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친구들 #1] 나잇값

첫인사를 드리네요. 반갑습니다. [음악친구들]의 차차입니다!

대망의 [음악친구들]의 첫 메일이에요. 긴 연휴 동안 푹 쉬고 계실까요? 추석 전에 발송하고 싶었지만, 준비가 조금 늦어져 특별한 날짜인 10월 9일 한글날에 시작하게 되었네요! 연휴 마지막 날에 받아보는 메일이라... 이것도 나름 괜찮지 않은가요?🥳

소개 글을 야심 차게(?) 썼습니다. 글 그대로, 잇는음감회의 잇끔이 두 명이 매달 한 번씩 메일을 보내드리려 해요. 도대체 잇는음감회가 무슨 모임인지, 잇끔이는 또 무엇인지 궁금한 분들이 계신가요? 음감회를 소개하는 페이지를 준비하고 있어요. 기다리시면서 잇는음감회 인스타그램(클릭 시 이동)에서 모임을 엿보실 수 있답니다. 구경 오세요!

야르와 차차는 잇는음감회를 지속적으로 소개할 수 있는 정기적인 콘텐츠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얼마 전엔 잇는이들의 최애 아티스트 소개 콘텐츠 [나에게 잇어]를 연재하고 열 편으로 완결 지었죠. 그리고 이번 [음악친구들]은  ‘뉴스레터’라는 새로운 포맷을 도입한 잇는음감회의 또 다른 스핀오프 프로젝트입니다.

음감회의 호스트 야르와 차차가 음악을 곁들일 글을 쓰고, 여러분은 1년 동안 정기적으로 받아보실 수 있답니다. 조금 느슨하게 진행하지만, 저희의 존재를 꾸준히 여러분께 알리고픈 마음으로 해나가 볼게요. 저희와 주파수가 맞는 친구 분들이 이곳저곳 계시겠지요. 많은 관심과 응원, 구독, 공유, 홍보, 댓글, 피드백, 사랑 뭐든 부탁드리겠습니다😇. (ㅎㅎㅎ)

아차! 저희 소개를 잊었네요.

또 어떤 소개를 할 수 있을까요? 저희는 막 삼십 대가 된 십년지기 친구입니다...
(이 이상은 아무래도 궁금하지 않을 tmi)

8월의 음악친구들. 야르가 천안까지 와 주었어요!

첫 주제는 "나잇값"입니다. 몇 달 전, 야르와 차차가 커피를 홀짝이며 나눈 주제 중 가장 서로의 마음에 와닿던 단어였지요. 어떤 글과 어떤 음악을 담아볼까, '절묘'해지려고 고민만 잔뜩 하다가 연휴가 끝나갈 즈음 마구 써 내렸네요. 야르는 어떤 이야기를 나눠줄지 궁금하기도 하고요.

첫인사다 보니 말이 길어졌어요. 이제 저희의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여러분 곁에도 한 사람쯤 있을 법한 친구라고 생각하며 읽으신 후 여러분의 나잇값에 관한 이야기도 댓글을 통해 편히 나눠주세요. 다음 편에 소개할 수도 있으니, 원하지 않으신다면 알려주시길. 그럼 정말 시작할게요!

무게와 바람 사이

야르의 이야기

나이의 앞줄에 '3'이 나타났다. 제법 먹은 나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누군가는 아직 한창이라고 말하는 숫자. 그 애매한 숫자 속에서 나는 을사년을 통과했다.

일터에선 일의 특성상 20대 초반 친구들과 함께 일할 일이 많았다. 그들의 눈빛은 반짝였고, 동시에 어디선가 불안을 끌고 다녔다. 그 모습을 볼 때면, 예전의 내가 떠올랐다. 해답 없는 질문들, 어디에도 닿지 않던 막연한 방향감각이 느껴져서 마음이 괜히 쓰이곤 했다.

지난 7월, 한 행사가 끝나고 가졌던 술자리에서였다.
평소엔 장난기 가득하던 친구 한 명이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야르는, 지금 하는 일 어때요? 진로가 고민이 되거든요.”

예전에 나도 비슷한 질문을 한 적이 있었다.
그리고 누군가 그때 내게 이렇게 말했다.

“세상은 넓고, 겪어봐야 아는 게 있어.”

그때 나는 그 말이 무책임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제는, 이상하게 그 말이 내 입술 어딘가에 머물러 있었다. 진부하지만, 이상하리만큼 세월의 굴곡을 통과하면서 깊이 이해하게 되는 말이다. 조금은 시시하게 시작했던 그 자리는 그 질문으로 인해 분위기가 진지하게 무르익기 시작했고 친구, 연애, 진로에 관한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친구는 내게 한층 더 가까이 훅 들어왔다.

“야르는, 꿈이 있어요?”

그 친구가 그렇게 물었을 때, 나는 속으로 대답했다.

‘있지.’

하지만 그 대답이 조금은 망설여졌다. 꿈에는 책임이 따라붙는 나이가 되었기 때문이랄까. 그저 하고 싶다는 마음만으로는 움직일 수 없고, 결정의 뒷모습엔 무게가 생기니깐. 결국 망설이다 적당히 얼버무리면서 내가 가지고 있는 진심을 전하지 못하고 왔다.

한로로X이승윤 편지

‘숨겨야 할 마음들이 너무도 많아서 가끔 우린 스스로도 속잖아’

지난 9월 부락페에서 들은 이승윤의 노래 엔딩 가사였다. 그는 서른둘의 나이에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와, 이번이 마지막 이라는 생각으로 출사표를 던졌다. 오 년 뒤, 그는 부락페의 한 스테이지를 가득 채웠다. 꽉찬 장면도 벅찼지만 그보다도 자신이 좋아하는 동료들과 함께 자신의 음악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로 들려서 울렁거렸다.

위에 있는 <들키고 싶은 마음에게> 가사가 떠오른다. 상황에 따라 내가 숨겨야 할 마음들이 있다. 하지만 나를 훼손할 정도로 속이고 싶지는 않다. 내면의 균형을 맞추는 것도 나잇값이야라고 말하고 싶으니깐. 

시월의 첫날, 집 앞 마트에서 두유를 샀고, 집 앞 공원에 앉아 한 시간이 넘게 이승윤 역성 앨범을 쭉 들었다. 그 앨범을 듣고 나니 친구들과의 대화들이 다시 떠올랐고, 가끔은 나를 위해 무언가를 시도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뾰족하게 떠오르진 않지만,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만큼의 결정을 하고 책임과 바램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면서 시도해야겠다고. 그 작은 바램은 음악을 좋아하는 친구들과,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과, 일상 속 한 주제를 붙잡고 마음껏 수다를 나누는 거다. 이승윤의 고백처럼, 지나치게 나를 속이지 않으면서.  

부락페 이승윤 <Return Match> 가사 中

야르가 보내는 오늘의 음악🎧

클릭하시면 유튜브 링크로 연결됩니다!

나잇값의 무게를 가볍게 만드는 비결

차차의 이야기

학년을 곧 나이로 치환하던 시기를 벗어난 지 5-6년 남짓 되었다. 그토록 자연스럽던 나이 소개. 이제는 때마다, 빠짐없이 주춤댄다. 엄마, 아빠 나이를 떠올리는 것은 훨씬 복잡하다. 내 나이에서, 4를 빼면 막내의 나이, 거기서 30을 더하면 엄마 나이, 거기서 1을 더하면 아빠 나이... 산수가 느린 내가 이리저리 계산하고 나서야 부모님이 환갑을 앞뒀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언제 이렇게 늙으신 건가, 깜짝 놀라면서. 서른의 엄마는 이미 세 아이를 키우고 있었으며, 그즈음의 아빠는 전방 배치되는 동원 훈련을 고된 직장을 피할 수 있는 유일한 일탈로 여겼단다. 나잇값으로 육아와 경제활동을 치른 나의 엄마, 아빠. 나는 어떤 값을 치르고 있을까.

십 년 단위로 사람의 인생을 쪼개던 전통이 언제부터 이어졌는지는 몰라도 아홉수라는 불안감에서 나도 아주 자유롭지는 않았다. 좌충우돌 스물아홉을 구르다가 2024년이 끝나기 직전 다분히 즉흥적으로 도쿄 여행을 결정했다. 그곳 재즈 공연장에서 낯선 사람들과 새해 자정 카운트다운을 세고, 샴페인 잔을 부딪치며 인사를 나누었다. 공연이 끝난 후 지하철역을 향해 인적 드문 거리를 걸으며 한참 여운을 곱씹었다. 그러다 번뜩 떠오른 한 단어, 서른. 아, 이럴수가. 정신을 차려보니 시옷으로 시작하는, 나와는 하등 관계없어 보이던 이 ‘미지의 시절’에 이렇게 얼렁뚱땅 발을 들인 채였다. 아무리 시대가 변했다고 해도 더 이상 어리숙함을 빙자해 핑계할 수 없는, 서른이 된 것이다.

그날로 부터 약 10개월이 흘렀음에도 크게 변한 것은 없다. 처음 맞이하는 이해 가을, 여느 때처럼 거듭 경탄하는 중이다. 하늘다운 하늘과 온통 단풍 진 나무, 30분쯤 걸어도 거뜬하고 고약한 은행 냄새에도 웃는, 모든 것이 퍽 수월한 계절. 10년 후엔 누구와 가을을 나고 있을까, 언제까지 사랑하는 이들과 <가을의 효능> 토크를 나눌까, 궁금하다. 가을의 현역 생활을 영원히 기약할 순 없겠지만 한가득 들이마시는 청명한 기쁨 덕에 서른다섯의 가을도, 쉰의 가을도, 일흔의 가을도 기대된다고 감히 말해보고 싶다.

더 계절 타령을 하련다. 곧 새로운 해를 맞이하는 가을엔 자연스럽게 나이듦을 떠올린다. 으레 사계절을 인생에 빗대는 경우가 많다 보니 그런 듯하다. 여름 내내 작열하는 햇빛 아래 흐드러지게 잎사귀를 펼치다가 때가 되면 저물어 흙이 되고, 그 위로 새로운 싹을 틔우는 순환. 다 기억도 못 할 수많은 이들이 치른 나잇값을 토양 삼아 자랐기에 언젠가 기꺼이 잎을 떨어뜨릴 수 있다. 그리고 무엇이 나였는지도 모르게 썩어 한 흙이 되는 것. 내가 치를 나잇값은 이런 것이면 좋겠다.

‘그렇게 반복되던 탓에 그 속에 우리 사랑은 피네’
또, 가을 - 김효린

그 과정에 ’아무도 찾지 않는 내 이름을 한없이 노래’해 줄 몇 사람을 바란다. 나잇값의 무게를 가볍게 할 비결은 뻔하게도 ‘우리’라고 믿기에, 우리가 서로 노래할 이름들을 하나하나 떠올리며 우리가 지금 할 수 있는 일, 해야 할 일을 부단히 고민해 본다. 누군가의 계절을 통해 우리 속에 사랑이 피어나는 것처럼, 우리를 통해 또 다른 사랑이 피어날 수 있지 않을까. 큰 욕심이려나.

나이를 족쇄처럼 여기지 않고 느려도 꾸준하게, 마음은 산뜻하게 세팅하고 걷고 싶다.

다 울었니? 이제 할 일을 하자.
근데 혼자 말고, 같이 하자.

이렇게 말 해줄 나잇값 동료들을 찾고 있다.
이 고독하고 센치해지는 계절에 혼자가 아니었으면 한다.

차차가 보내는 오늘의 음악🎧

클릭하시면 유튜브 링크로 연결됩니다!

🐢 야르:  요즘 저는 러닝의 재미에 푹 빠져 지내고 있어요. 최근에는 꾸준히 연습해 온 자세로 기록을 경신해서 꽤 기뻤답니다. (총총..) 평소에 잘 읽지 않던 분야의 책을 읽고, 꼼꼼히 서평을 쓰는 재미도 들였어요. 그리고 일주일에 꼭 한 번은 좋아하는 앨범의 트랙을 들으며 집 앞 공원을 걷는 기쁨을 놓치지 않으려 해요.

🌲 차차: 추석 전에 한껏 긴장했던 게 무색할 정도로 가족과 나름 화목하고 평화로운 명절이었어요!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할머니도 뵙고, 친구들을 만나 반갑기도 했답니다. 하지만 다음에는 연휴가 조금만 더 짧았으면 좋겠어요. 아싸리 더 길거나? 저도 제 마음을 모르겠습니다... 내 마음은... 뭘까?

외할머니의 손을 보며 제 구십 대를 그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