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부터 기타를 배우고 있어요! 매주 목요일 오전, 그러니까 이제 2회차를 마친 거지요. 이번 수업부터 코드를 잡기 시작해 손가락 끝이 무척 아립니다. 심오한 기타의 세계에 관해 여러분은 잘 모르시겠지만요. 호호.
기타 학원에 가면 저는 배우는 사람이 됩니다. 몇 걸음 옮겼을 뿐인데, 가르치는 사람에서 배우는 사람이 돼요. 문득 수강생의 마음을 짐작해 보았습니다. 일단 가기 싫어요. 전날 밤까지만 해도 '내일 뭐 배울까? 재밌겠다', '열심히 해야지 룰루' 했지만요. 막상 당일, 수업 시간 가까워지면 너무너무 귀찮아요. '오늘 한 번 아파볼까?' 싶기도 합니다. 인간은 결국 뇌가 지배하는 호르몬에 불과하니 아프다, 아프다 하면 아파지는 것 아니겠어요? 온갖 불순한 생각 하다가도 '2주 만에 이럴 수는 없지, 돈을 냈는데 가야지. 암 그래야지. 이건 기타 왕으로 나아가는 첫걸음에 불과해' 같은 말 되뇌며 겨우 마음 고쳐먹었습니다.
처음 등록할 때는 분명 3인 그룹 수업이라고 했는데, 연신 혼자 수업 듣습니다. 오히려 좋아. 지난 수업 때 배운 운지법을 복습하고, 심화 과정을 익힙니다. 그리고 코드 잡는 방법을 배웠어요. 제가 스물한 살 때 기타 한 달 배우고 군대에 갔는데요. 그때 다녔던 학원은 가자마자 코드 잡는 것만 알려줬어요. 초딩이들과 나란히 앉아서 코드를 잡았지요. 지금 다니는 곳은 A 코드가 왜 A 코드 인지, 어떤 원리로 코드가 정해지는지 등을 알려주셔서 알아가는 재미가 좋습니다. A 코드의 'A'는 우리말 계이름 '라'에 해당합니다. 코드는 3가지 이상의 음을 합해 잡는 운지법을 말하는데, A 코드는 계이름 '라'가 중심이 되는 것이지요. 끄덕끄덕 그렇군!
신나게 배우다가 다시 불쑥 수강생의 마음을 헤아립니다. '일찍 끝나면 좋겠다' 제가 가르치는 입장일 때는 가급적 시간을 가득 채웁니다. 귀한 시간과 비용 써서 왔는데 시간 흘려버리면 아까우니까요. 근데, 배우다 보니 1시간 수업 중 40분 정도 되면 집에 가고 싶더라고요? 저는 유난히 베짱이의 마음을 가진 걸까요?
기타를 배우는 건 올해 시작하며 세운 무수한 계획 중 하나였습니다. 그러나 순수하게 악기를 다루는 즐거움을 쫓는 거냐고 물으면 그렇지 않습니다. 목공을 시작한 뒤로 제가 배우는 것은 모두 일에 관련된 것이었습니다. 기타도 그렇습니다. 저는 악기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줄곧 했어요. 제가 생각한 작업의 성질과 꽤나 맞닿아있다고 여겼거든요.
저는 늘 제가 만드는 것이 저에 의해 완성되지 않는다고 주장합니다. 제가 만든 것은 결국 저보다 사용자와 보내는 시간이 훨씬 길어요. 만드는 것은 만드는 것에 불과합니다.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습니다. 작업은 결국 저와 사용자가 호흡을 맞추는 일인 셈이지요. 제가 만든 악기를 타인이 연주한다고 생각해 보면, 주저 없이 드러낸 온갖 감정을 다시 무수한 3자에게 쏟아낸다? 더할 나위 없겠더라고요. 이제 겨우 두 번 수업 들은 것으로 원대한 꿈을 꾸는 걸까요? 한두 달 후 '아무래도 내가 바라던 조화는 그곳에 없었다'라고 말할 가능성도 농후합니다. 그러려니 해주세요. 호호.
공방은 지하에 있어서 소음 문제가 없습니다. 기타 연습하기에도 아주 알맞아요. 글을 마무리하고 오늘 배운 것 복습을 해야겠습니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추석 연휴 보내시고 맛있는 거 잔뜩 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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