 요소 중에 연극적인 요소를 가장 전면에 내세운 작품"이라며 "새로운 여성 국극의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2일 ‘광화문연가’ 공연 제작사 CJ ENM은 “금일 오후 2시 1막 공연 중 월하 역 차지연 배우에게 일시적인 과호흡 상태가 발생해 공연이 중단됐다”며 ‘배우는 지체없이 병원으로 이동했으며, 전문의의 소견에 따라 필요한 검사와 조치를 받고 현재 안정을 취하며 회복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제작사는 ”관객분들에게 심려를 끼쳐 진심으로 죄송하게 생각하고, 회복에 전념하여 더욱 좋은 모습으로 무대에 복귀하겠다는 차지연 배우의 인사를 대신 전해드린다“면서 해당 공연의 예매자들에게는 티켓 결제 금액 기준 110% 환불을 약속했다.
이어 “차지연 배우의 빠른 쾌유를 기원하며, 불편을 드려 관객 여러분께 다시 한번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앞으로 보다 좋은 공연으로 관객분들을 맞이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라스트 파이브 이어스>를 보고 연출가의 꿈을 꾸게 되셨다고요. 작품의 어떤 점이 그렇게 마음을 움직인 걸까요?
2003년 초연 공연을 보고 펑펑 울었던 기억이 나요. 사랑의 민낯을 마주한 것 같았거든요. ‘우리는 사랑했고, 그 후 행복하게 잘 살았답니다.’류의 이야기가 사실 마냥 현실적인 이야기는 아니잖아요. 연인이 사랑하다가 이별하는, 그 매정하고 쓸쓸하고 뼈 아픈 현실을 너무나도 우아하게 전달하는 작품이라고 느꼈어요. 그래서 공연을 보고 난 후 ‘나도 저렇게 우아한 방식으로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기더라고요. 또, <라스트 파이브 이어스>는 사랑이 무엇인지, 우리는 어떤 사랑을 하고 있는지 등 여러 가지 질문을 던져주는 작품이라 인상적이었어요. 저는 공연은 이렇게 질문을 던져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네가 진짜 원하는 게 뭐야?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좋을까?’ 같은 질문들. 즉, 예전부터 존재했고,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철학적인 질문들이요. <라스트 파이브 이어스>가 그런 물음을 안겨주는 작품이었기 때문에 제게 강렬하게 남은 것 같아요. (중략)
과거 당신의 세계를 구성했던 존재는 무엇인가요?
어렸을 때부터 <사운드 오브 뮤직>의 줄리 앤드류스를 흠모하면서 자랐어요. 집에서 매일 커튼을 뒤집어쓰고 <사운드 오브 뮤직> OST를 불렀죠. (웃음) 그 작품을 통해서 아름다운 음악의 힘이 얼마나 강한지를 배운 것 같아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노래를 통해서 사람들이 무언가를 느낄 수 있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중학교 때는 직접 동대문에 가서 천을 떼다가 의상을 만들고, 친구들을 모아서 <사운드 오브 뮤직> 공연을 한 적도 있어요. 아무도 시키지 않았는데. (웃음) 그때부터 연출가의 기질이 있었나 봐요. 그리고 뮤지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를 본 후에도 ‘뮤지컬이 계속 나를 무대로 부르는 구나’ 생각했었고요. 그렇게 어린 시절부터 막연하지만 꾸준하게 무대를 꿈꿔왔기 때문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중략)
안 그래도 요즈음 공연을 보러 다니면서 줄곧 마음속에 품고 있었던 질문입니다. 요즘처럼 혼란스럽고, 때로는 절망스러운 이 시대에 예술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요?
사람이 사람으로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계속해서 던져야겠죠. <틱틱붐>에도 이런 가사가 있어요. 왜 사고를 겪어야만 진실을 깨닫는 걸까, 왜 폭풍을 겪어야만 혁명이 시작되는 걸까, 우리는 뭐가 두려워서 가만히 있는 걸까. 그러니 이제 두려워하지 말고 행동하라고 노래해요. 공연을 통해 메시지를 전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일이고, 책임감을 가져야 하는 일이에요. 그러니 공연을 만드는 입장에서는 더욱 많이, 깊이 고민해야 하죠. 관객분들이 공연을 통해서 자기 자신을 마주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이요. 그러면서 내가 어떤 것에 목소리를 내야 하는지, 내가 어떤 것을 옳다고 생각하는지 깨닫는 기회를 얻으셨으면 좋겠어요.
최근 영화·드라마·뮤지컬 등 대중문화 전반에 여성 서사 작품들이 인기를 얻고 있다. 즉 작품 전면에 여성을 내세우거나 또는 꼭 그렇지 않더라도 ‘젠더 감수성’ 정도가 흥행 성적을 가르고 있는 셈이다. 주요 대중문화 향유 계층이 젠더 감수성 등에 민감한 MZ세대로 변화하면서 특히 ‘시스맨스(시스터+로맨스)’ 코드가 트렌드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22일 콘텐츠 업계에 따르면 올해 특히 여성 서사 작품들이 드라마, 뮤지컬, 영화 등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드라마는 tvN의 ‘정년이’, SBS의 ‘굿 파트너’, JTBC ‘정숙한 세일즈’, 영화는 ‘모아나 2’ ‘히든 페이스’ ‘위키드’ ‘서브스턴스’, 뮤지컬은 ‘홍련’ ‘리진’ ‘유진과 유진’ 등 여성 서사를 강조한 작품들이 흥행에 성공했다. 특히 시청률에서 ‘굿 파트너’는 시청률 17.5%, ‘정년이’는 16.5%를 기록하는 등 커다란 인기를 누렸다. ‘굿 파트너’는 여성 변호사들, ‘정년이’는 여성 국극단이 배경이었으며, ‘정숙한 세일즈’는 1990년대 금기시했던 성인용품을 판매하며 자아를 찾아가는 중년 여성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중략)
‘장화홍련전’과 ‘바리데기’를 모티브로 한 뮤지컬 ‘홍련’, 미국에서 일어난 리지 보든 사건을 바탕으로 한 ‘리지’, 아동 성범죄 피해자들이 상처를 치유하고 성장하는 과정을 섬세하게 표현한 ‘유진과 유진’ 등은 폭력에 맞선 여성들의 연대를 그린 작품들로 올해 커다란 사랑을 받았다.
특히 이 작품들은 과거 여성과 여성들 간 관계를 다루는 방식에서 진화했다. 여자의 적은 여자 등 여성들 간의 암투가 아닌 여성 간의 연대와 성장을 그린 것이 특징이다. (중략)
시스맨스 흥행에 따라 대중문화업계에서는 여성 서사 작품 발굴에 공을 들이는 한편 미처 파악되지 않은 젠더 감수성 저해 코드를 수집하고 모니터링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중문화의 주요 수요층과 관객층인 MZ세대의 시선에 맞는 여성 서사, 젠더 감수성을 살린 작품들을 찾는 게 흥행의 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과거에는 문제가 되지 않았던 상황도 최근에는 민감한 이슈로 확대 재생산되는 경우가 많다”며 “젠더 감수성 코드 등을 공부하지 않으면 리스크 관리가 어렵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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