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이번 뉴스레터는 지난 9월 13일 IESF 블로그에 연재된 글을 다듬어 발행되었습니다. 당시에는 T1의 다큐멘터리가 극장에서만 상영 중이었는데, 9월 20일 오후 8시에 유튜브를 통해서도 공개가 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아 그리고 IESF 블로그에는 국제e스포츠연맹의 다양한 활동과 저 외에 다른 Ambassador들의 흥미로운 오리지널 컨텐츠도 꾸준히 올라온다고 하네요. 다들 한 번씩 방문해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T1 다큐멘터리가 극장에 걸렸습니다.
지난 9월 4일부터 전국 CGV 37개 상영관에서 일제히 개봉한 '함께 날아오르다'는 T1의 2023년 롤드컵(리그오브레전드 월드챔피언십) 우승의 여정을 담은 다큐멘터리입니다.
e스포츠 관련 콘텐츠가 장편 다큐멘터리로 제작되는 일은 흔치 않은데, 극장에서 개봉하는 일은 더욱 귀합니다. 때문에 개봉 첫날에는 5천여 명, 이틀째에는 2천여 명에 달하는 관객이 T1 다큐멘터리를 보기 위해 극장을 찾았습니다. 뉴스레터를 작성하고 있는 9월 21일 기준으로 누적 관객 숫자는 1.4만 명, 매출액은 약 2억 5천 만원으로 집계되고 있습니다.
먼저 말씀드리지만, 이번 뉴스레터는 '함께 날아오르다'에 대한 리뷰는 아닙니다. '세계적인 에너지 드링크 회사인 레드불이 왜, 어떻게 T1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게 됐고, 그게 어떻게 CGV라는 극장에서 개봉될 수 있었는지'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레드불, 사실은 미디어 회사?
레드불은 세계 1위 에너지 드링크 기업인데요. 많이 팔리는 만큼 유명하기도 합니다. 레드불 로고는 스포츠, 광고, 유튜브 등에서 정말 자주 볼 수 있는데요.
우선, 레드불이라는 회사의 탄생 배경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사실 이 '에너지 드링크'라는 영역은 기존 음료 시장에 없던 것이었는데요.
창업자인 오스트리아인 사업가 디트리히 마테시즈가 1982년 태국 출장 중 '끄라팅 댕'이라는 현지 음료를 마시고 피로가 사라지는 것을 느낀 뒤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태국의 '끄라팅 댕'과 반반 출자 후 유럽에 이 음료를 현지화하고, 붉은 황소라는 뜻을 가진 태국어 '끄라팅 댕'을 그대로 가져와 '레드불'이라는 이름을 지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에너지 드링크라는 낯선 음료에 대한 반응이 별로 없었는데요. 마케팅 경험이 있는 마테시즈는 젊은 층에 대한 적극적인 마케팅을 시작하기로 합니다. 대학가, 번화가에서 무료로 음료를 나눠주고, 이들의 축제와 파티를 적극 후원했습니다. 클럽에 공급을 늘린 덕분에 '레드불'과 '예거 마이스터'를 섞은 '예거밤'이라는 칵테일이 유행처럼 번지기도 했죠.
이후 레드불은 더욱 마케팅에 주력합니다. 에너지 드링크와 어울리는 곳이라면 어디든 레드불이 함께 하게 됐는데요. 그중에서도 스포츠와 가장 잘 어울렸습니다. 특히, F1 같은 모터스포츠나 익스트림 스포츠에도 대대적인 지원에 나섰죠. 하지만 단순히 후원이나 지원만 하는 것으로 '레드불'하면 떠오르는 '역동', '도전', '익스트림'이라는 이미지를 만들 수 있었을까요?
그 비결은 바로 '스토리텔링'입니다. 여기서 더 나아가 '스토리두잉'까지 이어지게 하려면 레드불의 수많은 도전과 성공의 순간을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있어야 했는데요. 그렇게 레드불은 수많은 콘텐츠로 전 세계 사람들을 열광시켰고, 2007년 '레드불 미디어 하우스'를 설립하기에 이릅니다.
레드불 미디어 하우스는 화제의 콘텐츠를 많이 만들었습니다. 2012년 10월 4일, 상공 3만 9천 미터까지 떠오른 헬륨가스 기구에서 스카이다이빙을 한 펠릭스 바움가르트너의 영상을 보신 적이 있으실 텐데요. 이 외에도 구독자 1,860만 명을 자랑하는 레드불 공식 유튜브 채널에는 정말 미친 콘셉트의 고퀄리티 콘텐츠들이 가득합니다.
레드불의 콘텐츠는 플랫폼을 가리지 않고 있는데요. 기성 미디어를 비롯해 유튜브, 소셜 미디어 등 영상 매체를 비롯해 '레드 불레틴'이라는 월간 잡지까지 발행 중입니다. 이외에 레코드, 시네마 등 레드불과 관련된 모든 콘텐츠 사업을 총괄하는 곳이 바로 '레드불 미디어 하우스'입니다.
레드불과 e스포츠 그리고 T1
'세상의 미친 자들은 모두 후원한다'는 레드불에게 e스포츠도 매력적인 분야였습니다. 정확히 언제부터인지 정확히 말하기는 어렵지만 우리나라 e스포츠에서도 언젠가부터 여기저기에서 레드불 로고를 볼 수 있었는데요.
GSL(Global Starcraft2 League) 후원사였다가 '에너지 업, 파워업'이라는 밈이 된 '핫식스'를 기억하는 분들이 많을 텐데요. 레드불에게 이런 임팩트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각종 e스포츠 대회에 레드불 로고와 레드불 음료가 들어 있는 냉장고가 등장하는 경우가 점차 많아졌습니다.
레드불은 다양한 형태로 e스포츠 씬에 스며들었습니다. 게임단 후원뿐 아니라 리그 후원 및 파트너십을 다양하게 해왔는데요. 레드불 쿠미테(격투게임 대회), 레드불 M.E.O(모바일게임), 레드불 배틀그라운드(스타2) 등 대회를 직접 개최하기도 했습니다.
레드불은 지난 2017년부터 2018년까지 EU 지역에서 직접 <리그 오브 레전드> 게임단을 운영하기도 했으나, 이후에는 주요 팀들을 후원하는 전략으로 선회했습니다. 유럽에서는 2019년부터 G2 Esports를 후원하고 있고, T1과는 지난 2020년부터 인연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특히, T1과 레드불은 다양한 컬래버레이션을 해왔는데요. 2021년과 2022년에는 '레드불 비트 더 프로'라는 이름으로 팬들과 T1 선수들이 맞붙는 이벤트를 진행했습니다. 작년에는 T1이 직접 유럽으로 날아가 '레드불 리그 오브 잇츠 오운'에 참가해 한 번 사용한 챔피언은 다시 사용하지 못한다는 독특한 규칙(vs G2에서는 제외)과 함께 BIG, NNO(독일), KC(프랑스), 헤레틱스, G2 Esports와 다섯 판 연속 맞붙는 대결을 펼쳤습니다.
2024년에는 T1과 레드불의 콜라보가 더욱 본격화되는 모습입니다. 지난 8월 29일에는 '레드불 T1 히어로 캔' 스페셜 에디션 론칭을 비롯해 1년 동안 준비한 다큐멘터리 '함께 날아오르다'가 개봉했습니다. 또한 T1의 조 마쉬 CEO는 얼마 전 ESI와의 인터뷰에서 오는 9월 홍콩, 12월 파리에서 레드불과 함께하는 투어를 계획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제가 글로벌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일했을 때 한 레드불 관계자를 만난 적이 있었습니다. 구체적인 목적과 아젠다를 갖고 만난 것은 아니었고, 당시 어떤 이야기들을 나눴는지 모두 기억나진 않지만, 지금까지도 기억에 남는 말이 있습니다.
T1과 함께 다양한 콜라보를 해오고 있던 레드불에게 장편 다큐멘터리는 분명히 매력적이고 익사이팅한 도전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콜라보 + 콜라보 = 더 큰 콜라보
T1의 장편 다큐멘터리 '함께 날아오르다'는 CGV를 통해 '개봉'되었다는 점이 상당히 흥미롭습니다.
사실 극장에 상영관을 확보하고 영화를 거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예술 영화를 상영하는 독립영화관이 아닌 대형 멀티플렉스라면 더 어렵죠. CGV 같은 극장 프랜차이즈들은 영화의 관중 동원력을 체크하고 합리적인 수익성이 있다는 판단을 내린 뒤에 개봉작을 선택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예술 영화나 장편 다큐멘터리의 경우 텀블벅 같은 플랫폼을 통해 크라우드 펀딩을 하는 편인데요. 제작비 확보를 위해 진행하기도 하지만 펀딩에 참여하는 사람의 숫자를 바탕으로 극장 측에 '우리가 이 정도의 관중 동원력이 되니까 상영관을 내어달라'는 근거 자료로 활용되기도 합니다.
아무리 T1이라고 해도 장편 다큐멘러티의 극장 개봉의 단독 추진은 상당히 도전적인 일이었을 것입니다. CGV와의 파트너십이 있었기 때문에 비교적 수월하게 전국 37개 가량의 상영관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이죠.
올해 3월, T1은 PC방 비즈니스인 '베이스캠프'를 더 발전된 형태로 확장하기 위해서 CJ CGV, 슈퍼플레이와 MOU를 맺었습니다. T1은 선수단 및 IP를 활용한 공동 사업 참여, 국내 최대 멀티플렉스 사업자인 CJ CGV는 보유 공간 및 역량 활용, 슈퍼플레이는 IP 라이선스 사업, 게임 커머스 및 T1 BASE CAMP 운영 등의 노하우를 한곳에 모으기로 한 것이죠.
당시 보도자료에서 CJ 허민회 대표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CGV 역시 T1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e스포츠 팬덤이라는 타깃에 도달하려는 의도가 엿보입니다.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 큰 위기를 겪었고, 지금도 OTT의 대중화로 인해 위기를 겪고 있기 때문에 신성장동력을 만들기 위한 새로운 오프라인 공간 사업 개척의 필요성을 느낀 것이죠.
이를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CGV와 e스포츠라는 두 브랜드의 친밀도를 높이는 장기적인 전략이 필요한데요. T1 다큐멘터리의 극장 개봉이라는 이벤트는 스토리텔링 측면에서 매력적인 수단이었을 것입니다. 단순 개봉에만 그치지 않고 '티켓 그 자체가 굿즈'인 TTT(That's The Ticket)를 함께 출시한 점도 눈길을 끕니다.
정리하자면, '함께 날아오르다'는 T1과 레드불 미디어 하우스만의 콜라보에 그치지 않고, T1의 또 다른 파트너인 CJ CGV가 합세해 더 큰 콜라보 프로젝트를 만들어낸 것인데요. T1이라는 매개체가 없었다면 아무리 레드불 미디어 하우스라고 해도 CJ CGV의 상영관을 37개나 확보하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파트너사들의 니즈와 니즈를 엮어 시너지를 발생시킨 T1의 사업적 역량을 칭찬할 만한 부분이라고 보입니다.
'함께 날아오르다'는 지난 9월 20일 오후 8시 유튜브 채널 등을 통해 공개되었습니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롤드컵 기간에는 글로벌 시사회도 진행된다고 하는데요. 만약, 이번 롤드컵에서도 페이커와 T1이 인상적인 행보를 보여준다면 '함께 날아오르다'와 함께 또 한 번 극적인 장면이 연출될지도 모르겠네요.
e스포츠 업계에서 이런 시도가 계속 이어지면 좋을 것 같습니다. 팀의 역사, 종목의 역사, 대회의 역사를 텍스트나 영상 등으로 꾸준히 기록해두는 것은 큰 의미를 갖기 때문입니다. 이를 위해 지출하는 비용이 곧바로 수익으로 돌아오지는 않겠지만, 시간이 흘러 팀의 역사가 10년, 20년이 넘어갔을 때 이런 형태로 'e스포츠의 유산(Legacy)'이 쌓여있다면 더욱 강력한 팬덤 구축에 큰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죠.
개인적으로 저도 2022년 LCK 팀에서 '팀 다큐멘터리 유튜브 시리즈'를 기획하고 제작한 경험이 있는데요. 기회가 된다면 그 경험들을 바탕으로 '함께 날아오르다'에 대한 리뷰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 참고문헌
레드불은 음료 회사가 아니라 스포츠 미디어다? | 인터비즈
레드불의 레드불미디어하우스 : 내가 바로 미디어다 | 월간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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