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이미지 본 적 있으신가요? SNS하며 가끔 보던 걸 가지고 왔습니다.
별것 없는 짧은 대화지만, 저도 압도적인 싸움을 좋아하는 터라 볼 때마다 고개를 끄덕입니다. 옳지. 하고요. 한 쪽으로 치우치면 중심 잃기 쉽고, 비틀거리며 나아가기 쉽지 않다는 걸 잘 알지요.하지만 중심 잡느라 곤두세운 신경과 발가락 마디 끝에 쏠린 피로는 누가 풀어주냐고요. 삶은 반드시 나아가야 하는가. 좋아하는 것 취하며 머무르는 건 그르고 나태한 것인가 생각하면 또 잘 모르겠다는 거예요.
커피 마시는 걸 좋아하는데요. 전문가에게 좋은 커피가 무엇이냐고 물으면 십중팔구 '밸런스가 좋은 커피'라고 답하더라고요. 향과 산미, 바디감 등이 고르게 균형 잡혀있다는 거지요. 그리고 그런 커피를 마시면 '무슨 뜻인지 알겠네. 정말 모난 곳 하나 없이 말갛다'라며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만듭니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 보니 모르겠어요. '나는 꽃 향 폴폴 나는, 과일향 폴폴 나는 산미 마니아인데 왜 이 적당한 산미의 커피가 좋아야 하는 거지?'
커피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라 놀려도 상관없어요. 저는 제가 좋아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 되기로 마음먹었거든요. 기껏해야 지하 공방 한 편, 이케아에서 사온 스탠드 등 켜놓고 원두 내려 마시거나, 모카 포트로 끓인 에스프레소에 설탕이나 잔뜩 타먹는 제가 균형감 없는 커피 좀 좋아하는 게 대수인가요?
균형에 관해 이야기할 때는 배우 차태현이 떠오릅니다. 그는 늘 비슷한 연기를 한다고 평가절하 받습니다. 배우 본인도 그것에 관해 잘 알고 있더군요. 어느 인터뷰에서 스스로가 할 줄 아는 것. 잘 하는 것을 하겠다고 말하는 게 멋지더라고요.
저는 어려서부터 팔방미인을 동경했습니다. 여기서는 이것으로 이 사람들과, 저기서는 저것으로 저 사람들과 공통의 관심사를 나누는 게 멋져 보였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박학다식한 면보다는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여유를 가진 모습을 동경했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어른이 된 저는 어느 정도 그런 사람이 되었습니다. 나무, 글, 사진, 그림 등을 어느 정도 다루며 다방면의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게 되었죠. (어느 한쪽으로 특출난 재능이 없는 것 같긴 하지만요) 공방을 꾸린 뒤로는 한 가지를 잘 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졌습니다.
워라벨의 시대잖아요. 모두가 일과 일상의 균형을 이야기하지만, 지금의 저와는 조금 먼 주제가 되었습니다. 스스로 균형 무너뜨리는 삶을 골랐으니까요. 친구들은 그런 말을 했어요. 작업도 좋지만, 스스로의 삶을 돌보라고요. 또 어떤 친구는 스스로를 직원이라고 생각해 보라고 하더군요. 그러면 그렇게 쉬는 날도 없이 새벽에 퇴근 시킬 수 있겠냐고요.
안성재 셰프가 JTBC 뉴스룸에 출연해 그런 말을 했더라고요. "아무리 스무 시간 일하고 네 시간 자는 삶을 반복해도 무언가에 미쳐 있는 거죠. 셰프라는 건 라이프 스타일이지, 일 끝나고 아무 생각 없이 집에 가려면 요리사를 그만두라고 말씀을 드려요."
이 말에 크게 공감했습니다. 특히 요식업은 워라벨을 챙기기 어려운 직종이잖아요. 안성재 셰프는 요리를 워크의 영역을 넘어 라이프 영역까지 확장시켜둔 것입니다. 저는 오랫동안 쉬지 않고 일하며 밤낮없이 일하는 게 부끄러웠습니다. 능력 부족을 스스로 드러내는 일 같았거든요. 단순하게 나는 일을 라이프 영역에 둔 것이라 생각하니 별게 아니구나 싶습니다. 그렇다면 일이 너무 어렵고 숨 막히지도 않을 것 같거든요. 타인의 시선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스스로 그렇게 느꼈다면 그런 거예요. 왜냐면 내 삶의 시작과 끝에 관해 알고 있는 사람은 저 뿐이잖아요.
한 주간 많이 들었던 음악을 늘어놓는 작담 플리 2025년 3월 넷째 주, 작담 플리를 전해드립니다. 더불어 1월부터 3월까지 전해드렸던 1분기 플레이 리스트를 한 장에 정리해서 첨부합니다. 일일이 찾아보는 건 귀찮을 테니까요.
<이준형 - 나의 사랑>, <윤석철 트리오 - 여대 앞에 사는 남자>, <노영심 - 별걸 다 기억하는 남자>, <김사월 - 너무 많은 연애>, <FKJ - YlangYl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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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ampobby
작가님, 오늘 글이 무척 공감이 갑니다. 그리고 저는 기분이 아주 좋아졌어요. 저는 작품을 만드는 작가도 아니고 쉐프도 아니고 직장인인데 오랫동안 쉬지 않고 일하며 밤낮없이 일하거든요. 저는 리포트도 판매전략도 다 제 포트폴리오라고 생각하고 제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남이 알아주던 사회에서 만든 창작의 영역으로 분류가 되건 말건 상관없어요.) 저는 단순 회사원이 아니라 적어도 이 회사에서 가장 멋들어진 리포트를 만들고 성과를 내는 탁월한 사람이 되고 싶어서 매일 남들보다 자발적 야근을 하고 사무실 불을 꺼요. 그런 시간에 제게 영감을 주는 글들도 읽고 이런 뉴스레터도 읽죠 .. 그런데 보통 사람들은 제게 워커홀릭이라고 하는데 ... 오늘 이것도 제 라이프 스타일이라는 것을 알았네요. 그래서 기분이 좋습니다. 나만의 라이프 스타일을 추구하는 직장인으로 격상되었어요. 저도 제가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더 잘하는 사람이 되어야겠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작담이 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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