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깍" 합시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저는 기획업을 숭상했던 적도 있지만, 기획의 '업무'를 숭상하기 위해 어떠한 유교사상이나 폐단을 강요할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오히려, "딸깍"할 수 있을만큼 완벽히 여러분의 기획 프레임워크가 구체화되고, 과거처럼 기획을 위해 아이디어를 내고, 기획서를 쓰고, 리뷰하는 시간들에 여러분의 삶이 매진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게 제가 이 시리즈를 연재하고 있는 이유입니다. 제가 겪은 시행착오는 물론 저를 성장시켰고, 여러분에게 이런 졸고 따위를 뻔뻔하게 발행할 수 있고, 게다가 돈도 청구할 수 있는 뻔뻔한 인간이 되게 만들었지만, 이 시행착오의 절반 정도는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것들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회고를 좀 해보자면, 누군가 이런 프레임워크를 알려줬다면, 그리고 마치 프로복싱선수처럼 옆에서 이 프레임워크나 연습한 콤비네이션을 계속 떠올릴 수 있도록 링 옆에서 "쎄컨"을 봐줬다면, 저는 지금보다 더 나은 기획자가 되어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제 몸에 남아있는 기획이 준 흉터들과 지병들 (물론 대부분은 기획 '덕분에' 매일 새벽 한두잔씩 기울이며 생긴 흉터들이기도 한 것들)의 대부분은 안 생겼을거라고도 생각합니다.
또 뻔뻔한 말씀을 드리자면, AI시대가 시작되고 저는 날개를 달았습니다. 왜냐, 프레임워크를 알고 있었으니까요. 제가 스스로 만든 프레임워크를 기억시키고, 따라하게 했더니, 오히려 기획을 잘 해졌습니다. 심지어, 최근에는 그런 식으로 AI를 오래 잘 써왔다는 이유로 AI컨설턴트로의 생활도 시작했습니다. AI서비스나 플랫폼을 심심할때마다 만들기도 하고, 기업의 AX 도입을 돕기도 합니다. 제가 천재라서 그럴까요? 아닙니다. 똑똑하신 분들은 느끼셨겠지만, 제가 알려드리고 있는 이 시리즈 [기획자로 잘 살아남는 법]은 실은 기획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닙니다. 우리가 일을 어떻게 대해야하는지, 일을 떠나서, 대화/소통은 어떻게 해야하는지, 어떻게 해야 원하는 것을 얻는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바꾸어 말하자면, "기획자"라는 업은 그래서 사람의 욕망을 좌우하는 일인 것이지요.
조금 더 똑똑한 구독자들이라면 아마 제가 지금껏 올려온 Q1~Q7을 본인의 AI에 잘 아카이빙했두셨을 겁니다. 본인의 AI OS를 이미 가지신 분들도 있을테고요. 제가 여러분께 제공해드리는 자료는 단돈 오천원에 제 커리어의 한 2년씩을 압축해드리는 것이기 때문에, AI의 학습에 바치기에 아주 좋은 공물의 역할을 합니다. 물론 메일리 특성상 우클릭 복사가 되진 않지만, 요즘 세상에...정보 전처리를 못하는 영역은 없으니까요. 그런데, 학습시켜둔 이래로 기획은 좀 나아지셨나요? 혹은 기껏 준비해서 가져갔는데 AI로 베껴왔냐는 핀잔을 또 들으셨나요? 결국 손으로 하는 게 더 나으신가요 여전히?
저는 짚고 넘어가고 싶습니다. 대항해시대, 대해적시대 이후 대AI시대가 왔는데, 왜 누구의 결과물은 그냥 넘어가고, 누구의 결과물에는 유독 이 저런 질문이 따라붙을까요? 똑같은 세팅을 하고, 프롬프트를 쓰고, 하네스를 하고, 루프를 하고, OS를 만들고...온갖걸 다해도 왜 아직도 결과물에 차이가 있을까요? 의외겠지만, 정답은 여러분의 기획력 때문입니다. AI 시대가 될 수록 기획은 Q1~Q7에서 계속 반복해서 말씀드린 것들에 더 충실하게 됩니다. 모호함이 없어질때까지 되묻기 / 개념 쪼개고 구체화하기 / '이미 기획이 완성된 거 아냐?'라고 착각할만큼 구체화하여 질문하고 또 정리하기 / ...와 같은 것들이 결국 AI를 잘 쓰는 법과 바로 1:1로 연결됩니다. AI는 기획자들이 만든 것 중 최상의 물건이니까요. 게다가 "개발자"라고 하는 기획과 결과물을 1:1로 대응해서 바라보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것들이니까요. 기획을 잘 하고, 기획을 위해 질문을 잘 하고, 기획을 위한 결과나 전처리나 준비를 잘 하는 사람들이 결국 AI를 잘 쓰게 되는 것입니다. 즉, 오늘의 아티클은 AI를 잘 쓰는 법이지만, 지금까지 알려드린 것들의 "요약"이나 "리마인드"와 같을 수도 있습니다.
딸깍을 잘 하기 위해서는 딸깍의 흔적을 최대한 희미하게 만드는 것이 핵심입니다. 오늘의 아티클을 통해서, 처음에 쬐끔 고생하지만, 결국 딸깍할 수 있는 AI활용 팁을 공유하겠습니다. 결국, 그렇게 AI활용 팁을 적용하는 과정이 여러분 스스로의 기획력을 가다듬는데에도 최상의 역할을 할 것이니까요.
풍성함이 미덕이 아닌 시대. 풍성하면 일단 뭔가 잘못되었다고 의심부터 하세요.
답이 풍성하게 나왔다면 무언가 잘못된 거라는 생각을 하는 것부터가 AI 활용 기획의 시작점입니다. 바꾸어 말하자면, 모호한 질문을 넣을수록 넣었는데 답은 아주 풍성하게 나옵니다.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잘 정리된 것 같다고 느껴지시는 이유는 "내가 생각을 깊게 하지 않았기 때문"이지 AI가 옳은 답을 내서가 아니라는 걸 이해하는 것부터가 AI 기획의 시작입니다. 읽어보니 틀린 말도 별로 없는 이유는, 틀린지 아닌지 판단할만큼 여러분의 기획이 준비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지난 Q7의 "사전 미팅 준비"가 미비한게 첫번째 이유이고, Q1~Q3처럼 개념을 쪼개어 물어보지 않았기 때문에 생기는 일입니다.
요즘 소위 말하는 [AI Slop]은 보통 이런데서 탄생합니다. AI로 만든 비디오, AI로 만든 웹사이트나 이미지 등은 이제 어떠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Slop급의 저품질이 나오기 어렵습니다. (오히려 그렇게 저품질처럼 생성되게 위해 억지로 무언가를 더해야하는데에 이르렀지요). 다만, 기획은 정반대입니다. AI로 저품질 콘텐츠가 나오기 가장 좋은 영역은 "기획안"이고, 앞으로 AI가 똑똑해지면 똑똑해질수록, 접근할 수 있는 영역과 권한이 늘어날수록 여러분의 AI기획안은 더 개판이 될 확률이 높습니다. 이미 겪어보셨을거에요. 자료좀 찾으라 했는데, 고작 나무위키 관찰자료에 과도한 의미 부여를 한다던지, 모호한 단어로 나열된 홍보 문체를 쓴다던지, 뭐 좀 비교하라고 했다고 그냥 상투적으로 대조하고 편의적으로 대조한다던지, "000를 꼭 넣어줘"했더니 어거지로 그 단어나 방식을 끼워넣은 조악한 삼단 구성이 나온다던지 등등. 이 외에도 꼭 AI가 쓸법한 단어들을 그대로 남기고 가져간다던지, 일본어/영어 번역체가 그대로 유지된다던지 하는 것들이 그렇습니다.
문제는, 기획을 보는 눈도 없고, 애초에 물어보기 전 "사전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데, AI를 만능툴로 생각하기 때문에, 이런 AI Slop을 AI Slop인줄 모르고 그대로 가져간다는 점입니다. AI가 줄 수 있는 가치 중의 최상위권의 가치는 "속도"와 "재귀적 자기개선"입니다. 여러분이 잘못된 점을 지적할 수 있는 눈이 있다면 (바꾸어 말하자면 Q1~Q7에 대한 이해와 실행이 훌륭히 몸에 익었다면) AI는 여러분의 의도를 "빠르게" 이해하고 "점진적으로 계속 개선될 것"입니다. 그렇게 결국 "딸깍"에 이르게 될 테구요. 지금부터 이를 위한 아주 단순한 팁을 공유합니다.
첫째. 멋있는 단어를 행동으로 바꾸세요.
*김묵산 선정 기획자가 낼 수 있는 최악의 문장: “차별화된 몰입형 경험을 통해 브랜드 가치를 극대화해야 합니다.”
AI에게 이런걸 물어본다면 아마 A4용지로 몇십장이고 구구절절 읊어댈 겁니다. 잘못된 질문이라는 뜻이지요. 그 중 여러분에게 필요한 게 나올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겠지요. 토큰은 토큰대로 날렸고요. 구체성이 제로이기 때문입니다. Q7을 읽어보신 분들이라면 알 겁니다. [사전 미팅 준비]를 하기 위해, 필요한 의뢰와 과제에서 '가장 모호한 부분'을 계속 쪼개고, 또 쪼개고 구체화시켜야 최소 그 과정에서 우리의 병목은 어디인지, 본질은 어디에 있는지 알게 됩니다.
예를 들어 저 최악의 문장을 이런 식으로 고쳐보겠습니다.
“몰입형 경험" -> 방문자가 두 제품을 직접 써보게 한다 / 선택한 제품의 샘플을 받아서, 자기의 공간에서 사용해보게 한다 / ... 등등
"브랜드 가치를 극대화" -> 스스로 차이를 체감하게 하고, 스스로 체감한 차이를 스스로 홍보할 수 있는 수단을 찾는다 / ...
이런 식으로 쪼개보았다면 다음과 같은 질문으로 구체화해서 다시 AI에 입력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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