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쉬는 날에는 바다에 간다. 왜 시칠리아에 왔냐고 사람들이 물어보면 에트나와 바다 때문이라고 대답한다. 이유를 구구절절 한 번에 다 말하기 어렵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뭐 맞는 말이기도 하고. 그래서 일주일에 적어도 한 번씩은 바다에 가려고 한다. 바다에 가지 않으면 굳이 시칠리아에 있을 이유가 없다.

바다에 가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주로 그냥 누워 있는다. 쉬는 날에는 아침에 한 여덟 시쯤 일어나서 주변에 가까운 해변으로 걸어간다. 숙소에서 가까운 해변까지 걸어가면 30분 정도가 걸리고, 조금 떨어져 있는 Giardini Naxos 해변에 가려면 버스 정류장에서 20분 정도 버스를 타고 내려가야 한다. 아침에 조금 일찍 일어나면 해를 피할 수 있어서 좋다. 그렇게 해변으로 가면 요즘은 관광객들이 많은 성수기 시즌이라 사람들이 많기는 하지만, 나 혼자 한 사람 정도 놀 수 있는 자리 정도는 금방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리고 나는 비치 타월을 깔고 양산을 꺼낸다. 여기 있는 사람들은 주로 파라솔을 들고 다니는데, 뭘 들고 다니기 귀찮아하는 나는 대충 가지고 있는 양산으로 때운다. 해변에 누워 있을 때 어차피 조금 태우고 싶기 때문에 얼굴 정도만 가리기에는 양산만 한 것이 없다. 그리고 그냥 누워 있는다. 가끔은 글을 쓰기도 하고, 책을 읽기도 하는데 집중력이 그렇게 좋지 않은 편이라 읽는 척만 하다가 결국에는 해변에서 낮잠을 잔다. 너무 해가 뜨거워서 몸이 뜨거워지면 한두 번씩 바다에 들어가 몸을 식히고 다시 나와서 누워 있는다. 해변에서 뭔가를 해보려고 노력해봤지만 결국에는 아무것도 안 하는 게 최고의 휴식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정말 핸드폰도 보지 않고 그냥 누워 있는다. 아마 앞뒤로 몸을 뒤집는 정도 말고는 거의 움직이지 않는다.
시칠리아 해변 주변에는 로컬 상점들이 있는데, 들어가면 샌드위치, 그러니까 파니노를 나쁘지 않은 가격에 살 수 있다. 시간에 따라 미리 사서 해변으로 가기도 하고, 배가 고프지 않으면 해변에서 실컷 누워 있다가 집에 가는 길에 하나를 사서 들고 간다. 개인 취향에 따라 이것저것 넣을 수 있는데, 모차렐라 치즈와 토마토만 넣은 카프레제 샌드위치가 더운 여름에는 최고인 듯하다. 너무 무겁지도 않고, 오히려 시원한 토마토가 조금 더위를 날려주는 느낌이랄까. 빵은 semola 빵을 고른다. 너무 부드러운 빵은 나중에 토마토 물기 때문에 뭉그러져서 오래가지 않았다. 아니면 구운 채소(verdure grigliate)와 모차렐라를 넣는 조합도 좋아한다.

해변에서 파니노 하나를 먹으며 Chinotto를 마시면 그만한 휴일이 없다. Chinotto는 chinotto라는 감귤류 과일 향을 바탕으로 만든 이탈리아 탄산음료인데, 약간 달달하면서도 씁쓸한 맛이 난다. 쓴맛을 싫어한다면 그렇게 추천하지는 않는다. 나는 오히려 그 쓴맛이 좋아서 웬만하면 어딜 가나 Chinotto를 찾는다. 이렇게 생각해보니 나는 약간 씁쓸한 맛이 나는 음료들을 좋아하나 보다. Cynar Spritz도 Aperol Spritz보다 약간 쓴맛이 더 나는 스프리츠인데, 나는 개인적으로 Aperol Spritz보다 선호한다. Cynar는 아티초크가 들어간 이탈리아 비터 리큐어라 그런지 조금 더 쌉쌀하고 묵직한 맛이 난다.
그냥 이렇게 쉬는 날에는 바다에 간다. 여기서 아는 친구도 많지 않아서 같이 바다에 갈 사람은 주로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점이 아쉽지는 않다. 혼자 가는 바다는 시끌벅적한 시칠리아 성수기 인파 안에서 고요함과 쉼을 선물해준다. 가장 간단하게 짐을 싸서 수건 하나 펼쳐놓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누워 있다 보면, 한 주간 정신없이 돌아갔던 호텔 일도 다 잊히고, 아직도 부족한 이탈리아어 때문에 긴장했던 마음도 녹는다. 이만하면 됐지 뭐. 일주일 동안 부족한 부분만 다그쳤던 내가 사라지고, 조금 너그러워진 내가 살짝 고개를 내민다. 요가도 이만한 요가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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듈
넘 예쁜 풍경과 함께 힐링돼요. 샌드위치 맛도 궁금하네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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