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작담 이름으로 글쓰기 시작한 건 꽤 오래전부터예요.
2018년 3월 24일, 인스타그램에 첫 공방 일기를 썼습니다. 그 뒤로 약 4년 동안 쌓은 일기는 774편이고요.
첫 공방 일기 보니 그때의 저는 전시 준비를 하고 있더군요. 그리고 무언가 속앓이 중이라고 언지 했는데, 이제야 터놓고 말하자면 사기를 당했습니다. 냉난방기 설치 기사라는 사람이 중간에서 돈을 가지고 증발해버린 거예요. 그래서 계획한 날짜에 개업도 못하고 몇 개월 끙끙 앓다가 호작담을 열었습니다. 그날 저녁은 주문 들어온 일이 없어 난로 앞에 앉아 박지리 작가의 '맨홀'이라는 책을 읽고 있었더군요.
이제 꽤 오래전이지만, 놀랍게도 오늘의 저와 괴리가 없습니다. 꾸준한 스텝이라는 측면에서는 좋을 수 있지만, 저는 잘 모르겠어요. 변하는 이들 향해 미움과 증오의 에너지를 발산하는 사람들이 많겠죠. 그렇지만 저는 늘 변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변하지 않는 것은 도태되고 일순간에 지루해지고 말아요. 그러니까 중요한 건 변했다는 현상이 아니라 어떻게 변했냐는 과정과 방향이라는 거예요. 더 나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건데, 글쎄요. 스스로 들여다보기로는 아쉬움이 많을 뿐이에요.
이후에는 신청자에 한 해 공방 일기 전해드리는 유료 구독 서비스를 진행했습니다. 8개월 동안 이어갔지만 전업 작가가 아니다 보니 새로운 구독자 유입 적어 동력을 잃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2024년 3월 8일, 작담이 통신 첫 글을 발행했습니다. 이번에는 일주일에 한 편의 글을 씁니다. 목적이나 주제, 형식은 여전히 없어요. 이전에 써왔던 공방 일기와 차별점이 무엇이냐 물으면, 그런 게 꼭 있어야 하는지 되레 묻고 싶습니다. 공방에서 여름마다 운영하는 올빼미 영화관을 계획하고 있을 때, 친구는 그런 말을 했어요. "목공방에서 그런 프로그램 여는 명분이 있어야 하지 않아?" 그 말에 골몰하느라 그해 여름을 그냥 보내고 말았어요. 1년 뒤에도 저는 명분을 찾지 못했습니다. 그런 건 애초에 없었으니까요. 제 결론은 이렇습니다. 동력은 명분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실행에서 나온다고요.
주간 레터 첫 글 쓴 내용은 정말 '처음'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대체로 처음이라는 낱말에 무게를 싣지 않으려 노력 합니다. 처음은 설렘인 동시에 중압이기도 합니다. 아주 여럿 중 하나일 뿐인데, 그것에 의해 모든 것이 결정되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거든요. 전혀 그런 게 아닌데 말이에요. 메모 앱에 적어놓고 가끔 꺼내보는 말 중에는 이런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을 접한 뒤로 저는 많은 일을 '가운데처럼' 대합니다. 아무렇지 않게.
잘 해내고 싶은 마음은 흑과 백 사이 무수히 많은 회색 같아요. 내가 닿고 싶은 게 흑인지, 백인지 모르며 어디쯤 애매한 곳에 서있는 내가 어떤 회색인지도 모르겠고. 이 정도면 된 것 같은데, 완전히 희거나 검지도 않아서 울고 싶어 날뛰는 마음.
예전에 제 가구 선생님이 그런 말을 하셨어요. 작업하는 사람들은 보통 눈 보이는 현상에서 영감을 얻는데, 너의 관심사는 사람의 마음이라고 하니 참 어려운 길이다. A라는 사람은 기쁨을 동그라미라고 말하는데, B라는 사람은 세모라고 말한다. C라는 사람은 꼭짓점이 12개 있는 별이라고 하니 너는 누구 마음에 들어차는 작업을 할 수 있겠니. 공감대를 찾는 게 중요할 거다. (선생님이 이렇게 말씀하시진 않았고요. 핵심만 가져와 살을 붙였습니다)
제가 글을 쓰는 것도 비슷하지 않나 싶습니다. 강한 자극이 각광받는 시대에 이토록 흘러가는 이야기를 나열하고 있으니까요.
늘 호작담의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이야기를 나눠주신 것 감사합니다. 거친 자갈 밭에서도 함께해 주시니 발바닥이 아픈 줄도 몰랐습니다. 저는 앞으로도 자주 길을 잃겠지요. 타고난 울보라 눈가 그렁그렁 한 날도 많겠지만요. 그럼에도 지치지 않는 것 하나는 자신 있으니까요. 앞으로도 그렇게 머물러 주시면 좋겠습니다.
한 주간 많이 들었던 음악을 늘어놓는 작담 플리 2025년 3월 첫째 주, 작담 플리
<김수영 - 비틀비틀>, <이고도 - Mouse>, <윤상 - 넌 쉽게 말했지만>, <언니네 이발관 - 100년 동안의 진심>, <CHS - 밤바다>
덧+)
명색이 기념일인데 그냥 넘어가자니 아쉽잖아요. 작은. 정말 정말 자그마한 선물을 드리려고요. 무작위로 구독자 다섯 분을 선정할 거고요. 주말 동안 글 받아보시는 메일 주소로 개별적으로 말씀드릴 테니 답장으로 선물 받으실 주소, 연락처, 성함을 알려주시면 됩니다. 개인정보 알려주기 싫으시면 못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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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쏘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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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담이 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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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옥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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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담이 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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