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e스포츠 게임즈(이하 OEG)가 e스포츠 월드컵 재단(EWCF)과 손을 잡고 2027년에 첫 대회를 연다는 소식입니다.
e스포츠 크리틱은 지난 2월 6일 국제 올림픽 위원회(이하 IOC)가 OEG 준비에 이렇다할 진척을 보이지 못하면서, 당초 2025년에 개최하고자 했던 첫 대회를 2026년이나 2027년으로 연기할 가능성이 높다는 외신들의 보도들을 소개하면서 동시에 OEG가 대회 기획 측면에서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을지에 대해서도 분석한 바 있습니다.
간단히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지난 2025년 IOC는 사우디 아라비아 올림픽 및 패럴림픽 위원회(이하 SOPC)와 12년짜리 파트너십을 맺고 OEG를 개최한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최근 사우디 아라비아(이하 사우디)가 공격적으로 e스포츠 비즈니스를 전개하고 있었기 때문에 OEG 역시 상당히 빠른 속도로 준비될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하지만 연기 루머를 보도한 외신들은 IOC가 사실상 거의 준비를 하지 못했고, 2024년 6월 SOPC와의 파트너십 이후 약 7개월이 지난 2025년 1월에야 담당 부국장을 임명했다는 사실을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OEG 연기 루머에 대한 소식을 전해드릴 때, 스포츠 비즈니스의 최초 보도 이후 다른 매체들도 연달아 보도하고 있고 IOC에서도 이렇다 할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근거 삼아 단순 루머는 아닐 것 같다고 예측했었습니다. 실제로 지난 2월 11일, IOC가 EWCF와 파트너십을 맺고 2027년에 첫 OEG를 개최한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이번 뉴스레터에서는 OEG와 EWCF의 파트너십과 2027년 첫 대회 개최에 대한 소식을 전해드리면서, 향후 OEG가 어떤 식으로 추진될 것인지, EWCF는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예측해보고자 합니다.
IOC X EWCF
EWCF는 사우디 e스포츠의 핵심 동력입니다. e스포츠 월드컵(이하 EWC)는 사우디 국부 펀드의 자회사인 새비(Savvy) 게임즈 그룹(이 주최하고, EWC를 운영하는 재단이 EWCF이니까요. 또한 새비 게임즈 그룹은 사우디 e스포츠 연맹(이하 SEF)의 회장이기 때문에 사실상 EWC가 사우디 e스포츠 산업 그 자체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일단, IOC X EWCF 파트너십에 대한 공식 발표의 주요 내용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이번 협력의 일환으로 EWCF는 OEG의 창립 파트너가 되며, e스포츠와 전통 스포츠의 격차를 해소하고, 선수와 팀이 자국을 대표할 수 있는 기회를 지속적으로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 EWCF는 종목 선택, 토너먼트 구조 및 생태계 구축에 대한 노하우를 활용해 OEG의 혁신을 추구한다. IOC와 EWCF는 주요 이해 관계자들과 긴밀히 협력해 대결의 공정성을 강화하고 자격 경로를 설정하며, 국가 단위의 e스포츠 생태계를 글로벌 표준에 맞게 조정한다.
- 첫 번째 OEG는 2027년 사우디 리야드에서 개최된다. 또한 첫 번째 올림픽 대회로 연결되는 Road to the Games는 올해부터 시작될 것이다.
이에 대해서 EWC나 EWCF의 고위 관계자들도 소셜 미디어를 통해 성명을 발표했는데요. 공식 발표에서 언급된 '전통 스포츠와의 격차 해소 및 가교', EWCF가 보유한 전문 지식의 활용 등을 강조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이전보다 구체화된 OEG에 대한 로드맵 등 새로운 내용을 찾아봤으나 아직은 특별히 눈에 띄는 정보가 없는 상태입니다.
EWCF의 역할은 어디까지일까?
IOC는 지난 2024년 6월 SOPC와 파트너십을 맺었고, 2025년 2월에야 EWCF와 파트너십을 맺었습니다. SOPC와 EWCF가 사실상 한 집안이라는 관계를 생각해보면 약 8개월 동안 IOC와 사우디가 어떤 협업을 했는지, 왜 이제와서야 EWCF와의 파트너십을 발표하게 되었는지에 대해서 궁금해집니다.
이번 EWCF와의 파트너십은 OEG 기획의 주도권이 사우디 쪽으로 확실히 넘어온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분석할 수 있습니다. OEG의 연기 루머를 최초 보도한 스포츠 비즈니스의 기사를 떠올려볼까요? 스포츠 비즈지스는 연기의 주요 원인으로 두 가지를 강조했습니다. 하나는 '주요 e스포츠 주체들과의 일정 조율에 어려움을 겪었다'이고, 또 하나는 '자금 조달을 위한 새로운 모델을 구축하기 위해 시간이 더 필요하다'였죠.
EWCF는 현재 글로벌 e스포츠 생태계 내에서 IOC가 겪었던 이 두 가지 어려움을 가장 잘 해소할 수 있는 주체입니다. 2022년, 2023년 Gamers8이라는 대회를 열었고, 이 경험을 바탕으로 무려 20개가 넘는 종목을 선정해 EWC 첫 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했습니다. EWC는 현재 2025년 대회를 착실히 준비하면서 공식 종목과 새로운 파트너들을 천천히 공개하는 중이죠.
EWC가 단숨에 글로벌 e스포츠 산업의 헤게모니를 장악할 수 있었던 것은 압도적인 자본력 덕분입니다. 새비 게임즈 그룹은 사우디 국부 펀드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ESL을 인수하고, 주요 게임사의 지분을 인수하면서 EWC를 준비했습니다. 압도적인 상금과 함께 글로벌 인기 팀들이 EWC에 보다 진심으로 임하도록 '게임단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했죠.
게임사가 직접 주최하고 운영하는 대회가 가장 높은 가치를 갖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주요 팀들이 출전하길 원하며, 주요 게임사들도 적극 협력하는 EWC라는 대회의 위상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것입니다. 실제로 서드파티 대회를 극도로 꺼려하는 라이엇게임즈가 EWC의 LoL 종목을 허용했고, 문톤게임즈의 모바일 레전드:뱅뱅의 미드시즌 챔피언십 2024를 EWC의 일환으로 진행됐습니다. 마찬가지로 크래프톤은 지난 2022년과 2023년 PMWI, PGS 같은 자체 국제 대회들을 Gamers8과 함께 개최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행보를 보여온 EWCF가 OEG 프로젝트의 키를 쥐게 된다면 게임사 및 주요 게임단들의 전향적인 협력을 이끌어낼 가능성이 있습니다. 특히, 종목 선정 및 대회 일정 조율 측면에서 IOC보다는 EWCF가 훨씬 뛰어난 역량을 발휘할 것으로 보입니다.
자금조달 측면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비영리 단체인 SOPC와 달리 EWCF는 영리를 추구하는 단체이며, 이미 지난 EWC 2024를 통해 아람코, stc group 같은 사우디 국영 기업이나 펩시, 소니, 아디다스, LG울트라기어, 킷캣, 아마존 등 글로벌 기업들과 파트너 및 스폰서십을 이끌어낸 바 있습니다. e스포츠 대회, 콘텐츠로 자금을 끌어 모았던 경험이 있는 EWCF가 IOC보다 훨씬 뛰어난 자금 조달 능력을 발휘하게 될테니까 말이죠.
다만 IOC가 EWCF에게 얼마나 많은 권한을 부여할 것인지, EWCF의 의견을 얼마나 받아들일지가 중요한 변수입니다.
OEG, 앞으로 지켜봐야 할 포인트들
EWCF와 협력하기로 했다는 것은 IOC의 OEG 준비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EWCF와의 파트너십만으로 OEG가 풀어가야 할 어려움들이 저절로 풀리는 것은 아닙니다. 올림픽이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독립된 형태의 글로벌 e스포츠 대회를 기획하고 운영하는 것이 보통 일은 아니니까요.
e스포츠 크리틱은 지난 뉴스레터에서 IOC가 OEG를 준비하고 기획함에 있어서 어떤 어려움들이 있을지 추론해봤습니다. 간단히 요약하자면, 별도 대회로 출범함에 있어서 올림픽과 같은 권위를 곧바로 갖기 힘들고, 폭력성에 대한 보수적인 입장으로 인해 대중적인 e스포츠 종목을 선정하지 못하거나, 신체 활동의 연장선에 있는 버추얼 스포츠 위주로 종목이 선정되면 스포츠도 아니고 e스포츠도 아닌 애매한 대회가 될 수도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e스포츠가 제도권 스포츠 내에서 관리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권위 있는 국가대표를 선발하는 과정 역시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더 자세한 내용들은 아래 링크를 통해 확인해주세요!
때문에 앞으로 이 포인트들을 중심으로 OEG의 진행 상황을 지켜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특히 전통 스포츠와 e스포츠의 격차를 좁히는 것을 중요한 목표로 삼고 있는 EWCF가 어떤 역할을 할지 기대하면서요. 개인적으로 기대하는 포인트들은 아래와 같습니다.
- IOC는 리그 오브 레전드, 카운터 스트라이크 2 등 대중적으로 인기 있는 게임들을 정식 종목으로 선택할 것인가?
- EWC와 협력하고 있는 게임사나 파트너사들이 EWCF를 통해 OEG와도 순조롭게 협력하게 될 것인가?
- OEG는 EWC의 국가대표 버전 대회가 될 것인가? 아니면 획기적인 형태의 대회로 기획될 것인가?
Road to the Games?
이번 공식 발표에서는 또 다른 흥미로운 정보가 있었는데요. 바로 올해(2025년)부터 Road to the Games라는 대회가 열린다는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대회인지는 발표되지 않았으나 시범 경기 성격의 대회 또는 예선 성격의 대회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시범 경기 성격의 대회가 될 것으로 예상이 되는데요. 예선 성격의 대회로 기획하기에는 2025년 연말에 대회가 열린다고 해도 첫 대회가 예정된 2027년까지 텀이 너무 길기 때문입니다. OEG 참가를 고려하고 있는 국가들이 국가대표 팀 선발 및 운영 경험치를 쌓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대회로 기획되어도 좋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전망해봅니다.
올림픽이라는 이름의 독립된 형태의 e스포츠 대회에 대한 발표에 늘 디테일이 빠지고 있다는 점은 상당히 아쉽습니다. 올해부터 뭔가 해보겠다는 계획은 반갑지만, 구체적인 계획이 빠르게 후속 공개되지 않는다면 또 한 번 연기 루머가 피어오를지도 모르겠군요.
💡이번 뉴스레터는 지난 번 발행한 OEG 연기 루머에 대한 A/S 성격으로 작성해봤는데요. 다 써놓고 보니 중요한 내용은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앞으로 OEG에 대한 뉴스 또는 루머들이 화제가 되었을 때, 이 소식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이해하면 좋을지에 대한 가이드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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