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를 배반한 비정의 도시

'헝그리 출장'

2026.10.18 | 조회 6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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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fryhard

Good evening readers,

 

오늘은 뉴스레터가 늦었습니다.

 

하루종일 밖에 돌아다니다 지금 들어왔습니다. 비지니스 파트너 만나고, 지인 만나고 병원 가서 이번에 할아버지 된 친구의 손자 보고, 저녁엔 아구찜 먹고 돌아왔습니다.

 

시드니에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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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그런 연유로 이번 주 특집은 시드니 단상입니다.

 


 

가장 최근에 시드니 다녀왔던게 2년 전이었습니다. 그 당시엔 회사에서 아태지역을 담당하고 있었으므로 일년에 한 두번씩은 출장으로 올 일 있었어요. 호텔은 우리의 영원한 favourite, 매리어트 계열의 쉐라톤으로, 하이드 파크 앞에 있는 그거요. 거기서 마일리지 꽤 쌓았지요. 먹는데, 이동하는데에도 비용 펑펑쓰면서 전철 탈 거를 택시타고 막 그랬어요.

 

이제 그 시절 다 갔습니다. 이번엔 다른 상황으로 왔습니다.

 

호주는 서류상 조국이라 국가도 제대로 못 외우지만 줄곧 애착은 갖고 있었기에 언젠간 돌아가리라는 생각 만큼은 항상 염두에 두고 있었으나 이제 일본과 한국쪽만으로만 10몇년째 치우져진 회사 커리어로는 더 이상 남반구로의 이동이 어려운 나이가 되어 내가 스스로 비지니스를 만들지 않는 이상 시드니로의 복귀는 힘들 것 같아서 내가 가진 경험과 스킬, 인맥 총 동원해 어떻게든 사업 기회를 만들어 보려고 자진해서 넘어왔습니다. 다행히 회사는 재택 근무라 업무에 지장을 주지는 않아요.

 

지금까지는 다른 신분으로 들어와 다른 자세로 바라본 시드니는 그 민낯을 실망스럽게 보여주었습니다. 우선 공항. 우리가 익숙한 한국과 일본의 카펫 깔린 바닥과 냄새 안나는 화장실은 시드니 공항에서 기대할 수 없었는데 이걸 잊고 있었어요. 아, 여긴 북반구 깔끔떠는 아시아 도시가 아니야, 스스로 상기하며 공항 빠져나와 전철(여기서는 Train이라 함)을 타는데 아 또 잊고 있었어. 시드니 Train은 열차내 좌석도 말 그대로 기차처럼 앞 뒤로 열을 지어 앉게 되어있는데요 여기 젊은애들 일부는 열차 안 앞좌석을 자기 방향으로 돌려 발 길게 걸쳐 뻗고는 자빠져서 가지. 그 중 온몸 문신에 코걸이 한 몇명은 시끄럽게 노래도 부릅니다. 이에 질세라 몇 줄 뒤에 앉은 중동계 아저씨는 핸드폰 영상을 볼륨 크게 해 놓고 듣고 가고요.

 

맞아 맞아 잊고 있었어 이런 풍경.

 

상당히 불쾌한 마음으로 도착지까지 어떻게 버텼어. 비행기가 밤에 도착했으므로 이미 사방은 어두웠고요, 전철의 하차역인 Auburn에 이르러, 여기 오랜만이니 사진한 장 찍자고 셔터를 눌렀더니 이런 작품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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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메 무질서한 간판들에 그나마 영어로 읽을 수 있는 게 반절 밖에 안되네. 나머지는 중국어야. 누가 이 사진보고 1970년대 어디 달동네라고 우겨도 곧이 믿겠어요.

 

Don't forget, this time is different, no more a luxury biz trip.

매니저님 납신다 호화 출장 시대는 막을 내렸으니 다 받아들입니다.

 

숙소는 사연있어 혼자 사는 지인이 흔쾌히 방을 내 주어 비용을 절약하게 되었어요. 청소상태는 엉망이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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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riously, I have no complain. 피곤한 몸 뉘울 수 있고 곯은 배 채울 수 있으면 나머지는 크게 바라지 않겠습니다, 이번 출장 만큼은. 다만 하루에 한 끼, 쌀밥으로 Korean Food먹을 수 있으면 해요.

 

다행히 그 소원은 이루어져 도착 둘째날인 오늘, 저녁 식사로 옆 동네 Lidcombe의 한인 식당에서 포만감 느끼며 행복하게 생선뼈를 발라냈습니다. 

배를 두들기며 식당 나왔더니 주위에 생각보다 한인 식당이 많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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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시드니에 이렇게 교민이 많아, 식당도 많아, K-food 최고! 여기서는 어르신들 뭐 영어 없이도 살겠다. 대한민국 만세~를 외치려다가 불현듯 생각이 스쳤어.

9월 6일자 뉴스레터에 잠시 등장했던 Pauline Henson이라는 여인네 아시죠, 국회에 부르카입고 등장했던 극우파 정당 One Nation당수요. 나는 이 정당에 투표할 생각 1도 없지만 만일 내가 이 여자의 입장이었다면 어젯밤 보았던 Auburn역 앞의 뜻모를 중국어 간판들과, 오늘 저녁 요기를 채웠던 레스토랑 앞뒤로 줄줄이 늘어서 있던 Lidcombe의 한글 간판들을 두고, '아니 이 나라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인가, 내가 어렸을 땐 나와 동일한 얼굴색의 사람들이 비슷한 생각을 하고 비슷한 요리를 먹고 거의 동일한 종교를 가졌으며 동일한 휴일들을 챙겼는데, 어떻게 반세기가 지나니 내가 모르는 글자를 단 간판들이 거리에 즐비하고 나에게 불편한 사상을 설파하는 종교가 세를 키우는가 하면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가치가 Why의 질문을 받기 시작하는가.' 내가 이 여자의 입장이었다면, 아마도 그런 생각 들 수 있었음을 부정하진 않겠습니다.

 

시선을 우리 북반구의 아시아 국가로 돌립니다.

 

제주도 사람들 요즘들어 걱정한다면서요. 하루가 멀다하고 중국어 간판 달은 요릿집 생겨나네, 여기 섬 사람들 쫓겨나게 생겼어. 관광객들도 몇몇 민폐 중국인들 뉴스로 제주도 대신 일본 갈까 고민한다 합니다.

 

한편 일본에서는 최근 몇 년간 인도주의적 망명으로 들어온 시리아 이민자들이 집단 거주해 있는 사이타마 현에서 그들의 아랍식 장례문화인 토장(土葬) 풍습에 현지 주민들이 격하게 반감을 드러내며 충돌이 잦아지고 있다는 소식 들립니다.

 

시드니는 이에 비하면 완전 이민자 점령지이지요. 솔직히 어제 오늘 내가 동네 걸어다니면서 백인 몇 명이나 봤는지 모르겠어요. 생각해 보세요. 만일 당신이 푸줏간 여인 폴린 핸슨이었다면. 그녀가 자란 어린 시절 이 동네의 주류를 이루었던 인종이 지금은 마이너리티가 된 모습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지.

 

이 글 읽는 여러분 심정 어떠신지요.

 

나도 극우주의자 같아요?

 

아니요 전혀.

 

이민 증가 -> 나와 다른 생각, 문화, 관습, 언어가 일상화 -> 불편함, 거부감 발생. 여기까지는 나도 어쩔수 없이 인정하겠어요. 하지만 이 다음. 그 다음 단계가 중요해요. 이렇게 나와는 다른 사람이 와서 이 땅에 살기 시작하여, 종종  문제도 일으키긴 하지만 그 가운데 몇 명은 정말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꽃피워 세계를 놀라게 하는 비지니스를 만들고 스포츠, 예술에 큰 기여를 하여 지역사회, 더 나아가 국가의 위상을 드높이게 됨을, 시드니 이 도시는 나무 보지않고 숲 보는 심정으로 묵묵히 지켜보고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도 내일부터 3주간, 시드니에서 누릴 수 있는 이 보이지 않는 혜택들을 어떻게 받아 갈 것인지,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궁리해 볼 생각이에요.

 

추신) 시드니 지인 분들, 밤 늦어 인사 못드렸습니다. 내일부터 차근 차근 한 분 한 분씩 연락 드리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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