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LETTER
안녕하세요. 위클리 허시어터 93호는 연극 편과 뮤지컬 편의 합본호로 인사드립니다. 지난주 비상계엄이 선포되고 나서 많은 시민들이 불안과 분노로 탄핵 집회에 참가하고 계시는데요, 허시어터의 두 에디터도 탄핵소추안 표결이 있던 12월 7일 국회 앞 집회에 참여했습니다. 날씨는 추웠고 결과는 실망스러웠지만 그래도 용기를 얻는 자리였습니다. 에디터들이 있는 구역과 가까운 곳에서 연뮤덕이신 듯한 몇몇 분들이 손피켓을 나눔하시는 걸 보고 내적 친밀감도 느꼈습니다.
원래대로라면 지난주에는 허시어터 연극 편을 발행하기 위해 공연 큐레이팅을 하고 있어야 했지만 탄핵 표결 전까지는 도무지 공연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고 집회에 다녀와서는 그만 몸살이 나버렸습니다. 일요일에는 쉬고 월요일에는 큐레이팅을 마치고 발행해야지 했는데 어영부영하다 보니 화요일이 되고 수요일이 되더라고요. 뮤지컬 편 발행일이 더 가까워져서 부득이하게 이번 호는 연극과 뮤지컬의 합본호로 발행하게 되었습니다. 레터 발행이 예고도 없이 변경된 점 깊이 사과드립니다.
이번 호에서는 연극 일곱 편, 뮤지컬 네 편으로 총 열한 편의 공연을 준비했습니다. 연극으로는 아르코·대학로예술극장의 '봄 작가, 겨울 무대'의 신작 두 편 소윤정 작가의 <랄라라>와 이정 작가의 <선애에게>, 글과무대 신작 <더하기 빼기 곱하기 나누기>, 극단 리리랜드의 <모삐-삐-삐-딕>, 극단 여행자의 <베로나의 두 신사>, 극단 이루의 <상공낙하>, 뉴욕액팅스튜디오 서울의 <메리 제인>을 소개합니다. 여성 작가와 여성 배우들을 고루 만나실 수 있으니 관극에 도움이 되시길 바랍니다.
뮤지컬 공연으로는 사연으로 돌아오는 EMK의 <마타하리>, 서울시뮤지컬단의 <맥베스>, 아리보네협동조합의 <의심의 소녀>, 뷰티플웨이의 <종의 기원>을 소개합니다. 이번 주말에도 탄핵 표결이 예정되어 있어 공연에 관심을 갖기에는 정세가 너무 혼란스럽지만 무대를 지키며 자신의 일을 하고 있는 공연예술인들에게 응원과 박수를 보내주셨으면 합니다. 다음 주 음악과 무용 편은 예정대로 발행됩니다. 감사합니다.
- 에디터 이수아, 한보은 드림
아르코·대학로예술극장에서 작가지원 프로젝트 '봄 작가, 겨울 무대' 선정작으로 소윤정 작가의 <랄라라>를 공연합니다. 이 프로젝트는 매년 신춘문예 희곡 부문 등단작가를 대상으로 하며 '여름, 낭독시즌'을 운영해 본 공연 전 낭독공연 무대를 갖습니다. 소윤정 작가는 올해 동아일보 신춘문예에서 희곡 <배이비>로 당선되었고 이 작품은 올해 3월 대한민국 신춘문예 페스티벌 공식참가작으로 공연된 바 있습니다.
소윤정 작가의 첫 장막 희곡인 <랄라라>는 청년, 장년, 노인뿐 아니라 어린아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람들을 조명하며 사회 전반에 걸친 폭넓은 사회상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집필 과정부터 무대화 과정에까지 참여하는 배선애 드라마투르그는 "여러 인물을 다양하게 형상화하면서 다성(多聲)의 목소리로 주제를 선명하게 만들었다"고 평가했습니다. 소윤정 작가는 "절망과 분노가 영혼을 휘감을 때 의문투성이 삶은 어떻게 이어지는 것일까요?"라고 질문하는데요, 등장인물들은 "서로 경계하고 의심하다가 절망과 분노가 영혼을 휘감았을 때 그 자리에 함께 있게 됩니다". 제목은 가볍게 느껴지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작품입니다.
글과무대가 신작 <더하기 빼기 곱하기 나누기>를 선보입니다. 글과무대의 세 번째 공동창작 작품으로 김윤영, 진주, 최보영, 황정은 네 명의 작가가 '반려'에 대해 함께 썼습니다. 네 가지 이야기가 옴니버스처럼 전개되는 동안 16명의 등장인물들을 통해 이들이 어떻게 서로와 함께 살아가는지, 나아가 그 속에서 어떻게 '나'로 존재하는지를 들여다봅니다. 제목의 '더하기 빼기 곱하기 나누기'는 관계를 방정식에 빗댄 것으로, 작가들은 누군가를 반려자로 삼는다는 것은 무슨 의미이고 우리는 반려를 위해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를 질문합니다.
극단 리리랜드가 1인극 <모삐-삐-삐-딕>을 선보입니다.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허먼 멜빌의 <모비 딕>을 원작으로 배우 이준경 씨가 각색과 구성, 연출 및 출연까지 1인 4역을 맡아 무대로 옮깁니다. 2022년 서울프린지페스티벌에서 초연을 올렸고 올해는 예술창작활동 지원사업에 선정되어 재연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이준경 씨는 소설 속에서 고래를 잡기 위해 항해를 떠난 인물들이 자신과 닮았다고 느끼고 이 작품을 만들었는데요, 각색된 무대에서 '이준경'과 '이스마엘'을 오가며 원작 <모비 딕>과 다른 <모삐-삐-삐-딕>을 보여줍니다. 1인극이지만 이준경 씨 외에 박윤선 씨와 안재민 씨가 목소리로 출연하며, 미디어아티스트 이민정 씨의 영상이 3채널 프로젝션 맵핑을 통해 더욱 입체적인 무대를 만들어낼 예정입니다.
극단 여행자의 <베로나의 두 신사>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연말 무대를 장식합니다. 셰익스피어의 초기 희극인 동명 작품을 원작으로 여성국극에서 영감을 받아 출연진 전원을 여성으로 캐스팅하고 무대디자인이나 의상 등에서도 여성국극의 전성기였던 1950년대 스타일을 반영했습니다.
작품은 셰익스피어 스타일의 소동극으로 친구 사이인 베로나의 두 신사 발렌타인과 프로테우스가 주인공인데요, 발렌타인이 신사 수련을 위해 먼저 밀라노로 떠나고, 프로테우스도 아버지의 명령으로 그 뒤를 따르게 됩니다. 발렌타인은 밀라노에서 공작의 딸 실비아와 사랑에 빠지고, 뒤이어 밀라노에 도착한 프로테우스도 실비아에게 반하고 맙니다. 그러나 문제는 프로테우스에게는 베로나에 남겨둔 연인 줄리아가 있었다는 건데요, 프로테우스의 변심을 모르는 줄리아는 연인을 만나기 위해 남장을 하고 밀라노로 향합니다.
전 출연진이 여성 배우라는 점 외에 이번 공연의 특징은 프로테우스와 발렌타인, 줄리아와 실비아 역을 더블캐스트로 만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초연부터 무대를 지켜온 김기분, 이화정, 남승혜, 정수영 씨는 물론 새롭게 공연에 합류하는 유혜림, 김하연, 안미혜, 유채온 씨의 무대에도 응원을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극단 이루가 주최하고 선돌극장이 주관하는 '2024 선돌에 서다 - 신진연출가전'에서 김태령 연출의 <상공낙하>가 올려집니다. 김태령 연출은 <이것은 사랑이야기가 아니다>와 <앨리스 인 베드> 등에 조연출로 참여했고, 연출작으로는 <컬러보이>, <천장너머하늘> 등을 선보였는데요, 이번 작품에서는 '외상 후 성장'이라는 주제를 다룹니다. 고등부 높이뛰기 선수인 주인공 지민은 경기 중 사고로 부상을 입은 뒤 매일 밤 똑같은 꿈을 꿉니다. 매트 앞에서 버티고 있는 호랑이 때문에 바를 넘을 수 없는 겁니다. 지민은 이 악몽을 해결하기 위해 교내에서 유명한 괴담꾼 영선에게 꿈 이야기를 털어놓습니다. 과연 지민은 악몽에서 벗어나 외상 후 성장을 이룰 수 있을까요. 지민 역은 <커튼>, <테디대디런> 등에 출연한 배우 정다함 씨가 맡았습니다.
이정 작가의 <선애에게>도 '봄 작가, 겨울 무대'에 올려집니다. 이정 작가는 올해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희곡 <구덩이>가 당선되며 등단했고, 이 작품은 지난 4월, 역시 대한민국 신춘문예 페스티벌 공식참가작으로 관객들과 만났습니다. <선애에게> 역시 이정 작가의 첫 장막 희곡이며, 지난여름 '여름, 낭독시즌'의 낭독공연을 거쳐 초연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나르시시스트인 엄마와의 관계로 고통받는 딸 선애를 주인공으로 가족의 의미와 가족 간 사랑을 이야기하는 작품으로, 낭독공연 후 "인간을 바라보는 작가의 진정성과 짙은 호소력", "고통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계기가 결국 상상밖에는 없는 현실을 참혹하면서도 담담하게 그려낸 작품" 등과 같은 평을 받았습니다. 배우 성수연 씨가 주인공 선애 역을, 이정미 씨가 엄마를 맡아 모녀 사이의 애증을 보여줄 예정입니다.
뉴욕액팅스튜디오 서울에서 미국 극작가 에이미 허조그의 <메리 제인>을 올립니다. 허조그는 <4000마일>로 2012년 오프브로드웨이를 대상으로 하는 연극상인 오비상을, 2013년 퓰리처상 최종 후보에 올랐으며, 2012년에는 타임지 선정 최고의 희곡과 뮤지컬 부문 1위에 뽑히기도 했습니다. 뉴욕드라마비평가협회 최우수연극상 수상작인 2017년 작 <메리 제인>은 장애가 있는 어린 아들을 키우는 싱글맘 메리가 역경을 극복해나가는 모습을 통해 여성의 용기와 여성들의 연대를 보여주는 작품으로, 2019년 극단 맨씨어터에 의해 국내 초연된 바 있습니다. 당시 연출과 출연진 전원이 여성으로 구성되어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요, 뉴욕액팅스튜디오 서울의 이번 공연은 미국 연출가 폴 프라이스가 연출을 맡고 배우 박효진 씨가 주인공 메리 제인 역을 맡는 동시에 협력연출로 함께합니다. 메리 역을 제외한 다른 배우들은 모두 두 역할을 오가는 1인 2역을 소화하게 되는데, 전 배역이 원캐스트인 가운데 셰리와 닥터 토로스 역은 임향화 씨와 임유영 씨의 더블캐스팅으로 진행됩니다.
EMK 뮤지컬 <마타하리>가 사연으로 돌아옵니다. 잘 알려진 것처럼 네덜란드 출신으로 1차 대전 당시 독일과 영국의 이중간첩으로 활동했다는 혐의로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마타하리의 생애를 다룬 작품입니다. 뮤지컬은 삼연까지 매 공연마다 연출이 바뀌며 꾸준한 작품 수정이 이루어졌는데요, 사연은 연출과 주연 배우가 삼연과 동일하게 유지됩니다.
삼연부터 참여한 권은아 연출은 "마타하리는 스트립쇼의 시초이자 페미니스트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녀를 한사람의 인간으로 조명하고자 했다"라는 연출 의도를 밝히기도 했는데요, 초연부터 무대를 지켜온 옥주현 씨는 권은아 연출이 제시한 방향성에 대해 "이제야 그림이 완성된 퍼즐을 보는 기분"이라며 삼연 버전을 가장 마음에 든다고 말했습니다.
삼연까지 마타하리 역은 옥주현 씨와 새로운 캐스트의 더블캐스팅으로 진행되었는데, 사연은 앞서 소개해드린 것처럼 삼연의 두 주역인 옥주현, 솔라 씨의 더블캐스팅이 그대로 유지됩니다. 뮤지컬 데뷔 무대를 성공적으로 치러낸 솔라 씨가 두 번째 무대에서는 얼마나 성숙해진 모습을 보여줄지도 기대가 됩니다.
서울시뮤지컬단의 <맥베스>가 재연으로 돌아옵니다. 뮤지컬로 각색되며 원작의 맥베스 부인이 맥버니라는 이름을 얻은 것이 가장 큰 특징인데요, 뮤지컬의 맥버니는 검을 들고 남편과 함께 전장에서 싸워온 전사입니다. 초연에서 맥버니로 활약했던 배우 유미 씨가 다시 한번 무대에 오르고, 초연에서 레녹스 영주를 맡았던 이연경 씨가 새로운 맥버니로 합류합니다.
초연에서는 주요 영주들 네 명이 모두 여성 배우에게 맡겨졌었는데, 재연은 멘티스와 앵거스 영주는 여성 배우 그대로, 레녹스는 이연경 씨가 맥버니 역으로 이동하며 남성 배우로 바뀌었습니다. 키어런은 비중이 줄어든 것인지 공연 소개 페이지에서는 아직 배우 이름이 확인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초연에서 스코틀랜드 왕인 덩컨의 딸 메리가 연합군 지도자로 등장하는 것은 원작에는 없는 설정이지만(원작에서는 덩컨에게 딸이 없음) 이 설정은 재연에서도 그대로 유지됩니다.
연출자가 초연의 조윤지 연출에서 신재훈 연출로 바뀌면서 이렇게 캐스팅에도 변화가 생겼는데요, 재연 무대는 초연과 얼마나 달라졌을지 실제 공연으로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아리보네협동조합은 김명순의 삶을 무대로 옮긴 뮤지컬 <의심의 소녀> 재연을 올립니다. <의심의 소녀>는 김명순의 데뷔작 제목이기도 한데요, 김명순은 1917년 잡지 <청춘>의 현상소설모집에 당선된 동명 소설로 등단하였고, 김동인, 전영택, 주요한 등과 함께 <창조>지의 동인으로도 활동했습니다. 소설가이자 시인이었고, <매일신보>의 기자였으며, 연극 무대와 영화 스크린을 넘나들며 <광랑(狂浪)>, <나의 친구여>, <숙영낭자전> 등에 배우로 출연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김동인, 김기진, 방정환 등 동시대 남성 지식인들의 악의적인 조롱과 비방에 시달린 끝에 쫓기듯 일본으로 떠나 병마와 생활고 속에서 쓸쓸한 최후를 마쳤습니다.
작품은 김명순의 일대기를 모티브로 하되 주요 등장인물의 이름은 모두 바꾸었습니다. 김명순은 강명혜로, 김동인은 김동연으로, 김명순과 일본 유학 시절 사귀었던 화가 김찬영은 박유찬으로, 김찬영의 아내 김군옥은 윤영채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무대에 오릅니다. 초연의 출연진이 많이 바뀌었는데요, 주인공 강명혜 역은 이하림, 신르네 씨가 더블캐스팅되어 두 주역진 모두 새로운 강명혜로 관객들과 만납니다.
뷰티플웨이의 <종의 기원>이 재연으로 돌아옵니다. 원작은 정유정 작가의 2016년 작 동명 소설로, <7년의 밤>과 <28>을 잇는 '악(惡)의 3부작' 마지막 작품입니다. 원작은 인천 주변의 간척지에 세워진 것으로 설정된 가상의 신도시 군도시에서 일어나는 살인사건을 범인의 시점으로 풀어가며 살인자와 주변인물과의 관계를 그리고 있는데, 뮤지컬은 인물을 대폭 간소화해 4명의 출연진이 극을 이끌어갑니다. 등장인물은 주인공 한유진과 의붓형 김해진, 어머니 김지원과 이모 김혜원이며, 한유진은 실제 주인공을 연기하는 배우와 주인공의 또 다른 자아를 연기하는 배우가 나뉘어 2인 1역으로 진행되고, 어머니와 이모는 한 명의 배우가 두 배역을 오갑니다.
이기쁨 연출이 초연에 이어 재연 무대에서도 연출을 맡는데요, 재연에서는 젠더프리 캐스팅으로 무대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한유진 역에 김이후, 김려원 씨, 김해진 역에 장보람 씨가 캐스팅되었고, 이 여성 페어는 고정으로 진행됩니다. 김지원과 김혜원 역이 여성 배우이기에 여성 페어가 올라가는 날은 출연자가 전원 여성인 극을 만나게 됩니다. 이 여성 페어와 호흡을 맞출 김지원과 김혜원 역은 장이주, 강하나, 류비 씨가 캐스팅되어 개막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 사일런트 스카이 명동예술극장 ( ~ 12.28)
- 아이참 국립정동극장 ( ~ 12.29)
- 인사이드 미 JTN아트홀 2관 ( ~ 12.31)
- 긴긴밤 링크아트센터드림 드림2관 ( ~ 25.01.05)
- 쿠로이 저택엔 누가 살고 있을까 플러스씨어터 ( ~ 25.01.19)
- 해적 링크아트센터 벅스홀 ( ~ 25.02.02)
- 이프덴 홍익대대학로아트센터 대극장 ( ~ 25.03.02)
- 바스커빌: 셜록홈즈 미스터리 예스24아트원 3관 ( ~ 25.03.03)
- 인사이드 미 달서아트센터 와룡홀 (12.06 ~ 12.29)
- 시카고 부산시민회관 대극장 (12.14 ~ 12.22)
- 시카고 세종예술의전당 (12.27 ~ 12.29)
- 썸데이 춘천 봄내극장 (12.24 ~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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