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月 6日] 꺼내보니 흔적 없던 마음의 이름들✨

표기식 사진가의 강, 물, 빛. 그리고 사진집 『biT』

2026.11.06 | 조회 2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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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레터>는 책과 영화를 아끼는    구독자  님께 띄우는 텍스트 기획자 임유청의 ‘읽고 쓰고 공유하기’ 활동 일지입니다. 온라인 레터 서비스를 통해 텍스트 사이에서 건져 올린 문장과 생각을 소개하고, 인터뷰 모임으로 작가와 독자가 서로 알아가는 시간을 조직합니다. 질문에서 이해로 나아가는 대화를, 멈춤 없는 글쓰기를 시작할 당신 작은 용기의 모티브가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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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자 님께,

11월 첫 번째 편지를 띄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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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ro)

*

사진가 표기식에게 빛은 촬영의 도구, 조건, 상태보다는 사진의 주인공에 가깝다. 가끔은 인물 사진에서조차 그가 들여다보는 건 한 얼굴 위에 드리워진 빛이 아닐까 싶은 때도 있다. 그가 어느 날 한강에 갖고 싶은 빛이 있었다. 

우리가 강을 찍게 된다면, 강물 위에 흐드러진 빛을 찍고 있다면 이런 것들이 담기길 기대하는지도 모른다.

기쁨: 반짝이는 것을 앞에 둔.

약간의 서글픔: 시간의 흐름을 목격하고 그 대가로 얻은.

노스텔지어: 존재하되 만질 수 없는 것들, 그 주위를 감도는.

카메라를 들어 분명 기록했다 생각했는데, 나중에 꺼내보니 흔적 없던 마음의 이름들이다. 잠깐 우리 앞에 어른거렸던 고운 연기 닮은 감정들이다. 그러나 표기식의 사진은 좀 더 나아간다. 한강의 인적 드문 쪽, 연기처럼 피어오르는 마음의 뒤편으로 뚜벅뚜벅 걷는 시간을 보낸다. 그가 찾는 건 아름다움이다. 강, 물, 빛은 반드시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자신은 카메라를 챙겨 나가기만 하면 된다고 말한다. 의심하는 법이 없는 사진가. 그가 보여주고 싶던 아름다움이 우리에게 도착했다.

- 『biT』을 위한 임유청의 표기식 작가 인터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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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경우, 

기록의 도구는 아무래도 글자입니다. 글자와 단어, 문장들. 본 것, 잊고 싶지 않은 것, 생각하거나 알아내고 싶은 것들을 흰 페이지에 적어 나갑니다. 목표까지 성큼성큼 잘 써지는 날도 있고, 어쨌든 마침표만 찍자며 터벅터벅 힘겹게 쓰는 날도 있습니다. 흔들림 없이 뚜벅뚜벅 쓰고 싶은데 실상은 허겁지겁인 날이 많습니다. 

그림이나 사진집을 펼쳐보는 날은 어떤 날일까요? 그날은 서성이는 날입니다. 나의 텍스트만으론 도착하기 어려운 어떤 아름다움의 영역을 기웃대는 날입니다. 풀밭에 앉아 강물을 구경하는 마음으로, 문장의 패배를 즐거이 인정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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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기식 사진집 『biT』, 

발간 1주년을 맞았습니다. 2013년부터 2025년까지 표기식 작가가 찍은 한강의 장면들이 스튜디오 고민의 출판 레이블 ‘라스츠카피’란 필터를 거쳐 책의 형태로 완성되었습니다. 책을 펼쳐 사진을 들여다 봅니다. 어렴풋한 느낌으로 떠돌던 아름다움이 선명하고 명확한 모습으로 종이 위에 놓여 있습니다. 빛의 모서리, 물의 금속성, 계절의 숨은 색깔. 바로 곁에 두고서도 알아보지 못했던 것들입니다.  

사진을 완성하는 것은 책의 만듦새입니다. 페이지마다 디자이너의 고심이 배어납니다. 시원한 판형은 인스타그램이 결코 충족시켜주지 못할 감각적 기쁨을 줍니다. 공들인 인쇄는 무척 아름답습니다. 어떤 사진책은 종이 위에 잉크를 얹었다는 느낌을 줍니다. 이 책은 잉크와 종이가 단단히 결속되어 있습니다. 강물처럼 푸른 잉크가 종이에 스미고 안착하여 이루어진 책. 이렇게 잘 만든 사진집을 보고 있노라면 시간을 만지는 감각을 상상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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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T』을 펴낸 라스츠카피는

그래픽 디자이너 안서영, 이영하의 '스튜디오 고민'의 출판 레이블입니다. 스튜디오 고민은 표기식 사진가의 세 권의 사진집을 펴내거나 디자인했습니다. 다른 두 권의 책도 소개합니다.  

 

 

*

표기식의 다른 사진집들 feat.  스튜디오 고민

 

  사진: 표기식 | 글: 정재은 | 편집: 임유청 ㅣ 발행: 플레인아카이브 | 디자인: 스튜디오 고민  
  사진: 표기식 | 글: 정재은 | 편집: 임유청 ㅣ 발행: 플레인아카이브 | 디자인: 스튜디오 고민  
『고양이들의 아파트: 표기식 사진집』

 

<고양이들의 아파트>는 정재은 감독의 건축 다큐멘터리 시리즈에서 가장 최근에 개봉한 영화입니다. ‘단군 이래 최대의 재건축’이라 불렸던 둔촌주공아파트의 철거를 앞두고 단지 내 동네 고양이들을 이주시키는 과정을 담았습니다. 사람보다는 나무, 고양이, 새, 오래된 아파트가 잔뜩 나옵니다. 원래 표기식 사진가는 <고양이들의 아파트> 포스터 사진 촬영을 위해 일회성으로 아파트 단지를 찾았던 것인데요. 그 이후로도 포스터와 상관없이 종종 텅 빈 아파트 단지를 찾아 디지털로, 또 필름으로 사진을 찍었습니다. 그렇게 그가 찍은 둔촌주공아파트 단지의 마지막 몇 개의 계절이 『고양이들의 아파트: 표기식 사진집』으로 묶였습니다. 책 속엔 고양이, 새, 풀과 나무, 빈 아파트, 약간의 사람이 있습니다. 사람들이 떠나자 비로소 존재가 또렷해진 비인간들의 순간이 표기식 작가의 카메라에 담겼습니다. 아파트 단지 구석구석에 찾아든 그의 카메라는 언제나 그곳에 있던 가로등처럼, 돌맹이처럼, 무심히 세워져있던 자전거처럼 자신을 지나가는 생명들과 눈을 마주칩니다. 책의 세로가 긴 판형은 아파트를 닮았습니다. 책장을 펼치면 닫힌 창문을 활짝 연 듯 시원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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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YO KI SIK』

 

라스츠카피를 만들기 전에 스튜디오 고민에서 만든 사진집으로, 2021년에 출간되었습니다. 이 책에 담긴 사진은 표기식 작가가 자기 앞에 놓인 세계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품절되어 더 이상 구하기 어려운 이 사진집에 관한 소개는 작년 여름에 제가 쓴 글로 갈음합니다.

*

지난여름의 구름을 들여다보다가, 표기식 작가가 찍는 것들에 관해 생각해 봅니다. 이번엔 구름을 찍었고, 언젠가는 나무를 한 그루 찍었습니다. 들꽃을 찍고 산을 찍고 숲이 만든 웅덩이가 자라는 모습을 찍었고요, 강물에 비친 햇빛, 그러니까 물비늘, 다른 말로 윤슬도 몇 년째 찍고 있습니다. 그 사진들은 대상과 내가 마주 보고 있는 느낌을 줍니다. 들꽃이라 내려다보지 않고 구름이라 우러러보지 않습니다. 그의 사진엔 위계가 없습니다. 사람과 고양이와 새와 바다의 앞에서, 그와 비슷한 위치에 앉거나 서서 부드러운 눈 맞춤을 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때때로 그의 사진은 그 아름다움에 비해 조금은 무정하게 느껴질 때가 있는데, 아마도 그 이유가 아닐까 합니다. 보통은 사랑이 동등하지 않으니까요. 그러나 이토록 오랜 시간 강가를 찾는 마음을 사랑이 아니라면 무엇으로 서술할 수 있겠습니까?

내게 익숙한 사랑의 고도를 조금 낮추거나 약간 높게 조정합니다. 그리고 새로 생각해 봅니다. 사랑이 그냥 거기 있어 주길 바라는 사랑에 관하여. 아름다움이 그곳에 있음을 믿어 의심치 않는 마음에 관하여, 떠나보내는 법을 모르는 사진가에 관하여. 골똘히, 이젠 흘러가고 없는 구름과 눈을 맞추며. 

 

 

사진집을 한 권 가진다는 것,

은행나무의 계절에 다시 꺼내보는.
은행나무의 계절에 다시 꺼내보는.

그것은 아름다움의 한 세계를 소장하는 일입니다. 우리는 앉아있던 풀밭에서 일어나 반짝이는 강물로 첨벙첨벙 걸어 들어가지 않습니다. 대신, 내 방 책장에서 사진집을 뽑아 듭니다. 

사진집을 보는 일도 사진을 찍거나 사진책을 만드는 것과 마찬가지로 저기 흐르는 아름다움을 소유하고 싶은 마음일 겁니다. 

 

구독자 님,

이 마음을 조금 알고 계신가요?

그렇다면 우리, 11월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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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레터] 시즌2, 11월엔

강, 물, 빛의 곁에서 
아름다움을 이야기하는 
표기식 작가와 그의 사진집 
『biT』를 만납니다. 

 

이번 달 모임엔 특별히 라스츠카피/스튜디오 고민의
안서영, 이영하 디자이너도 함께합니다. 
사진, 디자인, 책 만들기에 관심 있다면 
11월 모임을 놓치지 마세요!

 


INFO!

11월 모임 게스트:

표기식 사진가,

안서영&이영하 디자이너 (라스츠카피/스튜디오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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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와 시간: 11월 29일 (일) 오후 3시

장소: 서촌 무용소

  인왕산 아래,

일제강점기에 지어진 것으로 추정돼

백년양옥이라 이름 붙은 붉은벽돌 건물에서 만나요.

 

* 구글폼을 제출하신 후 입금 완료해주시면 자동으로 신청 완료가 됩니다. (매진 시 구글폼 자동 종료) 모임 참석에 관한 자세한 사항은 2~3일 내에 메일로 안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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