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ummary
1️⃣ 디자이너의 독창성은 일상 속에서 소소하게 감각을 모으는 데서 시작됩니다.
2️⃣ 글, 그림, 소리 등 다양한 감각적 자극을 통해 새로운 관점을 형성할 수 있습니다.
3️⃣ 사람과의 대화, 관찰, 그리고 자신의 감각을 기록하며 독창적인 디자인 재료를 만들 수 있습니다.
새로운걸 만들기 위해서는 영감이 필요하다고 말하죠. 디자이너들은 어디에서 영감을 얻을까요. 크게 두 가지 경로가 있어요. 첫째, 업무적인 것에서 얻는다. 둘째, 일상적인 것에서 얻는다. 일을 하다보면 레퍼런스도 찾고, 비슷한 제품도 써보고, 주변 반응도 들어보고, 데이터 분석도 해보고, 세미나와 워크샵을 참석하면서 얻는 자극들이 있어요. 이건 UX 디자인 뿐만 아니라 모든 디자인과 기획 업무를 하면서 필수적으로 하는 일들이죠.
디자이너의 시선을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건 두 번째, 일상적인 영감이라고 생각해요. 같은 도시에서 비슷한 일상을 살고 있지만 가까이 들여다보면 서로 다른 느낌을 가지고 사물을 바라보거든요. 이런 것들이 쌓여서 나의 디자인 재료가 되고, 나의 시선을 나답게 만들어 줍니다. 저희 뉴스레터에서 올 한해 동안 AI와 디자인에 대한 글을 많이 전해드렸는데, 그 내용은 한 줄로 정리할 수 있어요. “AI는 작업 효율화든 아이디어 확장이든 디자인 프로세스에 영향을 주겠지만, 디자이너의 독창적인 관점은 더욱 더 중요해질 것이다.”
그래서 오늘은 디자이너가 이런 관점을 가지기 위해 일상에서 어떻게 영감을 얻는지, 닥터 G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글자에서
시간이 될 때마다, 아니 바쁠 때에도 회사 도서관에 가서 책표지라도 쭉 훑어보려고 합니다. 의식적으로 새로움을 주입하는 행위라고 할까요.
언제부터인가 도서관에 그림책이 있었어요. 각 국가별 단어에 의미를 붙여서 정의한 그림책이었죠. 몇 개 보다보니 재밌어서 홀린듯 하나하나 꼼꼼히 봤네요. 제일 인상 깊었던 단어는 비밀이구요, 세번째와 네번째로 좋았던 단어를 말씀드릴께요.
일상이 소중하다는 것은 그 일상이 사라진 다음에야 알 수 있다고 합니다. 사람은 가지고 있는 것에 무감각해지기 때문이죠. 두 단어 모두, 사소한 일상에서 누군가에게 마음을 쓰는 것을 표현해서 눈이 갔습니다. 이런 단어를 시각적으로 표현한다면 어떤 요소들이 필요할까? 색감은? 형태가 중요할까? 이런 문장을 쓰는 것이 더 좋은 걸까? 이런 생각도 같이 해봤어요.
회사에서는 도서관에 가고, 밖에서는 서점에 갑니다. 서점에서 좋아하는 일은 시집을 구경하는 거에요. 정확히는 시집의 제목을 봅니다. 어쩜 이런 문장으로 하나의 작품을 설명할 수 있는지 매번 감탄해요. 고도의 추상화 작업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리고 꼭 뒷면도 봅니다. ‘우연한 미래에 우리가 있어서’라는 시집의 뒷면에는 이런 글이 있어요.
형용사는 사물의 상태를 나타내고, 동사는 사물의 움직임을 표현하는 말입니다. 움직임으로부터 어떤 상태가 나온다는 생각, 재밌지 않나요. 고정된 상태가 의지를 가지고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움직이기 때문에 특정 시점의 상태가 존재하는 한다는 것. 실천하기 어려운 삶의 진리죠.
저는 UX 라이팅 작업도 같이 하기 때문에 문장을 기억하는 일도 꽤 중요해요. 그리고 수많은 보고 문서와 대외용 문서를 만들때도 이 문장들을 활용합니다. 소개드린 문장들을 그대로 따라쓰지는 않지만, 이런 문장이 나온 배경이나 쓰여진 구조들을 제 나름대로 상상하고 분석하면서 저만의 문장을 디자인합니다.
이미지에서
동네에 아침마다 줄이 서는 붕어빵 집이 있어요. 어느 날은 줄이 좀 짧아서 저도 한봉지를 샀습니다. 바로 구운 뜨끈한 붕어 세 마리가 종이 봉투에 쏙 들어 앉아있었죠. 제 손에 붕어들이 오기 전까지는 주인장 아저씨가 열심히 붕어를 생산하는 과정을 관찰했어요. 팥이 터질듯하게 들어가서 배가 볼록한 모양이었죠. 그런데 봉지에 든 붕어들이 너무 날렵한거에요. 위에서 내려다보니 붕어빵의 옆면이 아닌 윗면을 보았기 때문이죠. 같은 붕어인데, 사실 이 아이도 어느 한 구석에 뾰족한 방향성을 품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제가 사진을 잘 찍고 싶어서 캐논 카메라에서 하는 강의를 들었는데, 선생님이 그러시더라구요.
붕어빵도 늘 앞에서만 보면 통통하지만, 위에서 보면 뾰족합니다. 어떤 눈높이에서 사물을 해석하느냐에 따라서 전혀 다른 디자인과 컨셉이 나올수 있어요. 지금 내가 작업하고 있는 제품이 뭔가 비슷해보인다면 한번도 보지 않은 눈높이에서 다시 그 작업을 해보세요.
소리에서
이 노래를 처음 들었을때 영화의 한 장면에 있는 기분이었어요. 추운 계절과 오래된 리듬감이 뭔가 가슴을 일렁이게 만드는 힘이 있었죠. 이 노래의 유튜브 영상에 마블 영화에서 인류의 마지막 장면에 나오는 배경음악 같다는 댓글이 있었는데, 정말 딱 그 느낌이에요.
멜로디와 목소리로 분위기를 형상화할 수 있다는 것이 참 대단해요. 디자인은 시각적인 것에만 있지 않습니다. 분위기를 직관적으로 시각화할 수 있는 디자인. 이런 것들이 일관성있게 이어질때, 우린 그걸 브랜딩이라고 부르죠.
노래를 들을 때 가사를 열심히 듣는 편이에요.
있는 그대로를 사랑해주기. 내가 형편없을 때도 내 안의 나의 모습을 따뜻하게 바라봐주고 말해주기. 남녀노소 누구나 원하는거죠. 나이가 들수록 더 그런거 같아요. 그런데 내가 남에게 해주기는 가장 어려운 일이에요. 왜냐하면 그렇게 해주는 나의 상태가 괜찮아야 하거든요.
사람 사이의 관계가 참 그렇습니다. 팀원들이랑 일할 때도 그렇잖아요. 특히, 디자인 결과물에 대한 피드백을 주고 받을때 이런 느낌을 많이 받아요. 디자인 결과물은 비즈니스 성과로 연결되어야하기 때문에 시장의 기준으로 평가하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때로는 감각적인 기준이 필요할때도 있어요. 그럴때는 각자의 기준으로 평가를 하는데, 이런 경우에 피드백에 대해서 방어적인 태도를 보이는 팀원들도 있습니다. 그 팀원이 일하는 방식이 그럴수도 있고, 우리가 그 결과물의 좋은 면을 바라봐주지 못해서일수도 있어요. 정답은 없지만 UX 디자인은 팀 작업이니까 서로의 결과물에서 가장 좋은 면을 이끌어내주고, 그걸 종합해서 최종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연습이 끊임없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지난 한 주 동안 수집한 감각과 생각이 어떠셨나요? 기술을 다루는 뉴스레터가 갑자기 영감이 뭔말이람! 이라고 생각하셨을수도 있겠어요. 기술도 사람이 하는 일이고, 뉴스레터의 에디터인 저는 사람을 관찰하고 해석하는 UX 디자이너이고, 지금은 12월 입니다. 그래서 구독자님과 관점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어요. 기술이든 디자인이든 정보 자체에 접근하는건 쉬운 시대입니다. 그 정보를 가지고 내 시각을 만드는 것이 더 어려운 시대이죠.
저만의 시각을 위해서 매순간 이런 감각들을 수집합니다. 글에서, 영상에서, 소리에서 자극을 받으려고 해요. 세 가지 자극을 한번에 받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사람을 만나서 이야기하는거에요. 제일 효과적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노력하지 않으면 어려운 일이기도 하구요. 사람을 만나서 영감을 수집할 수 없을때는 이렇게 감각의 조각모음을 합니다.
구독자님은 어떻게 영감을 얻으시나요? 디자이너가 아니라도 다른 일을 하면서 내가 영감을 수집하는 방법이 있다면 꼭 알려주세요. 기다릴께요.
우리는 다음주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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