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모꼬지기입니다.
깊고 어두운 산 속, 옅은 햇빛이 스미기 시작하면, 작은 친구들이 하나 둘 나타나요. 까만 밤을 덮고 잠들었던 나무들이 찾아온 새벽의 간지럼에 기지개를 키고, 까만 어둠 속 숨어있던 작은 토끼는 하얀 빛을 찾아 눈을 비비죠. 그렇게 어김없이 하루가 시작되면, 준비를 마친 작은 토끼가 어디론가 깡총깡총 뛰어갑니다. 그럼, 토끼의 발자국을 따라가, 작고 소박한 동화 속으로 함께 들어가볼까요?
일월 셋째 주, 『모꼬지기』 21호에는 동화를 노래하는 밴드 '라쿠나', 환상을 노래하는 '디즈니 OST' , 그리고 구독자님에게 마법을 걸어줄 플레이리스트까지, 총 세 가지 이야기를 선물해 드립니다.
⭐ 뮤직스타뜰
상자 속의 동화, 라쿠나 (Lacuna)
by 영
익숙한 골목, 낯선 한줄기 빛이 보인다. 그 빛은, 한 걸음에 노란 우정으로, 또 한 걸음에 파란 슬픔으로, 또 한 걸음에 빨간 사랑으로, 그렇게 걸음마다 색색이 반짝인다. 그리고 빛의 말미에, 처음 보는 새하얀 상자가 놓여있다. 이제, 상자를 열고 오랫동안 간직해온 세상을 마주할 시간이다. 이곳에선 어떤 동화가 펼쳐질까.
뮤직스타뜰 스물한 번째 아티스트, ‘라쿠나 (Lacuana)’를 소개한다.
라쿠나(Lacuna)는 장경민(보컬, 기타), 김호(베이스), 오이삭(드럼), 정민혁(기타)로 이루어진 98년생 동갑내기 친구 밴드이다. 홍대에서 클럽 공연으로 활동을 시작했던 그들은, 2018년 미니음반 <끝이 없는 꿈을 그대에게 줄게요>로 첫발을 내디뎠고, 2020년 '싱어송라이터 산실'로 불리는 유재하 음악경연대회에서 장려상을 받았다. 이후, 엠넷 밴드 서바이벌 프로그램 ‘그레이트 서울 인베이전’에 출연하기도 하며, 인디 밴드로서의 입지를 단단히 굳혔다.
밴드명 라쿠나는 영화 <이터널 선샤인 (Eternal Sunshine)>에 등장하는 기억을 지워주는 회사 ‘Lacuna’에 영감을 받았다. 약국에서 처방받는 약처럼 저마다 필요한 순간에 노래 하나하나를 꺼내 들을 수 있는 밴드가 되고 싶다는 그들은, 각 멤버들이 좋아하는 소리를 섞어 그 위로 따뜻한 사랑을 가사로 얻는 음악을 만든다. 주로 꿈속을 떠다니는 듯한 몽환적인 분위기와 동화 같은 스토리라인으로 소외받는 이들에게 치유를 선물하며, 또 한번 새로운 용기를 얻을 수 있도록 계속해서 연주한다.
사랑했던 너에게,
어느 날 방을 정리하다 꽁꽁 숨어있던 어릴 적 흔적들을 찾아낸 적이 있다. 순수하기에 솔직할 수 있었던 그리웠던 흔적들은, 어느새 나를 그 시절로 되돌린다. 한 뼘 작아진 키, 한 마디 짧아진 손, 한 단 길어진 옷. 작고 어렸던 나는, 무엇을 간직하고 싶었던 걸까.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사람이
서로에게 되어주자 우리
나를 너의 이름으로 불러줄래
이제 내가 너고 너는 나야”
라쿠나의 <YOU> 中
라쿠나의 노래는 마치 사춘기 소년의 편지 같다. 그들은 그곳에서 조금 불안하게 흔들리지만, 아주 솔직하게 나아간다. 언젠가 서투른 마음을 꾸깃거리는 종이에 꾹꾹 눌러 담았던 그날은, 바라보기만 하던 너를 향한 언어들로 가득 차 있다. 설익은 첫사랑이 담긴 첫 고백이, 막 빨개지기 시작한 사과처럼 수줍은 풋내를 담고 속절없이 스며든다.
라쿠나의 몽환적이고 폭발적인 사운드는, 소년이 담긴 앳된 보컬을 만나, 한층 더 미숙한 사랑의 감정을 만들어나간다. 그렇게 순수하고 열띤 사랑 고백은 낯설고 생경한 감정들을 더 이상 숨기지 못하고 이내 넘쳐흐르고 만다. 사랑을 발음하려 했지만 도무지 입을 땔 수 없었기에, 그들은 음악의 언어로 고백하고 간직한다. 잔뜩 어렸던 순간들이 쏟아지고 말았던, 그날의 사랑을.
우리 함께 춤을 춰요
3번째 EP [Hello, Wonderland]는 싱글 [CAKE]에서 시작해 두 번째 EP [정원]으로 이어진 동화의 마지막 이야기이다. 그들은 행복한 이야기로 가득했던 정원이 닫히는 가장 마지막 순간, 현실과 꿈의 경계선에서 소중한 것들을 나눠가지고 서로의 모습을 눈에 담으며 긴 동화의 끝을 마무리 짓는다.
하지만 라쿠나에게 동화 한 편이 마무리되는 것은 결코 이별을 의미하지 않는다. 끝을 향하는 이 동화는 또 다른 세계를 만나 다시 시작될 것이기에, 새로운 시작을 위한 마지막 축제를, 오래도록 이곳에 담아 간직하고자 한다.
“그대와 잔뜩 취해서 춤을 실룩샐룩 추다
주머니에 있는 걸 다 떨어뜨려도 난
지금은 괜찮으니까 어서 내 손을 잡아 줘요
나와 같이 춤을 춰요”
라쿠나의 <춤을 춰요> 中
🎵 음악주저리
디즈니, 꿈과 행복을 노래하다
by 현
멈춰있는 세상에 생명을 불어넣는 마법, 우리는 이것을 애니메이션이라고 부른다. 애니메이션(Animation)은 ‘생명을 부여하다’를 의미하는 라틴어 ‘animare’에서 파생됐으며, 인공적인 창작물이 살아 움직이는 듯한 환영을 일컫는다. 디지털 콘텐츠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영상 속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Orignal Sound Track, OST)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도 함께 높아졌고, 동시에 하나의 음악 장르로 자리 잡았다.
오늘날, OST는 영상을 완성하는 또 하나의 매체이자, 관객들이 화면에 몰입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하나의 예술이다. 애니메이션 OST는 시대를 거쳐 뮤지컬로 진화해왔다. 뮤지컬 애니메이션에서 음악은 리듬과 멜로디 그리고 그와 어우러지는 캐릭터의 움직임으로, 짧은 시간에 직접적인 내러티브를 표현하고, 생명력을 청각적으로 부여한다. 그리고 뮤지컬 애니메이션의 등장은, 동화라는 세상을 움직이게 하는 뮤지컬 애니메이션의 명가 ‘월트 디즈니 컴퍼니(The Walt Disney Company)’와 함께 했다.
디즈니의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1937)>는 뮤지컬 형식이 도입된 최초의 애니메이션으로, 흥행에 큰 성공을 거두게 되면서, 이후 제작되는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음악적 특성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디즈니 뮤지컬의 핵심으로 떠오른 미키 마우징(Mickey Mousing) 기법으로, 영화나 애니메이션에서 움직임과 음악, 목소리가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고, 또 음악에 가사를 붙인 뮤지컬 장르 혼합의 음악이 주류를 이뤘다. 1989년 이후에는 알란 멘켄(Alan Menken)과 하워드 애시먼(Howard Ashman), 팀 라이스(Tim Rice) 등 여러 뮤지션이 함께하여, 디즈니 애니메이션만의 음악 스타일을 구축했고, 지금까지 이어져 오며 많은 사람들의 동심을 자극하고 있다.
디즈니는 조금씩 꾸준하게 발전하는 그림과 여전히 멋진 노래들로, 우리에게 잊을 수 없는 시간과 감정을 선물한다. 당신을 매력적인 동화 나라로 안내할 멋진 디즈니 OST들을 함께 감상해보자.
1. 인어공주(1989) - ‘Under the Sea’
디즈니의 28번째 장편 애니메이션 <인어공주>에는 ‘Part of Your World’, ‘Kiss the Girl’ 등 멋진 곡들이 정말 많지만, ‘Under the Sea’는 1990년대를 거친 이들이라면 절대 모를 수 없을 것이다. 흥겨운 칼립소 리듬과 물방울이 톡 터지듯 통통 튀기는 리듬 그리고 그 위에 깔린 가재 세바스찬의 재치 있는 노래는, 육지를 꿈꾸는 아리엘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를 춤추게 한다. 이 곡은 1990년 아카데미 시상식 주제가상, 음악상을 받았고,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도 한여름의 시원한 바다와 함께 떠오르는 불후의 명곡이다. 개봉을 앞둔 <인어공주> 실사영화에서는 어떤 음악들이 펼쳐질지 기대해본다.
2. 미녀와 야수(1991), ‘Beauty and the Beast’
첨단 기술과 마법 같은 동화 속 이야기 <미녀와 야수>는 또 한 번 세계를 사로잡으며, 애니메이션 최초로 흥행 1억 달러라는 성적을 기록했다. ‘Belle’, ‘Be our Guest’ 등 수많은 명곡들이 쏟아졌고, 극의 마무리를 화려하게 장식하는 ‘Beauty and the Beast’는 그 클라이맥스였다. 연회장에서의 로맨틱한 춤 장면 속 잔잔하게 울려 퍼지는 음악은, 애니메이션의 낭만적인 분위기를 완성했다. 극 중 포트 부인이 아이에게 옛날이야기를 들려주듯, <미녀와 야수> 이야기를 노랫말로 고스란히 풀어내어 감동을 더했다. 이번에도 작곡가 알란 멘켄이 맡았으며, 애니메이션 최초로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에 올랐고, 1992년 아카데미 음악상과 주제가상을 수상하며 명곡 대열을 이었다.
3. 알라딘(1992), ‘A Whole New World’
‘A Whole New World’는 디즈니의 음악 중 최고의 커플 듀엣곡이라 칭해야 하지 않을까. 주인공 알라딘과 공주 자스민이 양탄자를 타고 비행하는 장면에 흐른 이 곡은, 피보 브라이슨과 레지나 벨의 싱글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알라딘>은 세계적인 흥행으로 5억 달러를 벌어들이며, 애니메이션 OST 최초로 빌보드 차트 1위를 달성했다. 또한, 1992년 골든 글로브와 아카데미 주제가상을 수상했고, 제36회 그래미 시상식에서 ‘올해의 노래’상까지 차지하는 메가 히트곡으로 등극했다. 이는 디즈니만의 음악이 만들어낸 ‘완전히 새로운 세상’이었다.
4. 라이온 킹(1994), ‘Circle of Life’
<라이온 킹>은 디즈니 르네상스의 최정점에 오른 걸작이다. 셰익스피어의 <햄릿>과 <리처드 3세>, 성경 속 요셉과 모세의 이야기를 활용한 새로운 변주였다. 내용뿐만 아니라, 영화에 참여한 뮤지션만으로 대중들의 이목을 모으기도 했다. 세계적인 가수 엘튼 존과 영화음악 작곡가인 한스 짐머가 <라이온 킹> OST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화려한 오케스트라 선율에 신비로운 분위기를 조성하는 목소리, 그리고 심바가 대자연의 왕으로서 선포되는 순간 터져 나오는 음악의 아우라는 경탄을 자아낼 만큼 거대한 경외감을 선사한다. ‘Circle of Life’은 엘튼 존의 팝 버전으로 유명하지만, 원곡도 빌보드 차트 18위까지 오르며 곡 자체의 힘을 증명했다.
5. 라푼젤(2010), ‘I See the Light’
<라푼젤>은 디즈니의 50번째 장편 애니메이션으로, 한동안 침체기에 있던 디즈니의 부활을 보여준 작품이다. 무려 21m에 달하는 라푼젤의 황금빛 머리카락이 흩날릴 때의 빛은, 디즈니가 이뤄낸 기술의 집약체였고 새로운 동화의 시작이었다. 특히, 주인공들의 아름다운 듀엣곡 ‘I See the Light’가 울려 퍼지는 장면은, 수많은 등불이 까만 밤하늘을 수놓는 로맨틱한 황홀경이었다. 안개를 걷고 마침내 빛을 찾은 라푼젤의 용기와, 까만 세상을 따뜻한 빛으로 물들일 라푼젤의 선택 그리고 그 옆에서 나란히 서로를 지지할 유진. 세 가지 의미가 맞물리며 ‘I See the Light’는, 영화 전체를 함축하는 아름답고도 더없이 행복한 순간이었다.
6. 겨울왕국(2013), ‘Let It Go’
얼었던 마음을 녹이는 능력은 두려움이 아닌, 진정한 사랑이라고 말하는 작품, <겨울왕국>의 ‘Let It Go’는 전 세계를 관통한 메가 히트곡이다. 아이부터 어른까지 모두 이 노래를 흥얼거렸고, 각종 매체를 통해 수많은 커버 영상과 패러디 영상이 쏟아졌다. 이는 자신을 옭아맸던 과거에서 벗어나 당당하게 세상을 맞서듯 다짐하는 엘사의 노래가,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터치한 것이 아닐까. <겨울왕국>은 2013년 11월, 미국을 시작으로 전 세계에 개봉하여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를 끌었고, 그 결과 2013년 개봉작 중 세계 흥행 1위,를 기록했다. 또 제71회 골든글로브 장편 애니메이션상을 수상했고, 제86회 아카데미 최우수 장편 애니메이션상과 주제가상 후보에도 올랐다.
7. 모아나(2016), ‘How Far I'll Go’
<겨울왕국>과 <주토피아>의 성공에 힘입어 디즈니가 내놓은 야심작 <모아나>는 평화롭던 모누투이 섬이 알 수 없는 저주로 병들자, 바다가 선택한 소녀 모아나가 바다가 이끄는 대로 먼 여행을 떠나면서 겪는 모험을 그리고 있다. 영화 속 ‘How Far I'll Go’는 주변의 반대를 무릅쓰고 자신의 운명을 찾아 앞으로 나아가겠다는 모아나의 의지를 담았다. 그리고 경쾌하고도 당당한 리듬에 실린 이러한 모아나의 다짐은, 거친 풍랑이 맞서와도 우리는 그 파도를 헤쳐 나갈 거라는 확신과 응원을 불어넣어 준다.
디즈니는 캐릭터의 섬세한 감정을 여러 가지 음악적인 요소들로 표현하며, 영상과 뮤지컬 음악을 결합시켜 완성도 높은 작품을 만들어 낸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속 음악은 인물 간의 갈등을 해소하거나, 이야기의 흐름이 이어주는 스토리텔러 역할을 하며, 이러한 음악은 관객의 마음을 움직이고 영화에 몰입할 수 있도록 돕는다. 흥미진진한 모험담과 달콤한 로맨스 위로 울려 퍼지던 노래들, 그렇게 디즈니의 음악은 우리의 꿈과 행복을 노래한다.
💿 둠칫두둠칫
나는 건 정말 쉬워, 즐거운 일을 상상해봐
by 영
“안녕 여기는
네가 돌아오고 싶어 했던 곳이야
안녕 여기에
모두 함께 앉아
그간 못했던 얘길 나누자”
위수의 <안녕, 여기는>中
모두가 잠에 든 시간, 나 홀로 어둠 속을 뒤척일 때면, 살짝 열린 창문 틈 사이로 별 하나가 들어옵니다. 그 빛은 어느새 장난스러운 손짓으로 나를 이끄는 작고 귀여운 요정으로 변하죠. 요정의 손짓을 따라, 조심스레 다가선 창가에는 하늘을 날고 있는 어린 소년이 나를 기다립니다. 앳되지만 당당한 목소리로, 그는 나에게 손을 내밀어요.
웬디, 우리 함께 밤 하늘을 날아볼래요?
모꼬지기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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