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작담이 통신] 클리셰는 너무 클리셰해서 클리셰해

으이구 뻔해

2024.07.12 | 조회 6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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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담이 통신

목수의 아무런 이야기

며칠 전에는 ‘코다(CODA)’라는 영화를 봤습니다. ‘Children of Deaf Adult’ 즉, 청각장애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비장애인 아이를 지칭하는 말인데요. 고교 졸업반인 주인공 루비는 부모님과 하나뿐인 오빠가 모두 청각장애인이라 가족과 세상을 이어주는 유일한 다리 역할을 합니다. 이미 영화 절반 뚝딱 본 것 같지 않나요?

루비는 노래 부르는 걸 좋아하고, 그에 관한 재능도 있어요. 근데 대학에 가면 가족들을 떠나야 하는 거죠. 게다가 사춘기 소녀의 하루가 가족들의 소통 창구 역할이라면 얼마나 어지럽겠어요. 영화 ‘코다’는 이런 환경의 가족에게 일어나는 에피소드를 그린 영화예요.

영화 '코다'의 한 장면. 알파벳 I, L, Y가 담긴 손 모양. I Love You라는 뜻의 수어. 제 인생에 없어선 안될 영화는 아니지만요. 제 인생에 있어서 좋은 영화였어요. 
영화 '코다'의 한 장면. 알파벳 I, L, Y가 담긴 손 모양. I Love You라는 뜻의 수어. 제 인생에 없어선 안될 영화는 아니지만요. 제 인생에 있어서 좋은 영화였어요. 

 

저는 영화 본 뒤 ‘왓챠피디아’ 라는 앱으로 본 영화 별점을 표기하고 이따금 코멘트를 달기도 합니다. 평가의 의미보다는 어떤 영화를 어떤 마음으로 받아들였는지 기록의 의미입니다. 다른 이들이 단 코멘트도 볼 수 있는데, ‘코다’에 관한 어떤 이의 코멘트가 이랬던 거 있죠.

뻔하다... 흐윽...흑..끕....흐...흐엉....흡..끝....엉엉....흐윽...흑.. 끕....흐...흐엉....흡..끝....엉엉....흐윽...흑흐윽...흑흐윽...흑..끕흐윽...흑..끕....흐...흐엉....흡..끝....흐윽...흑..끕....흐...흐엉....흡..끝....엉엉.....흐...흡..끝....엉엉.....끕....흐...흐엉....흡..흐윽...흑..끕....흐윽...흑..끕....흐...흐엉....흡..끝....엉엉....흐윽...흑..흐...흐엉....흡..끝....엉엉....흐...흐엉흐윽...흑..끕....흐엉....흡..끝....엉엉.......흡..끝....엉엉....끝....엉엉..끕....흐...흐엉....흡..끝....흐윽...흑..끕....흐...흐엉....흡 끈.... 엉엉...끝...엉엉

꽤나 귀여운 코멘트 아닌가요? 호호.


 

뻔한 건 나쁜 걸까요? 늘 새로운 앵글과 실험적인 연출과 혁신적인 메시지를 담아야 좋은 작품인지 생각했습니다. 좀 뻔하면 어때요. 스스로 의도한 메시지를 전달했다면 그만이죠.

좋아하는 배우 중에는 차태현이 있습니다. 그가 소스라치게 연기를 잘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어떤 계기가 있었어요. 늘 비슷한 영화, 비슷한 배역이라며 그를 깎아내리는 이들이 많았고 그도 그런 상황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거죠. 그의 생각은 명확했습니다. 스스로 잘 하는 걸 하겠다는 거예요. 얼마 전 나영석 피디도 비슷한 말을 하더라고요. 스스로 자가복제의 아이콘과 같다는데, 본인이 잘 하는 거에 새로운 거 하나 정도만 덧붙인다고요. 무엇 하나 잘 해내는 것도 쉽지 않은 세상이라고 잦게 느껴요.


 

클리셰의 어원이 궁금해 검색했어요. 인쇄 용어라고 하네요. 자주 쓰이는 단어들 그때그때 조판하는 수고 덜기 위해 따로 양식을 지정해 놓는 게 클리셰라고 해요. 그만큼 익숙하고 예측 가능한 표현, 설정이라는 것이지요.

그리고 관련 문서에는 클리셰가 진부하고 틀에 박혔다고 하면서도 계속 쓰이는 이유에 관해 쓰여 있었습니다. ‘클리셰가 괜히 클리셰가 된 게 아니다. 사람들에게 잘 먹히니까 클리셰가 되는 거다. 사람들은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라, 그들이 잘 알고 있는 친숙한 이야기가 조금 다르게 보여지는 것을 원한다는 것. 이것을 잘 설명하는 시나리오 계의 명언은 법칙을 깨트리기 위해서는 먼저 법칙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나영석 피디님이 괜히 성공한 게 아니군요..? 정확히 꿰뚫고 계셨네요… 예측 가능해서 좋은 것들이 있어요. 뻔해서 긴장하지 않아도 되니 그저 즐기기만 합니다. 마음 어렵지 않은 게 좋더라고요. 요즘은.

구독자분들의 안녕을 바라며 이번 주 작담이 통신을 마칩니다. 한 주 동안 몸과 마음 모두 평안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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