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첫 출근날, 여러분은 무엇을 기억하고 있으신가요?
저는 신입 사원으로 첫 출근을 하고 19년이 지났는데요. "회사에 빨리 적응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가장 컸던 것 같습니다.
아마도 대부분 저와 비슷하게 서류 더미, 끝없는 오리엔테이션, 그리고 "빨리 적응해야 한다"는 막연한 압박감을 떠올리시지 않을까요? 하지만 정작 "이 회사에서 어떻게 일해야 하는지", "어떤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지"에 대한 명확한 답은 얻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을 것 같습니다.
많은 조직이 최고의 인재를 뽑기 위해 수 개월을 투자하지만, 그들이 조직 문화를 이해하도록 돕는 데는 며칠에 불과한 시간만 할애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채용 시장이 치열해질수록, 정작 중요한 것은 '뽑는 것'이 아니라 '정착시키는 것'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종종 간과합니다. 훌륭한 인재를 영입했지만 3개월 내에 떠나보내는 조직들이 늘어나고 있는 지금, 온보딩은 단순한 '적응 과정'을 넘어 조직의 미래를 결정하는 전략적 투자가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진정 효과적인 온보딩이란 무엇일까요? 단순히 업무 매뉴얼을 전달하고 동료들을 소개하는 것으로 충분할까요? 아니면 조직의 DNA를 새로운 구성원에게 자연스럽게 이식하는 더 정교한 과정이 필요할까요?
온보딩의 진정한 의미: 문화 정착의 출발점
인재 확보의 경쟁이 치열해진 지금, 채용 이후 '온보딩(Onboarding)' 과정에서 조직문화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내재화시키느냐가 성패를 가르는 핵심 요소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조직문화는 단순히 구호나 슬로건이 아니라, 구성원들이 문제를 어떻게 인식하고, 사고하며, 느끼고, 행동할지를 규정하는 기본 가정의 집합입니다. 따라서 신규 입사자 교육과 초기 경험이 곧 문화 정착의 출발점이 됩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실제 기업들의 조직문화 내재화 전략들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실제 기업들의 문화 내재화 전략
1. 명확한 가치 교육과 소통 방식 내재화: 실행 가능한 가치의 구현
조직의 핵심 가치를 단순히 암기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업무 속에서 어떻게 구현되는지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VCNC(2013년 설립, 카카오모빌리티 자회사, '타다' 운영사)는 온보딩 OJT 과정에서 '맥락 설명'을 필수적으로 강조합니다. 단순히 의견을 제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왜 그런 결론에 이르렀는지 배경을 함께 설명하도록 훈련하는 것입니다.
이는 "모두가 좋은 의도를 가지고 올바른 방향으로 회사를 이끈다"는 조직 가치의 실질적 실행 방식이기도 합니다. 신규 입사자들이 이러한 소통 문화를 익히면 불필요한 갈등을 줄이고 협업은 자연스럽게 강화됩니다.
2. 사회적 연결감과 심리적 안전감 조성: 소속감의 빠른 형성
신규 입사자는 동료와의 연결감, 소속감을 느낄 때 비로소 조직에 빠르게 적응합니다.
핀란드의 Nitor(2007년 설립, 자율관리 조직을 지향하는 디지털 엔지니어링 기업)는 동료 코칭(Peer Coaching) 제도를 도입하여 신입이 조직과 업무에 자연스럽게 적응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이는 심리적 안전감을 높이고, 나아가 성과와 만족도로 이어집니다.
국내의 원티드랩(2015년 설립, 채용 플랫폼 'Wanted' 운영사, 2021년 코스닥 상장)은 '밍글링 프로그램'을 운영했습니다. 랜덤 팀 빌딩, 콘셉트 어워드 등 다양한 소셜 이벤트를 통해 직원들이 자유롭게 교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데, 이러한 활동이 심리적 안전감과 조직 적응을 빠르게 끌어올리는 원동력이 됩니다.
3. 투명한 정보 공유와 자율성 부여: 주도적 참여의 기반 조성
신규 입사자가 스스로 주도적으로 의사결정을 내리려면 충분한 정보와 자율성이 보장되어야 합니다.
쿡앱스(2009년 설립, 모바일 게임 개발사)는 매출, 인게임 지표 등 주요 데이터를 전 직원에게 투명하게 공개합니다. 신입을 포함한 구성원들은 데이터를 근거로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면서 책임감과 오너십을 강화합니다.
VCNC 역시 대부분의 슬랙 채널을 공개해, 신규 입사자가 소속 팀 외에도 다양한 팀의 논의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러한 접근은 "내가 회사의 일부다"라는 감각을 빠르게 심어주고 일체감을 높이는 효과가 있습니다.
4. 채용 단계부터 문화 적합성 고려: 온보딩의 선제적 접근
온보딩은 채용 순간부터 시작됩니다. 스펙이 아무리 뛰어나도 조직문화와 맞지 않으면 장기적으로 조직에 해가 될 수 있습니다.
VCNC는 채용 시 직무 역량보다 문화 적합성을 우선 고려합니다. 채용 과정에서 후보자의 문화적합성을 평가하는 컬처핏(Culture Fit) 인터뷰를 진행하여 조직에 잘 맞는 인재를 선발하기도 합니다. 이는 '문화가 전략보다 오래간다'는 인식에 기반한 접근입니다.
미국의 자포스(Zappos, 1999년 설립, 온라인 신발·의류 유통사, 2009년 아마존 인수)는 문화 보호를 위해 신입 교육을 마친 후 회사와 맞지 않는다고 판단하면 일정 금액의 퇴직 장려금을 지급하는 제도를 운영했습니다. 조직문화에 맞지 않는 인재가 남아 조직을 해치는 것을 원천 차단하기 위한 극단적이지만 상징적인 방식입니다.
HR의 새로운 역할: 문화 내재화 설계자
신규 입사자는 조직의 미래를 바꿀 잠재력이 있습니다. 그러나 문화적 정착이 실패하면 금세 이탈하거나, 남더라도 몰입하지 못해 잠재력을 발휘하지 못합니다.
결국 HR의 역할은 단순히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의 가치와 행동 규범을 실질적으로 내재화할 수 있는 경험을 설계하는 것입니다.
온보딩은 '첫인상' 이상의 의미를 갖습니다. 그것은 곧 "이 조직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알려주는 사회적 신호이자, 직원 몰입과 성과를 끌어올리는 출발점입니다.
성공적인 온보딩을 위한 통합적 접근
온보딩의 성공은 단순히 업무 적응을 넘어 조직문화의 지속 가능한 발전과 직결됩니다. 신규 입사자들이 조직의 가치를 이해하고 실천하며, 동시에 자신만의 색깔을 더해 조직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HR 전문가들은 온보딩 과정을 통해 신규 입사자가 조직의 일원으로서 빠르게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궁극적으로 조직 전체의 문화적 역량과 성과 향상에 기여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할 것입니다.
HR이 조직문화의 설계자이자 촉진자로서 이 과정을 주도할 때, 신규 입사자는 단순한 신입이 아니라 조직의 성장 동력으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입니다.
변화는 점진적이지만, 체계적이고 일관된 온보딩 경험을 통해 진정한 문화 내재화를 달성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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