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모꼬지기입니다.
'수능 한파'라는 단어, 혹시 들어보셨나요? 이는 수험생들이 3년간 열심히 준비한 수능을 치르는 시기가 되면 기온이 갑자기 내려가는 현상을 뜻해요. 매년 빠지지 않고 우리를 찾아오는 수능 한파는, 모두에게 또 다른 끝과 시작이 다가옴을 알려주죠. 하지만 기나긴 여정에 몸도 마음도 지쳐버렸다면, 마지막 남은 길을 응원해 줄 누군가의 위로를 간절히 바랄지도 몰라요.
십일월 둘째 주, 『모꼬지기』 11호에는 지쳐버린 청춘들을 위한 치료사 '옥상달빛', 지나간 시간 속에서 '도프레코드', 그리고 스쳐가는 세상이 조금 버거울지도 모를 구독자님을 위한 플레이리스트까지, 총 세 가지 이야기를 선물해 드립니다.
⭐ 뮤직스타뜰
지쳐버린 청춘들을 위하여, 옥상달빛
by 영
앞으로 달려나가다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면, 갑자기 세상이 멎는다. 빠르게 스쳐가던 풍경은 정지되고, 시끄럽게 흘러가던 시간은 끊어진다. 그제야 몸에 난 상처가 하나 둘 눈에 들어온다. 분명 넘어지기만 했는데, 모르는 새에 생긴 온몸의 상처를 마주하고서야 아이처럼 울음을 터뜨린다. 아직은 어린 우리는, 상처를 보듬어줄 누군가의 위로가 필요하다.
뮤직스타뜰 열한 번째 아티스트, ‘옥상달빛’을 소개한다.
옥상달빛은 김윤주 (보컬, 피아노, 기타)와 박세진 (보컬, 멜로디언, 실로폰, 피아노) 두 명으로 구성되어 있는 싱어송라이팅 인디 팝 듀오다. 84년생 동갑내기인 김윤주와 박세진은 각자 클래식과 재즈 피아노를 전공하다 동아방송예술대학 영상음악작곡과로 전과한 후 처음 만났다. 이들은 절친한 사이로 발전했고, 취미로 ‘동방울 자매’라는 팀을 결성해 노래했다. 이때, 우연히 인디밴드 ‘올드피쉬’의 SODA의 눈에 들어 음반 활동에 참여했으며, 서로 좋아하는 ‘옥상’과 ‘달빛’을 조합해 ‘옥상달빛’이라는 이름으로 본격적인 음악 활동을 펼쳤다.
이후, 옥상달빛은 제 19회 유재하 음악경연대회 수상, 다큐 및 영화 OST 참여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그러던 중, 드라마 <파스타>에 삽입된 ‘옥상달빛’으로 유명세를 얻었으며, 2010년 EP 앨범 [옥탑라됴]로 가요계에 정식으로 데뷔하였다. 이후 2011년 4월 정규 1집 앨범 [28] 중 ‘없는게 메리트’, ‘수고했어, 오늘도’ 등이 청춘을 위로하는 가사로 큰 히트를 치며 앨범 초도 물량이 순식간에 동이 나는 기염을 토해냈다. 이후, 그들은 ‘선물할게’, ‘달리기’, ‘어른이 될 시간’ 등 소위 ‘힐링 음악’을 발매하며 청춘들의 ‘치료사’로 자리 잡았다. 또한, 뛰어난 입담으로 만담 밴드라고 불리는 그들은, ‘유희열의 라디오천국, ‘꿈꾸는라디오’, ‘푸른밤’ 등 수많은 라디오에 고정 게스트로 활동하기도 했다. 현재는 MBC라디오 FM4U ‘푸른밤, 옥상달빛입니다’에서 DJ 로 활동하고 있으며, ‘옥 디스크’, ‘달 자키’로 여전히 많은 청춘들에게 희망과 위로를 전달하고 있다.
희한한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옥상달빛은 청춘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느껴본 감정을 노래한다. 그들의 음악에는 행복했던, 즐거웠던, 슬펐던, 그리고 우울했던 우리네 청춘의 다양한 순간들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마치 그들은 우리의 삶을 직접 보고 듣고 살고 있는 것 같은->같이, 그들의 때론 귀엽게 튀어 오르는 경쾌함으로, 때론 고요하게 가라앉은 잔잔함으로, 우리네 청춘을 노래하고 위로한다.
“너는 톱니바퀴 속 작고 작은 부품
정말 아무것도 아니지
사랑에 정복당할 시간도 없는
희한한 시대에서 열심히 사는구나”
옥상달빛의 <희한한 시대> 中
옥상달빛의 <희한한 시대>는 조세희 작가의 연작 소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에서 모티브를 얻은 곡으로 청년들의 암울한 현실을 비관적으로 바라본다. 박세진은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을 다시 읽으며 책의 배경인 70년대나 2015년인 당시나 물가 외엔 달라진 것이 없는걸 보고 ‘우리는 희한한 시대에 살고 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그가 바라본 황당하고도 어이없는 현실은 <희한한 시대> 속에 고스란히 담기게 되었다.
이 곡은 지금껏 재미있는 가사로 담담히 위로를 건네던 옥상달빛의 다른 곡들과 조금 다른 모습을 보인다. <희한한 시대>는 분노가 담긴 냉소적인 가사에 행진곡 풍의 귀엽고 발랄한 멜로디가 더해졌다. 가사 속 현실을 살아가는 청춘들의 모습은 한 번쯤 살면서 마주한 자기 자신의 모습이며 또 지금을 살아가고 있는 모든 이들의 모습이다. 오늘도 치열하게 살아가지만 아무것도 남지 않아버린 현실이, 어이가 없으면서도 슬프고, 웃기면서도 비극적이다. 이러한 희한한 시대의 모습은, 옥상달빛 속에서 발랄한 멜로디와 만나 완벽한 ‘옥상달빛’판 블랙코미디를 완성시켰다.
우리는, 여전히, 꾸준히, 자란다
2013년 5월에 발매된 옥상달빛의 정규 2집 [WHERE]은 살면서 누구나 한 번쯤 고민하게 되는 우정, 청춘, 사랑, 사람에 대한 답을 어디에서 찾을지에 대한 물음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이에 대한 그들의 진솔한 답변은 곡 안에 담겨있다. 다양한 청춘의 고민을 이야기하는 이 앨범은 옥상달빛만의 자연스럽고 솔직한 매력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이 앨범의 특징은 테이프의 양면처럼 나누어진 구성이다. 경쾌한 곡으로 구성된 1부 ‘새로운 곳이라면 어디든 괜찮습니다’, 잔잔한 곡으로 구성된 2부 ‘이 세상의 모든 히어로’, 이렇게 두 주제로 나누어진 앨범은 곡들을 감상하는 데 있어 한층 재미를 더해준다. 앨범 [WHERE]에는 그들의 일상을 그대로 담은 ‘딩동’, 매일 사랑하는 그대에게 들려주고 싶은 ‘새로와’, 그저 말없이 곁에 있어 달라 말하는 ‘괜찮습니다’, 내 마음을 간지럽히는 ‘Tickle’, 희망과 격려를 담은 ‘Children Song’, 옥상달빛만의 발랄한 ‘유서’, 2부의 시작을 알리는 ‘공중’,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히어로’, 깨어난 기억 속 간절한 ‘Help’, 시리도록 외로웠던 ‘하얀’, 너의 것이 된 ‘숲’까지, 총 11곡을 담고 있다.
"오늘만 옆에 있어줘
아무 말 없이 그대로
뭘 위로 하려고 고민하지마
정말로 괜찮아 고마워
그것만으로도 충분해
정말이야"
옥상달빛의 <괜찮습니다> 中
🎧 머물다가요
"지난 시간을 훑다"—마포, 도프레코드
by 현
pictured by 영
디지털 시대가 도래하고 수많은 자료가 무형으로 바뀌었지만, 결국 우리는 또다시 손에 만져지는 것을 쫓고 있다. 클릭 한 번에 다양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스트리밍 시대에도, 좋아하는 아티스트나 영화의 음반들을 모아 수집하는 컬렉터들은 여전히 남아 있다. 오늘도 새로운 음반을 찾아 디깅하는 당신을 위해, 서울의 레코드샵 '도프레코드 (DOPE RECORD)'를 소개한다.
음악에 대한 애정이 듬뿍 담긴 그곳으로
경의선 숲길 옆쪽 광흥창과 대흥 사이를 걷다 보면, 검정 바탕에 해골이 그려진 간판이 보인다. 건물 안 계단을 따라 올라간 4층에는 데이비드 보위, 비틀즈, 퀸 등 유명 뮤지션의 굿즈가 당신을 맞이한다. 그리고 당신은 어느새 나를 둘러싼 모든 곳이 음악으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벽면을 가득 채운 CD와 카세트테이프, 온갖 음악 관련 굿즈들, 그리고 통로가 좁게 느껴질 만큼 많은 바이닐. 도프레코드라는 공간은 앨범 재킷의 종이 냄새와 당신의 귀를 사로잡을 음악 소리가 어우러져, 처음 발을 내딛자마자 매료되는 느낌을 준다.
도프레코드는 2001년부터 음반 레이블과 공연 사업을 하던 김윤중 대표가 2017년 오픈한 라이프스타일 레코드 스토어다. 도프레코드는 음악을 담는 매체인 CD와 바이닐, 카세트테이프, MD 이외에도 다양한 아티스트 굿즈를 전시 및 판매하고 있고, 특히, 하드록과 메탈 등 록 장르의 음반이 많이 있어 록 마니아의 성지로 불리기도 한다. 음악 산업에 종사한 김윤중 대표는 업무차 해외 여러 곳을 다니며 음반을 모아왔고, 음악과 수집에 대한 애정을 자유롭게 제한 없이 즐기고 싶어 오픈하게 되었다.
도프레코드는 말 그대로 음악에 대한 중독이라는 의미를 담아 ‘DOPE’라는 단어를 썼다. 매장에는 약 15만 장 정도가 구비되어 있으며, 음반 관련 정보를 빠르게 고객과 소통하는 것이 장점으로, 인스타그램과 트위터에 신보 입고 소식을 즉각적으로 알린다.
처음 보는 것들도, 다시 보는 것들까지도
최근 많은 레코드샵이 생겼지만, 도프레코드는 바이닐뿐만 아니라, 이제는 만나기 힘든 세로로 긴 일본의 8센치 싱글 CD까지 판매하고 있다. 작고 네모난 CD와 카세트테이프는 둥글고 큰 바이닐과는 또 다른 감성을 선사하며, 우리를 그 시절 그때로 데려간다. 영화 OST부터 팝, 가요, 클래식까지 한 시대를 풍미했던 그룹과 가수의 카세트테이프가 잘 맞춰진 테트리스처럼 정렬되어 있다.
오프라인 매장은 크게 세 구역으로 나뉘어 있는데, 바이닐과 CD 그리고 잡지를 포함한 음악 관련 굿즈까지, 다양한 종류의 상품들이 모여 있다. 특히, 유명 뮤지션의 굿즈 관련 상품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어 각종 액세서리와 티셔츠, 모자 가방 등 수십 가지의 머천다이즈가 구비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도프레코드는 기본적으로 온라인으로도 구매가 가능하나 오프라인 매장을 중심으로 더욱더 다양한 상품들을 판매하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구매 시 20,000원마다 스탬프를 찍을 수 있고, 스탬프 개수에 따라 할인 금액이 달라진다. 중요한 것은 스탬프 카드 발급 후 1년 내에만 그 효력이 인정된다.
음악에 빠진 디깅꾼들이여
음악은 한 사람의 고유성을 빛나게 한다. 그저 들리는 ‘소리’ 이상의 가치를 가진 음악이 가진 힘은 한 마디로 정의할 수 없다. 때로는 슬픔을 어루만져 기쁨으로 바꿔주고, 때로는 낙담했던 상황에서 손을 내밀어 주기도 한다. 이렇게 일상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놓인 음악은 세대와 시대를 불문하고 우리 모두에게 특별하게 다가온다.
만약 당신이 음악을 단순히 소비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수집하고자 하는 디깅꾼이라면, 도프레코드는 아이들의 장난감 판매대 같은 천국의 놀이터일 것이다. 흔치 않아서 더 소중하고 기억되는 장소, 지나간 시간을 훑는 공간, 음악을 오롯이 누리고 싶은 이라면, 도프레코드를 찾아 디깅하는 순간에 빠져보는 건 어떨까.
💿 둠칫두둠칫
스쳐가는 세상이 조금 버겁다면
by 영
"그들과 나는 소풍을 갔는데 햇빛이 눈부셨는데
하나도 행복하지 않았다
하지만 극 중이니까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길 바랐고
애써 웃으려고 했는데 나도 모르게 울고 말았다
극은 계속 진행되었다"
강성은 시인의 <여름 한 때> 中
집으로 향하는 길에는 바쁜 걸음으로 지나쳤던 많은 것들이 눈에 들어와요. 반짝이는 불빛, 흩날리는 나뭇잎, 스쳐가는 사람들. 세상은 언제나 빠르게 흘러가지만 나는 이곳에 느리게 머물러요. 움직이는 법을 잊어버린 채 그 자리에서 흘러가는 모두를 바라보아요. 언젠가 나도, 그들과 같이 흘러갈 수 있을까요.
어쩌면 조금 벅찼던 하루, 오늘도 수고했어요.
모꼬지기 올림
댓글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