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작담이 통신] 같은 일을 겪으면 아무래도 마음이 쓰여요

공감하는데, 그냥 마음 속으로만

2024.09.06 | 조회 5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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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담이 통신

목수의 아무런 이야기

여름부터 필진으로 참여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있어요. 제한된 지역 안에서 인터뷰하고 사진 찍어야 하는데, 섭외부터 난관의 연속입니다. 생면부지 사람들에게 집을 오픈한다는 건 정말 쉬운 일이 아니군요. 요즘 연신 통화하며 퇴짜 맞는 게 일상이에요. 처음엔 전화번호 누르며 두근, 통화연결음 들으며 두근 했거든요. 거절이 일상 되니 꽤나 무미건조해졌습니다. '어차피 퇴짜 맞을 거 긴장은 무슨. 그냥 전화 걸어~' 이런 마음이에요. 그리고 진짜 퇴짜 맞으면 속상해 죽음...

어제는 책 주관하는 센터 통해 전해 받은 연락처로 전화를 걸었습니다. 간접적으로 아는 분이었어요. 지역에서 상점을 하셔서 가본 적도 있었거든요. 그리고 최근에 제가 참여했던 '제물포 웨이브' 마켓에도 같이 나갔었고요. 전화를 걸어 먼저 저를 소개했지요. 그냥 이런 프로젝트에서 글 쓰는 사람으로. 인터뷰를 요청드리기 위한 통화로 소개를 했습니다. 구구절절 소개 하고 이야기 나누다 보니 인터뷰 대상의 조건이 충족되지 않는 거예요. 인천, 서구. 그리고 가좌동, 그중에서도 가좌 4동에 거주하셔야 하는데 서울에 거주 중이시더라고요? 이럴 수가?

'인터뷰는 글렀구나...' 생각하고 제 소개를 다시 했어요. "제가 인터뷰 관련해서 전화를 드렸는데, 사실 저도 가구 만드는 일을 하고 있어요. 참가하셨던 제물포 웨이브 마켓에 저도 있었거든요."로 시작해서 공방 이름 알려드리니 바로 키보드 타다닥 소리가 들리더라고요. 아주 재빠르게 호작담 인스타그램 깊은 곳까지 훑으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대학시절 영상 디자인 전공한 점, 이후 목공을 시작한 점이 같아서 주절주절 이야기를 했어요. 어떤 분께 영향을 받았고, 어떤 일을 계기로 작업의 방향이 달라졌고... 진짜 한참 이야기 나눈 뒤에 인터뷰와 별개로 따로 뵙자고 이야기를 마쳤습니다. 이거 마치 세 시간 전화하고 자세한 건 만나서 얘기하는 밈과 다를 게 없잖아요? 재밌고 든든한 마음이었지만, 또다시 섭외가 무산되어 헛헛했습니다. 혼자 글 쓰는 게 얼마나 편한 일인지 이제야 깨달아요. 허허.


 

 

공방 근처 알고 지내는 디저트 가게가 있습니다. 제게 작업 요청하신 적 있었고, 저도 가끔 들러 간식을 샀더랬지요. 사장님들은 저를 단골이라고 하셨지만, 저는 고개를 절레절레 "자주 오지도 않는데 무슨 단골이에요. 사실 저는 어디에도 잘 가지 않는걸요."라고 말한 적 있어요. 실제로 이 가게에 오랫동안 가지 않았습니다. 공방에 미니 오븐을 보유하며 스스로 쿠키, 구움과자 등을 지어 먹으며 그렇게 되었지요.

얼마 전 인스타그램 통해 사장님들 아버지 부고 소식을 인지했습니다. 가끔 들러 안부만 주고받는 터라 자세한 내막은 알지 못해요. 굳이 알려고 하지도 않아요. 앞으로도 그럴 거고요. 꽤 오랫동안 문을 못 여시더라고요. 안부를 묻고 싶은데 대단히 친한 건 아니니 불쑥 말 꺼내기도 어렵고요. 어제는 오랜만에 디저트 가게에 들러 간식을 사고 제가 만든 책 '아빠와 나'를 불쑥 던지듯 내밀었습니다. 위로의 말 같은 건 하지 않았어요. 상실의 크기를 가늠할 수도 없는 제가 감히 그런 걸 할 수는 없었어요.

'아빠와 나 ; 마흔일곱 아빠와 스물여덟 나' 표지
'아빠와 나 ; 마흔일곱 아빠와 스물여덟 나' 표지

<아빠와 나>는 2016년에 지은 제 두 번째 책이에요. 세상을 떠난 마흔일곱에 나이가 멈춘 아빠와 열다섯부터 스물여덟까지 아빠 나이에 조금씩 가까워지는 저의 이야기예요. 지금 보면 글도 조악하고, 디자인과 인쇄 상태, 제본까지도 엉성하기 그지없지만 그래도 저는 이 책을 무척 아낍니다. 본래 이 책 말고 작업하던 게 있었어요. 잘 하지도 못하는 흥미 위주의 이야기를 늘어놓고 있었지요. 전전긍긍하다가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뭘까' 떠올려보니 이거더라고요. 오래전에 절판된 터라 제가 가지고 있는 것도 얼마 없지만, 그래도 그 사장님들께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지 않을까 해서요. 다음날 또 갔더니 주말에 카페에 가서 책 읽을 계획이라고 하시기에 이렇게 말했어요. "그거 글이 별로 없어서 주문한 커피 나오기 전에 다 읽으실 텐데!"

호호.


 

 

저는 기타를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마음속으로만 배워야지 되뇌다가 한순간에 알아보고 등록, 다음 날부터 수강 시작! 막상 진짜 하려니 귀찮은 거 있죠. 제게 오는 수강생들도 이런 마음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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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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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0
    22 days 전

    <아빠와 나> 책 작업실에 있던 거 종종 보았는데 기회되면 다음에 한번 읽어보고 싶어요 😯

    ㄴ 답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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