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모꼬지기입니다.
칠월 셋째 주, 『모꼬지기』 34호에는 오래 들을 음악을 전해주는 '알레프(ALEPH)', 생생하고 활기찬 '7월의 공연', 그리고 구독자님을 위한 '플레이리스트'까지, 총 세 가지 이야기를 선물해 드립니다.
⭐ 뮤직스타뜰
오래 들을 어느 날의 사색, 알레프 (ALEPH)
토독토독, 창문을 두드리는 여름비에 우수에 잠긴 상념들이 피어오르고, 거친 탁류가 되어 한없이 떠내려간다. 흐르는 빗물은 알 수 없는 감정의 잔여물들을 한껏 씻어내려 주고, 더 말끔한 감정들을 직면하게 한다. 어느 여름날 내리는 비의 사색은 그렇게 영화처럼 기록되어 아스라이 머문다.
뮤직스타뜰 서른네 번째 아티스트, '알레프(ALEPH)'를 소개한다.
2017년 여름 대중에게 처음 이름을 알린 알레프는, 원래 보컬의 이정재, 베이스 및 프로듀싱의 김한솔이 함께 듀오로 활동했으나, 김한솔이 탈퇴하며 이정재 홀로 1인 체제로 활동하게 됐다. 알레프는 초등학교 때 중국으로 이민을 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이후 미국에서 음악 대학에 입학했다. 그러던 중 군복무를 위해 한국에 들어왔고, 한국에서 음악을 내보고 싶다는 목표가 생겨 활동을 시작하게 됐다.
활동명 알레프(ALEPH)는 ‘첫 번째’, ‘1’을 뜻하는 히브리어에서 따왔으며, 히브리문자로서의 알레프는 농경사회에서 ‘힘’을 상징하는 ‘황소의 뿔’을 닮았다고 한다. 또한, 파울로 코엘료가 쓴 동명의 소설 <알레프>의 ‘인생은 여행이자 방랑이다’라는 내용이, 알레프가 추구하는 음악과도 일맥상통하기도 했다. 그렇게 알레프의 음악은 어디에도 국한되지 않고 계속해서 발전하는 작품이 되어 가고 있다.
어쩌면 우리 모두의 일기장일 거예요
알레프의 이야기가 있다. 그 이야기 안에는 누군가의 삶을 담은 통찰도 있고 일상에서 오는 질문, 그리고 멋대로 엇나가는 낙서도 있다. 무엇 하나 명확하지 않은, 마치 안개 같았던 우리네 이야기들은 알레프의 조곤조곤한 스토리텔링을 통해 흘러나온다. 열심히 뛰느라 무심코 놓친 것들, 마음의 저 밑바닥부터 깔려 있던 잊혀진 감정을 천천히 끌어올려, 보다 더 진실되게 감정을 마주하게 된다.
“나의 창은 굳게 닫아 두고
해가 뜨면 그때 열어줄래
얘는 왠지 비를 좋아하니까 말야
밖에서 비를 맞게 할래”
알레프의 <창문> 中
추적추적 비 내리는 어느 여름날, 소복소복 흰 눈 쌓이는 어느 겨울날, 그의 음악은 어느 때에도 끊임없이 확장하며 세세히 변주된다. 따스하게 다가오는 성찰과 적당히 관조하는 내면이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군데군데 적절히 배치된 사운드로 설득력을 더한다. 우리의 마음을 투영하고 관조하며 또 유영하면서, 그 단상을 드러내 줄 담담한 목소리, 언제 꺼내도 반가울 그런 일기장, 알레프는 그런 음악이다.
내가 많이 사랑했고 사랑하고 사랑할 거예요, 사과향
지난 5월에 발매된 알레프의 EP앨범 [사과향]은 사랑에 대한 짧은 단편소설집이다. 가벼운 듯 말랑하지만 때때론 쓰디쓴 사랑의 양면을 여러가지 각도에서 느끼게 해주는 작품이다. 앨범 순서대로 이어지는 곡들은 저마다의 이야기를 가지고 우리의 사랑을 노래한다.
내 모든 것이었던 ‘첫사랑의 기준이 되는 걸 너는 알까’부터, 겨우 용기 내뱉은 혼잣말 ‘난 너만 사랑해서’, 짙은 슬픔이 되어 ‘다신 사랑하지 않을 다짐’, 짝사랑에 풍기는 은은한 풋내 ‘사과향’, 왜 진정한 사랑은 상상 속에서만 현실이 되는지 ‘사랑을 여읜 사람들’, 사랑하길 멈추지 않길 ‘그럼에도 불구하고’까지, 총 여섯 곡의 노래들은 각각 여섯 개의 사랑에 관한 사색이다. 어설픈 사랑의 시작부터 아픈 사랑의 끝맺음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또 사랑하겠노라고 고백하는 이 앨범은, 우리의 사랑이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지 깊고도 짙게 상기시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길 멈추지 마요
가시덤불 위 힘들어도
지금까지 받은 사랑 적어본다면
그대는 될 거예요 사랑이”
알레프의 <그럼에도 불구하고> 中
📅 공연캘린더
생생하고 활기차게, 7월의 공연
푹푹 찌는 한여름의 나날들이 이어지고, 후텁지근한 공기에 속이 조금 답답한 것 같다. 이럴 때면, 활기찬 분위기에 둘러싸여 잠시 모든 것을 다 잊고 신나게 뛰어놀고 싶어진다. 축축 늘어지는 여름의 일상 속, 멋진 음악 공연들과 함께라면 우리의 7월은 더 근사해지지 않을까?
1. 스마일러브위크엔드 2023 Seoul City & Pop
‘스마일러브위크엔드 2023’은 공연과 디제잉, 전시와 마켓 등 다양한 콘텐츠가 결합된 페스티벌로, 7월 15일의 메인 공연뿐만 아니라 전시와 마켓이 함께하는 팝업 공간이 별도로 운영된다. 홍대 살롱 문보우에서 7월 한 달간 작가들의 시선이 담긴 도시에 대한 팝아트와 시티팝 일러스트를 전시가 진행되고 있다.
[라인업]
[공연 정보]
2. 2023 강릉 세계합창대회
세계합창대회(World Choir Games)는 '모두를 위한 평화와 번영'을 주제로 국가와 종교, 세대를 뛰어넘어 세계인이 교류하는 화합의 장을 마련하고, 평화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며 음악으로 모두 하나가 되는 축제이다. 본행사인 합창 경연은 물론 거리 퍼레이드 및 워크숍 등 다양한 부대행사들이 열린다.
3. 싱크넥스트23
‘동시대 공연예술을 선도하는 세계 수준의 콘텐츠 제작극장’으로 지향점을 밝힌 세종문화회관은, 예술적 실험과 도전의 장을 마련했던 지난 여름 시즌 프로그램 ‘싱크 넥스트 22’에 이어서, 올해 7월 6일부터 9월 10일까지 ‘싱크 넥스트 23’을 진행할 계획이다. 일렉트로니카, 인디, 알앤비(R&B), 트로트, 락 등 다양한 장르와 스트릿 댄스, 수화퍼포먼스, 설치미술, 스탠드업 코미디 등 흔히 접할 수 없었던 분야까지 실험성과 다양성, 대중성을 확장하여 관객에게 새로운 예술적 체험을 제공한다.
[7월 6일_김재덕, 김미애, 김보라, 바리나모, 성창용, Mu:p <몸으로 몸한다>]
[7월 15일_250 <아직도 모르시나요>]
[7월 28일_코끼리들이 웃는다의 <물질>]
[7월 28일_서사무엘X지후트리 <그러면 사랑 얘기는 누가 하지>]
4. HAVE A NICE TRIP 2023
‘HAVE A NICE TRIP 2023’은 지난 4월에 가벼운 여행을 테마로 진행됐던 음악 페스티벌 ‘Have A Nice Day’의 확장판으로, 더 다양한 아티스트들과 함께 모험을 떠나는 테마로 펼쳐질 예정이다. 특히, 찌는 듯한 더위와 혹시 모를 장마에도 문제없도록 킨텍스의 실내 공연장에서 진행된다.
[라인업]
[공연 정보]
5. 제비다방
상수동에 위치한 문화공간 제비다방은, 작가 이상이 당대의 예술가들과 술잔을 기울이고 커피를 마시며 교류하던 '제비다방'에서 이름을 따왔다. 낮에는 휴식을 취하거나 작업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며, 저녁에는 ‘취한제비’라는 이름으로 문화 예술을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한다. 또한, 제비다방의 공연은 무료입장이며, 자율기부 형식으로 운영된다.
[공연 정보]
💿 둠칫두둠칫
내리는 이 비에 내 아픔도 모두 씻겨가길
“온 세상에 비가 내려
내 마음도 따뜻해져
아픔이 다 씻겨지도록
편안히 잠들 수 있게 비를 내려줘요
포근한 나만의 자장가”
공기남의 <비를 내려줘요> 中
축축하고 습했던 어느 날의 기록들, 그 이야기엔 여전히 초라한 비만 하염없이 내려요. 처량한 나의 기억들이여, 우울한 나의 시간들이여, 어리석은 나의 군상들이여, 저 빗물 속에 흘러 나로부터 멀리멀리 떠나가 주세요.
온 세상에 비가 내려 내 마음이 따뜻해질 수 있도록.
모꼬지기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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