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작담이 통신] 저는 요즘 많이 울어요

불면과는 거리가 멀고요

2024.10.04 | 조회 24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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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담이 통신

목수의 아무런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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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나 이렇게 하루아침에 추워질 수 있나요? 지난밤, 야간 산행에는 아무 생각 없이 반소매 티셔츠를 입었는데 하산할 때 어찌나 춥던지요. 귀가해 따순 물로 씻고 전기장판을 펼쳤습니다. 1호 전기장판 뜨뜻- 뉴스 보니 올겨울은 대체로 포근하지만 이따금 아주 강한 혹한의 추위가 몰려올 거라고 합니다. 여름과 가을에 맑다가도 뜬금없이 비 쏟아지던 것과 비슷한 맥락인가 봅니다. 요즘도 어린이들 교과서에는 우리나라가 사계절 뚜렷한 멋쟁이 나라라고 쓰여 있을까요? 근데, 사계절이 뚜렷한 게 정말 멋진 것 맞나요? 내내 포근하면 나들이 많이 가고, 옷도 계절별로 꺼냈다가 넣었다가 정리할 필요 없고. 이쪽이 더 좋은 것 같은데...!

최근 휴일이 많다는 소식 들었습니다. 저랑 관계없는 일이라 미처 알지 못했습니다. 하는 일이 이렇다 보니 휴일의 경계가 흐려요. 집 나설 때 '뭐지? 이 느긋한 공기...?' 싶은 날은 어김없이 휴일이더라고요.

홍보를 거의 하지 않고 있지만 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그룹 전시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왜 홍보를 제대로 안 하냐면, 사업 진행하는 인천문화재단에서 뭔가 홍보 관련해서 안내받은 게 없어가지고. 포스터든 뭐든 있어야 홍보 게시글을 올릴 텐데 그것이 참 애매해서 말이지요. 제 작업 세 점이 인천 강화도의 작은 서점 '국자와 주걱'에 배치되어 있습니다. 저를 포함해 세 작가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는데요. 지난 10월 1일에는 '작가와의 만남' 행사를 진행했습니다. 그것마저도 하루 전에 게시글 올렸었어요. 호호. 재단 연락을 받고 '평일 오전에 그것도 강화도에서 하는 게 괜찮은 건가요?'라고 했더니 그날이 국군의 날이라고 하시더라고요. 역시 휴일이라는 걸 전혀 모르고 있었지 뭐예요. 세상에 따돌림당하는 건가요 이거 혹시?

고즈넉한 서점 '국자와 주걱'에는 무척 다양한 책이 있는데요. 저는 친일파 리스트 정리해 놓은 책을 집어들었습니다.
고즈넉한 서점 '국자와 주걱'에는 무척 다양한 책이 있는데요. 저는 친일파 리스트 정리해 놓은 책을 집어들었습니다.
작가와의 만남은 이 공간에서 했어요. 가득 들어차니 든든하고 훈훈한 공간
작가와의 만남은 이 공간에서 했어요. 가득 들어차니 든든하고 훈훈한 공간
재단 담장자 님의 댕댕이 이튼이... 보구싶어 이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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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시간임에도 많은 분이 오셨어요. 작은 공간이라 가득 차서 훈훈하고 좋았습니다. 세 명의 작가가 자기소개와 작품 설명을 하고 질문받아 답하고요. 제 차례가 지나고도 질문과 답변은 이어졌습니다. 다른 작가님께는 이런 질문이 왔어요. "앞서 두 작가님도 그렇고 이야기하시는 것 들어보면 작품에 철학적인 내용을 많이 담으시는데, 혼자 작업하시며 그런 것들을 감당하는 것이 어렵지는 않은지. 답답하거나 우울하거나 스트레스 같은 게 쌓일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어떻게 해소하시나요?"라고 질문하셨습니다.

제게 오는 질문 아니어도 속으로 답을 하고 있었어요. '나는 그것에 관해 어떤 생각을 갖나' 스스로 궁금하더라고요. 질문받은 작가님은 아내분과 함께 자리에 오셨는데, '옆에 있는 이 친구가 어두운 걸 다 받아준다'라고 이야기하셨습니다. 이번에도 저는 마음속으로 답변을 해보았습니다. '그러게요. 그런 마음 해결하는 게 정말 어렵더라고요. 결국 잘 해결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혼자 있을 땐 많이 울고요. 많이 자고. 맛있는 걸 먹으려고 애쓰는 편입니다'

정말로요. 저는 요즘 많이 울어요. 작업실에서도 울고, 운전하다가도 울어요. 며칠 전에는 운전 중에 어느 밴드 음악 들으며 흐느껴 운 거 있죠. 밝은 리듬에 풋풋한 노랫말인데도 어느 대목에 꽂히면 그대로 울어버려요. 실질적 자동차의 활용은 '달리는 에어컨, 달리는 노래방'이지만 어느 시절에는 엉엉 울어도 되는 누군가의 품속이 되기도 합니다. 드라마나 영화는 둘째치고 아니 글쎄 '흑백 요리사' 보면서도 글썽였다니까요? 태생이 울보예요. 고민을 쌓아놓고 어디 늘어놓지 않다 보니 액화되어 배출되는 게 아닌가 싶고 그렇습니다. 그리고 어떤 날은 아주 많이 자고요. 여름부터 가을까지 외부 행사 등이 많아서 야근과 밤샘이 끊이지 않았는데, 그래도 틈이 조금 생기면 아주 깊이 오래 자요. 개천절에도 열두 시간을 개운하게 자고 일어났습니다.

현대인의 고질병이라는 불면과는 거리가 멀어요. 아주 깊이 개운하게 잘 잡니다. 거의 꿈을 꾸지 않을 만큼 푹 잡니다. 그래서 내내 조금 자고 살아도 괜찮았는데, 서른 넘기며 자는 게 좋더라고요. 잠의 맛이 좋다는 걸 알았고, 정신적으로 회복하는데 꽤 도움이 된다고 느꼈어요. 마음 어려울 때 여러분은 어떻게 해결하시나요? 마음 잘 챙기며 지내고 계신지. 가급적이면 다치지 않으시면 좋겠습니다.

이야기하다 보니 문득 코인노래방에 가고 싶군요. 노래 부른다고 스트레스 풀리진 않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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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다 말고 저는 코노에 다녀왔습니다. 허허허. 요즘 최애곡은 이소라의 '처음 느낌 그대로'예요. 남자 음정으로 바꾸고 키 두 단계 내리면 알맞습니다. 글 발송해두고 기타 연습을 좀 해야겠습니다. G코드를 배웠는데, 손가락에 마비가 올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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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옥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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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bout 1 year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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