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무심코 쓰는 말 가운데 일본어 잔재가 의외로 많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우리가 너무나 자연스럽게 쓰고 있는 표현들 가운데 상당수가 사실은 일본어에서 비롯된 말입니다.
올해로 해방 80주년을 맞았지만, 여전히 방송이나 일상 대화 속에는 일본어에서 유래한 표현들이 우리말처럼 사용되고 있습니다. 물론 예전보다는 많이 정비되었지만, 해방 이후 8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곳곳에서 이런 흔적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방송에서 자주 들을 수 있는 ‘뗑뗑뗑’입니다. 퀴즈 프로그램에서 문제 속 빈칸(○○○)이 나오기 무섭게 “뗑뗑뗑~ 무엇일까요?”라는 멘트가 습관처럼 따라붙죠. 대중에게는 익숙한 표현이지만, 사실 이 ‘뗑뗑’ 역시 일본어에서 기원한 말입니다.
👉 '뗑(てん, 点)'의 실체
‘뗑’은 일본어 てん(텐), 곧 '점(·)'을 뜻하는 말입니다. 우리가 무심코 “뗑뗑뗑”이라고 말하는 순간, 사실은 일본어 표현을 아무런 비판 없이 되풀이하고 있는 셈이지요.
그럼 대체 표현은 없을까요? 다행히 있습니다. '무엇일까요?' 또는 '몇 글자입니다' 라고 하면 됩니다. 가끔 '삐리릭'이라고 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것은 잘못된 표현이고 ‘삐리리’가 맞습니다. '삐리리'는 '감추거나 밝히기 어려운 말을 대신 쓰는 말'을 뜻하는 부사로, 방송에서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표현입니다.
👉 ‘뗑뗑이 무늬’의 그림자
사실 ‘뗑뗑’이라는 표현을 일상에서 가장 흔히 쓰이는 곳이 아마 의류 관련 표현일 것입니다. 예를 들어, ‘뗑뗑이 무늬 원피스’처럼 옷의 패턴을 지칭할 때 자주 사용되는데요, 올바른 우리말 표현은 ‘물방울 무늬’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뗑뗑이’라는 단어가 방송 자막이나 일상 대화에서 아무렇지 않게 쓰이는 것은, 해방 이후 수십 년이 지났음에도 생활 언어 정비가 여전히 충분하지 않음을 보여줍니다. (물론 대중의 언어를 국가의 정책으로 바꾸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 ‘똔똔’과 ‘또이또이’
“오늘 축구 경기에서 우리 팀이 비겼어. 결국 똔똔이네.”
‘똔똔이다’라는 표현 역시 일본어 とんとん에서 비롯된 말입니다. 원래 의미는 ‘엇비슷하다, 팽팽하다’인데, 우리말에는 이미 적확한 대체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자주 쓰이고 있습니다. 따라서 ‘똔똔이다’ 대신 ‘엇비슷하다’나 ‘팽팽하다’라는 표현을 쓰면 충분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똔똔하다’와 비슷하게 쓰이는 말 중에 ‘또이또이’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또이또이’는 일본어가 아니라 충청 방언으로 순수 우리말이에요. ‘똑똑히’에서 변형된 말로, 지금도 ‘비슷하다, 똑같다’라는 뜻으로 쓰입니다. 아직 표준국어대사전에 실리진 않았지만, 국립국어원의 ‘우리말샘’에는 이미 등재되어 있습니다. 이는 방언 속에 살아 있는 우리말의 잠재력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말 속에는 여전히 일본어 잔재가 뿌리 깊게 남아 있습니다.
▶️ 뗑뗑뗑 → 공공공, 삐리리
▶️ 뗑뗑이 무늬 → 점무늬, 물방울무늬
▶️ 똔똔 → 엇비슷하다, 팽팽하다
▶️ 또이또이 → 순수 우리말(충청 방언)
작은 표현 하나하나가 모여 언어 문화를 이룹니다. 물론 국가가 대중의 언어 습관을 강제로 바꿀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일상 속에서 조금만 더 의식적으로 우리말을 선택하고, 자연스럽게 습관화해 나간다면 언어는 스스로 달라질 수 있습니다.
언어는 곧 문화의 뿌리이자 정체성입니다. 해방 80년이 지난 오늘, 이제는 생활 속 말부터 우리말답게 가꾸어 가려는 우리 스스로의 노력이 필요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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