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편지

[루아네 옹달샘] 망할 이탈리아어.

2026.09.03 | 조회 4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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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꽂힌 무화과 샐러드. 여기도 무화과가 철이다.
요즘 꽂힌 무화과 샐러드. 여기도 무화과가 철이다.

망할 이탈리아어. Porca Troia.

이탈리아어 욕이다. 심한 욕이라는데 생각보다 자주 들을 수 있다. 그냥 이렇게 한 번 말해보고 싶었다. 어쩌다가 내가 말할 수 있는 세 번째 언어가 이탈리아어가 되어버렸는지. 망할 이탈리아어. 어떤 분들은 이탈리아어를 매력적으로 느끼기도 하는데, 솔직히 나는 아무런 느낌이 없었다. 어쩌다 나는 이탈리아어를 하게 됐을까.

영어는 나에게 사실 제2외국어이면서 동시에 가끔은 모국어인 한국어보다 편하게 느껴지는 언어이다. 대학을 다니면서 연극과 영문학을 공부했고, 너무 어려웠지만 그만큼 열심히 공부한 덕분에 어느 정도의 감을 익히게 되었다. 물론 완전히 100퍼센트 원어민은 못 따라가지만, 영어로 꿈을 꾸고 가끔은 영어로 생각하는지 한국어로 생각하는지 모를 정도로 익숙해져버렸다. 영어는 처음 접했을 때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어렸을 때부터 자주 접해서, 어떻게 익숙해지고 공부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탈리아어. 정말 정말 원수 같다. 일단 정서가 안 맞는다. 이탈리아어에 있는 수많은 R의 개수만큼 온 감정을 토해내는 언어이다. 욕도 엄청 많고, 아주 불평하기 딱 좋은 언어이다. 그리고 생각보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신세 한탄, 감정 토로 이런 것들을 엄청 많이 하는데, 이게 이탈리아어 때문인지 아니면 이들이 이런 사람들이어서 이탈리아어가 만들어졌는지 도대체 알 수가 없다. 정작 나는 그렇게 감정이 풍부하지도 않고 별로 말도 많은 사람이 아닌데 이탈리아어를 해야 하니, 가끔은 내가 무리수를 두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지나간다.

또 한 단어에 도대체 몇 개의 음절이 있는 건지, 단어들을 발음하려면 입 주변 근육이 아주 바쁘게 움직여야 한다. 내 입이 고장 난 것 같은 느낌. 그리고 입을 많이 벌려줘야 하는데, 특히 온 단어들이 모음으로 끝나고, 강세도 한국어 감각으로는 자꾸 예상 밖의 곳에 있어서 닫는 소리가 많은 한국어가 익숙한 나에게 감당하기가 쉽지 않다. 그리고 문법은 또 얼마나 복잡한지 아직까지도 시제가 제대로 머릿속에 잘 익지 않는다. 왜 영어가 국제 언어가 됐는지 이해가 될 정도로 단어와 시제의 뉘앙스 차이가 아주 중요한 언어이다.

이 모든 것을 떠나, 아무리 이탈리아어를 배워서 써도 지역마다 각자의 방언을 쓰기 때문에 하루에 한두 번씩은 내가 왜 이탈리아어를 배웠는지, 지금이라도 다른 언어를 배워야 하는 건 아닌가 수없이 질문한다. 시칠리아 사람들은 주로 시칠리아어를 쓰는데, 시칠리아어는 심지어 단순한 방언이라기보다 이탈리아어와 구분되는 별도의 언어이다. 오히려 아랍어나 스페인어 느낌이 강하다. 왜 나는 하필 이탈리아어여야만 했는가. 신에게 왜 그때 그 이탈리아 친구를 만나게 하셨는지 물어보고 싶다. 

이렇게 쓰고 나니 조금 속이 시원하다.

사실 이탈리아어를 싫어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탈리아어를 배우면서 이탈리아어가 좋아졌다. 오히려 더 잘하고 싶다. 성인이 되어 새로운 언어를 배운다는 것은 정말 소중한 경험이다. 다시 한 번 내가 알고 있었던 체계를 허물고, 다시 새로운 성을 짓는 느낌이랄까.

호텔에서 일하면서 이탈리아어를 해야 할 때마다 부끄럼 많고 소심한 내가 된다. 다시 어린아이가 되어버린다. 하루에도 몇 번씩 내가 제대로 말을 못해서 속상한 일이 생긴다. 말하지 못하는 어린아이들도 이렇게 답답한 느낌이 들까. 그래서 그렇게 빨리 말을 시작하고 싶어 하는지도 모르겠다. 틀리기 싫어하는 내가 계속 틀려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어서, 매일 하루하루가 적어도 한두 번씩은 제대로 이야기하지 못해 속이 터진다.

물론 영어를 써도 다들 알아듣지만, 웬만해서 영어를 쓰지 않으려고 내가 나를 일부러 그런 상황에 두는 탓도 있다. 이탈리아어를 쓰려는 나는 힘들지만, 오히려 나를 힘든 상황에 두는 대신 여기 사람들과 더 가까워지고 있다. 힘들지만 꽤나 돌아오는 만족감이 이루 말할 수 없다.

아, 이탈리아어를 잘하고 싶다!!!!!!!

이탈리아어만큼 매력있는 이탈리아 무화과.
이탈리아어만큼 매력있는 이탈리아 무화과.

<이 편지를 쓰는 사람>

첨부 이미지

본명: 다겸

이탈리아: 루아 Rua

요가를 가르치다가 옷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어 패션 디자인 과정을 시작했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로 이탈리아에서 패션 브랜딩을 공부하게 되었고, 지금은 시칠리아 카타니아라는 거주하고 있다.

어떤 일을 하든지, 어디에 있든지, 누군가에게 쉼과 휴식이 되는 옹달샘 같은 사람이 되고 싶은 요가인이며, 언젠가 바다가 보이는 따뜻한 도시에서 옷을 만들고,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는 작업실과 매주 저녁 친구들과 함께 밥을 먹을 수 있는 큰 식탁과 넓은 거실이 있는 집에서 사는 삶을 꿈꾸며 하루하루를 꾹꾹 채워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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