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봉을 올려줬는데 왜 계속 떠날까?"
최근 한 스타트업 CEO의 고민입니다.
인재 확보를 위해 업계 최고 수준의 연봉을 제시했지만, 입사 6개월 만에 핵심 인재들이 줄줄이 떠나고 있었습니다. "요즘 세대는 돈으로도 안 되는구나"라며 한숨을 내쉽니다.
과연 이들이 퇴사를 하는 진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상사가 회의에서 제 아이디어를 자신의 것처럼 발표했어요."
"실수 한 번에 팀 전체 앞에서 망신을 당했어요."
"1년 넘게 야근해도 인정받지 못하더라고요."
MIT Sloan Management Review의 분석이 이를 뒷받침합니다. 2021년 미국에서만 2,400만 명 이상이 이직한 '대량 퇴직(Great Resignation)' 현상을 분석한 결과, 악성 문화(toxic culture)는 보상에 비해 10배 이상 더 큰 이직 동기로 작용했습니다.
그렇다면 직원들을 떠나게 만드는 '악성 문화'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그리고 HR은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악성 문화의 정체: 존중, 공정성, 윤리성의 부재
직장인들이 조직문화를 '악성'이라고 평가하고 이탈을 결심하게 만드는 주요 요소들을 살펴보면 명확한 패턴이 드러납니다.
존중 부족: 가장 강력한 이직 동기
존중 부족(Disrespect)이 가장 치명적입니다. 직원들이 조직에서 존중받지 못한다고 느낄 때 이직이 가속화됩니다. 조직문화 점수를 예측하는 데 있어 '존중'은 다른 일반적인 주제보다 약 18배 더 강력한 예측력을 가집니다.
직원들이 무례함을 표현할 때 "일회성 부품", "로봇", "쓰레기", "애 취급" 등의 강한 용어를 사용하는 것을 보면, 존중 부족이 감정적으로 얼마나 깊은 상처를 주는지 알 수 있습니다.
다양성, 공정성, 수용 문화의 실패
다양성(diversity), 공정성(equity), 수용(inclusion) 문화 조성의 실패도 악성 문화의 주요 구성 요소입니다. 이는 직원의 배경, 성별, 외모, 학력 등에 기반한 편견이나 차별 없이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문화가 중요함을 시사합니다.
비윤리적 행동 및 악질 관리자
비윤리적인 행동과 악질 관리자(Toxic managers)는 조직문화 점수를 예측하는 강력한 변수입니다. 악질 관리자는 "학대하는(abusive)", "무례한(rude)", "비윤리적인(unethical)" 리더로 묘사되며, 이러한 행동은 조직의 평판을 훼손하고 법적 리스크를 부과하므로 뿌리 뽑아야 합니다.
HR의 대응 전략: 존중 문화 구축 및 행동 변화 촉진
악성 문화를 제거하고 인재 이탈을 방지하기 위해 HR 담당자가 주도해야 할 구체적인 행동은 리더의 역할 재정립과 시스템적인 지원에 있습니다.
1. 존중과 지원적 리더십 확립
지원적 리더의 중요성을 강조해야 합니다. 직원들은 자신의 직속 상사보다 최고 경영진(top leadership team)의 평가에 조직문화 점수를 더 크게 좌우합니다. 직원들이 높게 평가하는 리더는 '지원적 리더'입니다. 이는 구성원이 일을 잘하도록 도와주고, 요청에 반응하며, 개인적인 요구를 들어주고, 격려해주는 든든한 지원군입니다.
리더의 가치 실천 모니터링도 중요합니다. 리더가 말과 행동으로 핵심 가치를 실천할 때 (예: "말한 것을 실천한다"), 조직문화 점수에 큰 긍정적 영향을 미칩니다. 반면, 리더들이 핵심 가치를 이행하지 않아도 (예: "말로만 강조한다") 당장 점수를 깎지는 않지만, 이는 조직의 가정(Assumption)을 일관성 있게, 지속적으로 전달하는 리더의 주의(Attention), 측정(Measuring), 통제(Controlling) 방식에 영향을 받습니다.
2. 악성 행동에 대한 '해독제' 마련
비인격적 감독(Abusive Supervision) 근절이 필수입니다. 상사의 적대적 행동(망신, 비난, 무시 등)인 비인격적 감독은 팀의 공격성을 높이고 신뢰를 파괴하며 팀 성과를 저해합니다.
뒷담화의 역설적 기능도 주목해야 합니다. 상사에 대한 뒷담화(부정적 가십)는 비인격적 감독 하에서 팀원들이 연대감을 형성하고 리더의 부정적 행동을 롤 모델로 삼는 것을 방지하는 '완충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그러나 HR은 뒷담화의 긍정적인 측면에 집중할 것이 아니라, 뒷담화가 문제적 인사나 조직 이슈를 알리는 신호로 기능함을 인지하고 근본적인 비인격적 감독을 제거하는 데 초점을 두어야 합니다.
3. 장기적인 인재 유지 시스템 구축
내부 이동 기회 제공이 효과적입니다. 직무 이동 기회(Job mobility)에 대해 긍정적으로 언급한 직장인들은 퇴사 가능성이 더 낮았습니다. 근속을 예측하는 데 있어 직무 이동은 승진보다 12배 더 잘 예측하는 강력한 변수였습니다.
공정한 성과 인정 및 보상도 중요합니다. 직원들은 낮은 보상을 받을 때보다 자신의 노력과 결과가 보상이나 인정으로 이어지지 않을 때 퇴사를 결정합니다. 특히 고성과자는 자신의 성과를 인정받지 못할 때 가장 크게 분노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기여도에 따른 공정한 평가 및 대우가 인재 이탈 방지에 필수적입니다.
소셜 이벤트 강화도 놓치지 말아야 합니다. 팀빌딩, 해피 아워, 소풍과 같은 조직 주관의 소셜 이벤트는 조직문화 점수에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복지 혜택이며, 구성원 간의 유대를 강화하여 근속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이는 낮은 비용으로 강력한 효과를 낼 수 있는 매력적인 대안입니다.
존중 문화, 선택이 아닌 생존 전략
대량 퇴직 시대에 살아남는 조직의 비밀은 복잡하지 않습니다. 직원들을 한 명의 인격체로 존중하고, 공정하게 대우하며,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HR 전문가들은 이제 급여 협상가가 아닌 존중 문화의 설계자가 되어야 합니다. 돈으로 해결되지 않는 문제의 해답은 결국 사람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와 배려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변화는 점진적이지만, 존중 기반의 조직문화를 통해 진정한 인재 유지와 조직 성장을 달성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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