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번에는 공부하겠다는 아이. 믿어도 될까요?
🙎 "제가 억지로 공부하라고 한 것도 아니에요.
아이 스스로 공부하겠다고 해 놓고는, 또 안 하네요."
🙎 "이번엔 정말로 믿었는데, 아이에게 실망이 크네요."
상담을 하다 보면 학부모님들께 자주 듣는 말입니다. 이렇게 믿음과 실망이 반복되다 보면, 결국 혼란이 찾아옵니다.
상황이 더 심각해지면, 부모와 자녀 사이의 신뢰에도 균열이 생깁니다.
🙎 "요즘엔 공부한다고 말해 놓고선, 사실은 휴대폰만 보는 것 같아요."
🙎 "독서실에 가긴 가는데, 공부한 흔적이 전혀 없어요. 의심이 가요."
이러한 경우에, 아이가 정말로 부모를 속이는 걸까요? 그렇다면, 왜 굳이 그런 거짓말을 하는 걸까요?
💡 학습코치로서 조심스럽게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실제로 아이는 공부를 거의 하지 않는 것이 맞습니다. 그런데 동시에, 아이 스스로는 '공부를 열심히 하는데 성적이 안 나온다고'고 믿는 경우가 많습니다.
참으로 기묘한 간극입니다. 이 복잡한 심리를 이해하지 못하면, 부모는 계속 실망하고 아이는 점점 더 숨어버립니다.
📌 이 문제의 핵심은, 아이들이 '가면'을 쓰고 있다는 점입니다. 많은 아이들은 '나는 공부를 열심히 하는 아이야'라는 가면을 쓰고 살아갑니다. 그 가면의 정체를 이해해야만, 해답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이 글은, 그런 가면을 쓴 아이들의 부모님께 드리는 이야기입니다.
"선생님, 저희 아이를 다시 믿어도 될까요?"
"이번에는 공부한다고 말하는 아이, 그 말의 진심은 뭘까요?"
이 뉴스레터에서는 단순한 공부 방법을 다루지 않습니다. 그보다 더 심층적으로, 왜 아이가 공부를 하지 않는지, 왜 그런 가면을 쓰게 되었는지를 해석하고, 해결 방안을 제안해 드립니다.
2. 가면을 쓴 아이의 여섯 가지 특징
가면을 쓴 아이들은 대체로 겉으로는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이지만, 실제로는 공부를 거의 하지 않습니다. 더 구체적인 특징은 다음과 같습니다.
1️⃣ 계획은 누구보다 크게 세웁니다.
평일에는 하루 5시간, 주말에는 12시간 공부하기. 전 과목 필승 전략에, 심화 문제까지. 이러한 계획을 세운 것에 스스로 만족합니다.
2️⃣ 그 계획을 주변에 알리기도 합니다.
"이번엔 진짜 달라질 거야."
"이번엔 수학 문제 다 풀 거야." 이렇게 말하며 자신의 다짐을 선포하는 것으로 성취감을 일부 채웁니다.
3️⃣ 책상 앞에는 자주 앉습니다.
독서실도 갑니다. 인강도 틀어 놓습니다.
그런데, 실질적인 공부는 거의 하지 않습니다.
책을 펼친 채 멍하니 있거나,
하루 종일 한 단원도 끝내지 못한 채 시간을 보냅니다. 대부분의 시간에 딴생각을 하거나, 마음 속으로 스스로를 괴롭히며 보냅니다.
4️⃣ 겉보기에는 성실한 아이입니다.
친구들이나 선생님에게도 '열심히 하는 아이'로 알려져 있습니다. 교사 시절 저의 경험에 의하면, 새 학기 첫 시험을 치르기 전까지는 '1등처럼 보이려는' 아이들이 꼭 있습니다.
5️⃣ 아이 스스로도 자기가 '공부를 꽤 열심히 한다'고 믿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시험이 다가오면 초조해지고,
막상 성적이 나오면 운이 없었다 거나 실수했다며 자책합니다.
정작 '공부 방법이 잘못됐다'거나 '나는 별로 공부를 안 했구나'라는 반성은 잘 하지 않습니다.
"너 혹시 공부를 조금 소홀히 한 거 아니니?" 이렇게 조심스럽게 물어보면, 굉장히 불쾌해 하거나 심하게 부정합니다.
6️⃣ 틀린 문제가 있으면, 오답 분석을 빨리 무마시키고 넘어가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땐 컨디션이 안 좋았어."
"원래 알던 건데 실수했어."
"문제 풀 때, 너무 시끄러워서 집중할 수가 없었어."
이런 말을 자주 합니다. 자신의 이해 부족이나 실력의 부족을 마주하는 순간을 피합니다.
무엇을 몰랐는지, 왜 틀렸는지를 깊이 이야기할 기회 자체를 제거하는 것입니다.
💡 이런 아이들은 공부를 아예 포기한 것도, 진짜 열심히 하는 것도 아닙니다. '공부하고 있는 듯한' 상태에서 멈춰 있습니다.
그리고 그 공부하는 듯한 상태는, 아이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만든 가면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3. 왜 아이는 가면을 쓸 수밖에 없었을까요?
1️⃣ 욕구를 들여다봐야 이유가 보입니다
가면을 쓴 아이는, 공부를 싫어하는 아이가 아닙니다. 공부가 정말로 싫었으면, 공부를 잘 하고 싶은 마음이 정말로 없었다면, 굳이 가면을 쓸 이유도 없지요.
정확히 말하면, 공부를 못하는 자신을 마주할 수 없는 아이입니다.
이런 복잡한 상황에서는 욕구를 들여다봐야 해결책이 보입니다. 이 아이들이 진짜로 원하는 건 성장이 아닙니다.
이건 단지 아이가 게으르기 때문이 아닙니다. 누구를 속이려는 기만적인 태도도 아닙니다. 두려움을 피하기 위한, 아이 나름의 생존 전략일 뿐입니다.
👉 예전 뉴스레터에서 다뤘던 '아이의 6가지 욕구와 공부 동기부여'를 기억하시나요? 아직 못 읽으셨다면 꼭 확인해 주세요.
2️⃣ 두려움 : 가면의 본질
내면에 불안이 쌓인 아이는 이렇게 혼잣말합니다.
이런 믿음에 기반한 행동이 반복되면, 아이는 '나는 공부하는 아이야'라는 가면을 만들게 됩니다. 진짜 실력과는 관계없이, '공부하는 척'이라도 해야 내 존재가 유지된다고 믿는 거죠.
이런 아이의 거짓말을 지적하면서, 가면을 섣불리 벗기려 하지 마세요. 아이는 가면이 벗겨지는 순간, '나는 정말 아무 쓸모 없는 사람이구나'라는 강렬한 두려움이 덮쳐오면서, 말 그대로 패닉에 빠지게 됩니다.
👉 두려움이 공부에 미치는 영향은, 지난 뉴스레터에서 자세히 설명드렸습니다.
3️⃣ 비교 마인드로부터 가면이 시작됩니다
아이의 두려움은 대부분 비교 중심의 피드백에서 시작됩니다. 많은 부모님들은 격려의 의도로 비교를 사용하시지만, 아이의 내면에는 이렇게 기억됩니다.
이런 말은 결과적으로 '나는 부족하다'는 믿음을 강화시키고, 아이는 있는 그대로의 나를 점점 부정하게 됩니다.
실제로, 이런 아이들의 머릿 속은 비교로 가득 차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 학원에 걔는 어떻게 그렇게 수학을 잘하지? 나는 머리가 나쁜가 보다. 나는 아무리 열심히 해도 걔보다는 못 할 거야. 이번 시험도 좋은 점수 받기는 이미 글렀지?'
📌 결국 아이는, 두려움에 압도되어 '진짜 나'로 살아가지 못합니다. 그 대신에, '괜찮아 보이는 나'를 연출하는 데 모든 에너지를 쓰게 됩니다. 그게 바로 가면입니다.
이 아이들은 공부가 싫은 게 아닙니다. 꿈이 없는 것도 아닙니다. 상처 받을까 봐 꿈조차 꾸지 못하는 상태인 것입니다.
4. '게으름'과 '가면'은 어떻게 구별할 수 있을까요?
부모님이 가장 혼란스러워하는 지점은 바로 이겁니다.
"얘가 정말 두려운 걸까, 아니면 그냥 공부가 싫은 걸까?"
"자기기만을 하는 걸까, 아니면 그냥 게으른 걸까?"
겉으로 보기엔 비슷하지만, 속은 다릅니다. 실제 학습코칭에서는 두 가지 기준을 바탕으로 '가면'을 판단합니다.
1️⃣ 질문에 대한 반응 - 과민 반응 vs 무반응
가면을 쓴 아이는 질문을 받으면 과하게 반응합니다.
"공부 다 했니?"
"그 문제 왜 틀렸는지 알아?" 같은 말에
표정이 굳고, 짜증을 내며, 대화를 끊어버리기도 합니다.
이는 내가 무능하다는 사실을 들키고, 가면이 벗겨질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입니다.
반면에, 진짜로 공부에 관심이 없고 스스로도 기대가 없는 아이는 질문에 아무 반응이 없습니다. 질문을 귀찮아하고, 대꾸조차 하지 않으며, 감정적인 반응도 거의 없습니다. 이미 '공부는 내 영역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은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 겉으로는 둘 다 질문을 싫어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그 안에는 전혀 다른 마음이 들어 있습니다. 과한 반응은 두려움의 신호, 무반응은 단절의 신호입니다.
2️⃣ 가능성의 유무
가면을 쓴 아이는 자신의 가능성을 믿고 싶어합니다.
"이번엔 진짜 잘해볼게요."
"지난번엔 진짜 제가 게을렀어요. 이번에는 달라요."
이처럼, 스스로를 질책하면서도 '가능성은 있다'는 뉘앙스를 남깁니다.
자신도 믿고 싶은 거죠. 이건 심리적 자기방어에 가깝습니다.
반면, 공부가 정말 싫은 아이는 가능성 자체를 부정합니다.
"어차피 해도 안 돼요."
"그냥 공부는 저랑 안 맞는 거 같아요."
이처럼 왜 해야 하는지를 질문할 의지도 없고, 이미 마음이 멀어진 상태입니다.
이건 이미 포기한 태도에 가깝습니다.
💡 이런 섬세한 구분이 필요한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진짜 게으른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환경 설정'입니다. 하기 싫어도 책상에 앉는 연습, 규칙적인 일정, 단순한 과제, 반복 가능한 루틴 같은 습관 중심의 개입이 먼저입니다.
반면, 가면을 쓴 아이에게 그런 구조를 강하게 적용하면, 오히려 자신을 방어하고 도망치게 됩니다. 이 아이들은 무엇보다 정서적 안정과 자기 존재에 대한 신뢰를 먼저 회복해야 합니다.
📌 부모님이 이 구분을 제대로 이해하셔야, 꾸짖음이 아닌 회복으로 가는 첫 단추를 꿸 수 있습니다.
5. 가면을 벗기려 하지 마세요
가면을 쓴 아이는 이미 스스로를 몰아세우고 있습니다. 부모의 꾸지람보다 훨씬 더 차가운 말을, 자기 자신에게 매일 하고 있지요.
이런 아이에게 "왜 그것도 안 했어?"라고 물으면,
아이의 뇌는 그 말을 이렇게 바꿔 듣습니다.
"역시 나는 기대를 저버리는 아이야."
부모의 피드백이 정곡을 찌를수록, 아이는 더 깊이 가면 속으로 숨어버립니다. 이렇게 방어적인 태도를 유지하는 아이는 더 강하게 가면을 고수하게 됩니다.
📌 그래서 부모님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아이의 가면을 벗기고 맨 얼굴을 끄집어내는 것이 아닙니다.
공부에 관계 없이, 성과에 관계 없이, 아이의 존재는 안전하다는 신호를 주는 것입니다.
이런 경험이 누적되면, 아이의 내면에서 아주 조용한 믿음이 자라나기 시작합니다.
'나는 무얼 하지 않아도,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이구나.'
💡 이 믿음 없이는 어떤 전략도 작동하지 않습니다. 신뢰는, 변화라는 이름의 긴 여정에서 반드시 먼저 다져 놔야 할 첫 번째 발판입니다.
6. 정서적 솔루션 : 세 자아의 통합
모든 아이의 마음속에는 세 가지 자아가 있습니다.
공부를 앞에 두고 갈등하는 아이들은 대부분 꾸짖는 자아와 감정 자아 사이에서 지쳐 있습니다. 두 자아가 힘을 합치지 않으면, 조화롭고 원만하게 공부하는 것이 사실상 어렵습니다.
특히 가면을 쓴 아이들일수록, 꾸짖는 자아가 훨씬 강합니다. 반면에 감정 자아는 제대로 돌보지 않습니다. 그런 아이들은 공부를 하겠다고 결심하며 책상 앞에 앉긴 합니다. 하지만 공부에 손이 가지는 않습니다. 겉으로는 '공부하는 척'이지만, 속으로는 이미 좌절과 실망감이 쌓여서 공부할 힘이 없는 상태죠.
이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굳은 다짐도, 멋진 계획도 아닙니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감정 자아를 달래주는 것입니다. 즉, 나를 돌보는 감정적 안전망을 회복해야 합니다.
1️⃣ 나를 돌보는 말하기
가면을 쓴 아이들은 누구보다 자신에게 혹독합니다. 자신의 작은 실수 하나를 붙잡고 자신을 괴롭히며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이제는 그 말을 그만 해도 된다고 알려 주세요.
"공부를 잘하든 못하든, 나는 존재 자체로 괜찮은 사람이야."
"내 건강은 소중하니까 좋은 잠을 잘 거야."
"오늘 하루 지친 나를 위해서 맛있는 저녁을 먹을 거야."
이건 공부를 포기하는 말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지키겠다는 선언입니다.
2️⃣ 공부 시간과 휴식 시간의 분리
가면을 쓴 아이들이 문제점은, 공부를 해야 할 시간에 공부를 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휴대폰이나 멍때리기로 시간을 때우거나, 스스로를 괴롭히는 생각으로 시간을 보냅니다. 책상에서 공부할 마음이 들지 않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평소에 제대로 쉬지 못해서 생긴 보상 심리 때문입니다. 이러한 학생들은 '쉬어야 할 자격'이 없다면서 평소에 제대로 쉬지 못해요. 그러니 부모님이 먼저 나서서 '쉬어도 된다'고 알려주세요.
"나는 충분히 쉬었으니, 이제는 집중해서 공부해도 돼." 이 경계가 생겨야 공부할 힘이 생깁니다.
3️⃣ 아이의 과거 경험에서 '의도'에 피드백 하기
가면을 쓴 아이들은 대부분 과거에 실패 경험이 많습니다. 그래서 주변의 평가에 민감하고, 자신의 경험을 감추려는 경향이 있어요. 그 경험에서 아이의 '의도'와 '마음'만 분리해서,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피드백을 해 주세요.
"그때 너도 잘해보려고 애썼겠구나."
"숙제를 끝내진 못했지만, 책상 앞에 앉았다는 건 네가 마음을 먹었다는 증거야."
"공부를 제대로 하고 싶은 마음에 독서실에 등록했구나. 대단하다."
이처럼 성취가 아니라 의도를 인정하는 말을 자주 해 주세요. 감정 자아를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습니다.
4️⃣ 비교 마인드 버리고, 과정에 집중하기
가면을 쓴 아이들은 겉으로는 의연해 보여도, 속으로는 비교와 열등감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성적, 순위, 친구와의 격차는 아이를 더욱 움츠러들게 만들고, '나는 안 되는 애'라는 자기 인식을 강화합니다.
이때 부모님이 할 수 있는 가장 큰 위로는 결과가 아닌 '과정'을 바라봐 주는 것입니다.
"너는 요즘 계획을 세우는 연습을 계속하고 있잖아."
"공부를 시작하기까지 시간이 좀 걸렸지만, 결국 해냈다는 게 대단해."
"이번에는 비록 점수가 낮았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너의 모습이 좋았어."
이렇게 일관되게 과정에만 집중해서 피드백을 해 주세요. 아이는 더 이상 비교하지 않고, '과거의 나'와 '오늘의 나'를 연결하기 시작합니다. 그게 바로 성장의 원동력입니다. 그 순간부터 아이는 가면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살아가기 시작합니다.
💡 이런 정서적 접근이 반복되면, 아이는 비로소 깨닫게 됩니다.
"내가 사는 세상은 안전하구나. 이제 나는 가면을 쓰지 않아도 되겠구나. 나는 나대로 괜찮은 사람이구나."
그 믿음이 생긴 순간, 더 이상 아이는 공부를 하면서 자기 존재를 부정할 필요가 없어집니다. 그리고 그때부터 비로소, 다음 단계의 전략이 작동할 수 있는 내면의 조건이 마련됩니다.
👉 이러한 정서적 솔루션은 '자기 돌봄' 개념으로부터 출발합니다. 더 자세한 내용을 아래 뉴스레터에서 확인해 보세요.
7. 가면 벗기 전략 : 진짜 이야기가 시작되는 순간
중독 치료의 출발점은 무엇일까요?
바로 환자 스스로 '나는 중독 상태에 있다'고 인정하는 것입니다.
공부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이 스스로 '나는 가면을 쓰고 있었다'는 사실을 솔직하게 마주하기 전까지는 어떤 전략도 효과를 내기 어렵습니다.
가면을 벗는 일은 공부를 잘하기 위해서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허구의 삶'을 살지 않도록 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합니다.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아이는 현실의 자신과 점점 멀어지고, 결국 자기 인생의 방향감각을 잃어버립니다.
📌 그렇다면, 아이는 언제 가면을 벗을까요?
답은 의외로 단순합니다. 부모님께서 정서적 지지를 1~2주 정도 일관되게 보냈을 때, 아이가 먼저 묻기 시작합니다.
이건 단순한 푸념이 아닙니다. '가면을 벗어도 괜찮은지' 확인하는 질문입니다. 공부하지 않는 나, 실패할 수도 있는 나를 부모가 받아줄지, 두려운 마음에 떠보는 것입니다.
📍 하지만 많은 부모님이 이 순간에 깜짝 놀라서 이렇게 말합니다.
"그건 안 되지. 그래도 공부는 해야지."
"무슨 일이 있어도 의사는 꼭 돼야지."
이 한마디로, 아이는 '역시 나는 내 진짜 모습을 보여선 안 되는 사람이구나'라고 느낍니다. 그리고 다시, 더 단단한 가면 뒤로 숨습니다. 그 순간이, 어쩌면 가면을 벗을 수 있었던 거의 유일한 기회였는지도 모릅니다.
💡 아이의 질문이 나오는 순간, 이렇게 반응해주세요.
"그럼. 그동안 열심히 했는데 하루쯤 쉴 수 있지."
"꼭 의사가 아니어도 괜찮아. 넌 너만의 길이 있어. 네가 어떤 길을 가도 엄마는 너를 소중하게 생각해."
이런 안전한 신호가 몇 번 쌓이면, 아이는 드디어 솔직하게 입을 엽니다.
"엄마, 사실 나 독서실에서 공부 제대로 안 했어. 계속 딴생각만 났어. 나 솔직히 공부가 조금 힘들고 버거워."
✅ 이것이 바로, 아이가 가면을 벗는 순간입니다. 그리고 이 순간부터 비로소, 아이와의 진짜 대화가 시작됩니다.
8. 새로운 전략 짜기 : 잘하는 척이 아니라, 진짜 할 수 있는 것부터
가면을 벗은 아이와 함께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이제 무엇을 할 것인가'를 함께 설계하는 일입니다. 이때의 전략은 멋진 결심이나 화려한 계획이 아니라, 아이 스스로 감당할 수 있는 작은 루틴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이제 아이에게 잘하는 척은 필요하지 않습니다. 실제로 할 수 있는 공부를 매일 해 나가는 경험이 필요합니다.
1️⃣ 결심하지 말기
- 욕심을 덜고, 지킬 수 있는 계획만 세워야 합니다.
- 다짐보다는 실행이 중요합니다.
- 전 과목을 다 잘하려 하지 마세요.
- 이번 시험은 단 한 과목이라도 '제대로 해보는 경험'을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 부모님도 입장을 정확히 정하셔야 합니다. 진도 욕심, 분량 욕심, 학원 욕심을 내려놓고, 아이가 본질에 집중하도록 도와주세요.
2️⃣ 시작하는 루틴 만들기
- 완벽주의는 공부 시작을 어렵게 만듭니다. "처음 10분만 집중해보자."라는 말로, 시작을 쉽게 만들어야 합니다.
- '공부는 제대로 하려면 하루 종일 해야 해'라는 생각부터 버려야 합니다. 그 생각에 압도되면, 시작 자체를 못합니다.
- 딱 30분만 집중해 보는 훈련, 그 자체가 시작입니다.
- 스톱워치를 켜고, 집중하는 시간을 기록해 보세요. 어쩌면 아이는 '집중하는 공부가 무엇인지' 처음으로 느낄지도 모릅니다.
- 집중력을 키워주는 스탑워치 훈련법을 아래 뉴스레터에서 확인해 보세요.
3️⃣ 잡념을 부르는 환경 차단
- 가면을 쓴 아이들은 자신의 의지를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앞으로는 스마트폰을 진짜로 절제할 거야." 이렇게 말하지만, 실상은 공부하는 시간에 숨어서 스마트폰을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 그렇다고 해서, 부모님이 '너는 의지가 약해'라고 접근하시면 안 됩니다. 이 말은 아이들의 방어 기제를 자극합니다.
- 아이들에게 인간의 의지에 대해 알려주세요. '원래 인간은 의지로만 살아갈 수 없어. 유혹은 의지로 맞서는 게 아니라, 피해야 하는 거야. 엄마도 중요한 일을 할 때 스마트폰의 유혹을 이길 수가 없어. 너만 약한 게 아니야.'
- 이러한 말과 함께, 공부 환경을 리셋해야 합니다. 공부할 때 스마트폰 반납하기, 공부가 잘 되는 장소 찾기 등의 환경 설정이 필수입니다. 아이가 가면을 벗었다면, 의외로 협조적으로 따를 거예요.
- 공부할 때 가장 방해되는 것은, '내가 나를 괴롭히는 혹독한 말'입니다. 가면을 쓴 아이들은 자신을 괴롭히는 내면의 말을 반복적으로 한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에게 친절하게 말하는 연습입니다. '오늘은 시작만 해도 성공이야.' '완벽하진 않지만 잘하고 있어.'
- 한동안은 부모님의 공부 개입도 멈춰야 합니다. 공부에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에 좋은 말을 해줘도, 아이에게는 그저 '잡념을 부르는 잔소리'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4️⃣ 기본적인 공부 하기
- 수능 기출, 고난이도 문제, 일타강사의 인강, 최상위권만 쓴다는 현란한 공부법…. 이제는 내려놓아야 할 시간입니다.
- 아이가 할 일은 단순합니다. 교과서와 학교 문제집을 정독하고, 한 권의 문제집을 두 번 푸는 것.
💡 이렇게 기본에 충실한 공부를 시작하면,
아이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아... 제대로 된 공부를 처음으로 해 봤어요."
"공부가 생각보다 그렇게 어려운 건 아니었네요."
그 말이 나오는 순간, 아이는 이미 자기 공부를 시작한 것입니다.
9. 아이가 가면을 벗는 순간, 진짜 변화가 시작됩니다
하지만 그 가면은 부모가 억지로 벗겨줄 수 없습니다. 아이 스스로 '나는 나대로 괜찮다'는 확신을 가질 때에만, 조금씩 조심스럽게 자신의 손으로 벗게 됩니다.
이 과정은 결코 단기간에 끝나지 않습니다. 감정의 결, 자아의 작동 방식, 실패 경험의 잔재까지 세심하게 들여다봐야 하기 때문에, 단순한 잔소리로 해결되지 않습니다. 남들에게 좋다는 공부법을 아이에게 권할수록, 더 큰 반발만 생길 뿐입니다.
특히, 가면을 쓴 아이일수록 겉과 속이 다르기 때문에, 부모님 혼자만의 시선으로 아이를 파악하기는 더더욱 어렵습니다.
📌 그래서 이 글을 읽는 부모님께 제안드립니다.
아이의 마음을 해치지 않고, 그러면서도 공부와 성적 향상이라는 현실을 포기하지 않는 방법. 그 섬세한 균형을 원하신다면,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 <나다운 공부 연구소>에 상담을 신청해 주세요. 아이의 가면을 함께 이해하고, 진짜 공부가 시작되는 구조를 함께 설계해 드리겠습니다.
공부의 핵심은, 방법이 아니라 마음입니다. 가면을 벗고도 공부할 수 있다는 걸 아이 스스로 느끼게 만드는 그 여정. <나다운 공부 연구소>가 함께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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