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작담이 통신] 올빼미 영화관 대본집 유출본

늦지 않게 들러 주시길

2024.07.05 | 조회 7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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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담이 통신

목수의 아무런 이야기

인기 좋은 드라마나 영화들은 대본집이 발간되기도 하지요. 오늘 작담이 통신은 올빼미 영화관의 대본집을 공개합니다! 구독자분들 중 올빼미 영화관에 오셨던 분 계실까요? 영화 보기 전이나 영화와 영화 사이에 제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요. 이야기들은 대체로 별 볼일 없는 것들입니다. 영화 줄거리야 곧 보실 테니. 평론을 할 입장은 아니고요. 그냥 주전부리 삼아 씹을 거리 좀 드린다는 개념인데요. 알고 보면 제가 하는 이야기들은 고도로 계산된 시나리오라는 걸 아시는지! 아래 써 내려간 글을 실제 말로 합니다. 호호.

올빼미 영화관은 격주로 운영하고요. 9월이면 시즌을 마무리하니 일정이 아주 여유롭지는 않습니다. 가구공방에서 밤샘 영화 볼일 잘 없잖아요. 늦지 않게 들러주시길!


 

 

안녕하세요, 가구공방 호작담을 운영하는 김용홉니다.

올빼미 영화관은 올해로 다섯 번째 시즌을 맞았습니다. 2019년부터 시작한 여름 한정 프로그램이에요. 지하 공방이니 늘 지상보다 낮은 온도를 유지하거든요. 그래서 '무더운 여름밤에 시원한 지하 공방에서 밤새 영화나 보자!' 하며 시작한 게 어느덧 6년쨉니다. 중간에 코로나로 인해 열지 못한 시기도 있고, 2회차까지 운영하고 끝나버린 적도 있었지만, 아무튼 다섯 번째 시즌입니다.

세편 영화의 주제는 보통 감독으로 삼고요. 배우가 주제일 때도 있습니다. 그것도 아니면 제가 틀고 싶은 영화가 있는데 감독이나 배우로 잘 묶이지 않았을 때 키워드를 주제로 삼기도 합니다. 몇 해 전에는 '특별한 친구'라는 주제로 그린북, 인턴, 50/50을 상영한 적도 있습니다.

오늘은 '짐 자무쉬'의 영화 세 편을 볼 거예요. 제가 고른 영화는 '패터슨', '오직 사랑하는 이들만이 살아남는다', '천국보다 낯선' 이렇게 세 편이에요. 저는 첫 번째로 함께 볼 영화 패터슨을 통해 짐 자무쉬를 감독을 알게 되었습니다. 개봉관에서 봤는데, 당시에는 짐 자무쉬라는 감독을 알지 못했고 어떤 성향의 작업을 하는지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영화가 마음에 들었어요. 대단한 사건보다는 소소한 일상의 순간들을 감각적인 영상으로 담아낸다는 부분이요.

짐 자무쉬는 학창 시절 시인을 꿈꿨다고 해요. 아마 패터슨을 보면 수긍하시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린 시절을 지나 짐 자무쉬는 파리로 유학 갔고,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영화에 빠졌다고 합니다. 그의 주인공들의 삶은 정신적으로 황폐화되어 있으며, 냉정하게 정제된 배우들의 대사, 표정, 움직임을 인지할 수 있습니다. 짐 자무쉬는 정적인 카메라와 미장센 등 미니멀리즘을 대표하는 동시에 현존하는 가장 스타일리시한 감독이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뮤지션들과의 협업이 잦아서 영화를 넘어 종합예술이라는 평가도 받습니다.

 

패터슨(2016)

미국 뉴저지 주의 소도시 '패터슨'에 사는 버스 운전사 '패터슨'의 이야기입니다. <패터슨> 프로젝트의 시작은 20여 년 전 짐 자무쉬 감독의 당일치기 여행에서 비롯되었어요. 주인공 ‘패터슨’처럼 실제로 윌리엄 카를로스 윌리엄스 시인을 존경했던 짐 자무쉬 감독은 시인이 살았던 도시 패터슨을 찾았고, ‘패터슨’이 그랬던 것처럼 실제로 폭포수가 보이는 자리에 앉아 한참을 그에 대해 생각했다고 해요. 그리고 문득 패터슨에 살며 시를 쓰는 어떤 노동자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어 보면 어떨까 하고 영감을 떠올렸다고 합니다.

시간이 흘러 다시 <패터슨> 프로젝트에 착수한 짐 자무쉬 감독은 주인공의 직업을 버스 운전사로 설정합니다. 짐 자무쉬 본인이 높은 자리에서 바깥 풍경을 바라보는 것이 재미있어 실제로 버스 타는 것을 즐긴다고 언급한 적이 있어요. 버스 운전사라는 직업이 도시를 부유하듯 탐험하면서 이미지들을 발견하고 다양한 사람들의 대화를 수집할 수 있어 시인으로서 적당하다고 판단했다고 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영화 속 소녀가 지은 시 ‘물이 떨어진다’도 짐 자무쉬 감독이 직접 지었고요. 시가 반복과 변화의 구조로 이루어지듯 영화에도 7번의 하루가 반복되고, 나름의 운율이 있습니다.

짐 자무쉬 감독은 늘 “삶의 아름다움이란, 대단한 사건이 아닌 소소한 것들에 있다"라고 강조해 왔는데, 영화 <패터슨>은 그의 철학이 가장 아름답게 표현된 영화일 거예요.

짐자무쉬의 인터뷰 중 어느 대목을 읽어드릴게요. “<패터슨>은 그냥 평온한 이야기예요. 인생이 항상 드라마틱한 건 아니니까.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에 대한 영화죠. 폭력이나 분쟁 같은 건 나오지 않아요. 다른 종류의 영화도 필요하니까. 내 영화들에서 내가 바라는 건, 플롯에 대해 너무 신경 쓰지 않는 거죠. 그냥 순간순간마다 그 자리에 있어주기를 바라요. 다음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말아주세요”, “다시 말하지만, 너무 깊게 생각하지 마세요. 패터슨에게 핸드폰이 없다고 해서 디지털 기술에 반대하는 사람인 건 아닙니다. 그냥 핸드폰을 갖지 않겠다고 선택했을 뿐이죠. 로라는 다 가지고 있고요. 영화 속 디테일에서 상징이나 의미를 찾아내려고 너무 애쓰지 않아도 돼요. 저도 모르거든요. 별 의도가 없었답니다. 관련해서 소개할 만한 에피소드가 있어요. 밥 딜런이 노래 가사의 의미를 묻는 질문을 받자, 이렇게 대답했대요. ‘난 그게 무슨 뜻인지 몰라요. 그건 내 직업이 아니에요. 왜 나한테 묻는 거죠? 난 그걸 썼을 뿐이에요’. 저는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돼요”

 

오직 사랑하는 이들만이 살아남는다(2013년)

짐 자무쉬는 다큐나 코미디 영화를 연신 기획하다가 오랜만에 본래 스타일로 돌아왔습니다. 톰 히들스턴, 틸다 스윈턴을 캐스팅했어요.

한국 개봉 당시의 극장 자막은 오역과 지나친 의역으로 심하게 악평을 받았고, 플레인 아카이브의 정발 블루레이는 자막을 갈아엎어버렸다고 해요. 제목 또한 'Only Lovers Left Alive'는 '세상에 유일하게 남겨진 연인들' 혹은 '유일하게 살아남은 연인들'로 번역해야 하는데 오역으로 인해 '오직 사랑하는 이들만이 살아남는다'가 되어버렸다고 합니다. 극 내에서 오역은 고쳐졌는데, 제목은 굳어져 버려서 어쩔 수 없었던 것이에요.

앞서 본 패터슨은 '시'가 주요 소재로써 등장하지만 이번 영화는 그렇지는 않고요. 시적인 대사가 많이 나옵니다. 수천 년을 산 뱀파이어가 셰익스피어의 문학에 영향을 주었다거나 이런 이야기들이 나와요. 그뿐만 아니라 스타일리시한 영상 또한 짐 자무쉬 영화 미학의 절정이라는 평가가 있습니다. 제작비 문제 등으로 무려 8년이라는 준비 기간이 걸린 프로젝트였지만, 위기가 찾아올 때마다 틸다 스윈튼은 짐 자무쉬가 포기하지 않게끔 든든한 버팀목이 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날카로운 송곳니를 드러낸 채 인간의 목을 베어 무는 뱀파이어의 모습은 클래식 뱀파이어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전형적인 장면인데요. <오직 사랑하는 이들만이 살아남는다>에는 이런 공포스러운 장면 대신 음악을 작곡하고 다양한 언어를 구사하며, 검증된 신선한 피만을 마시고 선글라스와 가죽 장갑의 록시크풍 옷차림으로 클럽에 다니는 21세기형 뱀파이어의 모습이 등장합니다.

이번 영화도 마찬가지로 음악에 공을 많이 들였습니다. 음악을 맡은 요세프 반 비셈과 함께 밴드를 결성해 활동 중이라고 해요. 천재들은 재주가 참 많아요.

 

천국보다 낯선(1984)

'신세계', '1년 후', '천국'이라는 세 단편 영화를 엮은 1984년 흑백 영화로 이제는 미국 인디영화의 고전이 된 작품입니다. 짐 자무쉬의 출세작이에요.

<천국보다 낯선>은 한 여자와 두 남자의 쓸쓸한 유랑기로 떠나온 사람들과 우연히 만나고 우연히 헤어집니다. 앞서 '신세계', '1년 후', '천국' 단편을 엮은 영화라고 했죠. 그런데 이 단편의 제목을 떠올리니 이들의 처지가 서글퍼져요. 이들은 신세계에 있지도 않고, 1년 뒤에도 달라진 것이 없으며, 천국에도 닿지 못합니다. 황량한 미국 땅에서 그저 시간이 흐를 뿐이에요.

이는 짐 자무쉬의 절제된 미학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떠나는 것, 외로움 같은 정서들이요. 카메라의 무빙이 아주 절제되어 있고요. 인물들은 말을 하지만 침묵하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극중 인물들은 어긋나며 어딘가에 머무르지 못해요. 어디서도 이질적인 존재인 거죠. 완성될 수 없는 여정과 완성될 수 없는 관계에 대한 짐 자무쉬적 사유의 출발점이 이 영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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