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모꼬지기입니다.
무언가 원하는 것을 좇아본 기억, 한번쯤 있으실 거에요. 우리는 짧은 생을 살아오며 돈을 좇기도, 배움을 좇기도, 꿈을 좇기도 했어요. 비록 그것이 통제할 수 없는 운명일지라도, 우리는 계속해서 그것을 좇아왔죠. 손에 잡을 수 없기에 더욱 간절한 무형의 것들은 끊이지 않는 갈증을 일으켜요. 그리고 우리는 이것을 ‘갈망’이라 말할 거에요.
일월 둘째 주, 『모꼬지기』 20호에는 끊임없이 갈망하는 가수 '심규선', 정겹지만 신비로운 공간 '선셋레코드', 구독자님을 위한 한의 정서를 담은 플레이리스트까지, 총 세 가지 이야기를 선물해 드립니다.
⭐ 뮤직스타뜰
나의 갈망이 도착한 곳에는, 심규선(Lucia)
by 영
사람은 살아가며 끊임없이 갈망한다. 어제의 나는 시간을 좇았으며, 오늘의 나는 배움을 추구하고, 내일의 나는 사랑을 구걸할 것이다. 그렇게 사람은 끊임없이 갈망했고, 갈망하고 있으며, 또 갈망할 것이다. 그리고 계속되는 영원한 갈망은, 결국 ‘나’라는 한 사람을 온전히 차지한다.
뮤직스타뜰 스무 번째 아티스트, ‘심규선(Lucia)’을 소개한다.
싱어송라이터 심규선(Lucia)은 2005년 제29회 ‘MBC 대학가요제’에서 밴드 아스코의 보컬로 금상을 수상하며 처음 이름을 알렸다. 이후 곡 작업을 이어가던 중, 2009년 뮤지컬 ‘마법사들’의 주연으로 출연하기도 했으며, 2010년에는 에피톤 프로젝트의 객원 보컬로 활동하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소속사의 러브콜을 받기도 했지만, 본인의 음악적 철학이 확고하여 거절한 뒤 개인 작업을 이어갔다. 결국 2011년 파스텔 뮤직과 연이 닿았고, 첫 정규 앨범 [자기만의 방]을 발매하면서 이름을 알린 지 6년 만에 정식으로 데뷔했다.
과거 본인의 세례명 루시아(Lucia)로 활동하던 그는, 2016년 12월 소속사로부터 홀로서기를 하며 본명인 심규선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하지만 그는 과거에도 현재에도, 심규선은 99% 똑같은 사람이라 말하며, 계속해서 배움을 좇아 음악적인 성장을 거치고 있다. 그리고 그는 그렇게 탄생한 노래를 통해 과거에도, 지금도, 여전히 그의 노래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먼저 다가서고, 위로하고, 일으켜주고 있다.
나의 설화가 계속되고
심규선은 조금 독특하다. 그는 고전 문학 속의 주인공이 되기도, 천문학을 배우는 우주인이 되기도, 숲을 관찰하는 숲 지기가 되기도 한다. 그의 모습은 계속해서 변모하지만, 그는 결코 변모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다른 듯 같은 그의 모습이 조금은 생소하기도 익숙하기도 한 이야기를 전개시켜 결국 우리는 그곳에 부지불식으로 빠져든다.
“아니 오실 임을 애써 기다려 무엇 하랴
밑가지 채 꺾어 버려도 향기가 먼저 마중 가는데
아니 오실 임을 자꾸 새겨서 무엇 할까
이 생에 살아서 못 만난 들 어떠리”
심규선의 <야래향 夜來香> 中
그리고 우리는 마침내 ‘야래향 夜來香’ 노래에 찬란하게 충돌한다. 시와 일체가 된 그의 설화를 만나 결국 우리는 다른 시공간을 유영한다. 그곳에서, 우리는 낯설지만 익숙한 감정들에 스며들며 관찰자에서 주인공으로 변모한다. 우리는 어느새 눈앞에 펼쳐진 소리는 한층 더 우리의 감정의 심도를 짙게 만든다.
한이 어린 심규선의 목소리는 가야금과 현대 악기를 그려낸 동양적 작풍을 만나 마침내 설화를 완성한다. ‘아라리’에서 시작된 그의 설화는 마침내 ‘화조도’를 거쳐 ‘야래향’으로 확장됐다. 그는 다르지만 같은 모습으로 계속해서 그의 세계를 넓혀 나간다. 그렇게 그는 우리의 하얀 도화지 위 그의 먹물을 퍼뜨려, 느리지만 짙은 바림으로 모두를 물들인다.
나의 여로를 이룩하는
[소로 (小路)]는 심규선이 깊은 숲과 밤의 정원을 거닐며 발견한 것들에 대해 그리고 있다. 어디에나 숨어있는 누군가가 밟아서 난 굽고 좁은 길 위, 그는 우리가 결코 혼자가 아님을 노래한다. 혹독한 추위에 웅크려도, 짙은 안개에 헤매도, 그는 여전히 우리를 본다. 그는 그의 숲에 하나의 소로를 완성하여, 새로운 그의 세계로 우리를 감싸 안는다.
“그대여 두려워마시오
길 위에서는 누구나 혼자요
어디로 가든 그 얼마나 느리게 걷든
눈앞의 소로를 따라 묵묵히 그저 가시게”
심규선의 <소로(小路)> 中
🎧 머물다가요
“정겨운 신비로움을 만끽하다” — 을지로, 선셋레코드
by 현
pictured by 영
우리는 늘 과거를 그리워한다. 현재에 와서 느끼기 어려운 정겨움과 낭만이, 과거에는 잔잔하게 묻어있다. 하지만 우리는 정겨움과 낭만 속에서도 새로움을 찾아냈으니, 소위 ‘뉴트로’라는 새로운 과거의 시작이었다. 과거를 그리워하는 세대와 과거를 향유하지 못했던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매김한 뉴트로는, 열기를 잃어갔던 오래된 골목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다. 그리고 뉴트로의 열풍으로 순식간에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을지로’는 몰래 숨어있는 공간들과 숨바꼭질을 하는 재미가 있다. 적당히 소란스럽지만 조금은 비밀스러운 을지로의 골목 구석에서 발견한 뉴트로한 공간, 이곳은 바로 ‘선셋레코드’다.
잃어버린 미지의 세계로
정겨운 골목 속 반짝이는 무지개 모양의 간판이 우리를 맞이한다. 간판이 있는 계단을 따라서 올라가면, 다른 시공간에 닿은 듯 신비로운 공간에 압도된다. 분수대에 둘러앉는 테이블, 벽면을 가득 채운 레코드, 구석구석 비치된 구형 소니 텔레비전, 사방이 빈티지 가구로 가득하지만 그저 오래된 다방의 느낌보다는, 흔히 말하는 ‘힙한’ 느낌이랄까. 그렇게 우리는 이 공간에 완전히 매료되고 만다. 곳곳에 숨은 나만의 아지트를 찾을 것만 같은 을지로 거리 속 선셋레코드는, 모꼬지기가 추천하는 우리들의 신비로운 비밀기지다.
이제부터 여긴 나만의
낮에는 카페로, 밤에는 칵테일바로 변신하는 선셋레코드의 공간에는 다양한 음악 감상 포인트들이 있다. 분수대를 중심으로 옹기종기 모여 앉는 곳부터, 칸막이가 쳐져 있는 프라이빗한 곳까지, 그날의 분위기와 그날의 목적에 따라 색다른 체험을 즐길 수 있다. 어느 좌석에서도 보이는 대형 스크린에 재생되는 뮤직비디오와 잡지 같은 느낌의 메뉴판, 생화와 함께 나오는 칵테일, LP판 모양의 코스터, 이런 황홀한 일련의 풍경을 마무리하는 나만의 신청곡, 선셋레코드는 계속해서 우리에게 오감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또한, 선셋레코드는 컨템포러리 캐주얼 패션 브랜드 ‘MMIC’와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공간 속에서 이색적인 재미를 선사했다. 선셋레코드만의 특별한 공간에서 ‘클럽비너스’ 문화를 직접 체험하고, 주도적 삶을 그려나가는 2030세대를 응원하며, 공간이 주는 메시지를 마음껏 뽐냈다. 현재 선셋레코드에서는 이벤트의 일환으로 ‘미래의 나에게 보내는 엽서’를 진행하며, 과거가 될 나와 현재가 될 나의 소통의 창구를 마련하고 있다.
최근 가게를 확장하며 층마다 다른 분위기와 감성을 느낄 수 있는 선셋레코드는, 노을의 감성과 따뜻함을 표현한 2층 ‘선셋레코드’와, 달의 신비로움과 몽환적인 아름다움을 표현한 3층 ‘다크문’으로 나누어져 있다. 전혀 다른 공간이지만, 반대되면서도 비슷한 결을 유지한 공간의 조화가 색다르다. 특히 이번에 새로 생긴 다크문은 이국적인 인테리어와 은은한 인센스 향기, 음악과 어우러진 분위기, 모든 것들이 최면을 거는 느낌이다. 사이키델릭한 컨셉의 공간이 주는 미묘함은 선셋레코드의 매력을 한 층 더 올리는 포인트다.
음악이 함께하는 그 곳은
집에서 들을 수 있는 음악임에도, DJ가 골라 틀어주면 즐거움이 왜 더 큰 걸까.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인정해준다는 만족감, 내지는 좋은 음악을 같이 즐겼으면 하는 기대감. 어떤 이유이든 간에, 이건 우리가 이미 음악에 푹 빠졌다는 또 하나의 증거이다. 마주 앉은 사람과의 오가는 말 사이 여백을 채워주는 음악들로 공간을 완성하고, 함께하는 시간을 담아 우리의 다음 페이지를 채워나간다. 오늘의 이야기에는 잠시 쳇바퀴 같던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세계로 떠나보는 건 어떨까? 신비로운 공간의 모든 것들이 유기적으로 작용하여 음악의 매혹적인 아우라가 풍기는 곳, 그곳은 음악에 빠져들기 좋은 ‘선셋레코드’다.
💿 둠칫두둠칫
만나지 않았더라면 이리 그리워하지 않았을 것을
by 영
“꽃이 진다고
그대를 잊은 적 없다
바람이 머물던 그곳에서
여전히 서성인다”
그네의 <꽃이 진다고 그대를 잊은 적이 없다 (Vocal by. 한수연)>中
지독한 인연은 마치 질퍽대는 늪과 같아요. 차라리 애초에 만나지 않았더라면, 알지 않았더라면, 함께하지 않았더라면. 그렇게 생각이 생각의 꼬리를 물고 결국 나를 저 바다 밑으로 잠식 시키죠. 더 이상 발버둥 칠 힘조차 남아있지 않기에 더욱 지독한 인연은, 틀어막은 숨을 끝내 놓아주지 않죠.
차라리 우리, 처음부터 만나지 않았더라면 조금은 행복했을까요.
모꼬지기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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