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입니다.
돌아가기엔 이미 너무 많이 와버렸고, 버리기엔 차마 아까운 시간이라는 나태주 시인의 말이 떠오릅니다. 여전히, 사랑은 하지 않고 있다는. 밤만 되면 어제의 밥이, 그제의 욕심이, 그끄제의 생각이 꾸역꾸역 치밀어 오른다던 오은 시인의 말도 더불어 떠오릅니다. 바람이 차가워 코끝이 시큰합니다. 콧물 흐를 기미도 없는데 괜히 훌쩍입니다. 코끝에 망울진 게 무엇인지 모르겠지만요.
10월은 무척이나 바빴습니다. 사실 여름부터 줄곧 그랬어요. 그리고 이제 바빴던 지원 사업들을 정산하고 있습니다. 보고서와 지원금을 계산하며 골머리 앓고 있어요. 그냥 서로서로 믿어주면서 '잘했지? 잘했을 거라 믿어. 증빙은 무슨, 즐겁게 했으면 됐지!'라고 말해줬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세상은 영영 오지 않겠지요?
지난 주말에는 플리마켓에 나갔습니다. 반가운 이들 만났고, 돈도 조금 벌었어요. 단순히 파는 것보다는 새로운 시도를 하고 싶었는데, 그럴 틈이 없었다는 게 아쉽더라고요. 제 부스에 어느 백발의 중년께서 들렀습니다. 딸과 동행 중이었어요. 뜬금없이 "목공 하는 사람이 손이 그렇게 깨끗하면 어떡해?"라고 말하는데, 언짢더라고요. 손가락 열 개 붙어있는 게 잘못된 건가 생각도 들고요. 그렇지만 그냥 웃어넘겼습니다. 중년이 지나가고도 한참 동안 기분이 안 좋았지만, 이내 마음 고쳐먹기로 했습니다. 좋은 말과 반가운 인사 나눈 분이 훨씬 많은데 저런 말에 매몰되지 말자고 스스로 다독이면서요. 정말 그래요. 좋은 일이 더 많은데, 굳이 안 좋은 것만 혀끝에 남아 씁쓸해하고 있는 날이 많아요.
최근에는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독서링 납품 의뢰를 받았는데, 모처에서 했던 플리마켓에서 본 저를 기억하고 계셨다는 거예요. 근데 말씀하신 장소라면 4, 5년은 지난 일인 거죠. 그때 이후로는 독서링을 만들어 판 적도 없었으니 그때 그곳이 맞다는 거고요. 이런 일도 있구나. 신기하고 너무 고마운 마음이었습니다. 절대적으로 부족한 시간이었음에도 몇 날 며칠 밤새워서 일정을 맞췄어요. 최대한 잘 만들어 드리고 싶더라고요. 뭐라도 더 만들어 드리고 싶었는데, 겨우 여분을 하나 남겨 의뢰하신 분의 이름을 각인 새겨 따로 챙겨드렸습니다. 그분도 최근에 결혼을 하셨다며 답례품을 하나 챙겨주시는 거 있죠. 좋은 말과 좋은 사람을 기억하며 살자고 다짐해 봅니다.
오랜만에 수강생을 받았습니다. 특히 전문가 과정은 모집하지 않을뿐더러 수업 자체를 폐강했는데, 교육 요청을 받고 이번 주부터 수업을 시작했습니다. 저는 가르치는 일을 꽤 잘합니다. 친구는 '용호 씨 선생질 참 잘해'라고 조롱 섞인 극찬을 받을 일도 있더랬지요. 근데, 그건 제가 잘나서 그런 게 아니에요. 되레 잘나지 못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워낙 못 했던 터라 어떤 게 어렵고 안되며 답답한지 구석구석을 알고 있는 거예요. 앞으로는 종종 수강생과의 대화 내용도 작담이 통신 통해 전하게 되겠지요.
작담이 통신의 첫 겨울입니다. 갈수록 별거 없는 이야기를 많이 늘어놓고 있는데요. 본래 생각한 방향으로 잘 나아가고 있는 것 같아 기쁩니다. 감기 조심하시고요, 남은 한 해 함께 잘 지내보자고요!
한 주간 많이 들었던 노래 다섯 곡 적어 놓고 이만 물러가 보겠습니다.
24년 11월 둘째 주, 작담 플리 <난 아직도 - Colde(콜드)>, <우리 사이 은하수를 만들어 - 오존(O3ohn)>, <사랑이라 했던 말 속에서 - can't be blue(캔트비블루)>, <Ooh Ooh - THAMA>, <넌 쉽게 말했지만 - 윤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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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옥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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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담이 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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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이
난 아직도 운동하면서 자주 듣는 저만의 노랜데... 이렇게 또 뺏겨버리고 마네요..
똥이
전 운동할때 장갑을 꼭 끼고 해요. 손이 거칠어지는게 싫어서요. 누구는 굳은살이 고행의 훈장이라고 하지만 전 보들한 제 손이 좋거든요. 유난떨지 말라고도 하지만 어쩌라고에요 정말.
작담이 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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