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LETTER
안녕하세요. 9월 둘째 주 위클리 허시어터는 뮤지컬 공연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저는 에디터 한보은입니다. 이번 호에서는 네 편의 공연을 준비했는데요, 공연 편수는 많지 않아도 무대의 여성 밀도가 높아 이번 호 라인업을 반가워하실 것 같습니다.
우선 전원 여성극으로 삼연으로 돌아온 살부서사극 <리지>, 지난해 재연을 마치고 투어를 시작한 <프리다>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소녀가 행복을 찾아가는 이야기 <애니>는 일곱 번째 시즌으로 돌아옵니다. 신작으로는 극단 지우가 CJ문화재단 스테이지업 창작단체 선정작으로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를 선보입니다.
지난달에 이어 무대를 이어가고 있는 상연작들과 지역 투어 공연도 확인해보시고, 다가오는 명절 연휴도 즐겁게 보내시기 바랍니다. 허시어터는 성평등한 명절과 성평등한 무대를 바라며 다음 호를 준비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에디터 한보은 드림
뮤지컬 <리지>가 삼연으로 돌아옵니다. 2009년 뉴욕 오프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되었고 국내 무대에서는 2020년 초연을 시작으로 격년으로 공연되고 있습니다. 1892년 미국 매사추세츠에서 일어난 실제 살인사건을 극화한 작품으로, 사건의 개요는 매사추세츠 폴 리버에 살고 있던 보든 부부가 집에서 도끼로 참혹하게 살해된 채 발견되었고, 둘째 딸 리지 보든이 유력한 용의자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리지의 아버지 앤드루는 부유한 사업가로 아내가 죽고 3년 뒤 에비와 재혼했는데, 리지와 언니인 엠마는 에비가 아버지의 재산을 노리고 결혼했다고 생각했습니다. 리지가 용의선상에 오른 것은 사건 당일 죽은 앤드루를 가장 먼저 발견한 데다 불분명한 알리바이와 엇갈리는 진술 때문이었습니다. 부부와 자주 왕래하던 리지의 외삼촌 존은 부부와 식사를 함께한 뒤 친척을 만나러 집을 떠났고, 엠마는 친구의 초대로 2주 동안 집을 비운 상태였습니다. 하녀 브리짓은 일관된 진술로 수사대상에서 벗어났습니다. 이듬해인 1893년 열린 재판에서 리지가 증거불충분으로 무죄 석방되며 이 사건은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미제사건으로 남게 되었습니다.
공연은 주인공 리지 보든과 언니 엠마, 하녀 브리짓, 이웃집에 사는 친구 앨리스의 네 명으로 이루어진 전원 여성극인데요, 출연자들은 1막에서 당대 시대상에 걸맞은 드레스 차림으로 등장했다 2막에서는 가죽재킷을 입고 스탠드 마이크 앞에서 헤드뱅잉을 하는 등 록콘서트로 무대를 재편합니다. 리지 역은 초연과 재연의 주역들이 모두 하차하고 새 얼굴로 채워졌는데요, 김소향, 김려원, 이봄소리 씨가 새로운 리지로 무대에 오릅니다. 초연과 재연에서 엠마 역을 맡았던 김려원 씨가 리지 역으로 이동했고, 엠마 역은 재연에 함께했던 여은 씨와 얼마 전 <홍련>을 마친 이아름솔 씨가 맡습니다. 앨리스 역은 재연의 제이민, 유연정 씨가 삼연에도 함께하고 효은 씨가 새로운 앨리스로 합류했습니다. 브리짓은 초연부터 무대를 지켜온 이영미, 최현선 씨가 삼연 무대에도 함께합니다.
뮤지컬 <애니>는 5년 만에 일곱 번째 시즌으로 돌아옵니다. 해롤드 그레이의 신문 연재 만화 <작은 고아 소녀 애니>를 모티브로 한 작품으로, 원작 만화는 1924년부터 2010년까지 무려 86년간 연재되었습니다. 뮤지컬은 1976년 미국 코네티컷 굿스피드 오페라하우스에서 초연된 뒤 이듬해인 1977년 브로드웨이 무대에, 1978년 영국 웨스트엔드에 차례로 입성했고, 77년 토니어워즈에서 안무상, 각본상, 배우상 등 주요 부문에서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습니다. 국내 무대에는 1996년 브로드웨이팀의 오리지널 내한 무대로 초연된 후 2006년 서울시뮤지컬단에 의해 라이선스 초연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습니다.
배경은 미국에서 대공황이 한창이던 1933년, 11년 전 갓난아기 시절 뉴욕의 시립고아원에 맡겨진 열한 살 소녀 애니에게는 11년 뒤 다시 찾으러 오겠다는 부모의 편지가 유일한 희망입니다. 하지만 고아원의 술주정뱅이 원장 미스 해니건의 학대를 받으며 지내는 고아원 생활은 괴롭기만 합니다. 그러던 어느날 억만장자 올리버 워벅스에게 크리스마스 연휴를 함께 보낼 고아로 지명된 애니는 그에게 입양되어 새로운 생활을 하게 됩니다. 워벅스는 애니를 위해 5만 달러의 사례금을 걸고 부모 찾기 캠페인을 진행하고, 돈에 눈이 먼 미스 해니건은 동생 루스터와 루스터의 여자친구 릴리와 공모해 가짜 부모를 꾸며냅니다.
어린 소녀가 주인공이다 보니 공연에는 어린이 출연자들이 다수 출연하는데요. 이번 공연에서는 최은영, 곽보경 두 배우가 273명의 경쟁자를 물리치고 애니 역으로 더블캐스팅되었고, 남경주, 송일국 씨가 워벅스 역을, 신영숙, 김지선 씨가 미스 해니건 역을 맡아 개막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지난해 재연을 성공적으로 마친 <프리다>는 화성과 고양으로 투어 공연을 떠납니다. 두 도시에서 각각 2회차씩만 공연하는 스케줄이라 전 배역 모두 원캐스팅으로 진행됩니다. 프리다와 레플레하 역은 초연과 재연 무대에 모두 함께했던 김소향 씨와 전수미 씨가 투어 무대에도 오르고, 데스티노 역은 박선영 씨가 새롭게 합류, 메모리아 역은 박시인 씨가 함께합니다. 네 명의 여성 배우가 이끌어가는 전원 여성극이라는 점, 극중극 형식으로 전개되며 록뮤지컬 스타일로 무대를 꾸민다는 점 등이 <리지>와 비교하며 볼 수 있는 관전 포인트인데요, 도시는 다르지만 비슷한 시기에 올려지는 두 작품이 쌍끌이처럼 여성극의 흥행을 이끌어낼 모습이 기대됩니다.
황보름 작가의 장편소설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가 뮤지컬 무대로 옮겨집니다. 원작 소설은 전자책으로 먼저 출간되었다가 독자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으며 뒤늦게 종이책이 출간된 이례적인 케이스입니다. 2022년 서점인이 뽑은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었고,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 서점대상 번역소설 부문 1위를 차지했습니다. 이 외에도 <USA TODAY> 베스트셀러, 영국 워터스톤스 서점 '올해의 소설' 등의 기록 행진을 벌이며 전 세계 25개국에 판권이 수출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입니다.
뮤지컬은 CJ문화재단 스테이지업 창작단체 선정작으로, <불편한 편의점>, <망원동 브라더스> 등 소설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을 꾸준히 선보인 극단 지우가 제작을 맡았습니다. 주인공 영주는 직장생활을 하면서 번아웃을 심하게 겪고 결국 이혼까지 하게 된 30대 후반의 여성으로, 직장을 그만두고 모든 것을 정리한 뒤 조용한 주택가인 휴남동에서 서점을 창업합니다. 영주는 서점 안 카페에 고용된 바리스타 민준, 동네 고등학생 민철과 민철 엄마 희주, 서점에 뜨개질하러 오는 정서, 북토크에서 만난 작가 승우 등과 교류하며 책을 통해 천천히 고민과 상처를 치유해나갑니다.
직장에 다니다 번아웃이 온 주인공 영주의 모습은 LG전자에 입사해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7년간 일하다 회사를 그만두고 글을 쓰기 시작한 황보름 작가와도 닮은꼴인데요, 원작을 아직 읽지 않은 분들은 서점에서 책을 매개로 만난 사람들이 어떤 이야기를 나누며 상처를 치유해가는지, 원작을 읽은 분들은 원작의 이야기가 무대에서 어떻게 각색되었는지 비교하며 보신다면 즐거운 관극이 될 것 같습니다. 연극 <담배 있어요?>, 뮤지컬 <별별GPT>의 박예슬 작가와 연극 <메이드 인 제인>, 영화 <바이 마이 아이> 등의 신지인 연출이 의기투합했고, <불편한 편의점>, <망원동 브라더스>의 김은지 음악감독, 뮤지컬 <연남동 빙굴빙굴 빨래방>의 윤이나 안무감독도 함께합니다.
- 유진과 유진 링크아트센터드림 드림4관 ( ~ 09.22)
- 비밀의 화원 국립정동극장 ( ~ 09.22)
- 접변 대학로 TOM 2관 ( ~ 09.22)
- 금란방 서울예술단 | 국립극장 하늘극장 ( ~ 09.28)
- 시카고 디큐브 링크아트센터 ( ~ 09.29)
- 하데스타운 샤롯데씨어터 ( ~ 10.06)
- 베르사유의 장미 충무아트센터 대극장 ( ~ 10.13)
- 홍련 대학로 자유극장 ( ~ 10.20)
- 일.공.이.오. 엠스테이지 1관 ( ~ 10.31)
- 인사이드 미 JTN아트홀 2관 ( ~ 12.31)
- 프리다 화성 반석아트홀 (09.28)
- 비밀의 화원 대구문화예술회관 팔공홀 (10.04 ~ 10.05)
- 시카고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 (10.04 ~ 10.06)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